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 나가느라 빨리빨리 써온다고 조금 짧습니다 ㅜㅜ 독방에 올리니까 자꾸 쓰차 먹어서 앞으로는 글잡에만 쓸 것 같아요~ 원글 (설정) 링크입니당~ https://www.instiz.net/bbs/list.php?id=name_enter&no=43311259&page=1&category=47&k=대낮&stype=9 +) 촑글 감사합니다 ㅜㅜㅜㅜ 독자님들 제가 진짜 사랑해요 아시죠.. 전편 촑글이라니 ㅜㅜㅜㅜ - "사귀자." 고 말한건 일단 나였다. 준휘는 학생회장이고, 교내 연애를 금지한다는 학교의 말을 고분고분 잘 듣는 아이였으니까. 고백을 한다면 내가 할 것이고, 그쯤은 가뿐하게, 이렇게. 특별실 문을 잠그고 나오는 너를 기다려 하굣길에서, 이렇게. 한 것이다. 고백을. 내가. 준휘에게. "어?" "다 알잖아." "뭘?" "티 엄청 냈잖아, 내가. 너 마음에 든다고." "야, 그런 무슨," "왜 못해. 너 설마 연애 한번을 안 하고 대학 가려고? 진짜 그 규칙이 인격을 존중해서 생긴 거라고 생각하는건 아니지?" "아니 그런 거창한 차원이 아니라," "아, 그럼 됐어." 하고, 돌아서는 것도 가뿐하게. 이렇게. 구질구질하게 쟤 앞에서 울고불고 하기 싫었다. 내 가장 예쁜 모습만 보여줘도 안 넘어오는 애 앞에서 내가 무슨, "잠깐만. 나 얘기 다 안 했어." "?" 준휘가 어깨를 잡아챘다. 들을건 다 들은거 같은데. 약간 언짢아졌다. "너 나 찬거 아냐?" "아니, 나 아무 말도 안 했어! 왜 이래." 준휘가 허탈한 듯 웃었다. 지금 내가 눈을 찌푸리는건 준휘가 업고 선 가로등 불빛 때문이다. 미소가 눈부셔서가 아니라. 준휘의 얼굴이 빨개졌다. 이것도 가로등 때문이다. 잠깐, 정말 가로등 탓인가? "그, 아는데." "아는데 뭐?" "너 티 냈다며. 나도 아는데." "응. 그런데?" "아오, 근데 그," "빨리 말해. 과외 있어." 입술을 잘근잘근 씹던 준휘가 덥석 한숨을 쉰다. "그, 학교는 연애를 하지 말라 그러는데," "응." "나는, 너," "?" "괜찮거든. 좋거든." "그럼 답 나왔잖아. 사귀면 되잖아." "어?" "내가 너 좋다 했고, 너도 나 좋다 했고, 사귀는데 이거 이상 뭐 필요해?" "아니 그, 학교가 하지 말라잖아. 학생회장이 교칙을 어기면 좀." "됐어. 그럼 가. 못 들은걸로 해." 다시 하굣길을 내려가자 준휘가 화닥닥 붙잡는다. "야, 아냐아냐, 가지 말아봐." "여기서 결딴 내. 사귄다는 거야, 아니라는거야?" 미적거리는게 영 탐탁찮다. 영어샘 와 계실텐데. 준휘는 가방끈을 뜯다 내 손을 움켜쥐고서 투표를 독려하는 선거 후보자마냥 간절하게 말한다. "사귀자." "됐어. 그럼 너 사귀기로 한, 뭐?" "사귀자고." ".. 에?" "내가 말하고 싶었는데. 사귀자, 우리." "야, 문준휘." "많이 좋아해." 이렇게 휘어잡듯 시작한 연애였다. 참 웃기지. 너는 조심스러운게 많은 아이였다. 학생회 대표 자리에 설때, 앉을때, 나설때 섬세한 속눈썹이 부드럽게 울리는게 여러번 보였다. 사귀기 시작한 이후로는 그때마다 나를 보았다. 어두운 강당 귀퉁이에 팔을 꼬고 앉으면 준휘는 어김없이 나를 찾아내는 재주를 가지고 있었다. 스쳐가는 듯해도 그 시선의 목적지가 나라는건 너무 자명했다. 