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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시작하기 전, 독자분들께 죄송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독자분들의 짧은, 혹은 긴 시간을 제 마음대로 저의 글을 읽는데에 사용하게 했음에도 불구하고 항상 독자분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것 같아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제게 할 수 있는 보답이라고는 글을 연재하는것 밖에 없지 않나 생각이 들었습니다. 늦은 새벽이지만 응원해주시는 분들이 계속 생각나서 결국 멋대로 글을 적기 시작합니다. 글을 쓰는 사람과 글은 닮았다고 하던데요. 평소에는 그저 허구일줄 알았지만 막상 제게 현실로 닥쳐오니 마냥 그 말이 진실같이 와닿습니다. 오늘 글은 분위기가 좋지 못할꺼에요. 항상 감사합니다.   

  

  

  

[EXO/오백] 홈마스터 도경수 X 연예인 변백현 3  

  

  

  

네이쳐 팬싸인회 이후로 백현이를 보러가는 일이 한눈에 보아도 줄어들었다. 달력 한 쪽에는 X 표시 줄줄이 이어져만 갔다. 달력 한 구석에 조그만히 붙어있는 다이어리용 백현 스티커가 마음을 저려오게 만들었다. 문득 의문이 들었다. 왜 저가 홈을 열게 되었는지, 왜 백현에게 빠져들게 되었는지, 의문이 들었다. 경수가 백현을 보러 가는일이 줄어드는 만큼 경수를 휘감고 도는 루머들이 생겨났다. 저번 팬싸때 남자 홈마가 왔었는데 요즘엔 통 안보이더라, 갈아탔더라, 이미 다른 가수를 찍고 다닌다더라, 외국에 유학을 갔더라 등등 말도 안되는 시시콜콜한 루머들은 경수의 하루하루를 힘들게 만들었다. 그러다가 경수는 깨달았다. 이 모든 루머의 원인은 백현, 변백현이라고. 백현 때문에 생겨난 것 이라고. 경수는 두 손을 말아쥐고 자신의 머리를 콩콩 쥐어 박았다.   

  

  

  

  

- 야 오늘은 엑소보러 안 가냐?  

- 말 걸지마, 형아 바쁘다.  

  

  

  

지랄은, 니가 뭐가 바빠! 정곡을 찔러오는 찬열의 외침을 뒤로 하고 익숙한 주소를 쳐 홈에 접속했다. 저가 찍은 백현을 보고 또 다시 입가에는 웃음이 번져왔다. 그러다가 방금전까지는 백현을 탓하며 머리를 쥐어박았던 것이 생각나 다시 민망해져 올라가는 광대를 두 손으로 잡아 끌었다. 캠퍼스 안 벤치는 먼지가 푹 쌓여있었다. 아무런 손길이 닿지 않은것인지, 그 흔한 쓰레기 하나도 주변이는 나뒹굴지 않았다. 그저 쾌쾌한 먼지들만 주변을 가득히 채워오고 있었다. 대충 뽑아마신 400원짜리 종이컵 커피를 홀짝홀짝 마셔대다가 모르고 사례가 들려버린 바람에 허벅지 위로 쏟아진 커피에 호들갑을 떨며 다리를 흔들어댔다. 아 뜨거! 덕분에 여러 시선이 경수에게로 모였다. 금방 시선을 의식한 경수는 조용히 바닥에 떨어트린 종이컵을 손에 말아쥐고 돌아섰다. 욕짓거리를 내뱉으며, 씨발. 이게 다 변백현 때문이잖아.  

