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출 예약
호출 내역
추천 내역
신고
1주일 보지 않기
카카오톡 공유
주소 복사
다앙근에 대한 필명 검색 결과
모바일 (밤모드 이용시)
댓글
사담톡 상황톡 공지사항 팬픽 만화 단편/조각 고르기
이준혁 온앤오프 샤이니
다앙근 전체글 (정상)ll조회 1902l 2
여주: 주나나 (일본어로 じゅうなな=17) 

 

독방에서 넘어왔어요 ^0^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한명만 고르기 

그럼 해피 망상 타임~ 

 

 

 

1. 최승철 

[골라봅시다/세븐틴] 남친 고르기-힙합팀 | 인스티즈 

 

어찌보면 서강준, 어찌보면 지창욱. 

어찌보면 강아지상이었다가, 어찌보면 고양이상이었다가. 

늑대도 좀 있는거 같고, 사막여우도 언뜻 보이는데. 

정신 팔린 사이에 내가 걸렸어요. 

 

"아이, 나나야! 정신 차리자!" 

 

분위기가 왁자하게 또 넘어가요. 선배가 신나게 소맥을 말아요. 나도 들떠요. 나 취하면 이런 촉 예민해지는데. 너는 너무 티가 나게 나를 쳐다봐요. 어쩜 사람이 숨길 줄을 몰라요? 그냥 흑기사 하고싶다고 말을 해요. 

 

"아, 저 지금 술 더 먹으면 안될거 같은데," 

"에이, 그러면," 

"저 흑기사요! 승철이!" 

 

잽싸게 선수를 치고 자리에 앉아버려요. 너는 목이 벌게져요. 오오오- 하면서 선배들이 분위기를 몰아가요. 나는 한술 더 떠 그러게 내가 들킨댔잖아, 하며 능청을 부려요. 너는 귀까지 붉어져요. 

 

"아, 술이 들어간다 쭉쭉 쭉쭉쭉! 쭉쭉 쭉쭉쭉!" 

 

얼굴도 붉어진다. 너는 또 흘끔거리며 기침을 하며 배시시 웃으며 잔을 내려놓아요. 괜찮아요, 괜찮아요 해요. 괜찮지 않을걸, 주량 다 됐을텐데. 

 

"소원을 말해봐! 네개만 말해봐!" 

 

눈이 살짝 풀렸어요. 그 큰 눈을 느릿느릿, 두어번 껌벅이더니 곧 울상을 짓곤 저 화장실 좀 다녀올래요, 해요. 

 

"빨리 갔다와. 소원 갔다 와서 말해." 

"야, 나나야, 니가 승철이 부축 좀 해줘라. 네 흑기사잖아." 

 

선배들이 다시 박수를 치며 넘어가요. 나는 마른 세수를 계속하는 덩치를 데리고 자리를 빠져나와요. 

 

"괜찮아? 내가 괜히 시킨거야?" 

"아냐, 아냐, 버틸만해. 괜찮아." 

 

화장실까지 가는 그 짧은 복도에 등을 두번이나 쿵쿵 부딪히면서도 너는 자꾸 괜찮대요. 그런 네가 갑자기 등을 홱 돌려 뒤따라가던 날 바라봐요. 

 

"나 그냥 바람 좀 쐴래." 

"어? 그래." 

 

자연스럽게 따라나와 혼잡한 거리 귀퉁이 술집 건물 입구 계단에 주저앉았어요. 너는 무릎을 감싸안고 얼굴을 자꾸 비벼요. 어떡하지, 진짜 괜히 시켰나. 가볍게 놀리려던 것뿐이었는데. 무릎을 잡고 살살 흔들어요. 

 

"승철아, 승철아," 

"어, 엉?" 

"승철아, 괜찮아? 힘들어?" 

 

네가 또 느릿느릿, 눈을 껌벅여요. 그 긴 속눈썹이 펄럭거리는게 보일 것만 같아요. 천천히 팔을 구부려 턱을 괴어요. 

 

"..? 승철아." 

"..." 

 

너는 말도 없이 나를 쳐다보기만 해요. 

 

"주나나." 

"..." 

 

나는 가만히 네 무릎을 잡고 눈을 들여다봐요. 문득 어떤 느낌이 와요. 

