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차였습니다.
-그리고 내일도 차일 예정입니다.
브금 필청
어서 이어폰을 들고 오세요.
지민이가 집 앞까지 데려다 주었다. 이게 꿈인지 생시인지 여기까지 올 동안 볼을 몇 번 꼬집었는지 모르겠다. 동네 바바리맨에게 감사하면 안 되겠지만 지금만큼은 지민이와 이렇게 하교를 할 수 있는 시간을 준 바바리맨에게 고마울 뿐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빨리 집까지 도착할지 몰랐다. 조금만 더 천천히 걸어올걸... 내가 만약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면 하교 시간으로 되돌려 지민이와 다시 하교를 하고 싶었다. 그런 내 맘을 아는지 모르는지 지민이는 야속하게도 내게 빨리 집에 들어가라며 보챘고, 아....그래 들어갈게...응... 난 아쉬울 뿐이었다. 집으로 들어가는 내 뒷모습을 보는 지민이에 내가 뭔가 지민이의 여자친구가 된 마냥 혼자 달달물을 찍고 있는 나였다. 집으로 들어가는 걸음을 한 발 딛고 뒤를 돌아 지민이를 쳐다보았다. 지민이는 내가 들어갈 때까지 기다릴 것인지 나를 보고 있었다. 지민이는 내게 얼른 들어가라며 화를 냈고, 난 괜히 지민이와 연애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얼굴이 발그레해졌다. 나는 한발 딛고 또 지민이를 쳐다보고 또 한발 딛고 지민이를 쳐다보고를 반복했다. 그런데 이번엔 지민이가 가고 없었다. 그래, 살살 적당히 할 걸 그랬다.
집에 들어가자 엄마는 티비에서 시선을 떼곤 나를 보며 뭐 좋은 일 있냐며 내게 물었다. 티가 많이 났나 보다. 그럴만했다. 내가 봐도 내 입꼬리는 이미 귀가 아닌 정수리까지 올라가 있을 정도였으니. 난 엄마에게 실실거리며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한 뒤 바로 방으로 들어가 잠옷으로 갈아입고 침대에서 누워 아까 지민이가 내가 집까지 들어가는 걸 기다리는 모습을 상상했다. 너무 좋아 나도 모르게 침대에 누워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뭔가 오늘 조금 더 가까워진 듯한 느낌이 들었다. 물론 이게 나 혼자 만의 착각인 걸 나도 잘 알지만 원래 짝사랑은 작은 착각도 필요한 거니깐. 그냥 조금 더 가까워졌다고 생각해야겠다. 옆에 둔 폰을 들어 지민이의 프로필 사진을 봤다. 셀카는 아니었다. 지민이가 카페에서 공부한 모습을 누군가 찍어준 사진이었다. 참 잘생겼다. 어떻게 사람이 이렇게 귀엽고 잘생기고 그럴 수가 있는지 세상 혼자 사나 보다. 한참 그 사진을 바라보며 혼자 감탄하고 있었다. 그때 문득 든 생각이 이 사진을 누가 찍어줬을까..? 형? 친구? 가족? 설마....썸녀...? 아닐 거야 설마 썸녀겠어... 설마.... 누가 찍어줬을까 추측하는 내가 너무 한심스러웠다. 들고 있던 폰을 머리맡으로 던졌다.
"하, 진짜 썸녀인가....."
그래, 뭐 내가 지금은 지민이의 여자친구도 아니고 그런 집착은 하지 말자. 라고 머릿속에 되새기고 또 되새겼지만 난 그렇게 쿨한 사람은 못 되는지 금방 다시 폰을 들어 지민이의 프로필 사진을 또 보는 나였다. 아니다, 친구일 거야 라고 혼자 정의를 내리고 지민이에게 오늘 데려다 줘서 고맙다는 문자를 보내려고 채팅창을 눌렀다. 그런데 이놈의 손이 빗나가는 바람에.... 보이스톡을 눌러버린 나레기였다. 너무 놀래 바로 취소를 눌렀지만 지민이와 내 채팅창엔 김탄소님이 보이스톡을 거셨습니다. 김탄소님이 보이스톡을 취소하셨습니다. 이렇게 두통의 메시지가 지민이에게 가 있었다. 꼭 이렇다. 꼭 안 친하거나 불편한 사람과 이런 일이 생긴다. 예를 들어 정말 크게 싸운 친구가 나보다 더 잘살고 있나 궁금해 몰래 페북을 염탐하다가 좋아요를 누른 것 처럼 또, 같은 학교지만 나와는 다르게 겁나 양아치인데다가 말 한마디도 안 해본 아이에게 모르고 콕 찌르기를 누른다는가 이런 일들처럼... 지금 내 상황도 별반 다를 게 없다. 아니 왜 손이 빗나가는지... 난 참 되는 일이 없는 것 같다. 그때 보이스톡 문자의 1이 없어졌다.