  

  

  

한동안 경수의 머릿속은 백현에 대한 여러 생각이 자리잡아 경수를 폐인으로까지의 길을 친절히 안내했다. 잘 씻지도 않았던것인지 덥수룩한 수염은 마치 서른살은 먹은 그야말로 백수 같았다. 옷을 갈아입기 귀찮아서 대충 하얀색 일명 난닝구와 그 위에는 빨간색 아디다스 져지, 바지는 밑단을 세번정도 접어 올린 상의와 세트인 바지를 입었다. 덥수룩한 수염과 매치가 딱 맞아떨어지는 의상이였다. 거울을 한번 들여다본 경수는 미간을 찌푸리고는 주머니에 넣은 호피무늬 케이스를 낀 아이폰을 꺼내들어 카메라 어플을 켜 거울속의 자신을 담았다. 이리저리 포즈도 취해보았다. 페이스북에 올리기 전 갤러리에 들어가 사진을 확인했다. 씨발. 이건 그냥 말 그대로 폐인의 모습이였다. 피씨방에서 이틀을 지새운듯한, 웃으면 이빨이 노오란 자태를 뽐낼듯한 딱 그런 모습. 그게 평소 나름 깔끔한 생활을 했던 경수라서 매치가 되지 않았던건 사실이였다.  

  

  

  

경수는 요 근래 홈에 일체 업로드를 하지 않았다. 또, 매일 같이 일상을 업로드하던 트위터, 인스타그램도 조용했다. 팬들 사이에선 이미 경수는 화제거리의 중심에 서있었다. 하지만 그마저도 점점 경수를 잊어가고 있었을때쯤, 백현은 경수를 잊지 않고 있었다. 팬싸인회에 와서는 강친의 말따위는 애초에 들리지도 않는지 종알종알 자신의 이야기를 늘어놓던 흔치 않은 남자 홈마스터를, 백현은 잊지 못했다. 오히려 백현은 경수를 걱정했다. 혹시나 어디가 아픈건지, 무슨일이 있는건지 경수를 기다렸다. 마침내 타이틀곡 활동 막방날, 백현은 트위터에 기괴한 아이디로 가입했다. 이마저도 사생들이 알아낸다면 오늘내에 계정을 없애야 했지만 백현은 일단 경수의 소식을 찾기에 급급했다. 한시간 정도가 지났을까, 백현은 기억을 더듬어 경수의 홈 이름을 알아냈고 몇번의 서치 끝에 경수의 인스타그램, 유튜브, 트위터, 홈까지 모두 알아낼 수 있었다.  

  

  

  

약간의 문제가 생겼다면, 경수의 마지막 트윗 날은 12월 1일 이였다. 거의 한달이 되어 가는데 경수의 홈, 트위터, 유튜브, 인스타그램은 전부 그 날짜에 멈춰있었다. 그 날 저녁 경수는 드디어 마음을 굳게 잡았다. 이렇게 질질 끄는것도 사실 경수 나름대로 찝찝했고 경수 스타일에는 맞지 않았다. 하지만 백현의 탑시드 홈인 자신이 홈을 갑자기 닫기에는, 후폭풍이 두려웠고 자신 또한 미련이 남을것만 같았다. 또 다시 고민에 휩싸인 경수의 왼손 엄지 손가락의 손톱은 심히 울퉁불퉁 짧아져 있었다.  

  

  

  

막방과 팬미팅까지 끝마친 백현은 서둘러 벤에 탑승해 폰을 집어들고 데이터를 켰다. 상단바에 4G 표시가 뜨자마자 트위터에 들어가 새로고침을 급하게 당겼다. 빨리, 제발. 속으로는 타들어가는 마음을 딱히 표현할 방법이 없었다. 살이 쏙 빠졌는데도 불구하고 그래도 튼실해 팬들사이 일명 변벅지라고 불리는 다리를 덜덜 떨어만 댔다. 이내 새로고침이 되고 6분전이라고 뜨는 트윗 하나를 보았다. 경수의 트윗이였다.  

  

  

12월도 백현이와 함께~! 백현아닷컴 @BAEKHYUNADOTCOM 6분전  

  

