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대/기성용] 보건실 단골 | 인스티즈](http://file.instiz.net/data/cached_img/upload/a/5/2/a525241bbb5373ec4263af0329829a55.png)
"나 자다가요-"
점심을 먹고 나른한 오후시간이 되자 오늘도 어김없이 녀석이 찾아왔다. 보건실을 지 방마냥 들락날락하는 기성용. 내가 처음으로 부임해 온 이 학교에서 제일 처음 보건실에 온 녀석도 이 녀석이였다. 축구부 주장이면서 축구보단 몸싸움을 더 많이하는지 무릎이 죄다 깨져서 내게 찾아 왔었다. 하지만 기성용은 그 이후로도 다치치도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매일마다 왔다. 처음엔 여긴 아픈 사람만 오는 곳이니 넌 오면 절대 안된다고 딱 잘라 보내려 했지만 어렸을 때 심장수술을 해서 자기는 아직도 환자란다. 무리하면 쉬어야 한단다. 그런 놈이 무슨 축구부 주장을 하겠단건지. 누가봐도 멀쩡해 보이는 녀석을 수업도 안 듣고 여기서 잠만 퍼질러자게 할 수가 없어 쫓아내보기도 했지만 기성용은 보란듯이 다음 날 내게 의사소견서를 내밀었다. 선천적인 심장질환으로 수술을 했다는 소견서. 어이가 없어 녀석을 멍하니 쳐다보니 녀석은 자신이 이겼다는 듯 씩- 웃으며 침대에 가서 눕는게 어찌나 얄밉던지.
기성용은 항상 그래왔듯 익숙하게 내 책상과 가장 가까운 네번째 침대에 가서 눕는다. 커텐도 안치고 누워있는 녀석은 한 10분간은 자는 듯 조용하다 천천히 눈을 뜨고 날 쳐다본다. 익숙한 패턴에 시선도 안주고 있자 녀석은 옆으로 돌아누워 팔꿈치를 세워 머리를 받치고 날 쳐다보며 며칠째 같은 질문만 하고 있다. '몇 살?' 어렵게 시험까지 보고 보건교사로 들어왔건만 녀석은 내게 한번도 선생님이라고 부른적이 없었다. 게다가 저렇게 말도 짧다. 간혹가다 존댓말이 섞여나오기도 하지만 존댓말보단 반말을 많이 들은게 사실이다. 어린 놈의 주제에 말도 짧고 선생님이라고도 안부르고. 첫 부임이다보니 이런 녀석이 있을거란 생각도 못 해 당황스러워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던게 이대로 끌려온 것 같다. '몇 살이냐고요. 거참 더럽게 비싸게 구네.' 내가 녀석에겐 시선도 안주고 대답도 안하고 있자 끈질기게도 물어온다. 저렇게 매번 하는 질문 식상하지도 않나.
"아, 몇 살인데-"
"너가 나한테 선생님이라 부르고 존댓말 할 때까지 난 대답해 줄 생각 없어."
"소문 들어보니 25살이라던데, 똑똑해서 시험도 바로바로 다 합격했다면서요?"
저런건 또 어디서 주워들은건지. 내 나이가 도데체 왜 소문으로 돌고 있는거야. 며칠 째 끈질기게 물어오는 녀석의 나이질문에 감추고 감췄건만 어떻게 이렇게 떡하니 소문이 돌지. '니 맘대로 생각해.' 녀석에게 대충 대답해주고 내 할 일을 하고 있자 표정보니 맞다며 킥킥 웃으며 자기 혼자 단정을 지어버린다. 녀석은 반응 없는 내 모습에 지루한건지 뒤척이다 금새 옆으로 누웠던 몸을 돌려 바로 누우며 두 손을 포개 머리 뒤에 대고는 눈을 감는다. '얼굴은 어려보이는데 그래도 진짜 선생이네.' 녀석은 혼잣말이 내게 들릴정도로 목소리를 낮춰 중얼거렸다. 그럼 여태 선생도 아닌줄 알았냐. 대꾸를 하려다 참자 생각하고는 입을 닫았다. 녀석과 계속 대화해봤자 결국에 말리는건 나니까.
