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LL ME
KISS ME KILL ME reverse ver.
written SOW.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나서는 밖의 공기는 창백하기도 했고 상쾌하기도 했다. 마스크를 써서 그런가 오늘따라 공기나 상쾌한 게
오늘은 좋은 일이 생길 것만 같았다. 평소에 진득하니 났던 손바닥의 땀도 쾌적한 공기덕에 한껏 말라 손에 무엇을 쥐고 있어도
미끌거리지 않았다.
혀를 살짝 들었다 내려놓으면 제 혀에 느껴지는 날카로움에 크흠하는 작은 기침을 내뱉었다. 송곳니를 갈 때가 된건가.
송곳니를 갈 때 느껴지는 진동은 정말 미치도록 싫었지만 자신과 같은 사람들보다 평범한 인간들의 비율이 더 많으니 이 사회에 적응하려면
억지로 그들과 송곳니의 길이를 같게 해야만 했다. 제가 앞으로 살 영겹의 시간 중 늦지 않게 반려를 찾아 깊게 피를 마셔야 할 텐데
아직까지 자신은 반려의 'ㅂ'자도 찾지 못했다. 벌써 300살이 다 되어가는데도 자신의 반려로 추정되어지는 사람은 찾을 수가 없었다.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자신이 느낀 건 딱 하나였다. 그냥 반려 없이 살자.
제가 아직 어린 소녀였을 때, 어머니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네가 찾으려는 건 네가 찾지 않을 때 나타날거야.' 그게 물건이든, 사람이든, 반려든.
그렇게 어머니의 말씀을 따른지도 20년 정도가 지났다. 슬슬 해외로 떠나볼까 해 어젯밤 급히 비행기 표를 예매하고 짐을 싸느라 밤을 새었지만
자신은 본래 야행성이라 끄덕없었다. 오히려 햇빛이 내리쬐는 낮 특유의 냄새는 제게는 너무 고약해서 차를 타고 공항으로 가는 이 순간도 새벽이었다.
"죄송합니다."
이번에는 해외에 꽤 오래 나가있을 예정이라 캐리어가 꽤 컸는데, 그 크기 때문에 부딪히는 사람이 항상 있었다. 오늘도 마찬가지였다.
선글라스를 쓴 남자가 듣기 좋은 미성으로 죄송하다며 고개를 살짝 숙이고 지나가는데, 뭔가 평소와는 느낌이 달랐다.
그래서 무턱대고 캐리어를 놓고 그의 손목을 잡았다. 저기요, 우리 어디서 만난 적 ‥.
"나한테 관심있어요?"
"네?"
"그 쪽 작업멘트는 너무 오래 된 거 아닌가. 뭐 300년 전에 그런 멘트가 남발했을 것 같아서요."
"300년 전에 이런 멘트 없었거든요."
"아, 그래요?"
"아니, 우리 어디서 만난 적 없냐구요."
"그 쪽 같은 밍숭맹숭한 얼굴, 난 본 적 없는데."
싸가지. 내가 느낀 그의 첫인상은 싸가지였다. 순수하게 어디서 본 적 없냐고 묻는 것도 저에게 거는 작업이라고 생각하는 남자에게 더는 볼 일이 없어서
놓았던 캐리어를 다시 가지러가던 순간, 어떤 또라이가 내 캐리어를 가지고 도망가더라. 저 사람도 참 사람 잘못 고르는 듯 했다.
뱀파이어는 밤이 아닌 새벽에 가장 기력이 쎈 걸 모르겠지, 저 멍청한 인간은.
"원한다면, 도와줄 수도 있는데."
"네?"
내 뒷말에 생략된 건 이거였다. '네가 나같은 뱀파이어도 아닐텐데 대체 무슨 수로?' 그가 내게 말만 걸지 않았더라면 벌써 그의 뒷덜미를 낚아 채서
정강이를 한 대 걷어 차고 난 후 였을거다. 나는 남자의 미소를 한 번, 도둑새끼가 도망간 방향을 한 번 살핀 후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네가 어떻게 도둑을 잡나 보자.
"내가 사실 몸 쓰는 직업을 하거든."
