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제, 두 번째 날.
죽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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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
"일어나야 돼."
졸린 눈을 비벼 억지로 떴다.
미치겠다.
과거의 아이돌이라는 거, 원래 이렇게 바쁜 거였나?
새벽에 방송국을 가고, 아침 오후 내내 바쁘게 취재를 돌고, 또 다음에는 촬영을 나간다.
남준이 말로는 컴백 직후라 일이 많은 거라던데,
글쎄, 익숙한 듯 움직이는 그들을 보면 썩 그런 것 같지도 않다.
안 그래도 전날 밤 큰 침대를 혼자 독차지하고 자는 정국이 때문에
나는 거실로 나와 소파에서 잤단 말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온 건 맞지 않았던 거 같아..."
차라리 남편 친구를 내보낼 걸.
10분이라도 침대에 누워 자고 싶다는 생각을 할 때 쯤,
느릿하게 걸어가던 나를 누군가 뒤에서 붙잡았다.
"저기, 저기요."
"ㅇ,예?"
21세기 사람이다. 21세기 사람. 방탄소년단 말고 21세기 사람이다.
뭐 어떻게 말을 해야 하지?
수줍게 내 팔을 잡고 말을 건 소녀는, 뭔가 결심한 듯 내게 작은 가방 하나를 건네주었다.
"이거, 우리 오빠들한테 전해주세요!"
"...예? 이걸 말입니까?"
"...안 되나요?"
핑크색으로 제법 귀엽게 꾸며진 선물가방.
안에는 뭔지 모를 상자가 하나 들어있었다.
내 말투에 좀 놀랐는지 안 그래도 작은 몸을 더 움츠려서 얘기하는데,
어떡하지. 받아서 갖다 줘 말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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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분들이 주시는 건 고마운데, 공적인 자리가 아니면 개인적으로 받지 마세요.]
[뭐가 들었는지보다, 받고 나서 다른 분들도 같이 몰리면 위험해 지니까.]
그래. 남준이가 받지 말랬다.
개인적으로 주는 건 받으면 위험해 진다고.
심호흡을 하며 거절하려고 입을 떼는데,
언제 본 건지 방탄 스탭이다!! 하며 비슷하게 생긴 소녀떼가 몰려들기 시작했다.
뭐지. 나 언제부터 이렇게 유명해졌지.
"ㅈ,저기..."
"지금 방탄 들어갔어요?"
"아직 누구 차에 있어서 밖에 나와계시는 거 아니야?"
아니. 그냥 졸다가 늦게 나온 건데.
"...차에는, 아무도 없습니다."
"거 봐, 신입 스탭 맞다니까. 저거 구라잖아."
"애들 지금 팬싸 시작 했어요?"
몰라. 모른다고.
니들이 무슨 말 하는 지 하나도 모르겠다.
"잠깐만, 지나가겠습니다."
조상 뻘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현재로 치면 나보다 어린 애들이니,
어련히 비켜주겠다 싶어 건물 안으로 들어 가려는데
이게 웬걸, 꿈쩍도 안 한다.
아니 나한테 붙어있으면 방탄소년단이 너네 보러 온대?
안 그래도 잠도 못 자 짜증나는데, 길까지 안 열리자 이러다 내 남편 학점이 F가 되겠다 싶어
억지로라도 밀어 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손을 뻗어 몰린 소녀떼의 어깨를 잡고 밀쳐내려는 순간,
아무것도 못하게 누군가 내 손목을 덥썩 잡아 당기는 게 느껴졌다.
와, 악력 장난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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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불 들어왔잖아요. 빨리 가요."
아, 팔찌.
미래 대학 리포트.
-타임머신을 타고 자신의 전생을 찾아, 일주일간 그의 생활방식을 기록 및 사진 첨부하여 과제로 제출한다.
-역사를 바꾸거나 악용하는 일이 없도록 전생의 자신과는 250m 이내로 붙어 있을 것. 그 이상 떨어질 경우 학점은 F.
-일주일이 지나면 과거에 머물렀던 자신의 기록은 전부 지우고 돌아올 것.
-과거의 전생인 외에 꼭 필요한 사람이 아니면 절대로 자신이 미래에서 왔음을 알리지 말 것.
-최대한 많은 공부를 해서 미래의 정보가 들키지 않도록 과거 사람인 양 행동할 것.
"전정국이다!!"
그래 전정국이다!!
진짜 나한테 붙어 있었더니 방탄소년단이 나왔네!!