안녕하세요. 백현아닷컴입니다. 오랜만에 돌아와 전해드리는 말이 참.. 씁쓸하네요. 홈에 들어가셔서 공지 확인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서둘러 트윗을 확인한 백현은 프로필에 올라와있는 백현아닷컴의 홈 주소를 클릭해 바로 크롬에 연결후 홈에 접속했다. 아침까지만 해도 백현의 사진이 크게 걸려있던 홈에는 검은색 배경의 하얀색 글자색으로 무언가 말이 짧게 적혀있었다. 밝고 신나던 홈의 분위기는 우중충하게 내려앉았다. 백현의 마음도 더불어 내려앉았다. 지금 백현처럼 공지를 확인하는 팬보다 10배는, 아니 100배는 더. 백현은 갑자기 북받쳐오는 감정에 고개를 좌우로 마구 흔들다 차창 밖을 한번 쳐다봤다. 어둠이 짙게 깔려 여러 건물의 조명과 자동차, 네온사인들만이 서울을 비추고 있었다. 아마 경수도 저랬을것이다. 묵묵히 백현을 뒷받침해주고 자신보다는 백현을 더 먼저 생각해 주었을것이다. 마음을 가라앉힌 백현이 화면을 조금 더 당겨 하얀색 글자색의 바탕체로 쓰인 글을 읽어내려갔다.  

  

  

  

안녕하세요. 백현아닷컴입니다.   

백현이와 함께 달려온 2년동안, 참 많은 일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정신없이 달려온 만큼, 정리할 시간이 필요 한 것 같아요. 저를 조금 더 다그치고 정리되지 않은 것들을 모두 정리할때 즈음,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화면을 한번 더 클릭하니 백현의 사진을 배경 삼아 중간에는 검은색으로 REST 라는 글자가 있었다. 그 밑에는 더 작은 글씨로 무언가가 쓰여 있었다. 조금 더 화면을 당긴 백현이 핸드폰 화면에 얼굴을 더 가까이 들이밀었다.  

  

  

  

  

너도, 나도 쉬자.
설정된 작가 이미지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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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아 경수가 홈을 닫게 된것은 작가님의 마음과 같은....그런건가요??ㅠㅠ힘내세요 작가님 딱히 드릴말씀이없네여...쉬고오셔도 되고 작가님 맘대로 그만두셔도 되요ㅠㅠ작가님의 글을 재밌게 봤고 짧게나마 즐거웠으니깐 그걸로 만족합니다. 끝까지 기억하고 있을테니깐요 너무 우울해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네요. 응원할게요.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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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작가님의 글을 보니 글쓰는사람과 글의 분위기가 닮았다는 첫말이 마음에 와닿네여...글도 글쓰는 작가분 마음이 편하고 글이 잘써질때 써야 더 좋은거같아요 물론 전 글쓰는 입장이 아니라서 그런지 잘 알진못하지만 작가님이 이런식으로 글쓰는건 좋지않다고 생각해요 마음 편하게 정말 쓰고싶어서 끄적이는 그런글이 독자분들도 읽기쉬울꺼같아요.
지금도 좋지만 작가님 휴식이 필요하다면 충분히 쉬는것도 좋을꺼같아요..ㅎㅎ항상 응원하고 있어요 매번 좋은글 정말 감사하고 죄송해하지마세요.정말 무슨 죄를 지었다고!!사과는 ㄴㄴ하고..음 전 이글 읽으면서 좋았으니까 시간허비한거 아니에요!정말 잘보았고 다음에 슬럼프 탈출하시면 하이텐션으로 공지글 써주세요!!!!!!!기다리고 있을께요ㅎㅎ
암호닉 받나여?받으면 찬찬으로 신청할께여.작가님 하트.담에 뵈여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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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D
독자님의 댓글이 달린날부터 지금까지 매일매일 하루도 빼놓지 않고 독자님의 댓글을 읽었습니다. 저의 글을 읽어주시고 이렇게나 긴 피드백을 달아주신다는 자체가 저는 너무너무 감사합니다. 독자님 덕분에 저, 글 쓰러가요. 응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암호닉 받아놓을께요 (♡)
11년 전
대표 사진
독자3
엉엉 글쓰는게 어렵죠 피드백 조금다는게 어렵나여ㅎㅎ엉엉 길게 써드리고싶은데 폰이 타자가 안먹네여ㅠㅠ엉엉 매일보셨다니..제가 더 감사하고 힘내시고 글 기다리고 있을께여(찡긋)ㅋㅋㅋㅋㅋ♥
11년 전
비회원도 댓글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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