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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O/백도] 백도이야기7 | 인스티즈

 

 

도경수

 

나는 문득 궁금해졌다.

 

너도 내가 귀엽냐?

 

도경수가 보는 나는 어떤 이미지인지.

 

…어…?

 

도경수가 바쁘게 움직이던 손을 멈추고 나를 쳐다본다. 녀석의 폰 화면을 보니 게임중이었나보다.

점수가 처참하다. 내 물음이 그렇게 당황스러웠나.

 

너도 내가 귀엽냐고

 

별 의미없이 던진 말을 다시 한 번 하려니 새삼 좀 창피해진다.

귀엽냐니. 도경수도 어이가 없겠지. 나 같아도 우리 멤버중 누가 그런 걸 물으면 주먹부터 들거다.

설사 그게 도경수라 해도. 아, 물론 차이는 있다.

딴놈이면 죽빵. 도경수면 꿀밤.

 

…으응…?

 

도경수가 진지하다. 커진 눈, 보통때보다 흰자가 많아졌다.

나는 웃음이 튀어나오려는 걸 참고 도경수와 눈을 맞췄다.

 

팬들이 나보고 귀엽다귀엽다 하니까 네가 보기엔 어떤가 해서

 

나는 방금까지 스마트폰으로 내 이름을 검색하고 있었다.

쏟아져나오는 이런 저런 글들중 아무거나 클릭, 글쓴이의 글이나 댓글 훑어보기.

시간날 때마다 습관적으로 하는 짓이다.

방금도 그러다 눈에 띈 것이 '배큥이 귀여워ㅠㅠ' 였다.

내 질문과 그 발상의 경위란 실로 단순했다.

 

어… 음……

 

지금처럼 도경수가 심각하게 생각할만한 일이 당연히 아니란 거다.

피식, 결국 웃음이 새고 나는 도경수를 가만히 응시한다.

 

내가 귀여운지 아닌지가 그렇게 어려워?

 

나는 실실 웃고 있는데 도경수는 표정이 없다. 이거 이거 진짜 진지하네.

 

야 뭘 그렇게 깊이 생각해 됐…

귀여워

 

쿵. 순간 분명 묵직한 게 속에서 내려앉았다.

나는 도경수의 등을 두드리려던 손을 어정쩡하게 멈췄다.

 

응 맞아 귀여워

 

도경수가 한 번 더 말한다.

.

나는 황급히 도경수에게서 시선을 거두고, 스마트폰을 봤다.

잠금을 여니 아까 보던 인터넷창이 그대로 떠 있다.

 

역시

 

일부러 어깨를 두어번 으쓱거린 난 도경수 눈 앞에 폰을 흔들었다.

팬들이 귀엽다는 내 사진이 잔뜩 담겨있는 글.

 

누가봐도 내가 귀엽기는 한가봐?

 

방정떠는 내가 재수없지도 않은지 도경수는 내 손에 들린 폰을 유심히 들여다보고 있다.

 

와… 사진 완전 잘 나왔네 여기 이건 진짜 귀여운데?

 

도경수가 날 보며 씩 웃는다.

 

팬들이 왜 너한테 죽고 못사는지 알겠다

 

심장이 크게 뛰어대고 몸에 열이 난다.

내가 너한테 죽고 못사는 건 왜 모르냐.

도경수가 귀여울 때도 미치겠는데 도경수가 날 귀엽다고 하니까 그것도 또 미치겠다.

난 시발 진짜 미쳤나보다.

 

 

 

 

 

 

 

 

 

 

한동안 꼭 싸운 것 같이 굴더니 요샌 또 좋아보이네

그걸 이제 묻냐

 

나는 김종인을 아니꼽다는듯이 쳐다봤다.

 

맨날 붙어사는 것들이 이렇게 관심이 없어서야

왜 다들 걱정 많이 하더만

그러냐

그럼 특히 준면이형 안절부절 못하는 거 못봤어?