 

"하, 씨, 왜 너 다 알면서 왜.." 

"무슨 얘기야? 나 이해 못했어." 

"아이씨, 나나 너 다 알잖아 지그으음.." 

 

네가 또 얼굴을 막 비벼요. 순식간에 마음이 달아요. 빨리 말해버려. 이 느낌이 맞는거야? 

 

"내가 뭘 아는데?" 

"너 아까 나, 너 눈치 다 깠잖아아아.." 

"뭐 말하는거야?" 

 

네가 드디어 머뭇대던 입술을 열어요. 

 

"나, 흑기사 소원, 지금 쓸래." 

"생뚱맞게 지금..? 뭔데?" 

"니가 예스라고 해주기." 

 

채 고개를 끄덕이기도 전에, 눈을 질끈 감은 네가 내 손을 꽉 잡고 한 마디를 건네요. 

 

"사귀자." 

 

 

 

2. 전원우 

[골라봅시다/세븐틴] 남친 고르기-힙합팀 | 인스티즈 

 

"VCR 다 됐어요? 조명? 조명팀? 테스트 끝났죠? 네, 틀어볼게요-" 

 

배경으로 깔기로 한 VCR에 오류가 생겼어요. 생방 2시간 전. 비상이 걸렸어요. 무대미술팀 막내인 나는 도와줄 수 있는 부분도 딱히 없고 해서 HDMI 케이블을 넉넉히 사오기로 했어요. 방송국 맞은편 문구점을 털어 케이블을 색깔별로 사서 돌아와보니 아뿔싸, 선배들이 다 흩어졌어요. 누구에게 가야 하는거지. 

 

"PD님, PD님." 

"어, 네. 왜 그래요?" 

 

대본에 시선을 붙박은 네가 건성으로 대답해요. 

 

"저, HDMI 사왔는데 선배님들이 다 흩어지셔서," 

"야, 무대! 막내 관리 안 하냐!" 

 

불현듯 네가 저 건너편에 대고 소리를 질러요. 화들짝 놀라서 물러서요. 선배가 짜증스러운 표정으로 달려와요. 

 

"네, 네, 무대 왔습니다." 

"케이블 사왔대잖아. 애 몰라서 헤매는데." 

"아, 그거 연출 갖다주면 되는데." 

"다들 바쁘다. 제대로 좀 하자." 

 

바삐 말들이 오가요. 선배가 컨트롤 박스를 가리켜요. 너에게 인사를 꾸벅, 해요. 너는 걱정인지, 언짢은건지 헷갈리는 눈길을 거두고 다시 대본을 봐요. 

 

괜히 여쭸나봐. 가슴에 돌덩이가 내려앉아요. 

 

 

정신이 하나도 없는 음악방송이 끝나요. 마지막 카메라가 꺼지고 나면 물이며 꽃가루들로 엉망이 된 바닥을 정돈하러 밀대걸레를 들고 올라가요. 이제 막 올라가려는 나를 옆에서 누군가 툭 쳐요. 너. 

 

"잠깐 볼까요?" 

 

혼나려나봐요. 

 

"이름이 뭐라고 했죠?" 

"주나나입니다." 

"나나씨, 내 직함이 뭐지?" 

"PD님이요.." 

 

"나는 프로그램을 총괄하는 사람이에요. 몰라서 물어본건 잘했어요. 모를땐 부정확하게 일을 더 키우고 그러면 안되거든, 다들 바쁘고 힘드니까." 

"네.." 

 

"그런데 나는 아까도 봤겠지만 VCR도 그렇고, 음향팀도 같이 비상이라 다들 바쁜데, 대장이 놀 순 없잖아요. 그쵸?" 

"네.." 

"나나씨한테 심부름시킨 사람이 있잖아요. 그 사람 소속은 어딘지, 어디로 가면 되는지는 미리 물어보고 출발했어야죠. PD인 내가 그것들 하나하나 지시하기엔 일이 너무 많아요." 

"넵, 죄송합니다." 

 

인사를 꾸벅하고 발끝만 보고 있어요. 

잠시 말이 없어 나는 마음이 더 무거워져요. 

 

"나나씨," 

"네?" 

"그래도 오늘 잘했어요." 

