호출 예약
호출 내역
추천 내역
신고
  1주일 보지 않기 
카카오톡 공유
https://instiz.net/writing/462956주소 복사
   
 
로고
인기글
공지가 닫혀있어요 l 열기
필터링
전체 게시물 알림
사담톡 상황톡 공지사항 팬픽 만화 단편/조각 고르기
혹시 미국에서 여행 중이신가요?
여행 l 외국어 l 해외거주 l 해외드라마






*BGM ; 별에서 온 그대 bgm


"나 이만 가볼게."


자신을 봐도 더 이상 웃어주지 않고 약속을 잡아도 휴대폰만 들여다보고 있기 마련인 세훈이 서운했던 준면은 자근자근 씹던 빨대를 테이블에 놓고는 일어섰다. 사람을 불러놓고 이게 뭐하는 거야. 늘 먼저 나서서 준면을 챙기기 바빴던 세훈은 언젠가부터는 제 새하얀 휴대폰만 들여다보며 웃기 바빴다. 제 아무리 자기 여자친구라도 자기가 사람을 불렀으면 앞에 있는 사람을 더 신경써야 하는 거 아니야? 괜히 울컥한 마음에 미간을 찌푸린 준면이 세훈을 쪽 째진 눈을 하곤 흘겼다. 며칠 전, 유난히 아무 일도 없는데도 방긋방긋 웃던 세훈이 의아해 무슨 좋은 일 있냐고 물어보니, 세훈은 활짝 웃으며 '나 여자친구 생겼어!'하고 외쳤다. 그리고는 소개시켜주고 싶다느니, 예쁘고 착하다느니 둥의 여러가지 수식어를 내뱉던 세훈이 자신도 모르게 찌푸려진 얼굴을 한 준면에게 기분 나쁜 일이 있냐고 되려 물어왔더랬다. 이 나이에 애 앞에서 표정관리 하나도 못하고 뭐하는 거야, 이게. 하지만 저만 보던 세훈이 더 이상 저만의 것은 아니라는 생각에 괜히 속상해져서는 시무룩해진 얼굴로 먼저 가겠다 고하고는 뒤를 돌았던 준면이었다. 사실 회사에 돌아와서도 제대로 일이 잡히지가 않았다. 여자친구, 여자친구…. 나도 한 때 열심히 여자친구하고 사귈 때가 있었는데. 하도 연애를 못해서 연애세포가 다 죽었나 할 정도로 헤어지고 나서 연애에 무감각 했던 준면이건만, 막상 세훈이 여자친구가 생겼다는 말을 듣자 가슴 속 한구석이 뒤숭숭해지는 느낌을 떨칠 수가 없었다. 



"준면씨, 오늘 준면씨 컨디션이 좀 안 좋아보이긴 해서 이런 말은 왠만하면 안 하려고 했는데…, 이건 너무…."



가만히만 있어도 생각나는 그 이름, '여자친구' 에 극도로 예민해진 준면이 보고서를 쓰다가도 넋을 놓고는 오타를 수없이 치곤 했다. 고친다고 고쳤는데도 제 나간 정신은 돌아오지 못했는지 결국엔 불려가서 퇴짜를 맞고는 말았다. 억울해, 이게 뭐야. 그래도 제가 한심하다고 느껴졌던 건 혼나는 그 순간에도 세훈의 여자친구의 존재가 제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는 거였다. 얼굴도 한번 못 본 그 놈의 여자친구가 뭐라고 내가 이렇게 까지 하는지, 준면 자신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어…."



