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이 밝았다.
이상하게도 오늘은 택운이 학연이 먹을 아침을 해주거나
늦은 학연을 위해 이것저것 챙겨주질 않았다.
서비스는 하루만 이었던거야?
학연이 툴툴거리며 가만히 앉아있는 택운을 쏘아 붙였지만 택운은 대답할 기미도 없이 가만히 앉아만 있었다.
어제 재환이 돌아간 후에도 계속 택운은 저기압이었다.
아무리 쏘아붙여봐도 말을 걸어봐도 돌아오는 대답이 없자 학연은 그제서야 택운의 기분이 안좋다는걸 눈치챘다.
하지만 그 이유가 자신 때문이라는건 알리 없었다.
그래도 동거남. 아니 반려로봇이라고 해야하나... 아무튼 계속 함께 할 택운의 기분을 좀 맞춰줘 볼까? 싶어 학연이 먼저 운을 뗐다.
" 오늘 나 수업 없어. "
" ... "
" 게다 곧 방학이잖아. 그러니까 내말은.. "
말하거나 말거나 뚱하게 앞만 보고 앉아있는 택운이 마음에 안들었을 뿐이었다.
자신도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알 수 없었다.
택운의 양 뺨을 붙잡고 저를 보도록 고개를 돌린 후
택운의 입술에 쪽 소리가 나도록 뽀뽀를 하는 바로 방금전의 그 행동 말이다.
" 딱히 처리할 일이 없어서 하루 종일 교정 구경이나 하게 될테니까... 같이 학교에 가지 않겠냐구. "
그리고 어째선지 택운이 말갛게 웃어주는 모습에 가슴이 뛰었는지도.
알 수 없는거 투성이야.
학연은 입술을 비죽 내밀었다.
택운의 온기가 남아 있는 그 입술을.
[택운/학연] 너는 펫. 10
w. 유리엘
학연의 차를 타고 나란히 학교로 향했다.
택운에게 있어선 첫 외출이었다.
어린아이마냥 기뻐하는 모습에 학연은 자꾸만 웃음이 터져나왔다.
그리고 조금은 이해 할 것 같았다.
왜 반려 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반려동물에게 더 넓은 세상을 보여주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말하는지.
이렇게나 기뻐하는 택운의 모습은 처음이라서 학연은 조금 신기하면서도 뭉클하는 느낌이었다.
창 밖만 빤히 바라보는 택운의 눈빛이 말똥말똥 빛났다.
" 그렇게 좋아? "
" 응 좋아. "
" 예쁘지 나무도. "
" 주인님이 제일 예뻐. "
" ... 죽을래? "
" 아니? "
" 아유 됐다 말자 말아. 그리고 학교에서는 주인님이라고 부르면 안돼. "
" 왜? "
왜긴... 그렇게 되면 난 당장에 남색, 도그플을 즐기는 변태로 추락해 쫒겨날지도 모르는걸?
물론 차마 그렇게 말하지는 못하고 학연이 침을 꼴깍 삼키며 돌려말했다.
" 그러니까.. 원래 사람들 끼리는 주인님 그런 말 쓰는거 아니야. "
" 난 사람 아닌데? "
" 음.. 음.. 그러니까... "
" 왜? "
" ... 연인끼리는 그런말 쓰는거 아니야. "
에라 모르겠다.
도저히 택운이 이해할 만한 말을 찾지 못하고 학연이 택운이 납득할만한 말을 꺼냈다.
학연의 속도 모르고 택운이 또 한번 말갛게 웃었다.
" 연인... 그럼 뭐라고 해야해? "
" 어... 그... 이름을 불러야지. "
" 이름? "
" 응. 나는 너한테 택운아 라고 말하고 너는 .. "
" 차학연. 학연아. "
" 그래 그렇게 잘한다. "
차학연, 학연이.
옆에서 계속 계속 그 이름만을 중얼거리는 택운이 왠지 귀엽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얼마 안가 학교에 도착하고 나서 내리려는 차에 택운이 손을 뻗어 저지해왔다.
왜그래? 라고 말하기도 전에 택운이 학연의 고개를 제 얼굴을 향해 돌렸다.
아무것도 모르는 채 뭐야 뭔데 왜그래? 라고 말하는 학연에게 택운은 아무런 말도 하지않았다.
단지 택운의 표정이 잔뜩 찌푸려져 있었다.
" 왜그러는데. "
" 연아. "
" ... 어? "
" 연아. "
" 왜 택운아. "
자꾸만 울것같은 얼굴로 제 이름을 불러오는 탓에 학연은 조금 조급해졌다.
무슨일이길래 갑자기 이렇게 울상을 하고...
택운이 학연을 품에 안았다.
갑작스럽게 서로의 몸이 포개졌다.
뭔지는 몰라도 택운의 기분이 영 상해버린건가? 하는 마음에 학연이 손을 뻗어 택운의 넓은 등을 다독였다.
그때 학연의 핸드폰이 징징 소리를 내며 울렸다.
운전을 할 때엔 온 메세지가 자동으로 읽혀지는 기능을 사용하는데.
재환에게서 문자가 왔다며 청아하지만 뚝뚝 끊어지는 기계음이 차 안에 울려퍼졌다.
이.재.환.선.생.님.의.메.세.지.입.니.다.
야.너.썬.팅.도.안.하.고.그.렇.게.교.내.에.서.애.정.행.각.하.면.오.또.카.지.물.음.표.
헉.
학연이 얼른 택운에게서 떨어졌다.
갑자기 택운이 울상을 지으며 저를 못내리게 막은 이유를 그제서야 알았다.
재환 이었다!
어제 부터 기분이 영 나빴던 것도 재환 때문이었다!
헉.
떡 하고 벌어진 입술로 서로의 눈이 마주쳤다.
택운이 뽀뽀를 하려 달겨들자 그제서야 학연은 정신이 번뜩 들었다.
얼른 택운의 얼굴로 손을 뻗어 저지했다.
헐 대박사건.
" 너... 너 그럼 지금까지.. "
" 연아 뽀뽀. "
" ㅈ...질투?!?! "
호갱님, 질투보다 아웃팅 당하신게 더 대박사건^^
너는 펫. 10
마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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