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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나나우유의 비밀



그런데 그 일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시작은 분명 평범했다. 안나와 중간에 헤어진 우린 2학년 6반쪽으로 향했고, 마리에게 그동안 물어보지 못했던 김태형을 싫어하는 이유를 물어봤고, 마리는 건드리면 한 대칠 것 같은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 그거 별거 아냐. 그 때가 너희 야자 째고, 나 혼자 야자 한다고 석식시간에 다시 학교로 돌아온 날? 이었던 것 같은데. 석식시간에 할 것도 없어서 도서관 갔다가, 사서쌤이 신간 들어왔는데, 행정실로 잘못 배송 갔다고, 시간 날 때, 옮겨놓으라고 하셔서. 그냥 바로 가고 있었지. 근데, 걔가 계단에서 넘어지기 직전에 내가 잡아줬거든.”


네가?”


그렇게 볼 것 없어. 허리 끌어안아서 버틴 거임.”


아 미안.”


쨌든 그렇게 잡아주고, 걔는 고맙다고 그러기에 알겠다고 하고, 각자 갈 길 갔는데. 내가 신간 찾아서 나오는 길에 누가 내 뒤통수를 치는 거야. 세게는 아니고 툭치는 정도? 근데 내가 머리 만지거나 치는 거 진짜 싫어하잖아. 알지?”


. 너 그것 때문에 안나랑 싸울 뻔했잖아.”


그랬지. 안나랑도 그런데 모르는 애가 그러면 오죽하겠냐. 기분 더러워진 상태로 뒤돌아보는데 김태형이 멀뚱히 서서는 날 빤히 쳐다보는 거야. 사과를 하는 것도 아니고, 용건을 얘기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말 그대로 멀뚱히 서가지고! 어이가 없어서. 근데 그러다 갑자기 웃더니. , 소리 내서 웃는 건 아니고. 미소 지었다고 해야 되나?”


그래서?”


그리고는 자기 이름 얘기하고는 반대편 복도에 서있던 친구한테 뛰어가던데. 완전 미친놈 아냐? 어쨌든 이게 전부야. 근데 갑자기 이건 왜?”


아니, 네가 누굴 그렇게 싫어하는 건 처음 봐서 뭐 완전 안 좋은 일이라도 있는 줄 알았지. 근데 그게 다라고? 아니 그 뒤로 몇 번 인사하는 거 무시하니까 안하던데. 너 용케 살아있다. 걔랑 마주친 때가 방과 후에 사람 없을 때라 괜찮았지. 그리고 솔직히 나야 그쪽이 나한테 잘못한 거지만. 넌 진짜 심각하지 않냐.


이때가지만 해도 괜찮았다. 마리가 어느 날 갑자기 나한테 와서 김태형 싫다고 욕할 때 물어보지 못했던 첫 만남을 물어본 것뿐이었으니까. 진짜 문제는 2학년 반에 도착해 남준쌤이 교실에 등장했을 때 일어났다.



. 다들 자리에 앉을까?”



반에 아이들이 거의 다 찼을 무렵 앞문에서 들어온 남준쌤은 아이들이 다 앉고 나서 교실을 쭉 들러보더니 만족스럽다는 듯 웃고는 입을 열었다.



먼저 날 지나가다 본 것 말고는 다들 본 적 없을 텐데. 난 일본어를 담당하고 있는 김남준이고, 앞으로 너희 담임을 맡게 됐어. 내 소개는 이정도로 하고, 다들 자기소개 할까?”



그리고 교실은 순식간에 야유로 가득 찼고, 선생님은 예상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더니 농담이라고 아이들을 달래며, 개학날 등교시간과 임시 반장, 부반장만 뽑고 집에 보내주겠다고 지원자가 있는지 물었지만 정식도 아닌 임시 임원 자리에 지원하는 아이들은 없었고, 그런 아이들을 잠시 둘러보던 선생님의 시선이 누군가에 꽂혔다.


, 다들 싫으면 어쩔 수 없지. 우리 반에 작년 전교 일등 있다고 하던데. 민윤기?”



스스로의 선택에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이는 선생님과 일제히 한 곳을 바라보며 반짝이는 여자애들의 눈 사이로 잠시 떨떠름함이 가득 담긴 표정을 지어보이던 민윤기는 느릿하게 입을 열었다.



“....?”


잠시 동안 선생님이랑 눈을 마주치고 있던 민윤기는 이내 한숨과 함께 고개를 끄덕이는 걸로 임시 반장이 되었고, 그와 동시에 여자애들은 초롱거리는 눈으로 남준쌤을 쳐다보기 시작했다. 서로의 눈치를 보느라 손은 들지 않았지만, 우리 반에도 사대천왕의 팬이 있는 게 확인되는 순간이었다.


누가 될지는 몰라도 부반장이 되는 순간 여자애들 등쌀에 힘들 테니까, 남자애가 됐으면 좋겠다. 무엇보다 부반장 된다고 민윤기랑 친하게 지낼 수 있는 것도 아닌데, 욕은 욕대로 먹고 목표한 것도 못 이루면 너무 힘들지 않겠냐는 거지. 작년에 수행평가 같은 조 걸린 애는 민윤기 번호 따려다 심하게 까였다고 했던 것 같은데,


호연이에게 들었던 민윤기의 일화를 떠올리며, 누가 되든 나만 아니면 된다는 생각이 막 들 무렵, 남준쌤과 눈이 마주쳤고, 불길한 예감이 날 스쳤다. 설마?


반장은 남자니까 부반장은 여자면 좋겠는데...김탄소?


이럴 줄 알았어, 남준쌤이 날 그냥 내버려 둘리가 없지. 그래도 부반장은 아닌 것 같아요 선생님. 이라고 말하고 싶다는 생각이 잠시 들었지만, 일개 학생으로 그럴 수는 없느니 얌전히 입을 열었다.


...”


그래, 탄소 네가 좋겠다. 괜찮지?”



아니요. 안 괜찮은 것 같아요. 라는 대답이 목 끝까지 차올랐지만, 선생님의 괜찮지는 질문이 아닌 너 해, 라는 의미가 명백해서 울며 겨자 먹기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와 동시에 내 온몸으로 날아와 박히는 여자애들의 날카로운 시선과 함께 어쩐지 난 이 시선들이 고등학교 졸업 때까지 날 따라다닐 것 같다는 기묘한 예감에 사로잡혔다.


물론 이 예감과 상관없이 남준쌤의 날 향한 폭탄 투하는 계속되었다.


등교시간은 8시까지고, 자리는 개학날 조회시간에 제비뽑기로 뽑을 건데, 우선 반장 부반장은 새학기라 일 많을 것 같으니까 1분단 맨 앞에 같이 앉아. 창가 쪽이 1분단이야.”


남준쌤의 폭탄이 늘어날수록 시선을 점점 따가워져서, 나는 이 모든 상황을 남준쌤이 즐기고 있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 동안의 전적을 보면 이건 영 틀린 추측도 아닐 게 분명했다.


인생의 한 부분을 지우개로 지울 수 있다면 0번으로 지우고 싶은 순간이 민윤기와의 첫 만남을 남준쌤에게 들킨 이래, 교과연구실 청소부터 수행평가 채점(심지어 일본어를 하나도 모르는)을 나한테 맡길 때 즐거워하던 모습들을 생각하면 남준쌤의 기쁨은 내 불행과 매우 밀접하게 연관되어있으니까.


그러니까, 아마도 내가 사대천왕을 피하기 위해 일본어를 선택한 그 순간부터 내 학창시절은 아주 오랜 장마에 접어든 것 같다.



암호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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