남자는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더니 이렇게 말했다. "나 박지민, 지금 6번 게이트 쪽으로 나간 회색 캐리어 든 남자 잡아서 내 앞으로 데리고 와."
끊은 전화를 한 번, 또 내 얼굴을 한 번 응시하던 그는 씨익하고 아까와는 다른 웃음을 지었다. 자신이 우위라는 것을 증명해보이는 듯한 웃음이었다.
다르게 말하면 ' 나 이제 옷 혼자 입을 수 있어요!' 하는 유치원생의 표정과 같았달까. 어쨌든 그의 전화가 끊기고 딱 3분 정도 후에 건장한 남자 둘이
도둑을 잡아 그의 눈 앞에 데려놓았다. 그는 캐리어를 내게 넘겨주곤 남자 둘에게 수고했다는 말과 함께 남자를 끌고 가게했다.
"고맙다는 말은?"
"전 원한다고 했지 제가 먼저 요구한 기억은 없는데."
"내가 어떤 사람인지 궁금하다는 표정인데."
"아닌데."
"말이 좀 짧네."
"그 쪽도 마찬가지고."
이 남자, 되게 질척거린다. 생긴 것도 멀쩡하게 생겼는데 건장한 남자 둘을 데리고 다니질 않나 전화 한 통이면 범죄자가 그의 눈 앞에 와 있다니.
어쩌면 나보다 더 편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 새삼 느껴지는 모순에 우습기도 했지만 일단 그를 빨리 마무리 짓고 비행기에 올라타고 싶었다.
"고맙다는 말 하는게 그렇게 어렵나? 나 되게 칭찬받을만한 짓 한 거 같은데." 그는 팔짱을 끼며 내게 말했다. 그 어투가 퍽이나 칭찬받을만 해 고개를
두어번 끄덕이곤 고맙다는 말을 내뱉자 그제서야 그는 몸을 틀었다. 그가 몸을 틀자마자 나도 반대편으로 몸을 틀었는데, 그래 분명 서로 반대로 향했는데.
"나 따라다니나 봐요."
"네? 아니, 왜 그 쪽이 여기에 ‥."
"저도 노르웨이에 가니까요."
"아, 네 ‥ 뭐 엄청난 우연이네요 우리."
"그거 알아요?"
"‥."
"우연이 두 번 겹치면, 인연이 된다네?"
"그래서요."
"아까 내가 그 쪽 캐리어 친 거 한 번."
" ‥,"
"내가 도둑 잡아준 거, 두 번."
"그게 무슨 우연이야, 그 쪽이 도와준다고!"
"벌써 우리 인연인거 같은데."
계속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늘어놓는 그에 헛웃음을 치기도 잠시 나는 얼마 전 봤던 사주를 떠올렸다. 네 옆자리가 반려가 될거라던 말이 스쳐지나가면서
나는 목을 뻣뻣하게 굳혔다. 등 뒤가 쎄했다. 흔히들 사랑은 지각하는 순간부터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저도 모르는 새에 시작하는 것이라고 했는데
내가 딱 그 꼴이었다. 어쩌면 ‥ 나는 그와 부딪힌 그 순간부터, 그의 손목을 잡은 것부터 알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가, 나의 반려라는 것을.
"지금 만난 것까지 하면, 우리 세 번인데. 세 번째는 뭔지 알아요?"
"내가 어떻게 알아요."
"운명."
"언젠 나보고 밍숭맹숭하게 생겼다면서요. 밍숭맹숭하게 생긴 여자랑 운명이라서 싫으시겠어요."
"내 취향이 밍숭맹숭하게 생긴 여잔데."
반려는, 또 다른 제 반려를 알아본다고 했다. 그도 본능적으로 알았던걸까, 내가 그와 그냥 지나칠 운명이 아니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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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S ME KILL ME ↔ KILL ME KISS ME
뱀파이어 지민 X 인간 여주 ↔ 뱀파이어 여주 X 인간 지민
키스미 킬미 반응이 되게 좋아서 쪄본 조각글... 지민이가 이거 원래 경찰이어서 지민이 후배들이 잡아온거임 ㅇ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