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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의 호기심이 빛을 훔쳤다
02
w.요거
태어나 난생처음 겪어본 감정이였다. 전학생, 아니 태형이의 원래 등교일자는 내일이라고했다. 오늘은 학교를 구경하던차에 구석진곳까지 들어와본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폐음악실에서 들어와 뜬금없는 반했단소리까지, 조금은 당돌한애라고 생각했지만, 조금이 아니라 많이, 그것도 아주많이 당돌한 애였다. 내 엉망인 얼굴을 가리려든 두 손을 확 떼고선 내 얼굴을 빤히 쳐다보질않나, 그리고선 그대로 손을 잡은채로 그 폐음악실을 나왔다. 음악실을 나오고서도 태형이는 내 손을 놓지 않고 어디를 가려는건지 자꾸 걸었다.
대체 어딜가는거냐고 입이 떼어질때쯤 태형이는 탁 멈춰섰다.
"너 얼굴 가까이서보니까 좀 엉망이더라. 아 못생겼다는게 아니라 눈물자국같은거말이야. 여자화장실이라서 내가 같이 들어가줄수도 없네, 미안"
그러니까, 지금 내가 멈춰선 곳은 바로앞에 화장실이 있는곳이었다. 태형이는 입술을 가만두지 못하며 내게 미안하다고 말해왔다. 대체 뭐가 미안한건지 알수없었지만 싫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따뜻했다. 따뜻하다는게 뭔지 잘 모르지만 따뜻함이란게 이런거구나. 할정도로 내게 태형이는 크게 다가왔다. 고등학교에 입학한 뒤 제대로 된 웃음이나 아늑한 감정은 찾을수도 없었는데, 갑자기 이런 감정들이 한번에 훅 밀려오니 나는 화장실에 들어가지 못하고 그저 태형이를 빤히 쳐다봤다. 그냥, 너무 따뜻해서. 오늘 처음본애한테서 난데없이 이런 감정이라니. 나도 정말 힘들긴 힘들었나보다.
"뭐야 왜 또 울어, 뚝!"
"흐끅, 흐.. 흡"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 머릿속에선 바보같이 처음보는 애앞에서 뭐하는짓이냐며 눈물을 멈추라고 내게 말해왔지만, 그 말을 들을수가 없었다. 오히려 한번 터진 눈물이 주체할수없이 더 흐르기에 이르렀다. 이유는 나도 정말 궁금하지만 알지못했다. 눈물이 흐르는 두 볼위를 태형이 어루만져주었고 내 머리를 자신의 가슴팍에 기대게 했다. 그냥, 이대로 시간이 멈췄으면. 오늘 처음으로 신이 있다는걸 깨달았다. 날 구원해줄 사람을 내게 보냈다. 위태로운 날 구원해줄, 날 보듬어줄.
그렇게 갑작스럽게 날 찾아온 너는, 벼랑끝에 매달려있는 나를 붙잡았다. 너에겐 내가 한낱 왕따를 당하는 애라고 낙인찍혀버렸을지도 모르지만, 상관없다.
너는 내 구원자다.
한참을 아무말없이 기대고있다 갑자기 머쓱해져 화장실안으로 쏙 들어와버렸다. 아마 태형이는 지금 엉거주춤한자세로 여자화장실 문을 쳐다보겠지. 나도모르게 작은 미소가 지어졌다. 과연, 내가 이런 행복을 누려도 되는걸까. 감히 내가 이렇게 해도 되는걸까. 이런저런 생각을하며 수돗물을 틀어 얼굴에 묻은 눈물자욱과 속눈썹들을 떼어냈다. 이내 얼굴은 말끔해졌고, 거울을 쳐다보았다. 눈밑에 약간 긁힌 자욱은 지우지못했지만 이건 못지우는거니까.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대충 손으로 빗고 가만히 거울을 쳐다보았다.
손목에 있는 시계를 쳐다보자 3시 5분이었다. 아, 6교시를 들어가지 못했다. 선생님도 친구들도 나에게 아무런 신경을 쓰지않아 운이좋다면 무단결석으로 처리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오늘 마치고 출석부를 확인해봐야겠다 하며 화장실문을 열고 나갔다. 여전히 태형이는 앞에 서있었고, 화장실에서 나온 내 얼굴을 빤히 쳐다보며 이제 되었다는듯 웃음을 내보였다.
아까 태형이의 가슴팍에 기대 눈물을 흘렸던게 화근이었나, 갑자기 양볼에서 후끈한 열기가 전해졌다. 아까의 상황을 다시 생각하자 너무 부끄러워 다시 화장실안으로 들어가고싶었지만 나를 이상한애로 볼것이 뻔해 그러지않고 고개만 푹 숙였다. 도저히 부끄러움을 이길수 없어서 이제 수업에 들어가봐야 한다고 태형이에게 말했다.
