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도경수를 무시하기 시작했다.
도경수가 불러도 못들은척했고, 말을 걸어도 대답해주지 않았다.
옆에 다가와 팔을 붙잡아도, 옷이나 물을 건네도 나는 녀석을 쳐다보지 않았다.
도경수는 내가 단순히 기분이 나쁜 것이 아니라, 저를 무시하고 있다는 것을 결국 눈치채었다.
저기 백현아
도경수가 조심스레 말을 건다. 2주가 지났고, 슬슬 그만할때가 되었는데도 도경수는 아직 내게 말을 건다.
백현아…
도경수의 목소리가 떨린다. 필시 울음을 참는 것이다. 도경수는 여리지 않다. 귀여운 외모에 작은 체구를 가졌지만 결코 약하지 않다.
야…
그런 도경수가 상처받고 있다. 나 때문에 울려하고 있다.
나는 도경수를 등진채 입술을 꾹 깨문다.
마음에서 떼어낼 수 없다면, 몸에서라도 떼어내자 싶었다.
물리적으로라도 멀리해서, 녀석을 놓아버리자고 생각했다.
어차피 바쁜 스케줄에 다른 멤버들은 신경 쓸 겨를도 없을 것이다.
그 증거로 내 달라진 태도를 눈치챈건, 무시받는 당사자인 도경수 하나 뿐이고, 요즘은 눈깜짝할새에 하루가 지나가버리니까.
도경수와 거리를 두는 것도 지금이 적격이라고, 나는 스스로 되내이기를 수없이 반복했다.
그런데도,
하……
뒤에서 뱉어지는 도경수의 한숨에, 내가 다짐했던 모든 것이 한순간에 꺼져버릴 것만 같다.
쉽게 생각한 거 아니잖아. 어떻게봐도 이게 맞는 거잖아. 더 늦으면, 정말 더 가버리면, 이젠…….
도경수
2주만에 불러보는 녀석의 이름.
……어…?
왜 불렀는데
나는 최대한 무뚝뚝하게 목소리를 내며 몸을 돌렸다. 예상했던대로 놀라서 평소보다 더욱 멍청해진 도경수의 얼굴이 눈에 들어온다.
왜
백현아……
겨우 2주. 고작 그만큼 마주보지 못했던 얼굴은, 다시 눈에 담은 순간 미친듯이 그리워졌다.
스스로도 이해할 수 없는 감정. 나는 왜, 네가, 이렇게도.
미안해
도경수는 내게 사과를 한다. 저가 나한테 뭔가 잘못했다고 생각하는 거겠지.
도경수는 머리가 나쁘고 눈치도 없어서, 내게는 고마운 착각을 해준다.
잘 된건지 아닌 건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결심을 번복할 수 있는 기회.
알긴 아냐? 난 아직 너한테 화 다 안풀렸다
응…… 그치만 조금은 풀린 거지…?
뭐가 응 이라는 건지. 짚이는 게 있긴 한 건가.
내가 앞으로 잘 할게 실수도 안하고
도경수
너는 늘 그런식으로 달콤하게 날 구렁텅이로 빠트려.
내가 빠진 다음에 널 원망하지도 못하게.
빨리 가자 애들 기다리겠다
어느쪽이든 가슴은 아프다. 나중을 위해 더 나은 선택을 하려 했지만 그건 그거대로 상처를 남긴다.
어떻게해도 난 아플테니까. 적어도 넌 빼내줘야지. 아무 생각없이 멍청한 너로 남을 수 있게.
그러니까 지금은 나한테 미안해해. 그렇게 내 눈치를 보고, 열심히 고개를 끄덕이고.
도경수
응?
내가 그동안 네 말 씹어서 쫄았었지
엄청
앞으로 잘해
어 진짜 잘 할게 진짜
그래 그럼 용서해줄게
정말?
어
아 다행이다 고마워 백현아
뭐가 고마워 바보가. 나는 속으로 말을 삼키고 피식 웃는다. 도경수는 또 좋다고 날 따라 웃는다.
2주간 본의아니게 마음 졸이게 한 건 봐줘, 도경수. 난 너로인해서 앞으로도 쭉 힘겨울 예정이니까.
아 춥다
그러게
진짜 춥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