김탄소
김탄소님이 보이스톡을 거셨습니다.
김탄소
김탄소님이 보이스톡을 취소하셨습니다.
박지민
?
김탄소
1어...그니깐..그게 말이지
김탄소
1어 모르고 너 프사보다가..
김탄소
1아니 나 뭐래니 그 고맙다고 문자 보내려다가
김탄소
1잘못 눌러가지고...
김탄소
1미안ㅠㅠ
아니 왜 거기서 프사 얘기를 하냐고 이 멍충아. 그러면 지민이가 얼마나 무섭겠어. 자기 프사 보다가 보이스톡을 걸었다는 건데 참 손까지 빗나가 보이스톡을 걸지 않나. 프사보다가 그랬다고 자진을 하지를 않나... 이런 나레기... 한참 쪽팔려 혼자 날뛰며 방을 돌아다니고 있을 때 내가 보낸 톡의 1이 사라졌고 더는 지민이에게 문자가 오지 않았다. 젠장 너무 쪽팔리다. 혹여 지민이가 뭐야, 얘 내 사진 보다가 그런거야? 정말 징글징글하다. 라고 생각할까 봐 걱정이 되었다. 모든 것을 잊기 위해 자려고 누웠지만 잠은커녕 이불만 찰 뿐이었다.
1. 베베 꼬여 일이 자꾸 꼬여!
학교에 가면 가자마자 하는 생각은 학교 언제 끝나지 였다. 그렇게 학교가 끝나기만 기다리는 내 모습을 보던 현주가 박지민이 아주 사람을 버려놨다면서 혀를 차기 바빴다. 그렇다. 아주 내 삶을 송두리째 앗아갔다. 온종일 이렇게 머릿속에 박지민으로 가득 차있는데 진짜 어쩌면 좋을까 싶은 게 한 두 번이 아니다. 가끔은 지민이의 멱살을 잡고 책임져! 책임지란 말이야 너 때문에 일이 손에 안 잡히잖아! 라고 말하고 싶을 정도였다. 그때 누군가 교실 문에서 탄소야 라고 내 이름을 불렀다. 그 사람은 다름 아닌 윤기 선배였다. 날 찾아올 일이 없는데 왜 찾아왔을까 싶어 고개를 갸우뚱하고 조심스레 의자를 끌어 교실문 앞으로 나섰다.
"에? 뭐라고요?!"
"뭘 그렇게 놀라. 처음도 아닌데, 오늘 선도부 다 남으라고. 남아서 할 거 있어"
"안돼요!!"
안 되긴 뭐가 안되냐며 윤기선배는 날 이상한 눈초리로 쳐다봤다. 당연히 안되지... 당연하지. 어떻게 지민이랑 같이 하교를 하기 시작했는데, 이제 좀 가까워져 보나 싶었는데...학교에 남는다니...그게 무슨 청천벽력 같은 소리야 안돼 절대 안돼! 무슨 일이 있어도 안돼! 수없이 마음속으로 외쳤지만, 윤기 선배는 계속해서 날 이상하게 쳐다보더니 한마디 했다.
"야, 너 더위 먹었냐.....단단히 더위 먹은 게 틀림없다. 눈이 맛이 갔어."
".....네, 더위 먹었어요.. 그래서 오늘 못 갈 거 같은ㄷ.."
"그런 말 할 정신 있으면 할 수 있는 거야. 이따가 남아라. 남는 걸로 알고 간다."
아주 제멋대로야 모든 게. 아 하느님도 무심하시지 어떻게 지민이랑 하루 밖에 하교를 안 했는데 이렇게 시련을 주시나요. 너무 하신 거 아닙니까?.. 결국, 난 내게 남으라는 말만 남기고 가는 윤기 선배의 뒷모습만 보다가 터덜터덜 내 자리에 돌아와 앉았다. 아, 분명 지민이한테 오늘 같이 못 간다고 하면 다음부턴 안 데려다 줄 텐데.. 이거 어떻게 말하지 하는 생각에 벌써부터 머리가 지끈거렸다. 괜히 봉사시간 모은다고 선도부 같은 건 해가지고 이렇게 생고생을 하고 있냐고 김탄소야... 1교시부터 4교시까지 나는 수업이 머리에 하나도 들어오지 않았다. 계속 엎드렸다가 일어났다가를 반복하다가 끝내 결심했다. 그냥 윤기 선배에게 모든 사실을 알려 제발 선도부를 빼달라고 부탁하는 것이었다. 그 방법밖엔 없었다. 그리고 나는 점심도 먹지 않은 채 바로 윤기 선배의 반으로 올라갔다.
