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한 목소리가 들려 고개를 돌리니 김태형 씨가 또순이를 안고 서있었다. 순간 내가 안고 있는 강아지랑 똑같이 생겨서 내가 안고 있는 강아지가 또순이인가 하는 착각까지 들었다. "아, 이 강아지 그냥 왔길래 안아줬어요. 뭐 데리고 가려고 하는 건 절대 아니고..." 멍한 탓에 아무 말이나 내뱉었는데 그는 웃어주었다. 내게 또순이를 안겨주면서 순돌이라는 강아지를 자신의 품에 넣었다. 이러고 있으니 커플끼리 강아지 데리고 온 것 같다면서 내 눈을 보는데 순간 놀라서 예? 하고 소리를 질러버렸다. 이 사람 위험해... 틈이 없이 들어오는 말에 가슴이 뛰었다. 또순이는 내 마음도 모르는지 자꾸 순돌이에게 가려고 발버둥을 친다. 어쩔 수 없이 바닥에 살포시 내려놔주자 그도 순돌이를 내려주었다. 둘은 뭐가 그리 좋은지 서로의 향을 맡으면서 놀고 있네. "또순이가 되게 착하더라고요. 주사도 잘 맞고 금방 나을 것 같습니다. 주인 닮아서 참 예뻐요." 그의 말에 대꾸를 하기도 민망해 고개를 돌려 강아지들을 구경했다. 이제야 가게 내부가 눈에 들어왔는데 참 깔끔하면서도 아늑하다. 고흐의 작품들도 걸려있고 곳곳에 예쁜 드라이플라워도 걸려있다. 생각보다 예술적인 사람인 것이 느껴진다. 눈동자를 살살 굴려 내부를 구경하는데 내 눈에 김태형 씨가 들어왔다. 사람이라는 외모를 느끼게 하는 것이 아니라 방금 구경했던 작품과 같은 기분으로 보았다. 이제 보니 쌍꺼풀이 짝짝이네. 코는 되게 높다. 정색하면 무서울 것 같은 외모다. 근데 어제를 떠올리니 웃어줄 때는 갓 태어난 아기처럼 귀여웠다. 짧은 시간이지만 그의 얼굴을 보는데 입을 열었다. "구경 다 하셨어요? 저한테 그런 눈으로 봐주니깐 기분이 되게 묘하네요." 미쳤다. 내가 지금 이 사람 얼굴을 구경하고 있었네. 민망했을 텐데 그가 먼저 장난을 쳐주는 탓에 조금은 풀린 분위기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중간중간 손님들이 오시면 내게 양해를 구하고 진료를 봐주거나 손님들과 이야기를 잠시 나누는 그를 보는데 왠지 모르게 편안한 느낌이 들었다. 아, 김태형 씨는 아르바이트생이 아니라 사장이었다. 대학을 나와 바로 가게를 오픈해 일을 시작했는데 전에 하던 곳에서 문제가 생겨 우리 동네로 왔다고 했다. 나랑은 다른 세계에 사는 사람 같았다. 나는 당장 한 달이라도 일을 안 하면 먹고살기도 힘든데... 시간을 보니 일을 하러 갈 시간이 다 돼서 카운터에 서있는 그에게 이제 가보겠다고 했다. 그는 아쉬운 표정을 드러내며 약속이 있냐고 물었으나 일 때문에 가봐야 한다고 하니 금세 표정을 고치고는 내게 인사를 건넸다. "일 잘 다녀오세요, 여주 씨. 저도 일 열심히 할 테니깐 이따 일 끝나고 들려요. 제가 보고 싶어서 그런 건 아니고... 또순이가 보고 싶을 거래요. 하하.." 그의 귀여운 말투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고 혹시나 일이 끝나고 문이 안 닫혀있으면 들리겠다고 말을 전하고는 알바를 하러 갔다. 손님이 많은 탓에 정신없이 일을 하는데 사고를 쳤다. 뜨거운 음료를 만들어 드리면서 나도 모르게 컵에 손을 가져다 대는 바람에 손에 화상을 입었다. 큰 사고가 아니라 대충 약을 바르고 일을 마쳤다. 사장님은 내게 걱정스러운 말 대신 심하게 혼을 내셨다. 물론 내가 전부 잘못하긴 했지만 왠지 모르게 울적한 기분이 들었다. 난 다쳐도 걱정해줄 사람 하나 없다는 사실이 마치 사막에 버려진 아이 같았다. 그렇게 깨지고 집으로 가는데 순간 김태형 씨가 생각났다. 아까 들리라고 했는데 시간을 보니 벌써 11시가 넘었고 아마도 문을 닫았겠지 생각이 들어 들리지 않았다. 집에 다다랐을 때쯤 뭔가 김태형 씨는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 같다는 묘한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그래, 집에서 15분 걸리는 거리인데 들렸다가 없으면 다시 집으로 가면 되지 하면서 발걸음을 돌렸다. 또순이가 보고 싶은 건지 아니면 약속을 했기에 빠른 걸음으로 걷는지 인지하지도 못한 채 뛰었다. 역시나 내 예상처럼 가게는 불이 켜져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강아지들은 잠을 자고 있었고 태형 씨가 다가왔다. 방금 강아지들을 재웠는지 살짝 풀린 눈으로 웃어주는데 나도 모르게 눈에 눈물이 고였고 입술을 깨물어 버렸다. 그런 내 행동에 당황스러울 텐데 표정 변화 없이 다가와 고개 숙여 눈을 맞춰주는 그였다. 그리고 가만히 어깨에 손을 올려준다. "고생했어요. 수고했어요, 여주 씨. 와줘서 너무 고마워요." 그의 말에 어린아이처럼 눈물이 쏟아졌다. 울기 싫었다. 남에게 내 작은 모습을 보이기 싫었다. 그런데 이상할 만큼 김태형 씨에게는 기대고 싶다. 아니. 그냥 내 작은 모습을 숨기기 싫은 기분이다. 그는 내 모습을 보고도 떠나지 않을 것 같다는 막연할 만큼 멍청한 생각에 나를 안아주는 품에서 울었다. 한참을 울었을까. 이제야 부끄럽다는 생각에 그를 살짝 밀어내는데 그가 떠나지 않는다. "친오빠라고 생각하고 더 있어요. 지금 내 얼굴 보기 부끄럽죠? 다 그치면 내가 피해줄 테니깐 조금만 안겨있어요. 괜찮아." "고마워요, 태형 씨." 그의 말에 조금 더 안겨있었다. -*****- [암호닉] 언제나 받습니다. 감사합니다! 윤기윤기, 빙구, 땅위, 뉸기찌, 바다, 정국오빠 애인, 태태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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