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순간 핀트가 나갔었나보다.
종인의 뺨을 붙잡고 입술을 맞물린 순간까지도.
제가 지금 무슨 짓을 저지르고 있는지를 생각치도 못했다.
그리고 종인이 손을 뻗어 제 뒷 머리를 잡아끌며 깊게 제 입술을 빨아 들일 때에도.
그저 이 순간이 계속 되기만을 바라며.
[종인/재환] 너는 펫. 12
w. 유리엘
정신을 차려보니 이미 한탕 저지른 후 였다.
양호실 문까지 걸어 잠그는 치밀함과.
그리고 온 커텐이란 커텐은 다 치고서
그 정신에 어떻게 그랬는지 몰라도.
성교육 시간때 보여주는 용도로 사용하고 남은 콘돔까지 사용했다.
벌써 하교 시간이 다 되었는지 종소리는 들려왔고
재환은 멍하니 제가 무슨일을 저질렀는지 파악중이었다.
그리고 제 맨 살에 닿아오는 손길에 화들짝 놀라자
낮게 으르렁 거리며 종인이 재환의 등을 꽉 끌어안아주었다.
" 후회해요? "
" ... "
" 난 되게 기쁜데. 사랑한다고 말해주면 안돼요? "
" 종인아. "
" 아아 그만 그만 잔소리 시전 그만. "
" 나는 선생님이잖아. 그리고 너는 "
" 사랑해요. "
뺨을 감싸오는 온기와
저를 다독이는 손길에
그리고 저도 말하고 싶지 않았던 그 현실을
궂이 꺼내지 않아도 된다는 듯 저를 향한 사랑한다는 말.
사랑한다 답해주지는 못했지만
재환이 말갛게 웃었다.
딱 그 날 까지만.
다음날 학교가 발칵 뒤집혔다.
" 대체 일을 어떤식으로 하면 그렇게 되는겁니까! "
" ... 죄송합니다. 정말...흐윽.. "
" 이재환 선생. 지금 이게 울어서 될일입니까? 이건 아주 큰 일 이란 말입니다! "
종인과 재환의 문제 때문이었다.
학부모들은 저마다 재환을 사임하라 민원을 보내왔고
학교의 전화벨이 멈출줄을 몰랐다.
재환의 눈물 또한 멈출줄을 몰랐다.
재환의 등을 다독이며 울지말라고 달래는 학연도.
그 누구도 알 지 못했다.
재환과 종인이 특별한 사이라는 것을.
" 말이 됩니까. 매일 머리가 아프다고 그렇게 양호실을 찾아갔다는 학생인데 어떻게. "
" 그래요 양호선생이라는 작자가 어떻게 학생 뇌에서 암덩어리가 자라나는걸 모를 수 있단 말이에요 "
" 정말.. 죄송합니다.. 얼굴을 보러 갈 수 있을까요.. 흐윽..제발...제발 한번만 보게 해주세요. "
" .. 재환쌤, 지금 상황에선 무리라는거 알잖아요... "
악성뇌교종 이었다.
*악성뇌교종: 쉽게 말해 악성뇌종양(뇌암) 입니다.
자꾸만 머리가 아프다는 종인의 말에 종인의 어머니가 싫다는 종인의 손을 억지로 붙잡고 병원에 데려간 후 밝혀진 병명이었다.
" 네 월요일은 1,2,3 교시 밖에 없어요. 쌤은 왜 보건실에 안있고? "
" 나야 뭐, 잠깐 바람 쐬러 나왔지. 종인이가 맨날 아프다고 꾀병 부리면서 보건실 지켜주니까 괜찮아. "
" 너, 진짜 수업 안듣고 맨날 여기 와서 뺀질댈래? "
" 아 쌤, 제가 진짜 머리가 너무 아파서 그래요. "
" 쌤 저 머리가 진짜 너무 아파서 쉬어야 할 것 같은데... 어, 쌤 얼굴이 왜 그렇게 빨개요 열 나요? "
꾀병으로 치부한 자신 때문에
조금이라도 빨리 병원에 찾아갈 기회를 놓쳐버렸다고 생각하니 재환의 속이 말이 아니었다.
종인이 회생할 확률이 얼마나 적은지 익히 알고 있는 자신이 미웠다
조금이라도 희망을 가져보려고 해도 막막한 현실에 울음만 자꾸 터져나왔다.
제발 거짓말이라고 말해줘.
장난이라고 아니라고 말해줘.
그 얼굴이 보고싶어.
미안하고, 또 죄책감이 나를 억누르는데.
그래도 네 얼굴이 보고싶어.
그 태연하고 아무렇지 않다는 듯 웃으며 괜찮다고 말해줄 너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어.
내가 널 사랑한다고.
정말 많이 너를 사랑한다고.
겁나 빠른 전개 한 회만에 사랑하고 강제 이별 ^^*
너는 펫. 12
마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