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운이 아는 곳 이라곤 학연의 집 그리고 마이돌 연구소 밖에 없었다.
그만큼 택운의 세계는 좁았다.
애초에 학연의 필요로 인해서 태어나게된 존재였기에
택운에게는 학연이 가장 소중한 사람이었다.
만난지 정말 며칠도 채 안되었지 않느냐고?
그런건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학연은 택운의 전부였다.
단지, 학연은 다른 로봇들의 주인과는 달리, 정말 자신을 필요로 한게 아니라는걸.
오늘이 되서야 확실하게 알게 되었을 뿐.
변하는 건 없었다.
학연은 여전히 자신의 전부였고.
자신은 그를 미워할 수 없으며.
자신이 그저 로봇이기 때문에.
흘릴 눈물 같은건 없었다.
[택운/학연] 너는 펫. 09
w. 유리엘
학연이 나간 후로도 택운은 묵묵히 학연을 위해 집안일을 했다.
저녁에 돌아와 먹을 밥을 짓고
차곡차곡 갠 빨래를 옷장에 가지런히 정리도 하고,
학연의 침대 커버를 벗겨 깨끗하게 세탁도 해두고.
또 욕실 청소나, 방 청소도 먼지 한 톨 없이 깨끗하게 해두었다.
한가지 심술에 못한 일이 있다면.
재환이 벗어 두고 간 바지를 세탁하는 일이었다.
재환의 바지는 학연의 방 구석에 대충 구겨져 놓여 있었다.
더이상 할 집안일이 없어지자 택운은 같은 자리, 같은 표정으로 쇼파에 앉았다.
시계를 바라보니 6시가 넘어가는데 여적지 학연은 올 생각을 안했다.
그렇게 한 시간 즈음 지났을까 문을 여는 소리가 들려왔다.
쇼파에 그대로 앉아 고개만 돌려 문을 바라보는 택운의 표정이 아주 미세하게 변했다.
조금 웃음을 머금고 있었다. 어서 학연이 그 예쁜 얼굴을 보여주기를 바랬다.
애석하게도.
문이 열리고 들어오는 사람은 재환이었다.
" 아 쌤... 진짜 제가 세탁 해드린다니까요? "
" 아이, 됐어됐어, 집 앞에 세탁소 있으니까 드라이클리닝 맡기면 돼. "
" 아 진짜 제가 죄송해서 그래요. "
택운은 괜한 심통을 부렸다고 생각했다.
제가 재환의 바지를 세탁해 놓았더라면.
재환이 이렇게 자신이 학연을 위해 한 저녁을 학연과 함께 먹는다던지.
또 구석에 구겨져 있는 바지를 찾으러 학연의 팔목을 붙잡고 함께 학연의 방으로 들어가는 걸 목격하는 일은 없었을텐데.
택운의 표정이 어둡다.
그리고 슬금슬금 눈치를 보는 학연은 금방이라도 체할 것 만 같았다.
아까 낮에 그런식으로 말해서 마음 상했나?
근데 표정은 늘 똑같은 그런 심드렁한 표정인데..
학연은 아직도 택운의 미묘한 표정변화를 캐치하지 못한듯 싶었다.
그래도 택운이 온 집안일을 다 해두니 정말 편하다고 학연은 생각했다.
밥도 이렇게 해주고.
로봇 사길 잘했네 라는 기분이 그제서야 쪼끔 들었다.
재환에게 빚도 있고 하니 함께 저녁이라도 먹을까 싶어 나가 먹자 라고 말하려고 했지만
아무래도 택운이 한 밥을 안 먹고 버릴 수야 없어서 그냥 집에서 먹자고 말했더니 흔쾌히 그러자고 해서
함께 밥을 먹었다. 착한 재환쌤!
학연은 배려를 했다고 생각했다.
택운이 만든 밥을 버리지 않고 먹으려는 모습을 보였다는것만으로도 택운과의 오전의 일에 대한 보상? 사과? 같은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다. 학연의 그 행동이 택운에겐 또 한번의 상처였다.
학연이 웃고 떠들동안
택운은 자신도 눈물 이라는게 존재하기를 소망하고 있었다.
정말 무심했다.
네가 내 전부라서
나는 네가 오기만을 기다리며
네가 기뻐하기만을 바래서
네가 보고싶어서.
그 자리에서 널 기다렸는데.
택운이 울었다.
눈물이 없어서...
그저 눈빛으로만.
그렇게 택운과 학연의 3번째 밤이 지나가고 있었다.
호갱님 눈물 하품 방귀 트름 등 생리현상 서비스 신청시 추가요금이 청구됩니다. ^^
너는 펫. 09
마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