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출 예약
호출 내역
추천 내역
신고
  1주일 보지 않기 
카카오톡 공유
https://instiz.net/writing/377832주소 복사
   
 
로고
인기글
필터링
전체 게시물 알림
사담톡 상황톡 공지사항 팬픽 만화 단편/조각 고르기
혹시 미국에서 여행 중이신가요?
여행 l 외국어 l 해외거주 l 해외드라마
지하철이울어요 전체글ll조회 907


 

 

 

 

 

 

[EXO/백도] 백도이야기6 | 인스티즈

 

 

 

 

 

 

라디오를 끝내고 숙소로 돌아가는 새벽. 가로등 불빛으로 비춰지는 세상이 뿌옇다.

잘게 떨어지는 가는 눈발이 풍경을 더욱 스산하게 만들었다. 벤 안에 내려앉은 침묵.

자동차가 굴러가는 소리와 곯아떨어진 김종대의 숨소리.

 

백현아

 

도경수가 말을 건다.

 

눈 온다

 

나는 도경수에게 시선을 고정한다. 도경수는 창밖을 보고 있다. 어쩐지 힘없어 보이는 눈꺼풀.

 

백현아 눈 와

 

뭐 대단한 거라고 도경수는 다시 한 번 말한다. 나는 알아, 라고 무뚝뚝하게 대답한 뒤, 도경수의 옆으로 몸을 바짝 붙였다.

도경수의 어깨 너머로 보이는 차창, 그 너머의 풍경. 녀석과 같은 시선에서 무언가를 본다는 건 기분이 묘하다.

 

좀 펑펑 내리면 좋겠는데

 

도경수의 말을 들으며 나는 수북이 쌓인 눈을 상상한다.

새하얀 눈밭이 머릿속에 떠오르니 이상하게 짓궂은 마음이 피어오른다.

 

너한테 먹이고 싶다 눈

 

나는 피실 웃음을 흘리며 생각한대로 말했다. 그에 도경수는 휘둥그레한 눈으로 나를 돌아본다.

 

네 얼굴에 부비면 좋겠다

넌 맨날 나 괴롭힐 생각밖에 안하지?

그야

 

괴롭힘당하는 넌 되레 내가 괴로울만큼 귀여우니까.

큼, 나는 헛기침을 하며 스스로가 원망스러운 닭살스런 생각을 속으로 삼켜버린다.

 

그야 뭐

우리 됴도르한테 맞는 건 행복하다고 했잖아

흐어 진짜 이상해

 

내가 킬킬 소리내어 웃으면 도경수는 핏 헛웃음을 짓는다.

그리고 다시 조용해진 벤 안. 색색, 김종대의 숨소리. 위잉, 차가 달리는 소리.

여전히 가늘게 흩날리는 눈발. 하지만 아까와 다르게 그리 스산하지 않다.

도경수가 입을 다물고 예의 그 조용하고 진중한 표정을 짓고는 차창밖을 응시한다.

나는 그런 도경수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느리게 눈을 감았다 뜬다.

도경수 말대로

눈이, 많이 내렸으면 좋겠다. 펑펑.

 

 

 

 

 

 

새해가 밝았다. 우리는 나이를 한 살 더 먹었다. 1년이 눈깜짝할 새에 지나간 것 같지만, 실상 바뀐 것은 그다지 없다.

우리는 좀 더 유명해졌고, 좀 더 많은 노래를 불렀다. 좀 더 바빴으며, 아마 좀 더 바빠질 것이다.

하지만 내 마음을 무겁게 짓누르는 건, 좋은쪽으로도 나쁜쪽으로도 전혀 변화하지 않는다.

도경수는 언제나처럼 해맑고, 나는 언제나처럼 삐뚤어져있다.

 

새해가 밝았다. 도경수가 내게 새해 복 많이 받으라며 웃었다. 나는 마냥 웃어줄 수 없었다.

시간은 흐른다는 사실은 해가 바뀌니 더욱 선명히 머릿속에 각인되었다.

변함없는 하루하루. 언제나 늘 그렇게, 나는 대체 언제까지.

 

새해가 밝았다. 또 다시 한 해가 시작되는 날.

나는 하는 수 없이 너도 새해 복 많이 받아, 라고 도경수에게 말한다.

해가 바뀌어도 아직은 겨울.

피부 안쪽까지 징하게 춥고, 뻣뻣한 마음은 모가 난다.

 

 

 

 

 

 

도경수는 꽤 자주, 내 손을 만지작거린다. 손가락을 당겨보기도 하고, 손바닥을 쿡쿡 찔러보기도 하고.

무척 신기한 것이라도 된다는 듯이 눈을 똘망똘망하게 뜨곤 내 손을 가지고 논다.

그럴 때의 도경수는 눈도 깜박이지 않으며 내 손에 시선을 고정한다. 나는 그런 도경수에게서 눈을 떼지 않는다.

손이 간질간질하고, 마음도 간질간질하다. 하지만 나는 도무지 웃을 수 없다.

 

넌 참 손이 예뻐

 

도경수는 말한다. 남자 손이 예쁘다는 건 칭찬이라고 할 수만은 없는데.

 

또 그 소리냐

그치만 볼때마다 그런 생각이 들어서

그만 좀 주물럭대

 

내가 손을 거두려하니 도경수가 내 손을 꼭 붙들어 잡는다. 눈에 힘을 준 도경수.

그 짙은 눈썹이 강단있어보여 나는 작게 웃었다.