윤기선배 반 앞에 가서 얼쩡거렸다. 선배네 반 학생들은 밑에 학년이 선배 반 앞에서 얼쩡거리니 이상했는지 나를 한 번씩 쳐다보고 지나갔다. 차마 교실을 들어가진 못하고 교실문 앞에서 눈동자를 굴려 선배를 찾았다. 그런데 아무리 봐도 선배는 보이지 않았다. 설마 점심시간이라 벌써 밥을 먹으러 갔나.. 그럴 리가 없을 텐데 종 치자마자 올라와서 아직 급식실로 가진 않았을 텐데.. 어디를 갔지 하면서 계속해서 뒤꿈치를 들어 선배를 찾았다. 그때 뒤에서 누군가 내 어깨를 짚었다.
"너 여기서 뭐하냐"
"아! 진짜 깜짝이야! 디,,뒤에 그렇게 갑자기 ㅅ..서 계시면 어떡해요!"
"그러는 너는 여기 왜 서 있는데?"
"선배 보려고 왔죠! 당연히!"
"이따가 선도부 빼달라는 거면 미리 말하지만 안된다."
귀신 같이도 아네.. 딱 잘라 말하는 윤기선배에 탄소는 선도부의 선자도 못 꺼낸 채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그러자 윤기는 탄소가 자신의 말에 목적을 잃고 시무룩 해있는 걸 보곤 자신의 교실에 서 있는 탄소의 어깨를 잡고 급식실 쪽으로 향하게 해주곤
"선도부 뺄 생각 하지 말고, 가서 밥이나 먹지그래?"
"....네, 그런데요 선배... 진짜 다음에 남으면 안 될까요? 다음에 남으면 제가 다른 부원 대신 일 다 하겠습니다! 어때요, 구미가 당기죠? 그죠?"
"안 당기는데? 너 혼자 남아서 하면 얼마나 힘들어. 그냥 오늘 남지그래? 왜 무슨 일 있어?"
"그게요.......사실"
모든 걸 윤기선배에게 털어놓았다. 바바리맨 얘기서부터 지민이가 데려다 주기로 했다는 얘기까지 모두 얘기했다. 그러자 가만히 내 얘기를 듣던 윤기 선배는 내게 물었다.
'그러니깐 네 말은 바바리맨 때문에 집에 혼자 못 간다 이거지? 그래서 박지민이 데려다 주는데, 선도부를 하면 늦게 끝나고 지민이랑 못 가서 빼고 싶다 이거야?' '네네! 그거죠 선배!' 그러자 윤기 선배는 잠시 멍하니 날 쳐다보더니 특유의 웃음으로 입꼬리를 쫙 올리며 탄소에게 말했다.
"그럼 내가 데려다 줄게, 그럼 되잖아."
"예?! 말을 뭐로 들으셨어요, 선배는 지민이가 아니잖아요!"
"와 너 차별 쩐다. 데려다 주겠다는 사람 성의 무시하냐?"
'가서 전해 박지민한테. 내가 데려다 주기로 했다고. 오늘만.' 이 말만 남기고 자신의 친구와 급식실로 향하는 선배에 난 벙쪄서 그 뒷모습만 바라보았다. 아니 말을 못 알아먹는 거야 아니면 못 알아먹는 척 하는 거야 대체. 무서워서가 아니라! 지민이랑 같이 가려고 한다고요! 점점 이거 일이 꼬여가는 기분이 들었다. 윤기 선배는 내가 지민이와 가고 싶어 하는 걸 눈치를 채고 날 괴롭히려는 게 분명하다. 아까 말할 때 보니깐 절대 선도부 안 빼줄 생각인 거 같던데.. 그렇다면 진짜 방법이 없었다. 지민이에게 사정을 설명하고 오늘은 학교에 남아야 했다. 정말 좋은 기회였지만...그래 내 운은 하루가 끝이었나 보다. 정말 딱 한 번 지민이와 하교를 했는데 이게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거라곤 생각도 못 했다.
