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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퇴사] 퇴사할 걸 알면서도 다닐 수 있는 회사 | 인스티즈



이 회사, 어차피 퇴사할 회사였어요. 그런데 2년이나 다녔습니다. 퇴사할 걸 알면서도 다닐 수 있는 회사가 어떤 건지 궁금하지 않으세요?


2년이면 꽤나 오래 다녔죠? 아무튼 저는 참을 수 있을 만큼, 버틸 수 있을 만큼 다녔습니다. 그 버티는게 죽을 만큼 힘들었다고 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사람들이 무엇인가를 지속하는건 아무리 힘들어도 다 할만하니까라고 저는 생각하거든요(저에게는 죽을 만큼 노력했으면 그 결과는 죽음이다라는 이론이 있어요).


저도 마찬가지 였어요. 가끔은 공모전(현상설계)를 하면서 주말에도 출근하고 야근도 늦게까지 했지만 버틸만 했거든요. 아무리 그 당시 팀장님이 꼰대 같은 헛소리를 하고 자신은 하루종일 숏츠를 보면서 놀아도 다닐만 했다고 생각합니다. 왜냐면 저는 주말에 작가로 일을 했으니까요. 그리고 매달 나오는 고정적인 수입에 월세와 생활비, 데이트 비용까지 쏠쏠하게 챙겼으니까요. 두마리 토끼를 다 잡았죠.


가끔은 예상 밖으로 좋은 날도 있었어요. 이 회사에는 공동연차라는 개념이 있었는데, 제 의사와 상관없이 제 연차를 공휴일과 샌드위치 되는 평일에 써버리는 것이었죠. 불만을 갖는 직원들도 있었지만, 저는 이것도 좋았습니다. 가끔은 일주일씩 길게 쉴 수도 있어서 애인이랑 제주도 여행도 갔다왔거든요. 회사에서 주는 월급과 복지의 콜라보로 극강의 행복을 즐길 수 있었어요.


제일 중요하게 이 회사는 어느정도 규모와 맞지 않게 일이 널널 했습니다. 제가 회사 상황을 잘 몰라서 그런걸지도 모르겠지만 적어도 저희 팀은 일이 널널 했습니다. 주로 공모전(현상설계)라는 경쟁 프로젝트를 많이 하기로 한 팀이었는데 왠일인지 회사에서는 경쟁 프로젝트에 투자하는 것을 꺼려하더라고요. 그래서 1년에 프로젝트가 많으면 서너개 밖에 되지 않았어요. 오히려 일하지 않는 시간이 많아서 어떻게 하면 그 시간을 잘 보낼 수 있을지 고민하는게 일이었답니다.


이런 것들이 있으니까 회사는 다닐만 했습니다. 월급은 300만원, 업무의 강도는 낮음, 화려하지 않지만 어느정도의 복지, 보장되는 저녁시간과 주말. 워라밸을 기대하고 온 저에게 완벽한 회사가 아닐까 싶었네요. 겉보기에는요.



아시다시피 저의 꿈은 작가로 사는 것이었어요. 그래서 그런지 마음 한 편에는 불편한 사실이 있었습니다. 아무리 워라밸이 좋아도 일주일에 글을 한 두개 밖에 쓸수 없었어요. 주중에는 보통 아이디어를 모으고 기획을하고, 주말이 되서야 글을 집중해서 쓸수 있는 환경이었습니다. 저는 이렇게 일주일에 한편, 많으면 두 편의 에세이이나 소설을 쓰면서 작가의 꿈을 키울 수 있을 지 의문이었어요. 이거 그냥 취미로 전락하고 나는 평생 이 회사에 다녀야 하는거 아니야? 라며 불안감과 조급함이 생겼죠.


꿈이 있다면 우리 모두 조급함이 생기잖아요. 빠르게 꿈에 닿고 싶고, 내가 최선을 다하나 검열하고. 노력이 부족한 것은 아닌지, 내가 잘 못하고 있어서 꿈에서 멀어지는 것은 아닌지 초조했죠.


운이 좋게 워라밸이 좋은 회사에 입사 했고, 나름 작전대로 주중에는 건축가로, 주말에는 작가로 살아가고 있었지만 스스로는 알고 있었던 것 같아요. 건축에는 내 뜻이 없고 글쓰기를 더 키우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할까? 이런 고민이 종종 빠지곤 했는데 미련하게 월급이 주는 안정감이 애써 그런 마음들을 무시했어요. 그냥 마음속 어딘가에 꾹꾹 눌러 담았습니다. 어떻게 사람 마음대로 사냐. 하기 싫은것도 하면서 살아야 살아지지 하면서요.


‘이러다가 평생 작가는 못되는 거 아냐?’


그럴때 드는 생각이 뭔지 아세요?


‘괜찮아. 나에게는 건축 커리어가 있잖아. 굶어 죽지는 않을거야.’


이런 생각들로 작가라는 꿈은 잠시 보류하면서 현실에 맞게 살아갔던 거였지요.


근데 정말 괜찮을까요? 꿈을 포기한 사람에게 “먹고 살 수는 있다”는 말이 위로가 될 수 있을까요? 더군다나 제가 평생 워라밸이 좋게 살수 있을까요? 그러면서 여유롭게 창작과 글쓰기에 대한 꿈을 키우면서 혹은 글쓰기를 취미로 타협하면서 살수 있었을까요?


저는 2년을 버틴 끝에 휴직을 선택하고 그 뒤에 퇴사를 각오하고 회사를 멈췄습니다. 어차피 퇴사할걸 알지만 다닐 수 있는 회사는 그 일을 제대로 하지 않거나, 책임감을 갖지 않은 직원이 되거나, 그 모든걸 다 하고서도 꿈을 보류하면서 살아가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이었습니다. 저는 지금까지 그렇게 해왔고 그 한계에 부딪힌것 같아요. 결정할 때가 왔고 저는 결국 꿈을 선택했습니다. 그게 제 삶을 살아가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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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개월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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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개월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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