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ampire Prosecutor - 뱀파이어 검사
"자정에 찾아오는 어둠의 망령으로, 그의 모습이 어둠 속에 사라지기 전에는 그의 이름을 감히 입에 담을 수 없다."
–무르나우(F.W. Murnau) 감독의 영화 「노스페라투 Nosferatu」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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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ampire Prosecutor - 뱀파이어 검사 01 |
01
"박경. 가을 하늘은 왜 공활하고 더 높은걸까?"
"크흥.아 몰라, 아 추워."
"그럼.. 단풍은 왜... 가을이 되면 빨갛게 물드는 걸까?"
"몰라아!!얘가 오늘 궁상맞게 왜이래? 뭐 잘못 쳐먹었냐?청신 차려라 임마"
자칭 존잘남이라는 안재효가 아침부터 뭘 잘못 쳐먹고 왔나 지혼자 갖은 궁상은 다 떨고있다. 남자만 득실거리는 남고의 아침자습시간 창 밖을 바라보며 아련하게 중얼거리는 재효를 보는 경이의 눈빛은... 의자에 쭈구려 앉은 경이는 혀를 쯧쯧 차며 쳐다봤다.역시 신은 존재했어. 안재효에게 외모를 주시고 모든걸 빼앗아 갔잖아? 불쌍하다는 표정으로 재효의 머리를 강아지 다루듯 쓰다듬던 경이는 그손마저 슬그머니 거두게 되었다.
"야...나 사랑에 빠진거 같아.."
"이런 병...ㅅ...."
"하늘에서 내려온 천산줄 알았다니까?아리따운 나의 여신님...하....이름도 여신이야 손나은이래 손나은...오 나의 여신님"
맨날 귤처럼 까기만 했더니 정말 정신이 까졌는지 여신님여신님 거리는 재효를 박경은 안쓰럽게 쳐다봤다.미안했다 친구야..내가 널 이렇게 만들었구나... 어디 한번 더 해보라는 표정으로 듣고 있으니 아주 가관이다. 나은느님은 땀도 안날꺼라느니 방귀냄새도 향기로울꺼라느니 얼굴은 멀쩡하게 생겨서 오타쿠 같은 말만 늘어놓는 재효를 보며 경이는 혼란에 빠졌다. 시각과 청각이 조화를 못이뤄! 조각이 오타쿠같은 말만 늘어놓으니 당연할수밖에.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다 문득 어제밤 일이 생각이 났다. 소름이 오소소 돋는 기분에 표정을 찡그리곤 팔을 쓱쓱 비비는데 눈앞에 재효의 얼굴이 불쑥 나타났다.
"으아아아ㅏ아가아아아악!!!!!!시발!!!!!!!!"
"야 미쳤냐?겁쟁이네. 어휴 어디서 겁쟁이 냄새 안나냐?왜이렇게 놀라?"
"겁쟁이 냄새가 어딨냐 오타쿠 새끼야. 니가 갑자기 얼굴을 들으미니까 놀라지 당연히!!"
안그래도 어젯밤 일때문에 무서워 죽겠는데 미술실에 있는 조각상처럼 생긴 재효가 눈앞에 불쑥 나타나 놀래키니 죽을맛이었다. 평소보다 과민반응을 하는 경이가 재밌는지 계속 자기 얼굴을 들으미는 재효를 씩씩 거리면서 쳐다봤다. 이러다 뽀뽀할 기세네. 좀 떨어지라고! 얼굴을 잔뜩 찡그리며 자리에 철푸덕 앉은 경이는 혼자 머리를 쥐어뜯으며 울분을 토해냈다.그도 그럴것이 어제 본건 분명히 뱀파이어의 모습이었는데, 자신의 두 눈으로 똑똑히 다보았는데 집에가서 엄마한테 사실대로 말했다가 어디서 이상한거 보고 와서 엄마한테 되도 않는 장난치냐며, 부모를 우습게 보냐며 복날에 개잡듯 두들겨 맞았다. 거기다 다큰 사내놈이 바지에 오줌을 쌌다고 더혼났다. 어제밤 서러운 기억에 눈물을 찔끔 흘리던 경이는 아무에게도 말할수 없는 사실에 답답해 죽을 지경이다.
"야...재효야...너 뱀파이어가 있다고 생각해?"