그러나 정작 귀퉁이에 앉은 이유는 무대를 내려와 자기 자리로 돌아갈때 나를 스쳐가는 그 한 순간을 위해서였다. 찰나, 우리는 손을 꽉 잡았다. 오묘한 승리감에 나는 어둠 속에서 여러번 웃었다. 그토록 조심스럽던 너는 되도 않게 용감한 나를 닮아가 갈수록 위험해졌다. 선생님들과 학생회 얘기를 하는 중에도 내 손을 잡는다거나 하는 식으로. 스릴을 좋아하는 천성 탓에 웃음을 참느라고 힘든 시간들이 이어졌다. 준휘는 갈수록 매력적으로 변했다. 곧이라도 터질듯 알차게 영근 석류마냥 나를 끌어당겼다. 준휘를 떠올리는 망상도 갈수록 다채로워졌다. 위험한데, 학생회장. 경고해도 어느새 너는 그저 씩 웃고 내 허리에 팔을 감는 정도까지 왔다. 사랑에 배가 부른 나날들. "빨리 가자- 문 잠가야 돼-" 그 소릴 듣고서야 뒤늦게 정신이 들었다. 3반 준휘와 7반인 나는 둘 다 화학을 들었다. 2학기 시간표에서 3반 화학은 수요일 2교시, 7반은 3교시. 주번이 열쇠를 돌리며 소리를 질렀다. 립밤을 빠르게 바르고 친구와 교실을 빠져나왔다. 봄 햇살에 등이 녹을듯 잠이 업혔다. 3교시면 자기 딱 좋지. 음. 특별실이 모여있는 구관으로 들어가자 수업이 늦게 끝난 3반 남자아이들이 이제야 우르르 빠져나오고 있었다. 준휘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 또 선생님 붙들고 질문하고 있겠지. 유리문 너머에서 이제 막 걸어나온다. 학교 안에서 어지간해선 그렇듯 눈인사만 하고 교실에 들어가려는데 팔이 확 잡혔다. 특별실 귀퉁이 너머로 몸이 돌아간다. "어-?!" 준휘가 장난스럽게 웃더니 뺨을 감싸고, 입을, 촉, 맞춘다. 1초도 안되는 짧은 시간이다. 벌새가 꿀을 빨아당기듯한 아주 가벼운 접촉. 발가락에서부터 머리카락 끝까지 모란이며 매화며 온갖 꽃들이 피부를 뒤덮는다. 허릿께에 찬소름이 내린다. 동공은 확장되고, 머리는 아, 세상에. 문준휘 뭐야. 이거 준휘 맞아? 얘 이런 성격 아닌데. 패닉 어택. 뭐가 뭔지 모르는 사이에 뭐가 지나간거야? 놀라 눈을 동그랗게 뜨자 준휘가 손으로 내 입을 막고 또 씩 웃는다. 스킨 냄새에 심장이 미친다. 손가락 위로 자기 입술을 겹치고 빠르게 말한다. "생일 축하해, 내 다이아몬드." 네 숨결에 내 입술이 간질거린다. 촉각이 아우성치며 달려든다. 허리를 펴고 네가 곧게 서자 순식간에 마법이 풀린다. 등을 툭 치며 지나간다. "수업 잘 들어. 체리맛, 좋다." 멍해진 정신으로 뒤를 돌아다본다. 휘파람을 부르며 걸어가는 너. 나는 내 바스트 포켓에 들어있는 체리맛 챕스틱을 생각한다. 얼굴이 달아오른다. 아드레날린이 비명을 지른다. 문준휘 너..! 이제야 올라오는 친구들이 노래를 부르며 나에게 뛰어온다. "생일 축하합니다- 생일 축하합니다-" 가슴에 가랜드가 걸리고 꽃가루가 날아다닌다. 나비 수천 마리가 하늘을 덮는다. 헬륨 풍선이 떠오른다. 여우 다 됐어. 손가락 끝에 감각이 사라진다. 입술을 더듬으면 거기 너의 냄새가 배어있다. 얼마 전 사다준 우드향 스킨. 못 산다. 생일 축하에 묻어가듯 활짝 웃는다. 애교 부리는 거봐. 이뻐해달라는 말을 이렇게 하네. 최고의 생일, 문준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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