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전정국] 달을 품은 소년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7/05/19/20/1c56ef7ec5f4ec5d07397e7ee8a34b85.gif)
달을 품은 소년
w. 꾸뷔두밥
소년은 어두운 밤, 은은하게 비추는 달을 사랑했다. 그리고,
"정국아."
그 달을 품길 원했다.
-
"정국아, 오늘 달은 참 밝구나."
아직 날씨가 쌀쌀하옵니다, 공주님. 제 말에도 여인은 평소와 달리 고집을 부리며 궐 안에 있는 작은 연못가를 맴돌았다. 그러다가 고뿔 걸리십니다. 몇 마디 더 이어 붙이려 했지만 연못가를 바라보는 소녀의 표정이 행복해 보였기에 아무런 말없이 그 옆을 묵묵히 지켰다.
소녀는 선천적으로 몸이 약했다. 고뿔이라도 걸리는 날이면 며칠을 앓았고, 몇 차례 크고 작은 병들로 인해 기력은 쇠약해질 때로 쇠약해졌다. 군주은 하루이틀 매말라가는 자식의 모습에 이름만 들어도 알아 준다는 의원들을 불렀지만 다들 고개만 절레절레 흔들 뿐이었다.
"공주님, 고뿔 걸리십니다. 이제 그만 가시지요."
"...정국아."
"네, 공주님."
"혹시 연모하는 여인은 있느냐?"
'...'
"정국 너라면 좋다고 따라 다닐 여인이 많을 터인데."
그리고 소녀는 알고 있었다. 곧 생을 마감하는 날이 올 것을. 소녀의 말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소매자락만 꽉 쥐며 여인의 걸음따라 움직일 뿐이었다. 공주님, 공주님도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제가 연모하는 사람이 누군지. 쓸쓸한 미소가 입가에 맴돌았다.
-
공주는 그날 고뿔에 걸려 며칠을 앓다 겨우 나을 수 있었다. 군주는 그 사실을 알고 노발대발 화를 내셨고, 아픈 와중에도 미안하다는 듯 내 손을 꼭 쥐는 모습에 심장이 저릿해지는 기분이었다. 군주께서 화를 내시든 때리시든 그런 거에 익숙해져 상관은 없었다. 그저 공주님이 얼른 일어나길 바랄 뿐.
"정국아, 오늘 꽃이 많이 피었구나."
"이제 봄이옵니다."
"꽃들이 참으로 예쁘구나."
참으로 예쁘다, 참으로. 공주는 며칠 앓은 고뿔로 인해 일어서기도 벅찰 정도로 기력이 쇠약해졌다. 공주가 그토록 좋아하던 꽃들이 눈 앞에 있는데 공주는 그저 열어둔 문 사이로 보이는 꽃들을 멀거니 구경만 하였다. 그래도 좋은지 공주의 입가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그런 공주에게 꽃을 꺾어 드릴까 했지만, 그건 싫다는 듯 고개를 힘없이 저었다.
"예쁘다고 함부로 꺾으면 안 돼, 죽잖아."
"..."
"그냥 보기만 해도 좋은걸."
예쁘다고 함부러 꺾으면 안 된다라, 역시 공주다운 말이었다. 공주는 옆에 느껴지는 제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꽃들에게서 눈을 떼지 않으셨다. 가끔은 욕심이란 것을 부려도 될 법한데. 공주는 늘 그랬다. 그리고 공주의 말에 다시 심장이 저릿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마치 그 말은 공주와 나의 관계를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 한 나라의 공주와 그녀의 호위무사. 서로에게 향한 마음이 있다고 한들, 이루어질 수 없는 존재. 나는 오늘도 공주의 향한 마음을 꾹꾹 눌러 담을 수밖에 없었다.
나는 이 나라, 이 시대가 원망스러웠다.