우산 없는데. 낮게 읊조린 준면이 당황한 눈빛으로 주위를 둘러보더니 자신을 도와줄 사람이 없다는 것을 자각하고는 저 앞쪽에 있는 버스정류장 까지만 뛰어가자, 하고 가방을 제 머리 위로 올릴 때 쯤, 머리 위로 씌여지는 그림자에 준면이 고개를 들었다. 제가 데려다 줄게요. 비 많이 오는데 어떻게 저기까지 맞고 가려고 그래. 갑자기 제게 베풀어진 친절에 당황한 준면이 아니라며 재차 손을 내젓었지만, 남자는 저어지는 준면의 손보다 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비 맞고 가면 감기걸려요. 누군지도 모르는 회사 직원에게 민폐를 끼치기는 싫어 누군지 얼굴이라도 보자 싶었지만 우산을 씌워주느라 가까이 붙어있는 탓에 준면보다 훨씬 높이 있는 사람의 얼굴은 잘 보이지도 않았다. 와, 키 되게 크다. 그렇게 넋을 놓고 있을 때 쯤 남자가 조금만 들고 있으세요, 차 끌고 올게요.하며 제 손에 쥐어지는 우산에 정신을 차렸지만 주차장으로 뛰어가는 남자의 뒷모습은 이미 멀어진 지 오래였다. 추적추적 내리는 비를 그렇게 쳐다보고 있자니 괜히 차분해진 마음에 준면이 의자에 앉았다. 작년에도 이런 적이 있었던 것 같은데. 

작년 이 맘때쯤, 비가 참 많이 왔다. 원래부터 준면은 일기예보를 항상 보고다니는 편이 아닌 사람이라 그 날도 여전히 우산은 준면의 손에 없었다. 어떡하지, 하며 발을 동동 구르고 있을 때 쯤, 뒤에서 형! 하고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세훈이? 하며 뒤를 돌아봤을 때 세훈은 준면의 뒤로 바짝 다가와 거친 숨을 내쉬며 준면의 손에 우산을 쥐어줬다. '내가 이럴 줄 알았어. 칠칠 맞다, 정말.' 하면서. 그런데 일년여가 지난 지금, 상황은 작년이랑 참 비슷한데 제 옆에는 세훈이 없었다. 그 생각에 괜히 씁쓸해진 준면이 한숨을 푹, 쉬고는 고개를 숙였다.



"준면씨!"


하고 불러지는 제 이름에 놀랐지만 저 사람이 자신의 이름을 알고있다는 사실에 더 놀란 준면이 동그랗게 뜬 눈을 했다. 나는 그 쪽을 모르는데 그 쪽은 저를 아나봐요. 하고는 건넨 말에 그런 말 하지말고 일단 차부터 타요. 라고 웃는 남자에 준면이 베싯 웃고는 차에 올라탔다. 





"그런데, 준면씨 저 몰랐어요?"
"……."
"전 준면씨 예-전부터 알고 있었는데."
"……."
"실망이다."





속사포로 내뱉어지는 말에 좀 미안해져 차마 말을 하지 못한 준면이 애꿎은 창밖만 노려봤다. 그런 준면이 귀엽다는 듯 웃던 남자가 저를 소개했다. 제 이름은 박찬열이구요, 준면씨랑 같은 동기. 면접 같이 봤는데 기억도 못하나 보다. 준면씨 생각보다 되게 붕어기억력이네요? 끊임없이 쏟아지는 말에 준면은 참 말이 많구나, 하곤 생각했다. 제 주위에는 말이 많은 사람이 딱히 없었다. 세훈도 필요할 때가 아니면 말을 하는 스타일은 아니었고, 저도 활발한 성격은 아니었기에 더 했다. 그래도 같은 차 타고 가면서 말 한마디 없으면 되게 어색했을건데, 먼저라도 말을 걸어준 찬열이 참 고맙다는 생각이 드는 준면이었다. 





"여기서 내려주시면 돼요."







집 앞까지 데려다 준 찬열에 감사를 표한 준면이 차에서 내렸다. 그리고 고개를 들자, 앞에 서 있는 인영에 깜짝 놀란 준면이 뒷걸음질을 했다. 형, 뭐야? 대뜸 물어오는 질문에 요지를 파악하지 못한 준면이 고개를 갸웃하다 세훈의 손에 쥐어진 분홍색 미니우산을 발견했다. 나 데리러 오려고 했던 건가? 아까 전 회사에서 서운한 감정을 채 감추지 못했던 건 기억도 나지 않는지, 준면의 입술은 자신도 모르게 호선을 그리며 위로 올라갔다. 그러다가도 세훈이 자신을 빤히 내려다보자 민망해져서 너는? 하고 되물은 준면이 들려오는 대답에 밀려오는 서운함을 감추지 못했다.