 

예상치 못한 칭찬에 고개를 들어요. 너는 부드럽게 풀어진 눈으로 나를 봐요. 

 

"신입이라 아직 일 많이 모를텐데, 모른다고 기죽지 않고 알 것 같은 누구든 붙잡고 물어보고, 선배들 바쁘다고 이리 뛰고 저리 뛰고 하면서 돕고, 그건 잘한거에요. 오늘 잘했어요, 나나씨." 

 

네가 어깨를 두드려요. 나는 아직 상황파악이 안돼서 벙쪄있어요. 

 

"주말에, 뭐해요?" 

"아, 저, 그, 집에.. 그냥 있어요." 

"나랑 뭐, 놀이공원이라도 갈래요? 무대미술이고 하니까, 그런 것들 많이 봐둬야 도움되고 그러니까." 

"아.. 네?" 

"왜, 핀터레스트로 보는거랑 실제로 보는거랑은 많이 다르잖아요. 그, 막내 챙기는 것도 엄밀히 따지면 총괄인 내 일이기도 하고. 가서 일이 어떻게 돌아가나, 이런 것들 좀 보고 오게." 

 

나는 다시 고개를 푹 숙여요. 빨개졌을 것 같아요. 뺨이 뜨겁거든요. 

 

"아, 네." 

"간다는거죠?" 

"네, 네, 갈게요." 

 

네가 팔짱을 고쳐 껴요. 나는 이 자리가 몹시도 어색해졌어요. 

불쑥, 네가 손을 내밀어요. 

 

"잘 부탁해요, 나나양." 

"아, 네, PDㄴ.. 네?" 

 

미묘하게 호칭이 바뀐 것 같은데. 너는 손을 내밀고 웃기만 해요. 아까보다 눈이 더 부드러워졌어요. 비유하자면, 솜사탕? 

 

뭘까. 나 혼나러 온 것 같은데.  

너는 계속 웃기만 하고.  

 

너는 알 수가 없는 사람이에요. 

 

 

 

3. 김민규 

[골라봅시다/세븐틴] 남친 고르기-힙합팀 | 인스티즈 

 

"나다. 직진." 

 

등굣길에 정수리에 뭐가 얹혔길래 뭔가 했더니 네 목소리가 들려요. 그대로 네 손아귀에 꼼짝없이 눌린 채로 등교를 해요. 

 

"저기, 야, 놓고 말하지. 너인거 알겠으니까." 

"숙제는?" 

"심화반?" 

"어. 나 다 못했는데." 

 

너는 무슨 숙제를 그렇게도 자주 까먹는지. 이젠 아주 저 말만 나오면 내가 자동으로 숙제를 빌려주는게 일과가 되었어요. 우리반 애들도 내가 너랑 친한거 다 알아요, 이제. 어떻게 몰라, 매일 오면서. 정수리를 누른 손을 치워내고 물어요. 

 

"기벡?" 

"적통." 

"야, 적통 그거 얼마 남았다고 그걸 안 해오냐, 등/신아." 

"아, 몰라. 보여줘." 

"니가 좀 해! 제대로도 못 베끼면서 맨날 빌려달래, 으휴." 

"에헤, 보여줄거지-" 

"꺼져, 좀." 

 

되도 않은 애교를 부려요. 냉큼 수특을 꺼내 떠다밀고 교실로 올라가요. 1층에서 네가 고마워-하고 소리를 질러요. 어휴, 시끄러. 

 

 

심화반은 5교시에요. 수학 성적별로 3개 반을 나눠서 수업을 하는데 그 중에 우린 같은 반이에요. 책을 펄럭거리며 친구와 심화반 수업을 들으러 교실을 옮겨가면 책상에 걸터앉아 낄낄거리며 떠드는 네가 보여요. 무리들을 헤치고 들어가 손을 불쑥 내밀자, 

 

"어, 야. 고맙다." 

"값이나 하고 말해라. 쿨피스 하나도 안 사주면서." 

 

가운뎃손가락을 날려주고 자리를 골라 앉아요. 갑자기 아까 무리들이 오올 하면서 너를 놀려요. 벨이 울려요. 선생님은 곧바로 들어오세요. 책을 펴요. 무언가 바스락, 걸려요. 

 

"뭐야." 