".. 나 이제 수업에 들어가봐야 할것같은데.."
늑대의 호기심이 빛을 훔쳤다
w.요거
아쉽게 바라보는 태형이와 내일보자며 인사를 하고 나는 내 교실이있는 본관으로 돌아왔다. 수업이 끝나기 10분전, 선생님이 교실앞에 서서 열심히 뭘 떠들어댔다. 차마 수업중인 교실의 문을 열고 들어갈 용기가 없어 수업이 끝날때까지 여기 있어야겠다 하며 교실앞에 작게 웅크려 앉았다.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그저 멍-하니 있었다. 아무생각도 하지않았는데 괜시리 볼이 아까처럼 붉은색으로 물들어가기 시작했다. 나는 미쳤다. 미친게 분명하다. 난생처음본애한테 볼을 붉히는 수준이라니, 걘 날 어떻게봤을까, 혹시 이상한애로 보진 않았을까.
급히 파도처럼 물밀려오듯한 후회들을 애써 다 삼키고 마음을 다시 진정시켰다. 무슨일이일어난걸까. 이렇게 나혼자 설레발치는게 너무 부끄러웠지만, 나도 제어할수가 없다.
쓸데없는 자잘한 생각들을 하다보니 학교가 마치는걸 알리는 종소리가 들렸다. 종소리가 울림과 동시에 몇초가 채 지나지않아 선생님은 앞문을 통해 교실밖으로 나왔고, 나와 눈이 마주쳤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말도 하지않고 교무실로 향했다. 이젠 너무 익숙한상황이라 상처받을 마음도 더이상 없었다. 나는 교실뒷문을 조심스레 열어 내자리가 있는곳으로 가 가방을 챙기기 시작했다. 책상위에 올려져있는 필통들과 공책들등 자질구레한것들을 다 챙기고 가방문을 잠구었다. 그때, 내 책상위를 툭툭 두드리는 소리가나 쳐다보니 잊고있었던 존재가 날 반겼다.
전정국이였다.
하얀 얼굴을 들고선 내게 마음잘 추스르고 오라며 천천히 오라고 친절하게도 말해주었다. 생각치못했다. 그래, 이때까지 정국을 잊고있었다. 새삼스럽게 또 이런생각이 들었다. 태형이가 와도 변하지 않을것만같은 생각. 결국엔 또 나혼자 남을것같다는 생각. 또다시 상처를 받을것만같은 쓰레기같은 생각들이 들었다. 그래, 정국도 처음엔 내게 이렇게 다가왔었다. 생각을 해보면 소름돋을정도로 너무 비슷하게 다가온 둘이었다.
정국이도 태형이와 마찬가지로 내가 울고있을때 똑같이 달래주었고, 나는 그의 어깨에 고개를 비스듬히 기대 위로를 받았었다.
원체 눈물이 잘 나는 성격인걸 알지만 이정도로 많을줄은 몰랐다. 지금도 눈물이 나려하고있었다. 두려워서. 태형이도 종국엔 정국이처럼 될것같아서, 너무 무서웠다. 또다시 이런 배신을 당한다면, 나는 버티지 못할것같았다. 아니, 버티지 못한다. 애써 억눌러왔던 머릿속의 상처들이 스멀스멀 뱀처럼 기어나오기 시작했다. 소름돋게 웃으며 자신의 모든게 연기였다는 정국, 무수한 지폐들을 바닥에 처참히 떨어뜨리고 나를 더러운벌레보듯했던 정국. 봇물터지듯 더러운 기억들이 새어나왔다. 오물이 잔뜩 새어나오기 시작한 구멍을 막으려 온 힘을 다해보았지만 나는 막지 못하고 주저앉았다.
조금 진정이 되었을때쯤, 정국이 나를 부른곳으로 느린걸음을 떼기 시작했다. 방금 태형과 있었던 시간의 기억들은 온데간데없고 과연 정국이 내게 말해주는게 뭘까, 도대체 어떻게 엄마가 그런일을 하는걸 알았을까, 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걸까. 온통 적막으로 뒤덮인 생각만이 내 기억을 지배했다.
그렇게 넘치게많은 혼란스러운 생각을 하며 끊임없이 걸었더니 어느새 정국이 나를 부른곳, 창고앞에 도착했다. 문고리를 잡았지만 손이 쉽게 움직이지 않았다. 마치 누군가 손을 움직이지 못하도록 저주를 건것만 같았다.
마치, 판도라의 상자처럼. 이문을 열게되면 모든 죄악들이 다 새어나오지않을까.
조금 떨리는 손을 힘을줘 문을 열었다. 문을 열자마자 보이는건 전정국이었다. 그의 친구들 여러명과 함께있을꺼라 생각했지만 의외로 혼자 덩그러니 있어 조금 놀랬다.
정국은 은은한 웃음을 띄며 내게 말해왔다.
"어, 왔다. 내 이복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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