*
쉬는 시간 지민이의 반을 찾아갔다. 오늘 같이 못 갈 거 같다는 말을 전하기 위해 지민이네 반을 갔는데, 지민이네 반 아이들은 내가 또 지민이에게 고백을 하러 온 줄 알았는지 그냥 힐끔힐끔 쳐다보고 있었다. 나는 반에서 친구들과 놀고 있는 지민이 앞에 섰고 지민이는 친구를 보다가 그 친구가 '네 껌딱지 왔는데?' 라는 말에 날 쳐다봤다. 왜 왔냐는 눈빛을 보내는 지민이는 너무도 차가워 손에 땀을 쥐게 했다. 이상하게 지민이 앞에만 서면 긴장을 해서 그런가 매번 땀이 났고, 목소리는 삑사리가 자주 났다. 아무튼, 심호흡을 한번 하고 지민이에게 말했다.
"저기, 나 오늘 같이 집에 못 가. 선도부 때문에."
지민이 옆에 있던 친구들은 매일 하던 고백이 아닌 같이 못 간다는 말을 하는 내가 신기했는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날 쳐다보는 게 느껴졌다. 그때, 아까 네 껌딱지 왔다며 지민이에게 말하던 친구가 또 눈치 없이 말을 꺼냈다. '오 뭐야, 방금 지민이 차인 거?' 그 아이가 그 말을 뱉자마자 지민이는 그 친구를 쳐다보고 있진 않았지만, 눈살이 미세하게 찌푸려졌고, 내게 말했다.
"그럼 기다리지 뭐."
의외의 대답이 내게 돌아왔다. 그런데 그 대답은 방금 지민이 차인 거냐며 자존심을 긁은 친구 때문에 지민이가 그러는 건가 싶어 나는 걱정이 되었다. 그런 이유 때문이라면 나는 특히 더 같이 가고 싶지 않았다. 좋은 마음으로 가는 게 아닌 홧김에 기다리겠다고 한 거라면 가는 내내 나 또한 편하지 못하니깐 그런 거라면 오히려 내가 더 거부하고 싶었다. 그때 마침 점심시간에 윤기 선배가 내게 한 말이 생각났다.
'가서 전해 박지민한테. 내가 데려다 주기로 했다고. 오늘만.'
윤기 선배의 말이 생각났다. 나는 지민이에게 윤기 선배가 데려다 주기로 했다고 말했다. 내가 말한 이유는 질투를 유발하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당연히 지민이가 질투를 느낄 일도 없지만, 혹여, 그 친구가 지민이의 자존심을 긁어 나를 기다리는겠다는거면 나도 싫고, 그렇게 되면 지민이도 어쩔 수 없이 데려다 주는 거니깐... 차라리가 내가 이런 말을 함으로써 주변 아이들이 지민이의 자존심을 긁는 일은 없어지니 서로 편한 것이었다, 그래서 한 말이었는데.....
"아 괜찮아, 윤기 선배가 데려다 주기로 했어."
"내가 기다리겠다니깐?"
이상하다. 매우 이상하다. 일이 이상하게 흘러가고 있다.
모든 수업이 끝나고 3학년 교실에 올라가니 윤기 선배가 큰 하드보드지를 내 품에 안겨줬고, 알고 보니 학생 금연 홍보를 위해 피켓을 만드는 것이었다. 막 정신없이 만들다 보니 오늘 지민이가 날 기다리겠다고 한 것을 잊은 지 오래되었다. 풀과 가위 그리고 색종이로 이것저것 오려 붙이고를 했더니 열손가락에 풀이 다 묻어 찐득해진 내 손과는 달리 윤기 선배의 손은 아주 곱고 맨질맨질 했다. 선도부 부장이라는 이유로 아이들 지시만 내리지 자신의 손에 풀은 하나도 묻히지 않는 선배였다. 조용히 한번 노려보고, 하던 일을 반복하는데 그때 손 하나 까딱 안 하던 핑거 프린스인 윤기 선배가 내게 다가오더니 입을 열었다.
"야, 쟤는 저기 왜 있냐."
"누구요? 아, 좀 그리고 가만히 있지 말고 뭐 좀 해봐요."
누구요 라고 물었지만 나는 계속해서 색종이에 시선을 거두었다. 그러자 다시 한 번 손가락으로 어딘가를 가리키며 묻는 선배에 가만히 있지 좀 말고 뭐 좀 해보라고 짜증을 내며 윤기 선배가 손으로 가리키는 쪽을 따라가 보니, 잊고 있던 지민이 차가운 표정으로 날 바라보고 있었다.
"........"