"그래도 6살 차이면 뭐-... 커버 되지?"
"헛소리할거면 가서 수업 들어. 너 떠들러 오는데 아니야."
"이번주 일요일 2시경기- 꼭 와요."
"나 축구부 매니저 할 생각 없다고 했잔아."
"나 우리 애들 맞고 다니는 꼴 못 봐서 팀에 들어오자마자 몸싸움부터 가르쳐. 그니까 당신 필요해."
으으- 당신이라니. 괜히 녀석이 한 말에 온 몸이 찌릿거리는것만 같아 몸을 떨었다. 그래도 주장이라고 나름 팀원들 챙기긴하네. 방식이 지방식대로여서 문제지만. 나도 축구에 관심이 없는 건 아니지만 진짜 축구부 매니저로 들어갔다간 녀석을 매번 마주쳐야하고 그러면 진짜 녀석과 무슨 일이 날지도 모른다는 생각때문에 매번 거절해왔다. 기성용 저 녀석이 감독님까지 어떻게 꼬셨는지 저번엔 감독님까지 찾아오셔서 매니저를 맡아달라고 부탁해오셨다. 괜히 이런저런 핑계를 대서 빠져나오긴 했지만 진땀 나서 죽는줄 알았다. 기성용은 이번에도 내 대답을 기다리는 듯 눈에 힘을 주어 뜨고는 내 눈을 빤히 바라봐온다. 저렇게 녀석의 시선을 받고 있자면 나도 모르게 일이 손에 잘 안잡히고 하던 일도 당황해 허둥거리기 일수다. 괜히 또 말려들까봐 고갤 돌려 녀석을 쳐다보고는 인상을 팍 구겼다. 미간에 힘을 주어 얼굴을 잔뜩 지푸리니 녀석의 얼굴도 날 따라서 천천히 지푸려진다.
"절대 안할거니까 그만 가라."
"다른 놈들한텐 잘만 웃어주면서 나한텐 왜그래?"
"너니까. 이제 할 말 끝났으면 그만 가- 기성용."
"웃을 때 예쁘더라-, 많이."
순간 녀석의 말에 나도 모르게 놀라서 손을 헛디뎌 소독 도구들을 정리하다 와장창 쏟아버렸다. 차가운 은색 그릇과 핀셋이 떨어지면서 쨍-하는 소리가 크게나니 녀석도 놀랐는지 벌떡 일어나 내게 다가왔다. 허겁지겁 바닥에 쭈그려앉아 줍고 있자 녀석은 다친데 없냐며 내 손을 잡아채고는 급히 묻는다. 괜찮다고 말하고 손을 빼서 마저 줍고 있자 녀석은 미간을 확 구기며 조심 좀 하라며 소리를 친다. 왜 자기가 소리를 치고 있는건지, 내가 조심을 하던가 말던가. 그니까 누가 그딴 헛소리 하랬나. 아직도 놀란 가슴이 진정되지 않는지 쿵쾅쿵쾅 세차게 뛰어온다. 제발 정신차리자. 꼭 정신이 빠진 사람처럼 녀석만 있으면 나도 모르게 이렇게 실수를 한다.
"놀랐잔아, 어린애도 아니고 왜이렇게 덜렁대."
"이것 좀 떨어뜨린걸로 호들갑은..."
"나 처음 온 날 기억해요? 손 덜덜 떨면서 소독해주고 반창고도 삐뚤게 붙이고, 엄청 긴장했던 날."
"몰라."