 

〈17171771> 

 

쪽지에요. 너를 돌아다봐요. 시치미 뚝 떼고 능청스럽게 페이지나 찾고 있어요. 뭐야, 이건. 친구가 소곤거리며 물어요. 

 

"뭐야?" 

"몰라, 김민규가 넣어놨나봐." 

"17171771?" 

"알고보면 지 등급아냐? 큭큭." 

 

다시 고이 접어 필통에 넣어놔요. 나중에 물어보지, 뭐. 

 

 

그리고 그렇게 하루가 흘러요. 쪽지고 뭐고 새까맣게 까먹고 있다가 하굣길에 다시 너를 마주치자 생각이 나요. 뭔가 말할게 있었는데, 뭐였더라.. 아, 쪽지! 

 

"오늘은 왜 혼자 가냐?" 

"워씨, 아, 주나나." 

"뭐 이런걸로 놀래고 그러냐." 

"아 너같으면 안 놀라겠냐, 이 밤길에!" 

"자기는 등굣길에 내 정수리 누르면서 갔으면서!" 

"넌 놀라진 않았잖아." 

 

투닥투닥거리며 집으로 함께 걸어요. 동네도 같은 동네. 쪽지를 물어볼 타이밍은 헤어질 시간 가까이 되어 찾아와요. 

 

"아, 맞다. 너 그 쪽지 뭐냐?" 

"어? 아, 수특?" 

"어, 그거. 네가 넣어놓은거 아냐?" 

"어, 맞아. 내가 넣었어." 

"무슨 뜻이야?" 

"니 욕이야." 

 

또 싸워요. 

 

"후, 장난치지 말고. 나 체력 딸려서 힘들어. 무슨 뜻인데?" 

 

갑자기 손에 무언가를 턱, 올려줘요. 

 

"그저께였지? 뒤늦은 생일 선물. 내일 보자!" 

 

쌩하니 자기 아파트 단지로 들어가버리는 너. 

푸른 하늘과 잔디밭에 분홍색 옷을 입은 멤버들이 있는, 촌스런 음반이에요. 자우림 5집? 생뚱맞게, 웬 락? 

 

 

씻고 나와 수특을 펼쳐놓고 CD를 틀어요. 우스꽝스러운 드럼 위에 기타가 잠깐 흐르더니, 낯익은 하하하쏭이 나와요. 발을 까닥거리며 문제에 집중해요.  

수록곡이 많은지 음반의 끝이 안 보여요. 집중력이 풀릴때 CD를 좀 더 들여다봐요. 수록곡이 뭐가 있나.. 

 

"오," 

 

낯익은 숫자를 발견해요. 17171771. 11번 트랙. 

 

천사의 미소처럼 새들의 노래처럼 

이토록 사랑스런 당신이 좋은걸요 

어서 내게로 와요 영원히 함께해요 

우리 함께라면 두렵지 않은걸요 

 

목소리를 살살 꼰 김윤아가 사랑 노래를 불러요. 

난 또 뭐라고. 학교 밴드에서 보컬을 하는 너는 이전에도 뜬금없이 추천곡을 던져주곤 했어요. 쪽지로 받은 적은 처음인데. 

 

그런데 뭐 생일선물이니 뭐니 꼬아서 이렇게 거창하게까지야. 

그냥 말해주면 될걸. 

 

〈들었냐> 

〈어때> 

 

카톡으로까지 물어보고. 오늘따라 유달리 지극정성이네. 

 

〈좋네> 

 

답장하기 무섭게 카톡이 징징징 울려요. 

 

〈좋다고?> 

〈진짜지> 

〈구라아니지> 

〈무르면 안된다 진심> 

〈주나나 너진짜 좋다고했다> 

 

공연때도 아닌데 셋리스트 짜나? 무르긴 뭘 물러. 뭐가 진짜 좋고 말고야. 진짜 오늘따라 왜 이래. 

 

〈닥쳐 숙제나 해> 

 

대답하고 다시 문제를 풀어요. 

너는 내일도 숙제를 빌리러 올테니까요. 

 

 

 

4. 최한솔 

[골라봅시다/세븐틴] 남친 고르기-힙합팀 | 인스티즈 

 

"안녕하세요-" 

"아, 안녕하세요." 