못봤는데

뭐 그때 눈에 뵈는게 있긴 했겠어

말 다했냐

 

김종인이 넉살좋게 웃는다.

 

난 조용히 때를 기다린거지

뭐래 그래서 뭐 하고 싶은 말이 뭔데

사실

걱정이 좀 돼서

뭐가

나? 도경수가 아니라? 얼씨구

진짜야 난 알잖아

 

진지한 표정의 김종인이 말한다.

김종인은 생긴 건 저래도 꽤 귀여운 구석이 있다.

이런 게 동생이란 거구만.

 

웃기고 있네

걱정했다는데 반응보소

안 어울리는 짓 하고 앉았으니까 그렇지 쓸데없는 걱정하지말고 그럴땐 먹을 걸 사다 바치란 말이야

와 이 형 봐 쩔어

그거 아냐

난 하겐다즈 초코맛이 좋다

아 형!

 

김종인이 내 등을 철썩 친다. 진심으로 친 건지 진짜 아프다.

나는 쓰라린 등을 손으로 문지르며 생각한다.

김종인이 안단다. 나도 도통 모르겠는 걸 김종인이 안단다.

등의 쓰라림이 몸속으로 스미는 것 같다.

나는 사실을 안다.

사실, 김종인은 모른다. 그런데 나도 모른다.

그리고, 도경수도 모른다.

알아줬음 하는 건지, 영영 몰랐으면 하는 건지.

그 사이에 끼어있는 난, 아직까지도 잘,

모르겠다.

 

 

 

 

 

 

 

 

 

 

도경수에게 고백을 하면. 도경수와 사귀게 되면. 도경수에게서 좋아한단 말을 들을 수 있다면.

전엔 심장이 저려서 하지 못했던 생각들이다.

그런데 지금은 불현듯이 자꾸 날 찾아온다.

내가 도경수를, 더 많이 좋아하게 된 걸까. 그래서 계속 터무니없는 욕심이 생기는 걸까.

자책하는 건 지쳐서 그만뒀다. 막는다고 막아지는 것이 아님은 경험으로 잘 알고 있다.

난 이렇게나 도경수에게 잠식당했는데. 정말 도경수에겐 아무런 책임도 없는 걸까.

픽, 헛웃음이 난다.

이대로가다간 도경수와 평생 친구한다며 날 놀리던 김종인.

그에 지금 이대로가 좋다고 대답했던 나.

정말 그랬는데, 진심이었는데. 언제부터 조금씩 변해버린 걸까 난.

난 이제 정말 어떻게 해야 되는 거지.

 

백현아

 

도경수가 부른다.

 

백현아

 

도경수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마침 도경수가 들이닥치면 나는 충동적인 마음이 된다.

당장이라도 그냥 말해버릴까, 하고.

착하고 어리버리한 도경수라면, 하고 생각해버린다.

 

어 왜

 

하지만 난 날카롭게 가슴속을 할퀴는 그런 충동들을 꾹 눌러참고 대답한다.

그런 자신이 대단하다고 느껴질때도 있지만 좀 그만 대단했으면 할때도 있다.

충분히 많이 힘들었잖아. 어느쪽으로든 끝을 보는 게 좋지 않을까.

나는 고개를 도리도리 젓는다.

그리고 반복, 반복, 또 반복.

 

백현아 이거 봐

뭔데

이거 내가 인터넷에서 산 건데…

 

도경수가 손에 들고 있던 납작한 상자를 열더니 시계 하나를 꺼낸다.

깔끔한 디자인의 아날로그 시계다. 시계를 골라도 딱 지같은 걸 고르는 도경수.

평범한듯하면서도 묘하게 눈길이 간다.

단지 도경수가 들고 있어서 눈이 가는지도 모르지만.

 

이게 왜?

 

빰, 이라는 이상한 효과음을 내면서 도경수가 팔을 들어보인다.

도경수가 왼손에 시계를 차고 있다. 지금 손에 들고 있는 것과 똑같은.

