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살 연하남이랑 알콩달콩 사는 신혼일기
[BEST] 4살 연하남이랑 알콩달콩 사는 신혼일기
익명 댓글 127 추천 721 조회수 2017
안녕하세요. 저번 주에 웨딩 마치를 했습니다. 매번 댓글만 남기다가 처음으로 글을 써보게 되네요.
나이는 정확히 밝히지 않겠지만 남편도 저도 둘다 20대입니다. 결혼을 엄청 일찍 했죠?
결혼을 하게 된 과정은 사생활 보호(?)를 위해 고이 접어두고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저보다 4살 어린 연하 남편이 너무 귀여워요.
저만 알고 있기가 너무 아까워서 여러분들에게 알리고 싶어 글 쓰게 되었네요. 예쁘게 봐주세요. ♡
4살 연하남이랑 알콩달콩 사는 신혼일기
결혼을 마치고 저희는 욕심 안 부리고 국내로 신혼여행을 갔어요. 제주도에서 좀 지내보자는 둘의 공통 의견이 나와서 바로 표를 끊고 제주도로 향했답니다.
리조트에서 머물지 않고 조용하고 한적한 곳에 집을 빌려서 몇 주를 보냈어요.
여기 보니까 신혼여행 가서 한 번씩 크게들 싸우시던데 저는 안 그럴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저희부부도 한 번 된통 싸웠네요.
부부싸움은 칼로 물 베기라고 하잖아요, 금방 풀었지만 연애하면서도 잘 안싸웠는데 신혼여행 와서 싸우게 되더라구요.
어째 자랑하려는 글이 갑자기 폭로글이 된 것 같지만.. 다 그런 거겠죠 뭐.
일단 저희 남편이 캐나다에서 자랐거든요. 그래서 모든 게 신기해 보였나 봐요.
제주도에 바람이 많이 부는 특성에 따라 돌담과 전통 가옥구조를 본 남편은 도착하자마자 곳곳을 누비며 감탄사를 아낌없이 발산하더라구요.
우와~ 여보, 나 이런 곳 처음 와봐요.
혹시 이거 돌 하나를 빼면 다 무너질까요?
오! 여기에 그.. 된장, 간장, 고추장 이렇게 담긴 거예요?
4살 애기도 아니고 모든 게 궁금증 투성이인 제 남편을 뒤로하고 저는 짐을 풀고 식사 준비를 시작했어요.
아, 참고로 저희는 서로 존중하자는 뜻에서 존대말을 해요. 연애할때도 그랬구요!
남편은 제가 식사를 거의 완성시킬 때까지 계속 돌아다니면서 집 구경을 했어요.
저도 새벽 비행기 타고 공항에서 숙소까지 오자마자 짐 풀고 식사 준비하느라 피곤하긴 했는데 평상시 같음 바로 옆에 와서 도와줄 남편이 그날따라 어린아이처럼 굴더라구요.
자주 볼 수 없는 모습인지라 귀여워서 그냥 놔뒀어요.
그러다가 멈출 기미가 안 보이길래 도와달라고 남편을 불렀어요. 그런데 따뜻한 온돌 방에 들어오니까 노곤해졌는지 바닥에서 뒹굴며 저를 가만히 보더라구요.
" 뭐해, 와서 나 좀 도와주지 "
" 아우으.. 너무 졸려요~ "
남편이 연하지만 인터넷에 올라오는 연하남 환상과는 정반대로 성격 있고 눈물도 없는 편이고 애교도 그리 많지는 않아요.
그런데 그날따라 아이처럼 굴더라구요. 평상시에 좀 그렇게 해주지 제가 힘들고 기분이 안 좋을 때 비싼 애교를 부리니까 저한테는 씨알도 안 먹혔죠.
오히려 남편한테 점점 서운해졌어요. 그래서 저도 모르게 말투가 조금씩 딱딱해졌어요.
" 나는 안 졸리게요 그럼, 여보만 졸린 거 아니잖아 "
" 오늘 내가 운전도 했잖아요~ "
힐끔 남편을 보니 남편은 스마트폰 게임하면서 킥킥 웃고 있었어요. 그 모습을 보니까 화는 나는데.. 큰 소리 내기엔 지치고 그래서 묵묵히 밥했죠.
얄미워서 남편 밥은 그릇에 안 담고 평평한 접시에 퍼주었어요. 밥 먹으라고 식탁에 앉자마자 남편이 제 눈치를 보더라구요. 일부러 모른 척했어요.
