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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어디에요? 여기, 와줄래요?"
"어딘데요?"
눈앞이 다시 하얗게 물들었다. 안테나가 맞지않는 옛날 티비처럼, 회색과 흰색이 번갈아서 교차했다. 언젠가, 꿈 속에서 비슷한 걸 본 것같아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그리고 뭔지모를 확신이 들어 그대로 말을 이었다. 놀이터에서 나와 엉덩이를 툭툭 털고 전화를 끊지 않은채로 다시 집쪽으로 한걸음 한걸음 느리게 걸었다.
그러니까, 뒤로 돌아서 열걸음만 와요.
좁은 골목길에 타박거리는 발소리가 울렸다. 맞춰들어가는 두개의 발소리가 겹쳐 머릿속을 흔들었다. 땅을 보며 걷다가 어느정도 거리가 있는, 나란히 멈춰있는
발끝이 보였다. 끝부터 서서히 시선을 맞춰 고개를 올리면 항상 혼란스럽게 만드는 가로등 아래쪽에 핸드폰을 든 채 바라보고있는 그가 있다. 그의 앞에 서서 들고있던 핸드폰을 땅으로 내렸다.
"우리 사귈래요?"
아까와 같이 조심스럽지만 당당히 물어오는 그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아까부터 이리저리 흔들리던 모습이 점차 온전하게 자리잡기 시작했다.
눈을 집요하게 마주쳐 오는게 부끄러워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그거 말구요."
"....네"
원하던 답을 들은 것 처럼 만족스럽게 웃던 그가 조심히 손을 잡아왔다. 서늘한 손이 자꾸만 땀이 차 와 그가 손을 꼼지락거렸다. 손을 잡고 아무말 없이 걷다 집 앞쪽에 멈춰섰다. 빤히 바라보는게 느껴져 괜히 시선을 돌렸다.
"나 오늘 기분 좋아요."
"..."
대답없는 나를 향해 그가 한 발 더 다가섰다. 묘하게 들뜬 목소리가 귀에 들어왔다. 약한 바람이 불어와 머리칼을 살짝 흩뜨리면서 그의 냄새를 살짝 흔들었다.
조심히 손을 뻗어 머리를 쓰다듬던 그가 머뭇거리더니 도로 한발 물러났다.
"오늘은 그냥 갈게요. 잘자요."
스르르 빠지는 손에 한기가 훅 끼쳤다. 눈을 떼지 않은 채 뒤로 한발짝 한발짝 내딛는 모습이 끝까지 나를 담는 것 같아서 간질거려왔다.
멈춰 서있다 갑자기 그에게 이 간지러움을 전해주고 싶은 충동이 일어났다. 그 자리에 멀뚱히 서 있다가 점점 한발씩 뒤로 가는 그에게 한걸음씩 다가갔다.
뚫어지게 쳐다보는 그를 바라보다 걸음을 빨리해 그의 앞에 서 한번 꼭 끌어안곤 순식간에 다시 집으로 도망치듯 뛰었다.
"잘자요. 그쪽도."
우당탕탕 소리를 내며 집으로 뛰어 들어와 현관문을 닫고 기댔다. 한참을 현관문에 기대다 후하후하 심호흡을 하곤 침대에 얼굴을 파묻었다.
핸드폰이 울리는 것도 낯간지럽게 느껴졌다. 뭔가 놀리는 어투의 그의 말이 가득할 것만 같아서. 홀드를 풀까말까 망설여져 그저 화면을 바라보았다.
반짝-하고 빛나고 있는 핸드폰이 눌러보라며 재촉하는 것 같아 조심스레 손가락을 갖다댔다.
'나 오늘 계탔네요.'
'왜 또 답장안해요'
'오늘은 봐줄게요. 나 지금 무지 떨리니까'
간질거려서, 그리고 한편으론 이 간질거림이 오글거려서 이불을 뒤집어쓰고 버둥거렸다.
아아- 기분 이상해-
오늘따라 아침부터 멍했다. 목이 따끔거리고 코가 살짝 막혔다. 이불로 몸을 휘감고 자다 갑갑해서 이불을 발로 걷어낸 것 같았다. 오늘도 하늘은 파랬다.
호 하고 숨을 뱉어내자 연하게 입김이 보일듯 말 듯 했다. 가을의 서늘함이 옷 안쪽까지 파고 들어와 몸을 부르르 떨곤 까페로 향했다.
