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조이 (ENJOY) : PS
00. 그에게 있어서 나는.
"윤기야, 어디야?"
"나? 집."
"어제 전화했는데 안받길래."
"아, 그때 잤어."
"야 그래도 그렇지 난 너 되게 보고싶었는데..."
"어, 그래. 내 목소리 확인했으니까 됐네. 끊는다?"
또 또 이런다. 이런 일이 한 두번이 아니다. 윤기는 항상 자신이 필요하면 찾고,허기진 욕구를 달랠 용도로 찾는다. 그렇기에 우리 사이는 그 말로만 듣던 '엔조이'. 주위에선 사귀는 사이 아니냐, 둘이 그렇게 만나놓고는 결혼도 안하냐 이런 무지막지한 절대로 일어날 수 없는 말들을 내 귓구녕에 쑤셔박았다. 목 끝까지 차오르는 '아니요. 절대 걔랑 그런 사이는 꿈도 꿀 수 없어요.' 라는 말을 꾸역꾸역 참아내고 삼켜냈다.
사랑한다고 속삭이다가도 다음날이 되어 옆을 보면 그는 없다. 텅빈 침대에 누워 울어본적도 있고, 어젯밤에 함께했던 그 야릇한 행위들로인해 가슴이 뛰어본적도 있다. 물론 내 욕구가 아니라 윤기의 욕구이다. 만난지가 3년 조금 넘었는데 우리는 '연인'이라는 말보다는 그냥 엔조이 'PS'라는 말이 더 우리에게 매우 어울렸다. 웃긴건 항상 이런 대화지만 자주 만난다는 것이다. 윤기는 작곡가고 난 그냥 아르바이트만 하는 그런 백수생활의 사람이지만 이상하게 그는 아무 감정도 없으면서 먼저 나에게 만나자고 제안을 한다. 그러면 난 또 바보같이 그 제안을 덥썩 물고는 놓지않는다. 이것도 하나의 사랑이겠지 하며 말도 안되는 생각을 하면서...
***
언제 한번 윤기는 나에게 그랬다. 음...때는 2년전, 윤기는 매우 멋있는 수트차림에 비싼 시계를 찼고 난 후줄근한 차림으로 일이 끝나자마자 윤기의 어디냐며 자신이 있는 곳으로 오라는 전화 한 통에 부리나케 화장기도 없는 얼굴로 윤기를 만나러 갔었다. 전화를 안받으면 호되게 욕설이란 욕설은 퍼붓는 성격이다. 솔직히 알다가도 모를 아이였다. 그때 그런 생각을 하다가도 윤기는 문자로 자신이 어디있는지 주소를 찍어서 보내고는 알아서 택시타고 오라는 말 하나만 덩그러니 남겨두곤 그 후에 문자 하나없었다. 내가 윤기에게 관심조차도 없었더라면 이 피곤한 몸을 이끌고는 그 장소로 가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보고있어도 보고싶은사람...항상 윤기는 나에게 관심 하나 없지만 내가 윤기에게 참 관심이 많았었다. 윤기가 제발 꺼지라는 말이 나올정도로.
이때 사건의 발단은 그랬다. 윤기가 찍어놓은 주소는 다름이 아닌 클럽이었다. 대충 짐작이 가는 그림이었다. 윤기는 클럽을 미친듯이 좋아한다. 여자도 좋아한다. 아, 당당하게 말하자면 물론 여자의 얼굴보다는 여자의 몸을 더. 하지만 마음은 절대 주지 않는다. 윤기만의 세계에 정해놓은 규칙이었다.
난 그렇게 후줄근해 빠진 차림으로 클럽에 들어섰다. 하마터면 들어가지 못할뻔 했는데 윤기의 이름을 대니까 두어번 나를 스캔하더니 들어가라고 눈짓을 한다. 들어가는 도중에 쿵쾅대며 귀 째질듯한 비트가 나랑 적성에 맞지가 않았다. 머리 골이 울릴정도였다. 나는 가까스로 많은 인파속을 헤쳐나가야 되었었고 룸 문을 하나하나 열면서 윤기를 찾아야됐었다. 하나하나 문을 열때마다 얼마나 몸을 섞는 사람도 있었고, 키스를 하는 사람도 있었고, 술을 마시는 사람도 있었다. 이 많은 룸에서 어떻게 윤기를 찾을지 깊은 한숨부터 몰려왔다. 여기서 윤기를 찾는건 서울에서 김서방 찾는거나 마찬가지라며 지나가는 웨이터를 아무나 붙들곤 '민윤기가 있는 룸이 어딘가요?' 라며 얘기했다. 웨이터는 아무말 없이 조금 걷다 안쪽에 있는 룸 문을 벌컥 열고는 들어가라는 제스쳐를 취했다.
"어...저기...윤기야?"
![[방탄소년단/민윤기] 엔조이(ENJOY) : PS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7/01/17/0/ed80f346ce243c5462ba32a6617145b8.gif)
"아,왔어?"