-
침수에 들 시간이지만 갑작스럽게 일어난 일에 하인들은 물론이고 의원들과 군주까지 부리나케 움직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 틈에 나는 불안한 듯 공주가 누워있는 자리 주변을 맴돌고 있었다. 숨이 넘어갈 듯 헐떡이는 공주의 모습에 공주의 손목에 손가락을 대고 있던 의원의 얼굴은 복잡했다. 아무래도... 의원을 뭐라 말하려다 옆에 있던 군주의 모습에 눈치만 살폈다. 그런 의원의 모습에 답답한 군주는 버럭 소리를 질렀고, 의원은 군주의 모습에 납작 엎드려 고개만 푹 숙였다.
"아무래도 자정을 넘기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송구하옵니다, 전하."
의원을 말에 분노한 군주는 일어나자마자 옆에 있던 무사의 칼을 꺼내었고, 주변에 있던 하인들과 의원들은 바짝 엎드려 고개만 숙이고 있었다. 그런 그들의 모습을 보며 군주는 제 분을 못 참고 그대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문을 거칠게 열고 나갔다. 그를 따라 하인들이 따라 나섰고, 공주와 나, 그리고 몇 명의 하인들과 의원들만 남아있었다. 나는 그들의 모습에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아니, 지금 이 현실을 믿고 싶지가 않았다. 나는 눈을 감기 전 힘겨운 목소리로 말하던 공주의 모습을 잊을 수가 없었다.
최근 들어 입에 음식이라도 들어가면 반사적으로 토악질을 하는 공주의 모습과 날이 갈수록 야위어지는 모습에 걱정이 태산이었다. 공주의 아픔을 대신할 수 있으면 대신해 주고 싶은데 그럴 수 없는 현실이 원망스러웠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신이 한심했다. 하늘이시여, 어찌하여 이렇게 가냘프고 여린 소녀에게 아픔을 주시는 겁니까. 하늘에게 물어봤지만 돌아오는 답은 없었다. 오늘도 다를 바 없었다. 움직이지도 못하고 속을 한 번 게워 온몸에 힘이 빠진 공주는 제대로 된 식사 한번 하지도 못하고 자리에 누워 있을 수밖에 없었다.
"정국아."
"네, 공주님."
"만약 내가 다시 태어난다면,"
"...공주님."
"그때도 너를 만나고 싶구나."
"그런 말씀 마십시오."
"그땐 서로 마주볼 수 있는 사이였으면 좋겠다."
공주는 희미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고, 나는 공주에게는 보이지 않게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어찌 그런 약한 말을 하십니까. 공주께서 그런 말을 하실 때마다 제가 얼마나 불안한지 아십니까. 공주에게 하소연을 하고 싶었지만 졸음이 밀려오는 듯 풀어진 눈가를 보며 입을 꾹 다물 수밖에 없었다. ...정국아, 손 한 번 잡아 주지 않을련? 그저 이불 밖으로 손을 내미는 공주의 모습에 그 손을 살포시 잡을 뿐이었다. 그게 마지막 인사였으면 미리 말을 해 주시지. 그럼 나는 숨기지 않고 말했을 텐데. 당신을 많이 연모한다고.
-
공주는 의원의 말대로 자정을 넘기지 못했다. 공주의 방 안에는 탄식과 섞인 울음들로 가득했고, 편안하게 눈을 감은 채 누워있는 공주의 모습을 가까이에서 차마 볼 수가 없어 조금 떨어진 곳에서 가만히 지켜만 보았다.
방 안에는 소년이 그토록 사랑했던 소녀와 닮은 달이 은은하게 빛을 내고 있었다.
-
껄껄. 새벽도 아닌데 새벽 감성 돋는 글을 들고 와서 놀랐지여? 갑자기 삘 받아서 썼는데 사극은 처음 도전하는 거라 허접함의 그 자체네여.
♥잇꾹/땅위/피치/0613/꾹스꾹스/김태형여사친/카라멜모카/바니/오월의바람/침침이/초코에몽/꾹잉/지민즈미/나로/형뚜/태각/긴알긴/새우버거/우울/꾸꾸쓰/애옹/오빠아니자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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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택 3까지 나온 마당에 이나은은 진짜 불쌍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