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민에게서 벗어나는 방법
#05
(위 글은 지민의 시점입니다. 위 글은 3~4화를 지민의 시점에서 쓰여진 글입니다.)
드디어 오늘이다.
여주를 만나는 날
평소와는 다르게 나름 신경썼다.
학교 가는 길이 이렇게 설렜었나 싶었다.
물론 2년 만에 가는 학교였지만 아마 김여주라는 존재가 너무 큰 거 같다.
학교에 도착하자마자 익숙한 얼굴들이 보였다.
오랜만이라고 인사를 하는 후배들과 선배들, 친구들이 있었다.
인사를 다 하고 나니 김태형과 정호석, 민윤기가 다가왔다.
"드디어 김여주 만나네... 이번에는 과거에서처럼 실수하지 말아라 알겠지?"
"응 알겠다. 고맙다 너희들"
그렇게 김여주가 오기만을 기다렸다.
오랜만이다.
여전한 긴 머리를 찰랑거리며 들어온 김여주였다.
여전했다.
여전히 예쁘고
여전히 작았다.
여기저기 처음 보는 사람들과 인사를 하는 모습이 귀여웠다.
그러다 우연히 나를 보았는지 숨어버리는 김여주가 귀여웠다.
한편으로는 슬펐지만
과 대표가 오늘 술을 먹자면서 이야기를 하는데 중간에 김여주의 이름이 나왔다.
김여주는 처음에 곤란하다고 말을 해왔다.
아 나 때문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정호석의 말이 이어지고 결국 여주는 자연스럽게 오게 되었다.
아마 예상 컨대 정호석은 술자리에 안 나올지도 모른다.
좀 일찍 약속 장소에 도착했다.
내가 일찍 오자 과 선배들과 동기들은 군대에 갔다 오더니 이상해졌다면서
일찍 온, 아니 술자리에 온 나를 신기하다면서 쳐다봤다.
그만큼 나는 김여주와 헤어진 뒤 많이 변했다.
약속시간이 다 되었는데도 김여주는 오지 않았다.
그러자 여주에게 문자를 보내는 사람들이 여럿 있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났을까 여주가 들어왔다.
학교에서와의 모습이랑은 뭔가 다른 여주였다.
밤이라서 그런가 붙는 옷을 입어서 그런가
약간 아니 나에게는 좀 많이 유혹적인 모습이었다.
여주의 자리는 내 앞이었다.
김태형이 나를 위해서 미리 손을 써둔 자리...
여주는 주변에 자리가 없나 둘러보더니 없는 걸 확인하자 이내 할 수 없다는 듯이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앞은 보지도 않고 선배들이 주는 술만 마시는 김여주였다.
그렇게 나는 김여주만을 빤히 보고 있었던 거 같다.
김여주는 취했다.
중간중간에 김태형이 챙겨주는 고기를 먹긴 했지만
술을 쉬지도 않고 계속 먹어서 취했다.
이미 김여주의 눈을 풀려있었다.
그러다 나와 눈이 마주쳤다.
처음이다.
오늘 김여주와 눈이 마주친 순간은
몇 년만이다.
크고 예쁜 눈을 본지
그렇게 한참 동안 눈이 마주쳤다.
그러자 김여주는 자리에서 일어나 화장실로 갔다.
약간 비틀거리면서
비틀거리는 김여주가 걱정되어 사람들 몰래 김여주를 따라갔다.
김여주가 화장실에서 나오서면 화장실 복도 벽에 기대어있는 나를 발견했다.
그냥 지나칠려는 김여주에게 솔직하게 말했다.
보고 싶었다고
그리고 이어서 말했다.
눈이 아주 약간 풀린 김여주에게
섹시하다고
김여주는 당황하더니 나에게도 여전하다고 말했다.
웃음이 나왔다.
김여주 딴에는 나름 카리스마 있게 말한 거겠지만 귀여웠다.
그렇게 김여주는 내 뒷말을 듣지도 않고 다시 자리로 돌아갔다.