"너 나랑 놀더니 머리가 어떻게 됐냐?뱀파이어가 있긴 뭐가 있어"
이러니 내가 답답해 죽지...진짜 있다고 병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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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교시부터 점심시간도 건너뛴채 논스톱으로 잠을 자는 경이를 깨우는건 재효의 몫이었다. 끼리끼리 논다더니 한심한 표정으로 경이를 바라보고 있는 재효의 모습은 흡사 아침자습시간의 모습과 비슷했다. 툭툭 쳐도 안일어나고 흔들어도 안일어나는 경이를 발로 차서 깨운 재효는 재촉을 했다. 이시발! 아...허리아파. 내 존귀한 옥체에 감히 흠짓을 내다니. 안재효 천벌받을꺼야. 대충 가방을 챙기고는 엉거주춤 자리에서 일어나는데 옆에서 따가운 시선이 느껴졌다.
"아 존나!내가 왜 너랑 그 손나은인가 머시긴가를 보러가야하는데!"
"나은느님이라고 불러라. 존귀하신 분이야"
"이런 오타쿠 새끼..."
질렸다는 표정으로 재효가 이끄는대로 끌려가던 경이는 교문에 다다르는 순간 경악을 금치 못했다. 교문에 기대어 서있는 사람은 분명 어제 봤던 뱀...뱀....! 붕어마냥 입술을 뻐끔뻐끔거리며 금발머리의 키큰 남자를 쳐다봤다. 어제 밤에 봤던 뱀파이어와 분명 똑같이 생겼지만 뭔가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사람을 착각한건가 싶어 두눈을 슥슥 비비는데 점점 금발의 형체와 가까워져 가면서 깨달았다. 시발. 좆됐다.
"너."
"...!"
"친구는 가고 너 이리와봐"
아니나 다를까 재효의 등치에 숨어서 지나가려던 경이를 어떻게 발견하고는 매서운 눈매로 쳐다보며 가까이 오란다. 무섭게 쳐다보는 시선에 잔뜩 쫄은건 경이만이 아니었다. 평소 찌질이 코스프레를 자주하던 재효는 얼른 경이를 그남자에게 밀치고는 나은느님을 보러 가겠다고 도망쳐버렸다. 사색이 된 얼굴을 덜덜 떨며 위를 올려다보는데 바로 밑에 있어서 그런지 키차이가 더 많이 나는거 같다. 고개를 한참 꺽어 올려다 보는데 살짝 자존심 상하는 박경이다. 내 키가 작은키가 절대 아님...저 남자가 큰... 울지말고 말해봐 경아.
"큭큭...얼굴 좀 펴라. 안 잡아 먹는다."
"지,진짜요?"
"너 하는거 봐서."
저런 애매모호한 말을 툭 내던지고는 경이를 차 안으로 구겨 넣는다. 아니 남자가 한입가지고 두말하면 안되지...! 아니 사람이 아닌가..? 희귀한 멘탈을 가진 박경은 이럴때일수록 침착해야 한다며 평소와 같이 병맛같은 생각으로 머리속을 채워넣었다.고 해서 안 무서울리가 없잖아...! 어,엄마 나 이제 죽는거야? 차안에 구겨넣어질때 부딪히 허리를 붙잡고 오만가지 생각을 하는 경이를 보는 금발의 남자 우지호는 참 알수 없는 기분이 되었다. 경이의 동그랗고 예쁘게 쌍커플 진 커다란 눈과 조그맣게 덜덜 떨리는 입술, 얼굴을 찬찬히 살피던 지호는 허리가 아픈지 매만지고 있는 경이의 쪼꼬만 손으로 시선을 멈추었다.
"어제 이쁨 좀 많이 받았나봐?"
"ㄴ,네?"
"애인이 정력이 아주 넘치나봐~?큭큭"
그제서야 무슨말을 하는지 이해한 경이는 얼굴이 홍당무마냥 벌겋게 달아올랐다. 이남자가 지금 무슨 말을 하는거야. 이사람도 안재효과인가? 멀쩡하게 생겨서 사실은 변태아니야? 슬금슬금 다가오는 지호의 얼굴에 피할곳도 없이 창문에 등을 바짝 기대어 긴장하고 있던 경이는 제 귀에 대고 씩- 웃으면서 능글맞게 속삭이는 지호의 말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한번 대주면 어제 있었던 일 없던 일로 해줄게."
멘탈은 세계 1%인 찌질한 대한민국 평범한 남고생 박경.
까칠하고 능글맞은 대한민국 잘나가는 뱀파이어 검사 우지호.
만남의 시작 01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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