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인반고양이 전정국과 아슬한 동거 04 정국이와 지내는 시간은 참 빠르게 흘러갔다. 아, 정국이는 나와 동거하는 고양이의 이름이다. 정확히 말하면 반인반고양이의 이름. 고양이에 대해 얇지만 꽤 많은 자료를 조사했다. 그렇게 자신에 대해 이야기를 안 하려고 발버둥 치는 정국이에게 억지로 말을 시키지 않았다. 더 이상 자신에게 질문을 하지 않는 내가 불안했는지 먼저 와서 이야기해주었다. 자신도 잘은 모르지만 어렸을 때부터 어떤 남자가 돌봐주었다고 했다. 그 사람의 이름은 남준. 나이는 아마 나보다 많은 사람일 것이라고 했다. 키도 크고, 자주 웃지는 않지만 가끔 보여주는 웃음은 기분 좋게 만들어주는 사람이라고 했다. 그리고 자신의 이름은 전정국. 아직 어린 나이여서 많은 것을 알지는 못하지만 몸이 자연스럽게 움직인다고 했다. "정국아, 그러면 왜 그 집에서 안 살고 비 오는 날 나왔어?" 고양이 때의 버릇을 못 버렸는지 소파에 누워 식빵 자세를 하던 정국이는 내게서 등을 돌렸다.
이야기하기 싫다는 걸 몸으로 표현하는 게 아직 어리게 보였다. 그래도 대충 상황을 듣고 나니 정국을 대하는 게 훨씬 편해졌다. 덕분에 내게 주인이라는 호칭을 더 자연스럽게 붙이면서 마치 하녀를 부리는 듯한 정국의 모습도 종종 보이는 게 문제지만. 아직 외출을 해본 적은 없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일주일 동안 사람의 모습이긴 하지만 언제 고양이로 변하는지 모르는 탓에 집에서 함께 지냈다. 결국 몸에 가시가 돋았는지 일주일하고 하루가 지난 오늘, 정국은 아침 일찍 일어나 나를 깨웠다. "주잉, 주잉아, 오느른 바께 나가고 시퍼. 네? 주잉, 이러나." 전에 나를 깨운답시고 침대 위로 올라와 장난치는 모습을 보고 크게 혼낸 뒤, 겁이 났는지 침대 옆에서 내 팔을 잡아당긴다. "정국이가 말 안 들어서 안돼. 못 나가요." "주잉, 꾸기가 말 더 잘 드르께요. 네? 이케 아침에도 안 깨우고 꾸기 혼자 놀고 이쓰게요, 주잉아." 정국이의 귀여운 버릇이 나왔다. 반말을 하면서 가끔 자기가 불리하거나 도움을 요청할 땐 존댓말을 쓰는 버릇. 알면서도 속아넘어가 주는 마음이 이런 걸까? 아마 더 어른이 된 다음 결혼해서 아이를 낳으면 절대 마트에 못 갈 것 같다. 타요 버스 사주세요, 미미 인형 사주세요 하는 아이의 말에 전부 사줄 것 같아서. 내게 아이처럼 보채는 정국을 데리고 욕실로 향했다. 일주일 동안 정국이의 옷을 몇 개 샀는데, 그중에서 가장 무난한 옷을 욕실 밖에 걸어두었다. 맨몸으로 나오지는 않는 정국이지만 외출한다는 말에 기뻐서 그냥 나올까 봐 두 번 정도 다시 일러주었다. 꼭 옷 입고 나오라고. 내 말에 콧노래까지 부르는 정국이다. 정국이가 씻는 동안 간단히 밥을 차렸다. 소시지를 좋아하는 정국이를 위한 만찬이 완성되고, 때에 맞춰 정국이는 젖은 머리를 하곤 내게 백허그를 했다. 동시에 내 입에서는 괴물 같은 소리가 나왔다. "허억." "주잉, 괴무리야? 허어억. 똑가태, 그치?"
나를 따라 하는 정국이를 살짝 노려보자 머쓱한 듯 혀를 살짝 내밀곤 내 어깨에 얼굴을 묻는다. 꼭 머리를 자기가 말리지 않고 내게 부탁하는 탓에 오늘도 요란스러운 심장을 가라앉히면서 정국을 데리고 방으로 갔다. 정신연령은 아직 아이 같은데 체구는 고등학생 정도 돼 보이는 정국이기에 가끔은 놀란다. 자고 일어나서 내 위에 있다던가 그런 일이 있으면 크게 혼을 냈다. 덕분에 한번 혼난 행동은 더 이상 하지 않는다. 말을 잘 듣는 정국이 대견스러워 멍을 때렸는지 머리를 마구 털어댄다. "주잉... 무승 생각해? 꾸기 머리통에 빵꾸 날뻔했어. 아파, 주잉." 뜨거운 바람에 머리가 아팠는지 울상을 지어 보인다. 미안한 마음에 빠르게 머리를 말려주곤 식탁으로 내보냈다. 씻고 나올 테니깐 밥 꼭꼭 삼켜서 먹으라는 말을 하곤 욕실로 들어갔다. 정국이가 방금 나간 탓에 기분 좋은 향이 가득했다. 물론 내 취향이 적극 반영된 보디로션 덕분이지만. 씻고 나갔는데 정국이가 식탁에 없었다. 급히 불렀는데 내게 설거지도 다 했다면서 티비를 보고 있었다고 했다. 고양이의 습성 덕분인지 정국이와 있는 동안에 설거지가 밀린 적도, 집안이 더러운 적도 없었다. 고맙다는 말을 하곤 간단한 화장을 하고 거실로 나왔다. 급히 욕실로 들어가는 탓에 제대로 못 봤는데 셔츠를 입은 모습이 꽤나 귀여워 보였다. 이 상태로 나가도 좋은데 사람의 욕심이란 게 참 무섭지. 예전에 실습하면서 만들었던 나비넥타이를 들고 정국이에게 다가갔다. 내 표정을 본 정국이는 물음표가 가득했다. "주잉, 주잉 표정 너무 이상해써. 꼭 꾸기한테 이상한 거 시키는 거 가타. 아니지, 주잉?" 내 표정을 읽었나 보다. 손에 들린 까만 넥타이를 정국이에게 해줬다. 처음 해보는 건지 목이 답답하다면서 입술을 삐쭉 내밀었다.
"주잉, 꾸기 고얀이 아니야. 꾸기 사라미야. 이거 이산해." "아니야, 정국아. 예쁘다, 귀엽다. 진짜 귀여워요." 내 말에 눈치를 살살 살피더니 인심 쓴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그렇게 정국이와 첫 외출을 했다. / 안녕하세요. 아띠랑스입니다! 정국이와 떠나는 첫 외출이 기대되신다면 많은 응원부탁드림다!!! [암호닉]은 언제나 환영입니다 ㅎ.ㅎ 설탕모찌, 꾹피치, 쿠크바사삭, 망개침침, 뿜뿜이, 땅위, 난나누우, 흥탄, 갤3, 물망초, 요랑이, 꾸꾸까까, 대구미남, 깡태콩, 애블바디댄스 예아, 뉸기찌, 윤기네설탕, 오빠아니자나여, 뉸뉴냔냐냔, lost, 레드불1일1캔, 곰탱이네동굴, 자몽소다, 흩어지게해, 침침이, 태태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