 

친구가 기어코 너를 불렀어요. 내가 그렇게 말렸는데 뭐가 그리 볼 일이 있고 약속한게 있다는건지, 끝끝내 주변에 산다는 너를 불러내요. 나랑 술먹겠다고 나온 자리에, 자기 남사친을 왜? 살짝 언짢아져요. 씹던 오징어 다리짝을 급하게 삼키며 인사를 해요. 

 

"저," 

"아, 얘기 많이 들었어요. 친구시라고," 

"아, 네. 주나나라고 해요." 

"저는 최한솔이라고 해요." 

"눈이 예쁘시네요." 

 

깊은 눈과 얇은 입술과 팔자주름이 언뜻 스쳐가요. 친구가 술을 더 시키더니 우릴 보고 뜬금없이 우렁차게 외쳐요. 왜 그래, 야. 

 

"야, 무슨 다른 사람이 보면 너네 소개팅 나온거 같겠다. 푸하하!" 

 

그렇겠지. 주선자가 만취한거 빼면. 

어금니를 깨물고 친구 허벅다리를 꽉 꼬집어요. 

 

"꺅-! 야, 아프잖아!!" 

"따라나와." 

 

억지로 입꼬리를 올려 너에게 웃어보이고 친구를 끌고 나와요. 

 

"야, 너는 나랑 술 먹자고 나온게 니 친구를 왜 불러? 그것도 망해가는 게임에." 

"아 왜.. 사람 많으면 재밌잖아- 걍 같이 먹어, 너도 새 남ㅊ, 아, 아니, 친구 생기고, 응? 좋네-" 

"아 왜 이렇게 이기적이야, 애가!!" 

 

화가 나 버럭 소리를 지르자 게슴츠레한 눈을 억지로 맞춰요. 

 

"싫어? 싫음 말고.. 주문 빼자. 야, 한솔아-!" 

 

친구의 입을 틀어막아요. 왜.. 내게.. 이런 시련을.. 

그대로 자리로 끌고 들어와 가까스로 어금니에 힘을 풀어요. 

후.. 두번 다시 너랑 술 안 먹는다, 친구야. 

 

"먹죠, 이왕 오셨으니까!" 

 

건배를 하는 속이 타들어가요. 

 

 

친구는 500 두 잔에 골로 갔어요. 적당히 마시라고 그렇게 잔소리를 했는데 기어코 끝을 보네. 머리가 어찔해요. 이 짐짝을 어떻게 들여보내.. 

 

"야, 야, 잠 좀 깨봐. 너 여기 니 집 아니야," 

".. 저기, 나나씨." 

"하, 미치겠네. 한솔씨 혹시 얘 집 아세요?" 

"아, 네. 영등포쪽인데, 나나씨는 어디 사세요?" 

"아, 저 왕십리요.." 

 

집이랑 정반대 방향이라니. 아니 왜, 너 이럴거 알고 니 친구 불렀지, 처리하라고. 여러모로 민폐 끼치는 친구 때문에 내 얼굴이 확 달아올라요. 

 

"그냥 먼저 들어가세요. 제가 데려다주고 갈게요. 저 아직 많이 안 취했으니까, 그 정도는 케어할 수 있을 거 같아요. 주소 말씀해주시면," 

"아," 

"?" 

"그냥 같이 가죠." 

 

이렇게 해서 친구를 입구쪽에 놓고 셋이서 택시에 주르륵 앉았어요. 새벽 2시. 스무살 애도 아니고, 왜 이렇게 오늘따라 짜증나는 짓만 골라서 하는거야. 

 

"죄송해요.. 제가 대신 사과드릴게요. 얘가 원래 안 그러는 앤데, 오늘따라 뭘 이렇게 많이 마셔서.." 

"괜찮아요, 저야 나나씨 알게 되고 좋죠." 

 

너는 다시 생긋 웃어요. 얄쌍한 입술이 휘어지는게 멍해요. 아, 정신차려야지. 

 

"아, 그래도 또, 놀려고 오신건데," 

"그렇게 미안하시면 번호 좀 주실래요?" 

"네?" 

"다음번에 술 사주세요." 

