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님 죄송해요
#.0.5
이 구석진 동네에 저런 남자가 있는 걸로도 모자라 카페 사장이라뇨. 나는 놀란 입을 벌리고는 멍하니 그 남자를 쳐다보았다. 곧 빗자루를 구석에 세워두곤 큰 걸음으로 성큼성큼 걸어오는데 심장이 괜히 두근거린다. 이 주체 안되는 설렘을 어찌하리오. 왜 내가 손님으로 들어오지 않아 번호를 딸 수 없는지, 나는 그것에 대한 큰 상실감을 느꼈다.
- 죄송한데 저희가 마감시간이 다 되서요, 내일 연락할까요?
남자는 제 주머니를 뒤적이다 명함도, 폰도 탈의실에 두고왔다며 커피포트기 앞으로 가 커피 여과지에 제 번호와 카페 번호, 이름을 적어주었다. 이름은 왜? 순간 의아했지만 뭐 확인은 해야하니까. 나는 여과지를 받아들곤 감사하다며 바로 자리를 떴다. 그 자리에 더 있다가는... 글쎄, 첫눈에 반해버렸다는 말이 튀어나올 것 같았다.
。
마지막 교양 수업을 끝으로 나는 곧바로 외투에 박아두었던 여과지를 꺼내 들었다. 어제 급하게 나오느라 여과지를 제대로 확인도 못했는데 하도 주머니에서 손을 꼼질대다 보니 여과지가 꾸깃하게 구겨져 있었다. 아이고 이 귀한걸 어째. 나는 금종이 다루듯이 소중하게 펼쳐 글씨를 보는데 꽤나 귀여운 글씨체였다. 전원우. 핸드폰에 번호를 먼저 저장하고 곧바로 전화를 걸었다. 신호음이 그렇게 길게 느껴지긴 처음이였다.
[ 여보세요? ]
- 어제 카페 알바 때문에 연락 드렸는데요
아 마감시간에 오셨던 분.
기억을 못하면 어쩌나 손톱만 물어뜯고 있었는데 다행히 기억이 난 모양이였다.
[ 편하신 시간대에 이력서 들고 찾아오세요. 마감시간 9시니까 그 전까지만 오시면 돼요. 기다릴게요. ]
기다릴게요? 이게 무슨 소리람. 나는 놀란 맘을 쥐어잡으며 간신히 전화를 끊었다. 무슨 알바를 구하는게 아니라 대행 남자친구를 구하는 느낌이였다. 도서관에서 후딱 이력서를 작성하고 카페로 향했다. 발걸음이 바쁜 하루다.
。
남자는 안경까지 끼고 땀에 젖어 조금 꾸깃해진 나의 이력서를 자세히 뜯어보았다. 땀때문에 글씨가 번졌나. 한참을 그렇게 뚫어지게 보다가 고개를 들어 나를 쳐다봤다.
-몇개만 물어볼게요.
혹시 카페 알바 한 적 있어요?
아뇨 카페 알바는 처음이에요.
내 물음에 고개가 위아래로 작게 흔들린다. 괜히 긴장이 되는 순간이였다. 혹시 카페 알바 경험 없으면 안될려나. 왜 그 많은 알바중에 카페 알바를 해본 적이 없었을까. 아쉬움이 들었다.
글쎄 이 물음에 뭐라고 답해야 할까. 커피향을 좋아하긴 하는데 커피를 좋아하는 편은 아니였다. 어린 입맛이라 쓴걸 못 먹기도 하고. 근데 카페 알바하러 온 사람이 커피를 싫어한다고 하면 괜히 밉보이는 거 아닌가? 그렇다고 먹지도 못하는 걸 좋아한다고 해서 나중에 커피만 마시게 되면 어떡하지. 짧은 순간에 머리가 미친듯이 돌았다. 아 뭐라고 해야해.
- 이름씨?
- 아... 죄송해요 커피향은 좋아하는데 커피는 잘 못 마셔요.
결국 말했다. 뒷목을 조심스레 매만지며 눈치를 보자 남자는 아까와 같이 그저 고개를 작게 흔들 뿐이였다. 어째 저게 더 맘에 걸린단 말야.
- 잘하는 음식 있어요?
쿠키라던가, 케이크라던가. 베이킹 아니라도 괜찮으니까 말해봐요.
세상 다정한 웃음을 지으며 물어보는데 역시나 머리만 뱅뱅 돌 뿐 쉽게 말할 수 없었다. 오랜 자취 생활이지만 요리를 해 먹는다기 보다는 시켜먹는 편이 많은데 그래도 잘하는 걸 뽑자면....
- 볶음밥이랑 주먹밥 잘해요!
내가 말하고도 민망해 삐죽 웃음이 나왔다. 남자를 올려다보자 저도 웃음이 나는지 바람 빠진 웃음소리를 내더라. 조금의 정적이 흘렀다.
- 우리 일단 일주일 맞춰 볼까요?
이름씨 내일부터 나와요. 자세한 건 문자로 보내줄게요.
성공이다. 나는 면접에서 떨어질까 조마조마해 평소에 당찬 모습을 모두 잃고 의기소침하기만 했는데 차마 붙을 줄 몰랐다. 놀라 토끼눈을 뜨자 안경을 벗더니 남자는 내일 보자며 내 어깨를 두어번 토닥였다. 이번 알바는 무슨 짓을 해서라도 버텨야겠다.
-
다음부터 본격적인 시작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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