보고 있나 전정국? 전생의 너, 인기 이렇게 많다.
정국이는 잽싸게 나를 끌어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같이 온 경호원 두 명이 다른 소녀떼들을 막아줬고,
나는 안전하게 건물 안 엘리베이터에 오를 수 있었다.
그래. 졸지 말자. 앞으로는 졸지 말자.
21세기 아이돌 팬은 너무나 무섭다.
![[방탄소년단/홍일점] 미래 대학 리포트 04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6/06/26/21/4e8e8eec175fa9d6c64182bf6a131988.gif)
"여기 있다가, 팬싸인회 시작하겠습니다. 하면 저희 뒤로 오셔서 대충 감시하는 척 훑어봐 주세요."
"ㅈ,제가 말입니까? 그건 다른 스탭 분들이 도와 주시는 게 아닌가요?"
"여기 계시려면 그렇게 해 주세요. 가만히 있으면 이상하게 보이거든요. 누나는 코디도 아니니까."
손목 잡아서 미안해요. 정국이는 그렇게 말하며 무대 위로 올라갔다.
곧 다른 멤버들이 지각생 왔다~ 하며 놀리기 시작했고
나는 덩그러니 혼자 남아 긴장에 떨고 있었다.
팬싸인회 시작하겠습니다.
팬싸인회 시작하겠습니다.
팬싸인회 시작하겠습니다.
그 말이 들리기만을 기다리며 나는 조용히 노트에 스케줄을 적었다.
현재시각 오후 6:00. 팬싸인회 시작하겠습니다.
"시작하겠습니다?"
급하게 노트를 집어넣었다.
멤버들이 자리에 앉고, 무대 위로 오르는 스탭들을 따라 나도 올라가려는데,
옆에서 매니저가 하지 않아도 된다며 나를 붙잡았다.
그치? 그런 거지?
하긴, 난 어떻게 일을 해야 하는 지도 모르고,
250m 안에만 있으면 되는 거니까.
이제야 좀 쉬는 시간이 주어지는 건가.
나는 무대 앞쪽 빈 자리에 가서 앉았다.
"어? 신입 스탭 언니다."
"쿨럭, 쿨럭....컥... ㅇ,예?"
밑에서 놀라운 광경을 보고 올라온 지라 스탭 소리만 들리면 숨이 막힌다.
혹시나 또 몰리는 현상이 올까 싶어 급하게 매니저 쪽을 바라보고 있으니 거긴 팬석이라며 이리 오라고 한다.
아. 여기 앉으면 안 되는 거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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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거기 스탭누나도 싸인 받으러 오신 거예요?"
가만히 앉아있던 윤기가 마이크를 들더니 내 쪽을 보며 말했다.
쟤 저렇게 웃는 거 처음 본다.
심지어 누나라고 그랬다.
지금 팬들 앞이라고 저러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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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새치기 하시는 건 안 되죠. 저기 맨 뒤로 가세요, 맨 뒤."
나 너한테 싸인 안 받을 건데.
나 혼자 조용히 표정을 굳히고 있으니 주변에서 큰 웃음소리가 들렸다.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빵빵 터지고 있는 팬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아니, 저게 웃겨? 왜?
결국 고개를 저으며 일어났다.
다리가 아파서 좀 앉아 있으려고 그랬는데.
내가 스탭석으로 자리를 옮기자 윤기도 더 이상 건들 마음이 사라졌는지 마이크를 내려놓았다.
내가 앉는 게 싫으면 말로 해 말로...
그 뒤로 이어진 싸인회는 평화롭게 지나갔다.
자기밖에 모를 줄 알았던 멤버들이 의외로 자신들을 좋아해주는 팬들과 소통하는 걸 보고
새삼 괜찮은 애들이네, 라고 생각한 계기가 되기도 한 스케줄이었다.
-
현재시각. 오전 12:16.
모든 스케줄과 연습까지 끝마친 시각.
사정거리 탓에 나까지 모든 스케줄을 소화한 뒤에야 나는 그나마 반가운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설마 내일도 이래야 한다는 건가. 그거 좀 많이 괴로운데.
멤버들도 그제서 피곤이 묻어나긴 하는 모양인지 눈에 졸음이 가득해 보였다.
똑똑.
![[방탄소년단/홍일점] 미래 대학 리포트 04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7/01/21/22/8ea52860b9a0ed4c6563bdab88aa7ec2.gif)
"누나, 먼저 씻으실래요?"