 

뚜걱뚜걱 무딘 손으로 번호를 찍어주자 내 핸드폰에 진동이 와요. 네가 전화를 걸고 있는 폰을 살짝 흔들며 웃어요. 저.. 장.. 최.. 한.. 솔..  

 

"아, 우리 그러고보니 서로 나이도 안 물어봤잖아요." 

"어, 그러네요! 어떻게 1시간 떠들고 놀았지." 

"하하, 저는 스물넷이에요." 

"오? 저도요!" 

 

알고보니 너랑 나는 동갑. 어색하게 말을 놓아요. 양화대교를 건너가며 친구는 얼굴에 야경을 드리우고 곯아떨어졌어요. 

 

"어쩐지 말이 잘 통한다 싶더라, 동갑이었구나." 

"그러게. 나야 홍대 산다지만, 나나 넌 홍대는 웬일이야?" 

"아니 얘가 오늘따라 홍대 가서 놀아야겠다면서 그렇게 고집을 피우길래.. 파전 먹고 싶었는데 여기 와서 오징어 뜯네. 하하." 

 

친구가 목을 벅벅 긁으며 몸을 뒤척여요. 너는 쉬쉬 달래며 친구의 꺾인 목을 다시 편하게 놔주어요. 친절이 몸에 밴 사람이구나. 그리고 다시 나에게 웃어요. 

 

"크, 파전은 회기인데. 나 아는 형이 하는 파전집 있는데 나중에 갈래?" 

"그건 내가 쏘는걸로 하구?" 

"좋지." 

 

다시 웃어요. 친구의 집에 택시가 멈춰서요. 지갑을 허둥대며 찾는 새 네가 먼저 결제해버려요. 

 

"야, 아니, 네가 긁어버리면.." 

"괜찮아. 나 오늘 얘한테 빚진 것도 있어서." 

 

아직 졸려하는 친구를 무사히 집에 들여보내주고 엘리베이터로 내려오는 길, 너는 이마에 땀이 맺혀요. 본능적으로 소매가 나가요. 동그랗고 따뜻한 이마를 닦아요. 

 

"땀났다, 너." 

 

눈이 마주쳐요. 초침소리가 아주 선명해져요. 1초, 2초. 팔을 떼어내요. 너는 손가락으로 이마를 콕 찍어보곤 다시 웃어요. 웃음이 많구나. 

 

"더러워서 어떡해." 

"어? 아냐. 어차피 빨거야." 

"세탁비 청구해. 소매값 줄게." 

 

둘 다 웃어요. 엘리베이터를 내려요. 이제 집으로 돌아갈 시간. 거리에 나서 택시를 잡아요. 

 

"한솔이 넌 홍대랬지." 

"어, 근데 지금 왕십리 사는 친구가 또 부르네. 같이 가자." 

 

핸드폰을 들여다보던 네가 어색하게 미소를 지어요. 새벽 3시가 다 되어가는데? 우리는 다시 택시를 함께 타요. 친구를 데려다주고 지친 둘 사이엔 말이 없어요. 너는 핸드폰을 보고, 나도 핸드폰을 봐요. 

 

그리고 무엇인가 달라져요. 뭐지? 술에 취한 머리를 굴려요. 뭐가 달라진거지? 답은 손이에요. 손에 또 다른 온기가 닿아있어요. 네 손이에요. 실수인듯, 무심하게 툭. 

물끄러미 그걸 바라보고 있는데 카톡이 와요. 

 

〈잡아도 돼?> 

 

창문쪽으로 머리를 넘긴 네가 보고 있는 폰 화면은 카톡창이에요. 이제 갓 시작해 말풍선이 하나밖에 안 떠 있는. 

 

그리고 내가 보고 있는 폰 화면도 카톡창이에요. 이제 갓 시작해 말풍선이 하나밖에 안 떠 있는, 

그리고 상대방이 '최한솔' 인. 

 

네가 스르륵, 고개를 넘겨요. 아주 천천히. 나는 무엇인가 말하려고 해요. 그런데 네가 선수를 쳐요. 

 

".. 뭐?" 

 

어둠에 묻힌 택시 뒷좌석에서, 웅얼대는 네 입모양을 읽기 위해 얼굴을 바싹 붙여요. 

 

어. 오. 아. 

한 번 더. 

