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퇴사] 출근하면서 울고 싶었어 1 | 인스티즈](http://file3.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25/05/25/23/c53274d98a04f3358c176eff2c64667a.jpg)
아침 출근길에 엄마와 통화를 하면서 걸어가는데 문득 울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차마 엄마께는 말씀드리지 못했다. 당신도 만약 그렇다면, 그랬었다면, 그럴 것 같다면 이 글에 잘 찾아오셨다. 왜냐면 나도 그런 상황이기 때문이다.
출근길에 울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서 퇴사를 생각했다. 나의 직업은 건축사사무소 직원이다. 벌써 5년 차에 접어든 나는 꽤나 열정이 없다. 직업에 열정이 없는 이유는 사실 나는 따로 하고 싶은 일이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직업은 건축사사무소 직원이지만 업으로 삼고 싶은 일은 글 쓰는 작가이다. 그러니까 한마디로 딴짓하고 한눈을 팔고 있는 평범한 직장인이라는 소리다.
또 하나 고백하자면 나는 퇴사를 한 번 했었다. 이전에 다니던 건축회사에서 더 이상 나는 건축을 하지 않겠다며 사표를 던지고 일주일 만에 나온 경험이 있다. 근데 선배들 말처럼 배운 게 도둑질(건축 설계 일)이라 다시 건축설계업으로 돌아왔다. 물론 퇴사를 하고 돈이 떨어졌고 나름의 ‘건축-작가 2 트랙’ 계획을 세워 반강제, 반-자발적으로 재취업을 했던 거였다. 계획이 효과가 있었는지 한동안은 무탈하게 건축사사무소 직원과 작가일을 병행하면서 회사를 다녔다.
문제는 어느 월요일에 일어났다. 아침 회의가 끝나고 내가 PM으로 맡고 있는 일에 대해 소장님(팀장님)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간단하게 이야기하자면 내게 굉장히 부담스러운 일을 던져주면서 이번 주 금요일까지 끝내야 하고 자신은 일절 봐주지 않겠다는 뉘앙스의 내용이었다. 사실 이 이야기만 들으면 그냥 직원으로서 하면 되는 것 아니냐라고 하겠지만 이런 상황을 매주 꽤 오랜 기간 동안 들었기 때문에 일종의 쇼크가 온 것 같았다. 나는 갑자기 심장이 뛰기 시작했고 일종의 긴장상태, 각성상태에 들어갔다. 머리가 띵했고 손발이 떨리는 것 같았으며 가슴이 뛰고 마음은 불안했다. 아무래도 스트레스를 일정 수준 이상 받아온 것이 터진 느낌이었다. 이런 불안 증세는 한두 시간 내에 멈추지 않았다.
나는 그날 밤 수면 유도제를 먹고 잠에 들었다. 새벽 2시쯤이 마지막으로 시계를 봤을 때 시간이었고 새벽 6시에 깼다. 출근 준비까지 꽤 시간이 남았음에도 나는 다시 잠들지 못했다. 그때도 손발이 떨리고 가슴이 쿵쾅쿵쾅 뛰면서 내가 제정신이 아니라는 것을 다시 느꼈다. 어쩔 수 없이 그날 아침은 평소보다 일찍 일어나 출근길에 올랐다.
회사가 있는 지하철 역에서 내려 엄마께 전화를 드렸다. 엄마께는 너무 죄송했지만 누군가에게는 나의 이런 상황을 털어놓아야 할 것 같았다. 이 시간에 통화할 수 있는 사람은 딱 엄마 한 사람뿐이었다. 엄마께 털어놨다. 몇 달째 스트레스를 받더니 이런 증상이 나왔다고. 고작 하루 이틀이었지만 몸의 증상이 멈추지 않아 힘들다고. 이러다가 퇴사할 수도 있다고. 어제 하루 종일 들었던 오만생각을 털어놓았다.
그랬더니 눈물이 날 것 같다고 느꼈다.
아니. 차라리 울어버리고 싶었다.
엄마는 서른이 넘어 찡찡거리는 철없고 미성숙한 어른이 되어버린 나를 달래주셨다. 살기 위해 일하는 거지 일하기 위해 사는 게 아니라고. 언제든지 때려치우고 본가로 돌아와도 되니 네가 아프다면 절대로 참지 말고 퇴사하라고 해주셨다. 나는 알겠다고 잘 해결해 보겠다고 말한 뒤 통화를 끊었다. 요즘 아프신 외할머니에 이어 나는 엄마께 짐을 얹어 드린 것 같아 죄책감이 들었다. 그럼에도 엄마와의 통화가 아니었으면 그날을 버티지 못했을 것이다.
심장이 쿵쾅거리고 손발이 떨리고 머리가 핑 도는 느낌은 그날에도, 그다음 날에도 이어졌다. 업무 시간에도, 점심시간에도, 야근을 할 때도, 집에 씻고 누워 잠에 들고 싶다면서 천장을 바라볼 때도 멈추지 않았다. 나는 3일 간 그런 경험을 하고 내린 결론은 이렇게는 내가 일상생활을 지속하지 못하겠다였다. 당장 때려치우고 병원을 가봐야 하는 걸까? 약국에 가서 약을 사 먹어야 할까? 아니면 무단결근이라고 하면서 스트레스를 회피해야 할까 고민했다. 잠들지 못해 밤새 아이폰 메모장에 노트를 적으며 내 불안과 고민을 써 내려갔다. 결론은 퇴사였다. 이 회사에서, 이 스트레스에서 벗어나야만 내가 살 수 있다는 게 결론이었다.
하지만 나는 결국 퇴사하지 않았다.
이유는 나의 빌어먹을 꿈 때문에.
(2편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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