" ..자기야... 왜 내 밥은 접시에요? "
" 글쎄요 "
" 자기는 그릇이고 나는 접시에요... 왜지.. "
힘들게 숫가락질 하다가 결국 젓가락으로 밥을 먹는데 남편이 고개를 갸우뚱거리면서 의아해했어요. 아 맞다. 우리 남편이 눈치도 조금 부족해요.
평소엔 그런 모습도 진지해 보이고 멋있고 귀여웠는데 그날은 미워보였어요.
남편은 그런대로 식사를 잘 마치고 자리에 앉은 체 옆방에 있는 티비를 시청했어요. 저는 가만히 남편을 보다가 그릇을 치우기 시작했죠.
들으라고 팍팍 소리 내면서 싱크대에 갖다 놓으니까 남편이 그제야 저를 보곤 이렇게 말했어요.
" 아! 내가 하려고했는데~ "
그 소리에 남편을 노려보니까 남편은 세상 해맑게 웃더라구요. 그날따라 왜 티비에선 남편이 제일 좋아하는 무X도전 레전드 편만 방송을 하던지..
저는 다시 쓸쓸히 설거지를 했어요. 설거지까지 하고 나니깐 정말 피곤해서 아무것도 하기 싫었어요.
그래서 안방으로 가서 혼자 이불 깔고 누웠죠.
티비를 다 보았는지 남편이 저를 애타게 부르더라구요. 무시했어요 그냥. 이미 저는 기분이 상해 있었거든요.
" 자기 일찍 잘 거예요? "
" .... "
" 응? 벌써 잠들었어요? "
남편이 제 이불 속으로 들어오려고 하길래 저는 벽으로 가까이 붙었어요.
남편은 제가 장난치는 건 줄 알고 웃으면서 다가오길래 그냥 일어났죠. 남편이 제 얼굴을 살피려고 손을 뻗길래 그것도 밀어냈어요.
그렇게까지 하고 나니까 상황을 조금씩 파악하더라구요.. (한숨)
" ...화났어요? "
" 응, 화났어요. "
" 왜요? 왜 화난 거예요? "
" 당신 정말 몰라서 물어요? "
제 말에 남편이 큰 눈알을 데구르르 굴리면서 생각에 잠겼어요. 흠- 심각하던 남편이 제 눈치를 보면서 말했어요. 모르겠다라고.
저는 답답해서 제 가슴을 주먹으로 쳤어요. 그러니까 남편이 놀라면서 막더라구요.
" 자기 안돼요- 차라리 나 때려요.. 내가 미안해요 "
" 여보는 여보가 왜 미안한지도 모르잖아요. 그러니까 나를 때려야지 "
" 아니 아니, 알아요 자기 왜 화났는지 "
" 뭔데요 "
" 내가 오늘 사랑한다고 안 해줘서! 맞죠? "
" 그거 아니거든요 "
저는 더 이상 남편이랑 말도 섞기 싫어서 이불을 뒤집어쓰고 누웠어요. 남편이 애절하게 저를 불러도 신경도 안 썼죠.
남편도 본인이 뭘 잘못했는지 모르니까 슬슬 자기도 기분이 안 좋아졌나 봐요.
남편도 말투가 그리 곱지만은 않아졌죠.
" 자기 계속 이렇게 굴면 나도 화나요 "
" 여보가 화날 일이 뭐가 있는데요, 여보는 계속 가만히 쉬기만 했으면서 "
" ...그거 때문에 그런 거였어요? "
남편은 제가 화난 이유를 알곤 갑자기 말이 없어졌어요. 저는 그냥 모든 게 속상하고 몸도 지쳐서 그런지 눈물이 나려고 하더라구요.
어린 남편 앞에서 울기 싫어서 꾹 참느라 숨소리도 커지고 바닥만 봤어요. 남편이 제 손을 잡으려고 해서 피했는데 그래도 남편은 손을 꼭 잡았어요.
저도 그땐 가만히 있었어요. 그때는 참지 못하고 닭똥 같은 눈물도 뚝뚝 흘렸더랬죠.
저는 화나고 답답하면 눈물부터 나오는 성격인지라.. 이런 제 성격이 싫네요ㅜㅜ
여하튼 가만히 앉아서 눈물만 흘리니까 남편이 손으로 닦아줬어요.
" 장모님한테 자기 안 울리겠다고 약속하고 왔는데... "
" ..... "
" 자기야,이거 장모님한테 이를 거예요? 그럼 나 큰일 나는데 "
그 와중에 우리 엄마 걱정하는 남편이 너무 웃겨서 울다가 웃음이 터져버렸어요. 제 웃음을 보고 남편도 시무룩했다가 표정이 풀어졌어요.