"여자친구 데리러 갈 거야. 우산 없대서."





그럼 그 우산도 여자친구거야? 되묻는 준면에 고개를 끄덕인 세훈이 나 오늘 좀 늦을거야, 하고서는 준면에게 등을 지곤 걸어갔다. 순간 멍해진 생각회로에 멈칫멈칫하던 준면이 시무룩해진 마음에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고는 고개를 숙였다. 그렇게 멍하게 서 있기를 몇 분, 자신이 비를 맞고 있다는 생각에 그제서야 정신을 차리고는 터벅터벅 집으로 들어가 따뜻한 물이 담긴 욕조에 누웠다. 몸이 풀리는 기분이었다. 내 꼬인 생각들도 다 풀렸으면 좋겠다, 하고는 눈을 감았다. 



'형, 일기예보 좀 보고 다녀.'
'칠칠맞게 비나 맞고 다니고.'
'우산 없을 때 연락해. 데리러 올게.'
'이 분홍색 우산은 형거, 하늘색은 내거.'





옆에서 들려오는 듯한 세훈의 목소리에 머리 끝까지 물에 담궜다 빼낸 준면이 머리를 거칠게 헝클었다. 왜 이리 쪼잔하게 구냐, 김준면. 여자친구 하나 생겼다고 달라지는 것도 아니고…, 는 달라지긴 했는데…. 그냥 서운해졌다. 세훈에 대한 저의 감정을 뭐라 표현하기도 뭐했다. 그냥 서운하다는 말이 제일 어울릴 것만 같았다. 



"분홍색 우산…, 내거였는데."







유난히 머리에 세훈의 생각만 가득했다. 여느 때와는 다르게, 세훈도, 저도. 다 이상했다.


설정된 작가 이미지가 없어요
비회원도 댓글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확인 또는 엔터키 연타


이런 글은 어떠세요?

전체 HOT댓글없는글
[배우/주지훈] 시간 낭비 _ #016
12.03 00:21 l 워커홀릭
[김남준] 남친이 잠수 이별을 했다_단편
08.01 05:32 l 김민짱
[전정국] 형사로 나타난 그 녀석_단편 2
06.12 03:22 l 김민짱
[김석진] 전역한 오빠가 옥탑방으로 돌아왔다_단편 4
05.28 00:53 l 김민짱
[방탄소년단] 경성블루스 十一3
01.14 01:10 l 도비
[김선호] 13살이면 뭐 괜찮지 않나? 001
01.09 16:25 l 콩딱
[방탄소년단] 경성블루스 十2
12.29 20:51 l 도비
[방탄소년단] 경성블루스 九1
12.16 22:46 l 도비
[방탄소년단] 경성블루스 八2
12.10 22:30 l 도비
[방탄소년단] 경성블루스 七2
12.05 01:41 l 도비
[방탄소년단] 경성블루스 六4
11.25 01:33 l 도비
[방탄소년단] 경성블루스 五2
11.07 12:07 l 도비
[방탄소년단] 경성블루스 四
11.04 14:50 l 도비
[방탄소년단] 경성블루스 三
11.03 00:21 l 도비
[방탄소년단] 경성블루스 二
11.01 11:00 l 도비
[방탄소년단] 경성블루스 一
10.31 11:18 l 도비
[김재욱] 아저씨! 나 좀 봐요! -024
10.16 16:52 l 유쏘
[주지훈] 아저씨 나 좋아해요? 174
08.01 06:37 l 콩딱
[이동욱] 남은 인생 5년 022
07.30 03:38 l 콩딱
[이동욱] 남은 인생 5년 018
07.26 01:57 l 콩딱
[샤이니] 내 최애가 결혼 상대? 20
07.20 16:03 l 이바라기
[샤이니] 내 최애가 결혼 상대? 192
05.20 13:38 l 이바라기
[주지훈] 아저씨 나 좋아해요? 번외편8
04.30 18:59 l 콩딱
/
11.04 17:54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
11.04 17:53
[몬스타엑스/기현] 내 남자친구는 아이돌 #713
03.21 03:16 l 꽁딱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 7
03.10 05:15 l 콩딱


12345678910다음
전체 인기글
일상
연예
드영배
23: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