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집 남자 전정국 X 옆집 여자 나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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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옆집에 이사오나보네"
시간표 하나 잘못짜서 한 학기를 반포기 상태로 다니고 있는 탄소다.
오늘은 금요일, 그래도 일주일 중 단 하루 교양과목만 들으면 되는 날인데.. 교수님이 자장가를 부르신다고 한다.
분명 눈을 뜨고 수업을 듣고 있었는데... 왜 또 눈을 뜨는거지. 잠든거지 뭐, 학과 사람들 말로는 저 교수님 시간에 깨있는게 기적이란다.
오늘도 기적을 일으키지 못한채로 학교 앞 자취방으로 터덜터덜 무거운 발걸음을 옮겨 가는 중이다.
계단에 오르자 보이는 광경은 이삿짐 센터가 이 좁은 방에 뭐 이리도 짐이 많은지 복도에도 아직 들여보내지 못한 박스가 한 가득이다.
"어..! 죄송합니다, 최대한 빨리 치우겠습니다..!"
"아.. 예 뭐 괜찮아요"
"저는 옆집에 이사 온 21살 전정국이라고 합니다!ㅎㅎ"
"동갑이네요, 김탄소라고 해요. 그럼 전 이만"
*
쾅-
'되게 친화력 있어보이네, 뭐가 그렇게 좋다고 웃냐 웃기는'
한치앞도 모르는 인생에 남자가 왠 말인가 하는 탄소, '과제하기도 바쁘다, 뭔 놈의 과모임은 이렇게 허구헌날 있냐 진짜...'
어디가서 외적으로 꿀리지 않은 정국이였지만 하루살기도 버거운 탄소에게는 잘웃는 옆 집 남자로 남았다. 그저 옆 집 남자
같은 시각 정국,
'강아지같다. 산책하고 피곤해서 축 늘어진 강아지'
보조개가 움푹하게 들어간 두 볼까지 내려온 다크서클과 축 늘어진 어깨, 힘없는 발걸음을 보고 산책하고 온 강아지를 떠올릴 사람은 아마도 이세상에서 정국뿐일거다.
탄소에게 정국은 그저 옆 집 남자지만 정국에겐 그저 옆 집 여자가 아닐수도.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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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명색에 2학년인데 어떻게 한 번을 빼주지 않는건지 야속하기만 한 탄소가 있다. 죽어라 부어라 마시는 저 술고래들은 집에 들어갈 생각은 1도 없는지 그저 신입생, 아니 들어온지 지금 반년이 다 되어가는데 아직도 신입생들에게 강해보여야 한다며 텃세부리는 4학년들이다. '저럴 시간에 졸업작품이나 준비하지..'
그런 그들이 한심해 보이는건 어쩌면 당연 할 수도. 더이상은 못마시겠다 싶어 화장실에 다녀온다며 몰래 나온 탄소는 이미 해는 떨어진지 오래 푸른 달마저 차게 식은 새벽 1시 반이 되어서야 집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이 날이 무슨 날이였는지 이미 온전한 제정신이 아닌 탄소가 자취방 현관문 앞에 다 다랐을 때쯤 정국이 옆 집에서 끼익- 소리를 내며 나온다. 하필 두번째 마주침이 이 꼴이라니.
"뭐야.. 이제 들어오시는 거에요?"
"아..예... 뭐 어쩌다보니"
탄소 본인은 아마 자신이 술에 취한걸 정국에게 숨길 수 있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물론 정국에겐 "아? 예에.. 모 어쩌다보니이..." 이렇게 들렸는데 말이다.
그리 길지않았던 첫 만남의 아쉬움을 지금 풀어내는듯 정국은 탄소를 들여보내줄 생각이 없나보다.
"뭐 이렇게 술을 많이 마셨어요, 지금 새벽 2시가 다 되가는데"
"아니이... 나도 집에 오고시펐는데에 안 보내주자나여!"
'옆 집 여자 귀여운 면이 있었네, 지금은 졸린 강아지 같다'
"ㅋㅋㅋ그랬어요? 미안해요 너무 오래 잡고 있었죠, 피곤할텐데 잘자요"
"네에.. 옆 집 남자도요오"
탄소가 들어가고 복도에 혼자 남은 정국은 왠지모를 묘한 기분이 들었다. 새벽 2시에 술취한 여자를 봐서 그런 것인지, 아님 자신이 졸려서 그런 것인지.
정국이 그 묘한 기분의 원인을 알아차리는데에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옆 집 남자... 아니 옆 집 맞는데 이게 왜 기분이 이상하냐"
"술은 탄소씨가 마셨는데 취한건 내가 취한 것 같네"
자신의 기분이 이상하단 것이 탄소가 부른 자신의 호칭 때문이란 것을 알아챈 정국은 쉽사리 잠들지 못하는 새벽이었다.
*
다음 날 일어난 탄소는 쓰린 속을 부여잡고 대충 눌러쓴 모자에 후드집업 하나 걸치고 자취방 골목 앞 슈퍼에 갔다올 계획이였다.
방금 정국이 때 맞춰 정국의 집 현관문을 열기 전까지는.
"어.. 안녕하세요, 어제 잠은 잘 잤어요?"
"예? 아 네네, 그럼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푹- 눌러 쓴 자신의 모자를 한껏 더 눌러 써 정국과의 시선을 아예 마주치지 않겠다는 다짐이 보이는 탄소의 행동에 눈길이 가는 건 자연스레 정국의 몫.
"아 잠시만요! 그 어제 술 많이 드신거 같아서.."
언제 사다 놓은것인지 탄소에게 숙취해소 음료를 건네는 정국이다.
"어..감사합니다, 제가 어제 술마신 건 어떻게 아시고.."
"지금 얼굴이 누가봐도 술 마신 다음날 같죠..?"
"ㅋㅋㅋㅋ아니요, 어제 새벽에 들어오실 때 마주쳤어요, 기억 안나요?"
"...네 잘 기억이.. 제가 혹시 뭐 실수한 건 없는지..."
"ㅋㅋ네 실수 안하셨어요, 그냥 인사 나누고 들어갔어요 저희"
'어후 다행이네.. 진짜 십년감수 했다...'
"제가 지금 약속 나가는 길이여서.. 이제 우리 마주치면 인사해요, 탄소씨"
"아..! 아 네네, 다녀오세요"
'난 이름 불러줬는데 어떻게 내 이름은 한번을 안 불러주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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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마주친 고딩시절 짝남 다음편 낼 생각은 안하고 새로운 글만 계속 쓰네여 허헣
지금은 2시 45분인데 아마 사진 넣고 검토하고 올리면 3시 반은 될 거 같아옇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