 

손 놔라

아 좀 그만 만져

뭘 그러냐 닳는 것도 아니고

닳진 않지만 좋을 것도 없지

네가 손을 내주면 나도 하나 줄게

내 신체중에 아무거나

필요 없어

그럼 그냥 네 손 줘

 

쓸데없이 비장한 얼굴인 도경수.

 

아 왜 내 손가지고 난리야

 

나는 짐짓 짜증을 부려보지만, 녀석은 눈도 깜빡하지 않는다.

도경수는 정말 아무래도 좋을 일에 고집을 부린다.

 

진짜 예뻐서 그래

 

그 놈의 예쁘다는 말. 창피하지도 않나, 다 큰 남자놈이.

오글거리는 건 죽도록 싫어하면서 도경수는 이렇게 또 낯간지런 말을 자각없이 내뱉는다.

 

나 참

네가 졌지?

 

나는 한숨을 푹 내쉬고 도경수는 산뜻하게 웃는다.

 

좋냐

 

고 물으면,

 

응 좋아

 

해맑게 즉답.

'나는?' 이라고 묻고 싶다.

 

미친 놈

응?

아냐 아무것도

 

오글거리는 걸 싫어하는 건 도경수만이 아니다. 나도 못지않게 그런 건 질색이다.

그래서 죽겠다. 자기 때문에 스스로가 창피한 인간이 되어버리는 날 도경수는 알기나 할까.

정말 날이 갈 수록.

도경수 때문에 죽겠다.

 

 

 

 

 

 

 

 

 

 

 

 

대표 사진
독자1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간질간질거려ㅠㅠㅠㅠㅠㅠㅠㅠㅠ으아ㅏㅏㅠㅠㅠㅠ백도들 얼른행쇼했으면ㅠㅠㅠㅠㅠㅠㅠㅠ항상 잘읽고있어요♥♥ 좋은글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11년 전
대표 사진
독자2
으이ㅠㅠㅠㅠㅠㅠㅠ드디어 올라왔군요ㅠㅠㅠㅠㅠㅠㅠ기다렸는데....오늘은 달달한 백도ㅠㅠㅠㅠㅠㅠㅠ
11년 전
대표 사진
독자3
ㅋㅋㅋㄱㅋㄱ아진짜귀여워요ㅠㅠㅠ 백현이 손 쟁탈전이네욬ㅋㅋ. 결국 경수가 이겼지만요 백현이도 기분은 좋을거면서 튕기기는ㅋㄱㄲ
11년 전
비회원도 댓글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확인 또는 엔터키 연타


이런 글은 어떠세요?

전체 HOT댓글없는글
[피어있길바라] 천천히 걷자, 우리 속도에 맞게2
10.22 11:24 l 작가재민
[피어있길바라] 사랑만큼 중요한 것이 존재할까
10.14 10:27 l 작가재민
[피어있길바라] 쉴 땐 쉬자, 생각 없이 쉬자
10.01 16:56 l 작가재민
개미
09.23 12:19
[피어있길바라] 죽기 살기로 희망적이기3
09.19 13:16 l 작가재민
[피어있길바라] 가볍게, 깃털처럼 가볍게
09.08 12:13 l 작가재민
너의 여름 _ Episode 1 [BL 웹드라마]5
08.27 20:07 l Tender
[피어있길바라] 마음이 편할 때까지, 평안해질 때까지
07.27 16:30 l 작가재민
[피어있길바라] 흔들리는 버드나무 잎 같은 마음에게78
07.24 12:21 l 작가재민
[피어있길바라] 뜨거운 여름에는 시원한 수박을 먹자2
07.21 15:44 l 작가재민
[피어있길바라] 사랑은 찰나의 순간에 보이는 것들이야1
07.14 22:30 l 작가재민
[피어있길바라] 사랑이 필요하면 사랑을2
06.30 14:11 l 작가재민
[피어있길바라] 새끼손가락 한 번 걸어주고 마음 편히 푹 쉬다와3
06.27 17:28 l 작가재민
[피어있길바라] 일상의 대화 = ♥️
06.25 09:27 l 작가재민
[피어있길바라] 우리 해 질 녘에 산책 나가자2
06.19 20:55 l 작가재민
[피어있길바라] 오늘만은 네 마음을 따라가도 괜찮아1
06.15 15:24 l 작가재민
[피어있길바라] 세상에 너에게 맞는 틈이 있을 거야2
06.13 11:51 l 작가재민
[피어있길바라] 바나나 푸딩 한 접시에 네가 웃었으면 좋겠어6
06.11 14:35 l 작가재민
[피어있길바라] 세잎클로버 속으로 풍덩 빠져버리자2
06.10 14:25 l 작가재민
[피어있길바라] 네가 이 계절을 느낄 수 있었으면 해1
06.09 13:15 l 작가재민
[어차피퇴사] 모든 것을 손에 쥐고 있지 말 걸1
06.03 15:25 l 한도윤
[어차피퇴사] 회사에 오래 버티는 사람의 특징1
05.31 16:39 l 한도윤
[어차피퇴사] 퇴사할 걸 알면서도 다닐 수 있는 회사2
05.30 16:21 l 한도윤
[어차피퇴사] 어차피 퇴사할 건데, 입사했습니다
05.29 17:54 l 한도윤
[어차피퇴사] 혼자 다 해보겠다는 착각2
05.28 12:19 l 한도윤
[어차피퇴사] 하고 싶은 마음만으로 충분해요
05.27 11:09 l 한도윤
[어차피퇴사] 출근하면서 울고 싶었어 2
05.25 23:32 l 한도윤


12345678910다음
전체 인기글
일상
연예
드영배
6: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