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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지훈이는 작곡가야. 작곡도 하고 종종 노래도 내고. 요샌 아이돌 프로듀싱도 한다고 정신이 없어.

꽤 잘나가는 작곡가야. 근데 작업하는 시간이 거의 밤이다 보니 낮밤이 바뀐 채 살아가고 있어.

그게 처음에는 괜찮은가 싶었어. 밤에 작업하고 낮에 자는게 몸이 익숙해 진건지 나름 잘 지내고 있었어.

근데 그런날이 1년 넘게 반복되다보니까 잠을 못자는 날이 종종 생기는거야. 그걸 한번 잘때 몰아자게되고.

결국 이틀에 한번 삼일에 한번. 점점 그 패턴이 길어지는거야.

 

2. 밤새 작업해서 눈도 아프고 몸도 피곤한데 아무리 누워있어도 잠이 안오는거야.

처음엔 빛때문인가 싶어서 암막커튼도 사서 달아보고, 향초도 켜보고, 책도 읽어봤는데 결국 다 실패했어.

졸린데 잠이 안오는 나날이 며칠이고 이어지니까 점점 힘들어져.

그래서 불면증에 좋다는걸 검색해서 하나하나 해보다가 ASMR이라는 걸 발견해.

 

3. 근데 솔직히 누가 귀에대고 말하는 건데 그게 신경쓰여서 잠이 올까 싶어. 차라리 잔잔한 노래를 듣는게 더 낫겠다 싶은거지.

그래서 노래를 틀어봤는데 결국 잠을 못잤어. 그래서 반신반의한 마음으로 ASMR을 검색했는데 뭐가 이렇게 많은지 유튜브에 영상이 넘쳐나는거야.

뭘봐야 할지 모르겠을정도로.

 

4. 그래서 일단 제일 위에 있는 영상을 켜고 누웠는데 그게 귀이개로 귀파주는 소리였어.

근데 이어폰을 끼고있어서 진짜 누가 자기 귀를 솔로 문지르는 기분인거야.

그게 간지럽고 소름끼쳐서 다른영상을 누르고 또 잠이 안와서 다른 영상을 누르고 그러다 발견한게 토닥토닥하고 재워주는 영상이었어.

 지훈인 워낙 사람 만나는것도 스킨쉽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였는데 누군가가 토닥토닥 해주는게 왜 그렇게 포근하고 기분이 좋은지 이해할 순 없지만

그 토닥이는 소리를 들으면서 몇 주만에 기분좋게 잠을 잤어 중간에 한 번 깨지않고 푹 자고 일어난거야.

오랜만에 개운함을 느끼고 일어나니까 사람들이 왜 ASMR을 그렇게 찾아듣고 추천하는지 알것같아.

 

5. 푹 자서 그런지 오늘은 기분좋게 작업을 마칠 수 있었어. 작업실을 정리하고 침실로 들어가 암막커튼을 치고 누워서 어제 그 유튜버를 찾아가.

나비잠. 이름이 참 특이해. 어젠 토닥거리는 소리를 듣고 거의 바로 잠에 들어서 몰랐는데 보니까 남자 유튜버였어.

그 영상을 다시 키고 들으니까 토닥이는 것 뿐 아니라 유튜버의 목소리도 담겨있었는데 꽤 저음인 목소리가 애인한테 하듯

다정하게 양도 세어주고 얼른 자라고 얘기하는 내용의 롤플레잉 ASMR이었던거야. 아 내가 이런걸 듣고 잠든거구나. 괜히 부끄럽기도해.

하지만 일단 잠이 잘 왔던건 사실이니까 또 그 유튜버의 영상목록에서 새로 뜬 영상을 열어.

 

6. 화면에 니트를 입은 유튜버의 몸이 나오고 가만히 마이크를 체크하는지 톡톡 치는 소리가 들려.

그리곤 준비가 다 끝났는지 오늘 하루도 지치고 힘들었을 그대가 예쁜 꿈을 꿀 수 있기를. ASMR 시작하겠습니다.

소곤거리는 저음의 목소리가 들렸어. 그리곤 조곤조곤 이야기를 시작하지. 처음엔 오늘 하루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다 이전에 올린 롤플레잉 영상 얘기를해.

원래 이 유튜버는 주로 책을 읽어주는 영상을 많이 올리는데 영상을 보는 시청자들이 목소리가 좋다며 롤플레잉 한번 해주길 원해서 서비스로 올려준 영상이었던거야.

그래서 그런가 처음이라 어땠을지 모르겠다며 부끄러워 하는 목소리를 듣다 지훈인 문득 귀엽다는 생각이 들며 웃음이 나왔어.

눈을 감고 웃으며 소리를 듣다 괜시리 헛기침을하며 다시 소리에 집중하는거야.

 

7. 오늘은 어린왕자를 읽어드리려고해요. 다들 한번쯤 읽어보셨을 것 같지만 역시 어린왕자는 어른이 되서 다시 읽으니 느낌이 참 다르더라구요.

 이 영상을 보시는 분들도 한번 다시 읽어보면 더 좋을 것 같아서 가져와봤어요. 읽어드릴게요.

여섯살 때 나는 체험담이라는 제목의 원시림에 관한 책에서 놀라운 그림 하나를 본 적이 있다. 보아뱀이..

 

8. 지훈이 역시 어린왕자를 어릴 때 읽었던 기억이 있어. 하지만 어른이 되어 다른것인지 누가 읽어준다는게 다른것인지 아님 유튜버의 목소리가 특별했던 것인지.

저음의 소곤거리는 목소리가 참 편안하게 귓가에 들어오면서 한번도 읽어보지 못한 동화를 듣는 기분이 들어.

그리곤 곧 아이가 동화책소리를 들으며 꿈을꾸듯 잠에 빠져들었어.

 

 

 

 

 

 

 

이것도 전에 끄적여둔건데 오는김에 하나 더 들고왔어요

이것도 그냥 소소하고 잔잔하게 쓸것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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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으허 ㅠㅠㅠ 저도 불면증있어서 ASMR가끔해보는데 저너누가해준다니ㅠㅠㅠㅠㅠㅠㅠ크헙 ㅠㅠㅠㅠ 설레서 잠이 오겠습니까!!!!ㅠㅠㅠㅠㅠ
7년 전
달빛에홀리다
그쵸 원우 목소리 들을때마다.. 너무좋아서.. ASMR해주면 좋을것같더라구요..ㅠㅠㅠ
7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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