 

너. 좋. 다. 구. 

 

네가 뒷통수를 끌어당겨요. 코끝이 스치는 거리에서 눈을 마주쳐요. 한숨을 쉬어요. 속삭여요. 

 

"너 소개시켜달라고 몇 번을 졸랐는데, 드디어." 

 

그리고 입 안에 사탕같은 것이 쏙 들어와요. 술에 취해 몽롱한 정신에 엘도라도가 펼쳐져요. 시야 바깥 희부연 잔상으로 열기구가 날아요. 네 향기에 머리가 단단히 어지러운가봐요. 손은 진작에 잡혔구요. 

 

아주 꽉.
설정된 작가 이미지가 없습니다


 
비회원.
와! 좋아요~!! 누구 하나 안 달달한 사람이 없네요ㅠㅠㅠㅠㅠㅠㅠㅠ 고를 수가 없어ㅠㅠㅠㅠㅠ 다른 팀 멤버들도 나오나요?! 기다릴게요 작가님!
7년 전
삭제한 댓글
(본인이 직접 삭제한 댓글입니다)
7년 전
다앙근
후.. 솔이 홈런에 치이시는 분들이 많더라구욯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잡아도 돼? 홓ㅎㅎㅎㅎㅎㅎㅎㅎ
7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작품을 읽은 후 댓글을 꼭 남겨주세요,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분류
  1 / 3   키보드
필명날짜
      
      
      
      
      
세븐틴 [세븐틴/이석민] 키스 타입 11100 다앙근 03.06 23:47
세븐틴 [세븐틴/권순영] 키스 타입 1054 다앙근 03.06 00:09
세븐틴 [세븐틴/최한솔] 키스 타입 962 다앙근 03.05 01:40
세븐틴 [세븐틴/석순] <talk><b>Hello_Word</talk> -P..10 다앙근 03.04 13:55
세븐틴 [세븐틴/홍지수] 키스 타입 875 다앙근 03.04 00:54
세븐틴 [세븐틴/여체화] 이상한 분래고의 방송부 -00-10 다앙근 03.03 14:59
세븐틴 [세븐틴/윤정한] 키스 타입 766 다앙근 03.03 01:37
세븐틴 [세븐틴/이지훈] 키스 타입 674 다앙근 03.02 00:52
세븐틴 [세븐틴/홍지수] 처음 너는 9 (홍지수)27 다앙근 03.01 16:28
세븐틴 [세븐틴/문준휘] 키스 타입 555 다앙근 02.28 17:40
세븐틴 [세븐틴/최승철] 키스 타입 483 다앙근 02.27 15:19
세븐틴 [세븐틴/부승관] 키스 타입 396 다앙근 02.27 00:37
세븐틴 [세븐틴/전원우] 키스 타입 293 다앙근 02.26 01:00
세븐틴 [세븐틴/김민규] 키스 타입 171 다앙근 02.24 13:19
세븐틴 [골라봅시다/세븐틴] 남친 고르기-힙합팀3 다앙근 02.16 23:18
세븐틴 [세븐틴/김민규] 처음 너는 8 (김민규)6 다앙근 02.11 15:55
세븐틴 [세븐틴/이지훈] 처음 너는 7 (이지훈)9 다앙근 02.11 15:53
세븐틴 [세븐틴/부승관] 처음 너는 6 (부승관)4 다앙근 02.11 14:35
세븐틴 [세븐틴/이석민] 처음 너는 5 (이석민)18 다앙근 02.03 02:24
세븐틴 [세븐틴/권순영] 처음 너는 4 (권순영)28 다앙근 02.02 23:00
세븐틴 [세븐틴/윤정한] 처음 너는 3 (윤정한)24 다앙근 02.02 18:12
세븐틴 [세븐틴/전원우] 처음 너는 2 (전원우)26 다앙근 02.02 10:52
세븐틴 [세븐틴/최승철] 처음 너는 1 (최승철)44 다앙근 02.02 01:36
전체 인기글 l 안내
6/22 12:56 ~ 6/22 12:58 기준
1 ~ 10위
11 ~ 20위
1 ~ 10위
11 ~ 20위
단편/조각 인기글 l 안내
1/1 8:58 ~ 1/1 9:00 기준
1 ~ 10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