녀석에게 퉁명스럽게 대답하고는 자리에 앉았다. 기억이 안날리가 있나. 처음 온 학생이였는데 무릎에서부터 피가 뚝뚝 떨어지는걸 보고 기겁해서 어떻게 해야하나 혼자 우왕좌왕 하다 소독약을 꺼내 발라주는데 녀석이 아픈지 움찔움찔 해서 내 손까지 같이 덜덜 떨었다. '많이 아프니?' 물어보자 녀석은 당황스럽게 내게 바로 '네.'라고 대답해 안아프게 발라주겠다고 조심조심해서 발라주던게 생각난다. 그럴때도 있었지. 공문을 쓰다 말고 생각에 잠겨있자 침대에 걸터 앉아있는 녀석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그 때 귀여웠는데-' 녀석의 말에 순간 얼굴에 불이 붙은듯 화르륵 뜨거운 느낌이 들어 애써 헛기침을 하며 못 들은 척 파일에 고개를 처박듯 푹 숙였다.
"귀 빨개졌는데."
"너..너-! 자꾸 선생님 놀리고 그러면 혼난다...!"
"진심인거 알잔아. 왜 자꾸 모르는 척 해."
순간 녀석의 진지한 목소리에 나도 모르게 고개를 돌려 녀석을 바라봤다. 녀석은 흐트러짐 없이 내 눈을 깊게 맞춰오며 확신을 주듯 곧은 시선을 보였다. 이럴 땐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모르겠어서 그저 침을 한번 꿀꺽 삼키고는 시선을 피해 눈을 이리저리 돌리고 있자 녀석이 일어나 내 앞으로 다가온다. 난 왜 이상황에 긴장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바짝바짝 입이 마르는 느낌에 혀로 입술을 축이고 천천히 고개를 올려 녀석을 쳐다봤다. 녀석의 표정에선 장난끼는 전혀 찾아 볼 수가 없을 정도로 진지함이 묻어나왔고 그 모습이 내게 그대로 전해져왔다. 차마 계속 눈을 마주치고 있을 자신이 없어 나도 모르게 고개를 숙여 바닥만 바라봤다. 고개를 숙이자 녀석은 내 책상에 기대 앉아 고갤 숙여 내게 가까이 다가왔다.
"당신 좋아한다고. 알고 있잔아."
"당신? 선생님한테 당신? 이게-"
"나 나름 배려하는 중이야. 내가 학생이니까 선 긋는거 알아. 1년만 배려할게. 졸업하면 그 때 진짜 제대로 다가간다."
"......"
"1년동안만 여기서 맘 놓고 당신 볼거야. 만약 그 때도 튕기면 진짜 죽어."
내가 지금 무슨 소리를 들은건지. 녀석은 내게 미리 선전포고를 해왔다. 그러고는 두 손을 들어 내 얼굴을 감싸쥐고는 천천히 다가와 내 이마에 입술을 촉- 댄다. 부드럽고 뜨겁게 다가온 녀석의 입술에 놀라서 화들짝 떨어지자 녀석은 내 표정을 보고는 씨익- 웃는다. 여지껏 녀석이 내게 관심이 있어 매일 보건실에 드나든건 알았지만 이정도로 진심일줄은 몰랐다. 갑작스러운 녀석의 행동에 놀랍고 당황스러워 아무 말도 못하고 있는 나를 보며 녀석은 내 볼을 톡톡 두드리고는 '일요일 2시 잊지마.'하고는 말한다. 내 대답을 기다린다는 뜻인가. 내가 일요일 2시에 나가면 저를 받아들인다는 뜻으로 알아듣겠단 소리인가. 열심히 머리를 굴리고 있자 녀석은 눈을 접어 밝게 웃으며 내 머리 위로 손을 올려 천천히 쓰다듬는다. 녀석의 웃음을 멍하니 보고 있자니 더 밝게 웃어온다. 녀석이 이렇게 잘생겼었나 생각이 들 정도로 환한 웃음이였다.
"다른 아무것도 생각 말고 내 생각만 해. 기다릴게."
ㅎ.ㅎ |
뜬금 기싱닝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갑자기 이게 떠올랐는데 싱닝이가 어울릴거 같아서 써봤어요...ㅋㅋㅋ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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