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마이 규! (Oh, my gyu!) 5
12월의 크리스마스 아침은 온통 새하얬다. 전날 내린 기록적인 폭설로 회색 콘크리트 건물도 우현의 검은 색 아우디도 성규의 오피스텔도
온통 하얀색 투성이었다. 그러나 우현의 얼굴만은 짙은 살구빛을 띄고 있었다. 우현은 어제인 토요일 저녁, 성규에게 전시회 티켓을 한 장
내밀었다. 티켓을 내미는 우현의 표정은 성규가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 그 표정은 놀이터에 함정을 파놓고 누군가가 밟기를 기다리는 어린
아이처럼 잔뜩 흥분되어있는 얼굴이었다. 티켓을 받아드는 성규는 미심쩍었지만 이런 섹시한 표정을 볼 수 있어서 좋다고 생각햇다. 그리고
오늘인 일요일 크리스마스 아침. 우현은 드디어 결전의 날이라고 생각하며 솜사탕같은 분홍색의 니트를 입고 옅은 색 면바지를 입었다. 마무
리로는 검정색 뿔테안경을 썼다. 우현은 거울을 보며 진정한 화가의 모습이 완성 되었다고 만족해했다.
성규는 토요일 저녁부터 심란했다. 우현이 준 티켓은 한 화가의 그림 전시회 티켓이었다. 워낙 회사일 말고는 관심을 주지 않고 살아온
성규인지라 그림에 관해서는 문외한인 성규였다. 성규는 평생 백수로 살아왔다던 우현이 자신에게 이 티켓을 준 의도를 중금해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것도 오늘인 크리스마스에 만나자던 우현의 말이 있었다. 우현에 집에 두 번 가본 성규이지만, 밖어서 개인적으로는 한 번도
만난 적이없던 우현이었다. 성규는 사실 우현과 자신이 밖에서 개인적으로 만날 이유가 전혀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만나자고 하는 우현의
의도가 궁금했다. 하지만 우현의 상사인 성규로서는 그런 만남이 달갑지 않았다. 물론 너무나도 아름다운 우현과 만나는 것이 싫은 것이
아니라 상사와 부하직원의 관계가 걸린 것이었다. 둘이 만나는 것을 다른 사원들이 본다면 그 문제는 그리 간단히 해결될 만한 것이 아니었
다. 성규의 이런 고민은 토요일 저녁부터 오늘인 일요일까지 계속 이어졌다. 하지만 고민이 해결되기도 전에 아침이 밝아버렸다. 성규의
얼굴은 도무지 어찌해야할 바를 모르는 얼굴이었다.
*
"아, 팀장님 오셨어요?"
우현은 최대한 천천히 걸으며 여유롭게 웃었다. 반면 성규는 뭐가 그리 긴장되는지 연신 주위만 살피다 자신을 부르는 우현의 목소리에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밝은 웃음을 지었다. 우현은 처음 보는 성규의 밝은 웃음에 잠시 놀랐다가 자신을 추스렸다.
"남우현씨 무슨 일입니까?"
"에이, 팀장님 왜 이렇게 뻣뻣하세요."
아까처럼 심하게 긴장한 성규의 모습은 아니었지만 지금도 충분히 어딘가 불안해 보였다.
"남우현씨. 똑바로 해두겠는데 우리는 직장 상사와 직원관계입니다. 이사님의 동생분이실 정도라면 그 관계에서는 개인적인 만남 같은 거
필요 없는거 잘 아실거라 믿습니다."
성규는 속으로 미안해요. 미안해요. 를 생각하며 날카로운 말을 뱉었다. 그 말을 하는 성규의 표정도 편치 않아 보였다. 성규는 애써 우현의
시선을 피하며 다른 곳을 쳐다보고 있었다. 자신의 말 때문에 상처받을 우현의 표정을 보고싶지 않아서였다.
"…아 정말. 팀장님 그걸 누가 몰라요? 그러니까 오늘은 제 개인 전시회니까 걱정 안하셔도 돼요. 아무튼 걱정 많으시다니까."