" 안되는데~ 자기 울다가 웃으면 안 돼요~ "
" 안 웃거든.. "
" 귀여워, 피곤하죠 누워요. 내가 자장가 불러줄게요 "
남편이 저를 꼭 껴안고 그대로 이불 위로 누웠어요. 그냥 누우면 되지 왜 굳이 불편하게 이래야 되나 싶었는데 남편이 너무 귀여워서 가만히 있어줬죠.
아이고 좋다~ 하고 나이답지 않게 구수한 감탄사도 하니까 더 귀여운 거 있죠.
게다가 자장가 불러준대놓고 코 골면서 저보다 먼저 자는 걸로 마무리하는 제 남편.
남편이 아니라 애완견 데리고 사는 것 같아요.
..쓰고 나니 정말 부부싸움은 칼로 물 베기네요.
-
제주도에 머물면서 재밌었던 일이 또 한 가지 있어요.
저희 남편은 특정 단어에 꽂히게 되면 계속 반복하고.. 반복해서 말하거든요. 예전에는 고기고로케라는 단어에 꽂혀가지고 노이로제 걸릴 뻔했는데...
장을 보러 시장에를 갔어요. 남편이 해산물을 못 먹는데 저는 해산물을 좋아해서 구경만 하고 갈 겸 해산물 코너를 돌고 있었죠.
도중에 살아있는 게를 보고 남편이 멈춰 섰어요. 무서운데 신기해서 보고는 싶고 그런데 가까이는 가기 싫었는지 제 뒤에 숨어서 막 보더라구요.
그런 남편을 보고 아주머니께서 한 마디 하셨어요.
" 아이구 남편이 마누라 뒤에서 뭐 하는 거야 "
" ...마누라? "
" 그려, 남편이 돼서 마누라 뒤에 숨어있으면 어떡해~ "
" 마누라가 뭐예요? "
마누라라는 말을 처음 들은 남편은 아주머니께 마누라에 대해 5분 동안 설명을 듣고나서 발걸음을 돌렸어요.
저와 걸으며 마누라.. 마누라.. 마누라.. 주문처럼 반복하는 모습을 보며 아, 당분간은 마누라구나. 싶더라고요.
아니나 다를까 그 후로 뭐만 했다 하면,
마누라~ 이리 와봐요~
내 마누라 이거 먹어봐요!
마누라 나 안아줘요~
마누라, 마누라 거리는데 그런 모습 보면 또 하루의 피곤이 다 풀리는 것 같아요. ㅎㅎ 영상으로 남겨서 힘들 때마다 보고 싶은데 카메라 들이밀면 또 갑자기 확 돌변해서 웃지도 않고 안된다고.. 튕기네요.
그렇게 우여곡절 장을 보고 그냥 가기가 아쉬워서 시내를 돌아다니고 있었어요. 손잡고 다니는데 남편이 인형 뽑기에 한 눈이 팔려있는 동안 밖에 나와서 서있었어요.
그런데 어떤 남성분이 오셔서 말을 걸더라구요. 자세히 들어보니 요 앞에 휴대폰 가게 영업원이었어요.
핸드폰 바꿀 때 되지 않냐고, 안에 들어와서 쉬었다 가라며.. 가기 싫다니깐 억지로 팔을 잡고 데려가려고 했어요.
힘도 세서 당황해서 질질 끌려가는데 그 남성분 팔을 누군가 잡더라고요. 알고 보니까 우리 남편이었어요.
" 이거 놓으세요. "
" 뭐야, "
" 뭐야 아니고 내 마누라에요. 얼른 이거 놔요 "
남자를 떼어내고 남자가 잡았던 제 팔을 계속해서 털더니 제 얼굴을 감싸고 괜찮냐고 묻는 남편이 얼마나 듬직하던지.
마냥 어리기만 한 게 아니고 이렇게 남자다운 모습으로 저를 설레게 해주는데.. 지금도 쓰면서 웃음이 나네요. ㅎㅎ
장바구니도 무거운데 꾸역꾸역 자기가 들겠다고 양손 가득 힘들게 끝까지 들고 가고 집에 도착하자마자 팔 주물러달라고 애교 부리고.. 아직도 철부지 같은 면이 있긴 해도 너무 사랑스러워요.
너무 자랑만 한 것 같아 눈치가 보이지만 여기 아니면 자랑할 곳도 없어서... 이미 친구들한텐 제가 도둑이라고 욕 많이 먹었거든요.
마무리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모쪼록 여러분들도 즐거운 신혼생활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