자연스럽게 윤기의 품에,윤기의 근처에 있는 여자들이 보였다. 물론 매번 올때마다 윤기랑 있는 윤기의 여사친 아닌 여사친도 있었고? 솔직히 질투보다는 죄책감이 많이 들었다. 내가 저런 여자들처럼 하염없이 예쁘고 비싸보이지 않아서 나 하나로는 만족을 못하는건가 싶었다. 윤기는 술이 조금 취했던건지 입을 맞출려는 여자를 떼어놓고는 나에게로 와선 내 손목을 이끌더니 테이블 위에 앉혔다. 그러더니 입술을 촉 하며 두어번 맞춘다. 자리에 앉아있던 룸살롱 여자들은 나가고 윤기의 친한 여자 사람 친구. 그러니까 쉽게 말하자면 여사친과 나 그리고 윤기만 덩그러니 남겨져있었다.
"민윤기 너 취향 진짜 이해 안가는 거 알아?"
"나도 얘 내 취향 아니야. 나한테는 너가 더 취향인데 재미는 너보단 얘가 더 재미있어."
"그건 무슨 개잡소리야."
![[방탄소년단/민윤기] 엔조이(ENJOY) : PS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5/12/31/22/e659820627b79d2d550830c0cdcd18af.gif)
"귀엽잖아. 너처럼 뻔하지 않아서."
"뭐가 뻔하지 않는데? 얘가 뭐가 그렇게 나랑 다른데."
그 말을 듣자마자 씨익 웃더니 내 블라우스 단추부분만 중간까지 한번에 뜯어낸다. 그렇게 블라우스 옷깃과 속옷의 끈은 어깨로 내려와있었고 뜯어버린 탓에 보일락말락 아슬아슬하게 그냥 걸쳐져있는 수준으로 되어버린 옷을 바라보니 부끄러워져서는 눈을 질끈 감고 얼굴을 붉혔다.
![[방탄소년단/민윤기] 엔조이(ENJOY) : PS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6/01/03/20/ba36bdede8e91be7343e5853df4fbc23.gif)
그러고는 됐다며, 니 취향에 놀아날 시간 없다며 자리를 떴다. 자꾸만 이 상태로 몇 분간 있었는지 모른다. 나는 테이블 위에 있는 단추들을 주섬주섬 줍고는 덜덜 떨리는 손으로 내 바지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한 두번도 아닌데 항상 이런 일이 나에게 닥치면 이상하게 너무 떨려서 심장이 아팠다. 윤기는 아무렇지도 않은지 아예 의자를 끌고와서는 다리를 꼬곤 나를 진득하게 계속 쳐다보았다. 노골적인 시선이 익숙치 않아 테이블 위에서 내려올려고 하면 나즈막히 '다시 올라가'를 내뱉고는 아예 나를 강아지처럼 길들여놓는 윤기였다. 그러고는 몇 십분이 지나곤 그때 절정적인 하이라이트 질문을 나에게 얘기했었다. 아직도 잊을 수 없다. 그 윤기의 마지막 말을.
"너 나 좋아하지."
"ㅇ,응...? 아...응..."
"난 결혼도 안할거야. 그 말은 즉슨 귀찮게 여자친구라는 쓸데없는 감정소비 로봇 같은 걸 만들어서 내 곁에 두지 않을거라고."
"물론 너도 거기에 포함."
"난 너에게 사적인 감정 따윈 품기 싫어. 아니 아쉽게도 그런 감정조차도 없어. 근데 누가 너 건들이는 건 진짜 그 새끼 잡아다가 모든 오장육부를 빼내고 싶을만큼 짜증이나. "
"나 좀 개새끼거든. 또라이 성향도 다분하고."
"그냥 내 곁에 있으면서 잘 하라는 그런 말이야. 고분고분 말 잘듣는 걸 내가 좋아하거든."
![[방탄소년단/민윤기] 엔조이(ENJOY) : PS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5/12/29/5/62653133b4ae4c46588be3f46f9c4862.gif)
"그리고 반항할 땐 내가 너 아프게 할거야. 그것도 아주 많이."
이 말이 나에게는 왜 이렇게 인상이 깊었던건지 모른다. 2년전이면서도 지금도 다시 생각해보니 너무 아찔한 그런 기억이다. 그때 상황이 참 서로서로에게 위험했던 수준이니까. 뭐 내가 마조히스트라든가 그런건 아니다. 그런 계열에는 아예 관심조차도 없다. 그저 윤기라서 그 한마디 한마디에 설레고,느끼고,야릇해지고 야한 상상을 하게 되는 거 같았다. 몇 년이 지난 지금도 이렇게 그저 윤기의 욕구풀이 용으로 사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윤기를 좋아하는 것은 어쩔 수 없이 끌리게 되는 마성의 무언가 때문이라고 자부할 수 있다. 그는 다른남자들과는 많이 달랐다. 어쩌면 내가 복에 겨운 사람일수도 있다. 이런 까탈스러운 남자가 오직 나에게만 이런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프롤로그에요 짧은이유는 다 있지요 언젠간 1화글 글 쪄올게요 그게 오늘일수도 있고 내일일수도 있고 1년뒤일수도 있음
댓글은 저에게 많은 힘이 됨
모든 시리즈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최신 글
위/아래글
공지사항
없음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최신 글
위/아래글
현재글 [방탄소년단/민윤기] 엔조이(ENJOY) : PS 15
8년 전공지사항
없음

인스티즈앱
요즘 남돌 스테디라는 호불호 끝판왕 코디..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