성규의 걱정과는 달리 우현의 표정은 오히려 더 밝아졌다. 우현은 성규가 걱정하는 게 무엇인지 잘 아는 듯 자연스럽게 성규의 팔뚝을 잡고
이끌었다. 사실 성규의 성격을 대충 파악한 우현은 성규가 독하게 뱉는 말을 그리 신경쓰지 않았다. 무엇보다 우현의 머릿속에 가장 많이
들어있는 생각은 김성규에게 내 능력을 보여주자! 라는 생각 뿐이었다.
우현은 성규를 데리고 천천히 전시회장을 돌았다. 그리 크지 않은 규모의 전시회장에는 스물 다섯 점의 그림들이 걸려 있었다. 대부분이
풍경화였고, 넓은 자연은 그림에 관해서 아는 게 없는 성규마저도 감탄하게 만들 정도였다. 성규는 무언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우현의 그림에
는 무언가 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자신보다 약간 큰 우현을 쳐다보며 뭔가 달라보인다는 것을 느꼈다. 그림 때문인가? 성규는 그런
생각을 했지만 자세히는 알 수 없었다. 자신의 감정인데도 잘 모르는다는 게 수상했지만 그랬다. 전처럼 얼굴이 빛나 보이지는 않는 것은
확실했다. 오히려 얼굴보다는 자신의 그림을 설명하는 우현의 손에 시선이 더욱 갔다. 저 손으로 이런 그림들을 그렸구나. 성규는 살짝
미소지었다.
"남우현씨."
"네?"
"손이 참 예쁩니다."
성규는 우현에게 칭찬을 던지고 어디론가 재빨리 걸어갔다. 우현은 그 말을 하기 위해서 고심했을 성규를 생각하지 웃음을 감추지 못 했다.
그리고 걸어가는 성규의 뒷모습에서 연분홍의 오로라가 보이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이런 생각을 하는 자신을 비웃었다.
*
전시회 관람을 마친 후 우현과 성규는 가까운 일식집으로 향했다. 눈이 너무 많이 와 둘 중 누구도 자동차를 가져오지 않았고, 택시를
타자니 꽉 막힌 도로를 알고 있었기 때문에 가까운 곳으로 들어갔다. 방 한 개당 테이블 하나만 있는 일식집은 충분히 고급스러워 보였고
충분히 비싸보였다. 나온 회 코스는 고급스러운 일식집답게 정갈했다. 회 한 점을 먹은 우현은 무언가 궁금한 듯 얘기를 꺼냈다.
"그런데 팀장님 작년 크리스마스 땐 누구랑 계셨어요?"
우현의 질문에 성규는 무슨 그런 걸 물어보냐는 듯 우현을 힐끗 쳐다본 뒤 얘기했다.
"크리스마스에 남자랑 있는 건 처음입니다."
성규의 대답에 우현은 허를 찔린 듯 웃으며 얘기했다.
"그래서, 싫으세요?"
성규는 입술을 혀로 핥으며 우현의 눈을 보고 말했다.
"싫지 않습니다."
그렇게 말한 뒤 바로 회에 집중하는 성규를 보며 우현은 뒤통수를 맞은 듯 멍해 있었다. 우현은 저런 앙큼한 말을 할 줄은 몰랐다고 생각하
며 결심했다. 저 남자를 갖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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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나의 독자님들.. 죄송해요.. 저를 매우 치세요..
제가 금토일 이 기간에는 글을 올리기가 힘들거든요..
그런데 제가 오늘 몸이 너무 안 좋네여 ㅠ.ㅠ 이렇게 글 쓰는거 오래 걸린 적은 처음이에여..
작각의 사명으로 그래도 썼는데..
똥퀄이라.. 내일이 되면 후회할지도 모르지만 ㅠ.ㅠ
혹시나 기다려주시는 독자님들을 위해서 올리고 갑니다..
제가 몸이 너무 안 좋아서 일일히 편지는 못 쓰드리겠어요 도저히..
그분들은 제가 꼭 6편때 써드리겠습니다 죄송해요ㅠ.ㅠ
| 죄송하니까 감출게요.. 자랑할만한 게 아니네요.. 죄송해요ㅠ.ㅠ |
곱님 연두님 베님 사물카드님 초코님 내사성님 자라님 감성님 밀가루님 멜루님 머프규님 해균님 로이킴님 루뜨님 이어폰님 이씨님 히로포님 두유님 매직홀님 까또님 요캉님 빡휠님 준석님 정말 죄송해요 6편 때 꼭 약속 지키겠습니다 죄송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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