"우리끼리 얘기 나왔는데, 누나가 오늘 제일 피곤해 보인다고, 빨리 씻고 재우자고 해서."
지민이가 방 문을 열고 들어왔다.
되게 고마운 소식이였다.
배려해 줄 줄도 아는구나, 니네.
나는 고맙다는 말을 전하며 일어섰다.
그리고 욕실로 들어가려던 순간.
아차 싶었던 게 생각났다.
나는 갈아입을 옷이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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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걸 생각 못했네 우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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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요? 그냥 지민이 형이나 윤기 형 옷으로 어떻게 하면 안 되나?"
"속옷은 어떻게 해 드릴 건데?!"
![[방탄소년단/홍일점] 미래 대학 리포트 04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6/01/03/1/e98e34a761bb77dbf55f33f6c0201059.gif)
"...아."
이런 문제 투성이.
이건 과거의 매점에서도 사이즈가 어떤지 모르니까 구매하기에 어려움이 있었다.
무엇보다 나가면 연예인인 정국이와 동행해야 하고.
그건 좀, 그렇지 않나.
무엇보다 열 두시가 넘은 이 시간에 문을 연 매장은 아마도 없을 것이였다.
어떡하지, 앞으로 일주일은 여기 있어야 하는데.
답답한 마음에 손톱까지 물어 뜯어가던 도중, 여기로 날아오기 전의 남편의 말이 떠올랐다.
![[방탄소년단/홍일점] 미래 대학 리포트 04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7/01/10/6/3039fdbc206b4de8e3c856086fc49b6c.gif)
[잘 다녀와, 무슨 일 있으면 비상벨 꼭 누르고.]
"비상벨!!"
"비상벨?"
"남편이 누르라고 한 겁니다. 과거로 돌아가 비상사태가 벌어지면 누르라고 준 버튼인데, 아마 작동할 겁니다."
"그거 누르면... 남편 분이 오시는 거야?"
"아마 그렇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일단 급한대로 눌러서 불러 보겠습니다. 집에는 제 물품이 많으니까요."
급하게 방으로 들어가 가방에서 비상 버튼을 꺼냈다.
전자 메시지로 필요한 단어를 적어서 누르면, 분명 뜰 거다.
나 없다고 남편이 술바람에 밖으로 싸돌지만 않는다면 말이다.
됐어. 이거야.
나는 남편이 집에 있기를 간절하게 바라며 가방에서 이것 저것을 꺼내들었다.
필요한 메세지를 전부 적어 비상벨을 눌러 놓고, 남편이 오기 쉽게 거실로 가지고 나갔다.
그리고 왼손 약지에 낀 반지를 빼 버튼 옆에 두었다.
이게 연결고리가 될 테니까.
![[방탄소년단/홍일점] 미래 대학 리포트 04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6/06/06/13/fd9c2f294bd8cdfdbe573b3623996d57.gif)
"신기하다... 미래에는 이런 것도 있구나..."
태형이가 신기하다는 듯 반지를 들어 만지작 거렸다.
누나 손가락 되게 가늘다. 하며, 제 눈에 비추어 이리저리 살펴보기도 했다.
...근데, 그거 계속 만지고 있으면 안 좋을 텐데.
피빅.
펑.
"자기야!"
...어이쿠, 저런.
![[방탄소년단/홍일점] 미래 대학 리포트 04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5/12/29/21/6efd7aedfcc6281f18e1d8310c5520b7.gif)
"…정국,이?"
버튼을 누른 게 1분 전.
남편이 날아온 게 방금.
반지를 들고 있던 게 태형.
우리 남편은 태형이를 보며 자신의 와이프인 냥 열심히 뽀뽀를 해대고 있었다.
NEXT. 후생 정국과의 만남.
+
(팬싸인회 후, 여주가 자고 있는 차 안.)
![[방탄소년단/홍일점] 미래 대학 리포트 04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6/07/08/2/1a26540a0ce2c511766b4345b5b64a43.gif)
"윤기 형."
![[방탄소년단/홍일점] 미래 대학 리포트 04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6/07/01/21/a2af91916abd78328757386581e48653.gif)
"왜."
"아까 팬석에서 누나 내보낸 거, 뒤에 카메라로 자꾸 칠까 봐 그런 거지. 머리에 기대서 찍을까 봐."
"...글쎄."
![[방탄소년단/홍일점] 미래 대학 리포트 04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7/01/26/1/fbd10c43e09fe90c41e9e019b324a983.gif)
"형도 누나 미워하진 않는 거였네."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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