손님이 없는 시간이라 청소를 끝내곤 햇빛이 잘 드는 곳에 앉았다. 햇빛이 나른하게 몸을 감아왔다. 알바하는 형이 어깨를 톡톡 건드려 화들짝 놀라며 일어나자
잠을 못잤냐며 물었다. 피곤해서 그런거라며 고개를 저어보이곤 30분 정도는 문제없겠다 싶어 콧물을 훌쩍이며 그자리에서 도로 눈을 감고 앉아있었다.
딸랑-
"어, 형"
"뭐야, 이리저리 난리 피우고 다닐 녀석이 조용하네?"
"피곤한 것 같던데?"
"밤에 야동이라도 봤나보지. 아이고,저저 정신 못차리는거 봐라. 이따가 늦게쯤 손님 오실때 깨워"
매니저 형님의 목소리가 멀어져갔다. 그리고 눈을 떴을 땐, 앉아졸던 자리도 바뀌어있고 알바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을 때였다. 느릿느릿 시계를 보다가 눈이 번쩍 뜨여 당황해서 일어나자 매니저형의 타박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넌 뭐하고 다니길래 그렇게 골골거리냐,임마"
"아,형 미안해요. 아 진짜"
"됬거든? 깨우려고 보니까 볼이 벌겋게 달아올라가지곤, 성인영화 하나 찍는줄 알았네."
"진짜, 진짜 미안해요."
매니저 형님을 쫓아다니면서 사과를 하자 옮는다면서 밀쳐낸다. 그러다 갑자기 핸드폰이 머릿속을 스쳤다. 혹시나 해서 보니 역시나다. 문자며 부재중전화가 쏟아져있었다.
'뭐해요, 도착 했어요?'
'오늘은 왜 대답이 없을까나'
'뭐에요 진짜, 이럴거에요?'
'아아아아아아 쫌!'
....
"으아 어떡해..."
"뭘 어떡해 이녀석아"
"아 형 깜짝이야!"
"이게 뭘 잘했다고."
"헤헤헤헤"
"박경 조기 퇴근. 위험인물이다 저거. 훠이"
야 감기옮는다. 저리가. 콧물 훌쩍이지마. 그럼 어떡해요! 어휴 저걸 어쩌면 좋아.
조기퇴근명령에 신이나서 이리저리 뛰어다니자 괜히 조기퇴근시켰다는 소리가 나온다. 어차피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이라 유니폼을 갈아입은 후 촐랑거리며 돌아다니자 평소에 끝나는 시간과 비슷해졌다. 먼저간다며 고개를 꾸벅 숙이곤 밖에 나와서 묵직해진 몸을 집으로 이끌었다. 콧물이 점점 더 많이 흐르고 머리가 아파왔다. 근처의 약국을 떠올리며 터덜터덜 걸었다.
"저기요."
화난듯한 목소리가 날 불러세웠다. 아..맞다.
"미안해요."
"하루종일, 진짜 연락도 안되고."
"진짜, 미안해요"
"어젠 설레게 하더니, 오늘은 화나고 걱정하게 하고."
고갤 들어 그와 눈을 맞추었다. 콧물이 자꾸만 흘러나와 킁킁거리자 그의 표정이 조금 누그러졌다.
아파요? 이러면 화도 못내잖아. 치사하게.
손을 들어 이마께를 짚어오는 손이 차가워서 더 미안해졌다. 바보같이 차를 가지고오지 않았다며 오히려 풀이 죽는 그의 손을 꼭 잡았다. 중간에 약을 사들곤 말없이 걸었다. 힐끔힐끔 걸으면서 쳐다보자 그가 픽픽 웃어 입을 삐죽이자 어허! 라며 볼을 꼬집었다.
"씨잉.."
"할 말 없어요?"
"미안해요"
"그거 말구요."
잡고있던 손을 놓고 마주했다. 어제와 같이 한번 꼭 안았다가 떨어지며 오늘은 그저 붉어진 고개만을 숙였다.
"잘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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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를 안해서 안달달해...요.....재미도..... 흡 눈에서 땀이..
^_ㅜ ....글이랑 권태기가 왔나보네요..
저번편에 덧글주신 강친님 열이님 븊님 크림님 쌀알님 헬리님 고구미님 순대친구님, 그리고 덧글주신 독자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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