 

난 이런 게 좋더라. 안 질리고. 요샌 시계들도 너무 가지각색이라서 이런 거 찾기 힘들어

 

도경수가 히히 웃는다. 기분이 좋아보인다.

 

여기 이건 네가 하고 다녀

이걸?

응 너주려고 같이 산거니까

 

나는 도경수에게서 시계를 건네받았다.

 

워킹데드였나…

 

워킹데드라면, 도경수가 한동안 즐겨보던 좀비나오는 미국드라마다. 피와 살점이 낭자하는….

근데 지금 여기서 그게 왜 나오는 건지.

 

시간에 얽매이지 않기 위해서 시계를 선물한댔어 데일 할아버지가

 

눈을 똘망이며 자신있게 말하더니 도경수는 곧바로 고개를 갸웃거린다.

 

그랬던 것 같은데… 아닌가… 선물, 받은 거랬나…

뭐 어쨌든. 선물이란 거지?

어… 응

 

드라마를 상기해내고 있는듯한 도경수. 나는 녀석의 앞머리를 조금 힘줘서 부비적거렸다.

 

좀비 그만 떠올리고 나 봐

어? 아 응

이거 왜 나 주는 거야?

아까 말했잖아 너 주려고… 같이 차려고 샀다니까

그러니까 왜 난데

어… 그냥 네가 생각났어 이거 고를 때

 

천진한 도경수.

도경수가 날 떠올렸단 말만 들어도, 나는 미친듯이 떨리는데.

 

너 때문에 내가 자꾸 엄한 생각한다

어?

그런 게 있어

그래? 아 시계는 마음에 들어?

아니

 

도경수가 눈썹을 찌푸리고 입을 비죽 내민다.

살짝 벌어진 입술에서, 헐, 헐, 헐, 하고 자꾸 말이 흘러나오는 것 같다.

 

그래도 하고 다닐게

왜… 마음에도 안 든다면서…

 

도경수가 풀이 죽었다. 숙여진 고개에, 처진 어깨까지. 온몸에서 기분이 보인다.

 

내 취향은 아닌데 뭐 선물이니까

 

나는 가슴이 두근두근 뛰어대는 게 미워서, 괜히 더 밉게 도경수한테 말한다.

 

그래도 한다니까 다행이다

왜 내가 싫다고 하면 다른 사람 주면 되잖아 준면이형이면 엄청 좋아할 거 같은데

에이 너 주려고 산 걸 어떻게 딴 사람 줘

 

내가 마음에 안든다느니 다른 사람주라느니 말해도 도경수는 쉽게 토라지지 않는다.

도경수는 눈을 꿈벅거리며, 받아줬으니 됐다고 납득한다.

 

도경수

응?

…고마워

 

도경수는 잠시 멍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환하게 웃었다.

 

좋다…

어?

그냥 네가 그렇게 말해주니까 좋아서…

 

도경수는 천진하다. 웃는 게 예쁘다. 정말 예쁘고 천진난만하게 웃는다.

너는 자주 내게 예쁘다고 말해주지만, 아니, 나는 네가…

 

경수야

…어?

 

나는 무심코 도경수의 이름을 부르며 녀석을 감싸안았다.

정말 못견디게, 도경수를 끌어안고 싶었다.

말랐음에도 포근한 느낌. 도경수를 두 팔 가득 껴안고 녀석의 어깨에 얼굴을 묻으니

울컥, 눈물이 날 것 같다.

경수야. 나는 네가, 너무 좋아 경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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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ㅠㅠㅠㅠㅠㅠ으아ㅠㅠㅠㅠ백현이의 벅찬 마음이 글에서 느껴져요ㅠㅠㅠㅠㅠㅠ경수는 왜이렇게 귀여운거야ㅠㅠㅠㅠㅠ다음편 기다릴게요♥
10년 전
독자2
제발 말해ㅠㅠ 좋아한다고 제발 말하라거ㅜㅠㅜ 백현이 저러다가 속 문드러지겠어ㅠㅠㅜ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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