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나나우유의 비밀
“ㄴ소...김탄소!”
“어?어!”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사람이 온 것도 모르고..”
민윤기와 첫 만남을 떠올리는 사이, 호연이가 매점에서 바나나우유를 사온 모양인지 내 책상에 바나나우유를 둔 채, 내 눈 앞에 손을 흔들고 있었다. 한 손으로는 초코우유를 먹으면서.
“아. 이따 예비소집 갈 생각하니까 우울해서.”
“하긴, 너희 반에 김우주 있다며?”
김우주?
“그게 누군데?”
“있어. 우리 소문에 어두운 탄소는 몰라도 되는. 그보다 학교 끝나고 별이네 가자. 내가 쏜다.”
“너도 네 죄를 아는구나.”
“아니, 난 마리가 무서울 뿐이야. 넌 바나나우유로 괜찮아졌겠지만, 걘 떡볶이는 사줘야 돼.”
하긴, 마리가 화나면 무섭긴 하지. 그럼 난 튀김 말고 참치김밥 먹을래. 그러던가. 나 어제 용돈 받음. 올, 아, 나도 할 말 있어. ㅇㅇ. 야, 이제 종업식 시작한다.
호연이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12월의 새신부가 되어 학교를 떠나게 된 담임선생님이 교실로 들어오셨다. 남편의 직장 때문에 다른 지역으로 가게 되셨다는 선생님은 결혼식은 12월에 했지만, 우리들과 종업식까지는 함께 하려고 남편분과 신혼생활을 아직 시작하지 못했는데, 이제 신혼 기분 낼 수 있겠다며 웃으시다가 이내 슬픈 듯, 눈물을 보이셨고 곧 교실에도 우는 아이들이 생기기 시작했고, 호연이와 나는 서로의 눈물을 못 본 척 했다.
“다들 2학년 가면 공부도 더 열심히 하고. 대학 좋은데 가야지.”
“쌤 마지막인데!”
“마지막이니까. 더 이런 얘기하는 거야. 좋은 대학가서 쌤 찾아오면 쌤이 맛있는 거 쏜다! 알겠지?”
그렇게 아쉬움과 슬픔을 담은 종업식이 끝나고, 교장선생님 말씀도 듣고 교가도 부르고 나니, 2학년 예비소집에 가야할 시간이 다가와 반 애들도 선생님과 인사를 하고 교실을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선생님 대학 붙고 찾아갈 테니까. 그 때까지 잘 지내시고, 남편분이랑 행복하게 사세요.”
“그래, 우리 탄소. 수학공부 조금만 더 열심히 하고. 그럼 더 좋은 데 갈 수 있을 거야. 쌤은 잘 지낼테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고.”
“네. 수학은...좀 더 노력해볼게요.”
나도 그렇게 담임선생님과 포옹하며 마지막 인사를 건네고, 교실을 빠져나와서 선생님과 인사하는 호연이를 기다리는 사이 마리도 반 애들과 인사를 끝냈는지 우리반쪽으로 안나와 함께 걸어오는 게 눈에 들어왔다.
“왔어?”
“어.” “응. 호연이는?”
“담임쌤이랑 마지막 인사 중.”
“손에 그 바나나우유는 김호연?”
“응, 너한테 떡볶이래. 안나 넌 라면 먹는다고 했다며?”
“어. 야, 근데 너희 반에 김우주 있다며?”
김우주? 아까 호연이도 얘기했던 것 같은데. 걔가 누구길래 안나도 알지?
“너희 둘이랑 같은 반이었어?”
“아니. 걔 유명하잖아.”
“안나야, 탄소는 말해도 몰라.”
호연이부터 시작해서 계속 얘기하는 김우주란 애에 대해 더 물어보려하는데, 안나와 마리는 내가 굳이 알 필요 없는 얘기라며 입을 닫았고, 때마침 호연이도 반에서 나왔다.
두 사람이 저럴 정도면 안 좋은 소문이 도는 앤가? 뭐 알 필요 없는 꼬치꼬치 캐물을 필요 없겠단 생각에, 호연이랑 안나랑 어디서 만날지를 결정하고, 각자의 반으로 갈라졌다. 정확히는 중국어반이 되면서 앞 반을 배정받은 호연이와 일본어반이라 뒷 반을 배정받은 나와 마리 그리고 이과를 택해서 같은 방향인 안나가 동행한 거지만.
“안나야, 너희 반에도 걔네 있다며.”
“응, 말도 마. 둘은 우리 반이고, 나머지 둘은 마리랑 같은 반이라서 우리 둘 다 하루 종일 여자애들한테 시달렸잖아. 너도 그랬지?”
“어. 자주 보자고 하더라.”
“우리 힘내자. 그래도 걔네랑 짝 되거나 조별 수행평가 같은 것만 같이 안하면 괜찮겠지.”
그래, 그렇지. 설마 걔네랑 짝이 된다거나, 같은 조 되는 일이 일어나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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