이 정도 반응은 예상했다.
내가 한 짓이 있었으니
잠시 화장실에 갔다가 나오는데
내가 군대에 가기 전에도 여자 후배들을 희롱하기로 유명한 남자 선배가 김여주에게 치근덕 되고 있었다.
그 선배의 진상에 여주가 놀랐는지 마지 못해 그 선배에게 갈려는거 같아
나는 김여주의 어깨에 내 팔을 두르고 자리에 다시 앉혔다.
그 진상 선배는 내 행동의 기분이 나쁜 듯 했지만
내가 노려보면서 말하자 이내 도망갔다.
김여주는 안심이 됬는지 어깨에 힘이 풀려졌다.
내가 고맙냐고 물어보자
김여주는 고개를 끄덕였다.
가까이서 보니 더 보고싶다.
김여주의 하얀피부는 여전히 그대로였다.
김여주에게 한번 더 솔직하게 말했다.
보고싶었다고
김여주는 아무 말도 없었다.
조금 답답했지만 그래도 이해했다.
김여주니까
그래서 나도 어이없는 제안을 했다.
술을 마시자고
그때부터 시작되었다.
김여주와의 술 대결 아닌 술대결이
물론 김여주의 일방적인 대결이었지만
중간에 너무 마시는 김여주가 걱정되어 막았지만
김여주는 괜찮다며 계속 마셨다.
진짜 김여주는 취했다.
자기가 취한걸 알았는지 김여주는 집에 가겠다고 가게에서 나갔다.
추운 날씨였는데 얇게 입고 온 김여주가 걱정되었다.
그래서 김여주를 따라 나왔다.
조그만 몸으로 어디까지나 갔는지 근처에 보이지 않았다.
그러다 김여주의 집까지 가는데 지름길인 골목으로 가보았더니
김여주가 보였다.
그리고 그 김여주의 뒤를 따라가는거 같은 남자가 보였다.
약간 술에 취한 나였지만 김여주를 부르고 그 남자가 놀란 틈을 타 김여주에게 뛰어갔다.
다행히 그 남자는 도망갔다.
김여주도 놀랐는지 주저앉으려는것을 내가 잡았다.
화가났다.
이 늦은 밤에 걸어갈려는 김여주가
그래서 나도 모르게 화를 내었다.
그리고 집에 데려다주었다.
들은 대로 여전히 그 집에서 살았다.
다시 한번 나는 김여주에게 걱정하는 소리를 했고
김여주는 내 말에 고맙다고 했다.
그리고 내 옷깃을 잡은 김여주였다.
작지만 긴 손이 보였다.
추운지 빨간 손이었다.
내 옷깃을 잡으면서 하는 소리는
내가 보고싶었다는 김여주의 말이었다.
그렇지만 지금 김여주는 충분히 술에 취한 상태였고
나는 다음에 듣고싶었다.
술에 취했다는 내 말에 김여주는
내가 했던 말을 그대로 말했다.
술에 취하면 솔직해진다는 말을
그 말이 이유였을까
나에게는 욕심이 생겼고
김여주를 원했다.
진심이냐는 내 말에
김여주는 진심이지만 다시 시작하고 싶은 건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상관없었다.
그 정도는
지금 내 눈에 보이는건 그냥 김여주였다.
김여주는 여전히 내 옷깃을 잡고 있었다.
분위기가 그랬다.
우리의 첫키스 날
술에 취한 나와 김여주
그리고 이 분위기
충분했다.
키스해도 되냐는 나의 말에
김여주는 다시 시작하고 싶은건지는 모르겠다고 반복해서 말했다.
나는 상관없다고 대답했다.
그 말을 끝으로
내가 먼저도 아니고
김여주가 먼저도 아닌
둘이 동시에 입술이 붙었다.
나는 알 수 있었다.
우리 둘은 지금 취했다.
하지만
우리 둘은 서로를 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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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보셨으면 아시겠지만
오늘 2편이 올라올 예정이라서
암호닉은 이 다음편에서 정리해서 올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