그 뒤로 모든 내 신경은 교실 문에 서 있는 지민이에게로 향했다. 나를 빤히 쳐다보고 언제 끝냐는 듯이 날 기다리는 지민이에 일을 급하게 할 수밖에 없었다. 그때, 지민이가 다리가 아픈지 발을 콩콩거렸고, 나는 지민이에게 교실로 들어오게 했다. 의자에 앉혀 여기서 조금만 기다리면 빠르게 끝내겠다고 말한 뒤 다시 색종이와 풀을 집어 다시 일했다. 윤기 선배는 내가 지민이를 교실에 들인 것을 봤는지 좀 전과는 달리 폼으로 가위 하나를 집은 윤기 선배는 내게 다가오더니
"쟤는 여기 왜 들이냐. 여기 선도부원 아니면 못 들어와."
"왜 이렇게 유치하세요? 애를 서있게 할 순 없잖아요."
"그럼 집에 가라고 해."
"나 데려다 준다고 기다리는 거에요"
"내가 데려다 준다고 했잖아?"
"나 데려다 줄 힘이 있으시면 좀 더 가위질 좀 해주실래요?"
아주 유치해서 못 살겠다. 정말 말장난 할 힘 있으면 일을 좀 했으면 좋겠다. 나만 죽어나는 것 같은데. 윤기 선배는 지민이에게 들으라는 듯이 크게 말했다.
"아이고, 애 상처 줄 땐 언제고 어장관리를 하나, 왜 안 하던 짓을 하는지."
지민이는 윤기의 말을 철저히 무시하며 의자에서 일어서 내게 오더니 언제 끝냐고 물었다. 나는 금방 끝날 거라며 조금만 기다리라고 말하고 또 색종이를 들었다. 그러자 내 손에 든 색종이를 뺏어 들더니 내가 하던 걸 지켜봐서 다 아는지 가위를 들어 내가 하던 일을 해주었다. 내일 들고 금연 홍보 활동을 할 피켓이 어느 정도 다 완성이 되었다. 선도부원 친구들은 내게 귓속말로 자신들이 정리는 할 테니 나와 지민이는 먼저 가보라며 고생했다고 말했다. 나는 기다려준 것도 미안한데 일까지 도와준 지민이에게 너무 고맙고 미안해서 바로 가방을 멨고 지민도 가방을 메는 날 보곤 따라 의자에서 일어섰다. 그때, 옆에서 함께 가방을 메며 내가 가방을 메길 기다리는 윤기 선배에 고개를 돌려 갸우뚱 쳐다보자,
"왜 데려다 주기로 했잖아 내가 오늘."
지금 뭐 하는 거에요? 나는 복화술을 연마하듯 이를 갈며 물었지만, 교복 바지에 손을 넣고 정말 같이 하교를 할 셈인지 가방을 메는 날 기다렸다. 지민이의 표정을 보니 이미 썩은 표정을 지었다. 그렇지 당연히 그럴만하다. 지민은 윤기 선배를 싫어하는 걸 나는 안다. 정말 잘 안다. 말한 적은 없지만 나는 지민이를 오래 보았기에 지민이가 어떤 사람의 스타일을 싫어하는 좋아하는지 대충은 감이 오는데.. 딱 윤기선배 같은 스타일을 싫어한다.
"아직 못 들었나? 오늘은 내가 데려다 주기로 했다고."
"들었어요, 근데 원래 저랑 같이 가는 걸로 되어있어서요"
결국 왼쪽은 지민이, 오른쪽은 윤기선배. 가운데에 낑겨 가게 되었다. 아니 얼마 없는 지민이와 함께 하는 시간을 왜 방해하는지 윤기 선배에게 화가 났다. 원래 말이 없었지만 윤기선배 때문인지 지민이는 더 말이 없어졌고 표정은 이미 무서웠다. 결국, 조잘거리는 건 윤기 선배뿐이었다. 나와 지민이의 사이를 방해해서 좋은가 싶을 정도로 방방거렸고, 그때 표정이 구겨져 있던 지민이 윤기 선배에게 말을 건넸다.
"그리고... 앞으로 계속 제가 데려다 줄 거니깐 걱정 안 하셔도 돼요"
"......."
"그니깐 제 말은 앞으로 이렇게 셋이 같이 가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네요."
".........."
"저는 탄소랑 단둘이 가고 싶거든요."
뭔가 일이 이상하게 흘러간다.
일이 꼬였다. 매우 꼬였다. 그것도 베베.
오늘도 차였습니다.
-그리고 내일도 차일 예정입니다.
fin
베베 꼬여 일이 자꾸 꼬여!
*
다들 투표는 하고 오셨나요?
저는 아쉽게도 아직 10대의 끝자락이라 못 했네요ㅠㅠ
암호닉은 저번화에서까지만 받으려고 했는데 그냥 계속 받으려고요 대신 최신화에 신청해주세요ㅠㅠ 그래야 혼돈이 안 와요ㅠㅠ
암호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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