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짧지용........킁킁
늦은 저녁, 재효와 동네 주점에서 소주를 홀짝이고 있던 참이였다.
서로서로 할말은 그다지 많지가 못해서 조용히 술만 따르고 있었는데,
아까부터 정신없이 시끄럽던 뒷자리에서 누군가가 일어서더니 우리의 테이블로 다가왔다.
" 저기여- "
" ...네? "
술에 취한건지 어눌한 발음이였다.
굉장한 장신이라는 것부터가 맘에 들지 않아서 뭔가 대답이 삐딱하게 나갔지만
갈색머리의 남자는 그런것 따위는 신경쓰지 않는다는 듯 표정의 변화 하나 없이 자기 할말만 하기 시작했다.
" 아...제가 이게 벌칙이라서여. 뭐좀할게여. "
" ..네..뭐.. "
살짝 거북했지만, 술자리에서 이런 일이 한두번도 아니고. 그냥 빨리 끝내기를 바랬다. 그러면 안될 것을.
" 아.. "
" .... "
" 나랑 잘래요? 그쪽이 좀 잘 조이게 생겨서요. 나 테크닉도 좋은데. "
이 말에 나와 재효 둘다 벙쪄서 정신 못차리고 그 남자를 쳐다본건 당연한 일이고,
그 남자는 살짝 당황하는 표정을 하더니 잠깐 사과를 하고는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버렸다.
아, 자리로 돌아가기 전에 내 귀에 속삭인 한마디가 날 정말 분노하게 만들었다.
' 사실 이거 좀 진심이기도 하네요. '
...이 미친새끼가..
" 야, 이..이 개새끼야!! 너 지금 뭐라그랬냐? "
" 네? 뭐가여. 벌칙 했는데요? "
" 벌칙? 니가 방금 귓속말한건 뭔데! "
" 아- 그건 진심이라니까요? "
당황한 재효라던가, 어이없다는 듯이 쳐다보는 저 갈색머리의 친구들의 표정 따윈 보이지 않는다.
저 미친새끼. 처음 만난 남자가 남자한테 보통 이딴 말을 하나? 아니. 절대 그럴리가 없다.
저새끼는 분명히 나를 일부로 놀리는 거고, 척봐도 나보다 어려보이는게, 그래서 더 짜증난다.
" 태일아, 진정해. 그냥 벌칙이잖아. "
" 아, 안재효!! 이건 보통일이 아니거든? "
그리고, 정말 내가 이성을 잃게 만든 것은, 이런 내 말을 듣고 입꼬리를 올리는, 갈색머리의 비웃음이였다.
" 야..비웃냐? 이..이..씨발아!!!! "
그리고 내가 분명 그새끼한테 주먹을 날렸는데, 어...
손이 안닿았다.
우리를 지켜보던 주점의 모든 이들이 웃음을 터뜨린건 당연한 일이였다. 나는 수치스러움에 몸을 떨었고, 그 미친새끼는...
" 풉...크...으... "
억지로 손으로 입을 막고 눈물을 흘리며 웃음을 참고 있었다. 차라리 웃어 개새꺄...
" 아..저기..풉...그쪽이 맘에 드는데 번호 좀 알려주실래요? "
" 뭐, 뭐? "
당황한 나를 무시하곤 그새끼는 내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선 자기 핸드폰에 전화를 걸고는 다시 내 주머니에 넣었다.
" 제 이름은 우지호에요. 그쪽..엄청 귀엽네요. 연락하세요. "
" ...뭐? "
그렇게 그새끼는 가버렸다.
*
-지잉
[왜 연락안했어요?]
헐. 그 일이 지나고 이틀 후, 그 새끼에게서 기어코 먼저 문자가 왔다. 뻔뻔스럽고 능글맞은 놈!
[니같으면 하겠냐?]
답장을 최대한 늦게 보냈는데, 보내자마자 오는 답장.
[네 저같으면 하겠는데요ㅋㅋ]
이 새끼가.......잔망스러운 새끼.. 문자 하나하나에 답장하면 그게 더 바보겠다.
그냥 씹어버려야지. 핸드폰을 침대에 던져놓고는 편한 티셔츠로 갈아입고 침대에 누웠다. 아, 편해.
....음...잠이...든..ㄷ...
-지잉
" 아씨...뭐야..문자왔나? "
대충 확인하고 자야지.
[왜 답장안해요?]
뭐야 그 미친새끼잖아. 괜히 내 잠만 깻네.
-지잉
-지잉
-지잉
" 악!!!!!!! 무슨 문자를 이렇게 많이해! 스토커냐!! "
열뻗쳐서 정말! 문자 내용이 더 가관이다.
[문자 확인은 하잖아요]
[나 싫어요?]
[이름 뭐에요?]
-지잉
" 또 뭐야 또 뭐! "
[괜찮냐?]
..무슨 소리지? ..아! 재효가 보낸 문자구나. 이건 답을 해야겠다.
[안괜찮아]
진짜 안괜찮다. 기분이 다시 축쳐지는 걸 느끼며 핸드폰 화면을 껐다. 이제 문자 안오면 좋겠네.
문자할 기분도 아니고 좀 자고싶기도 하고. 솔직히 말해서 그때일 생각하면 좀..짜증나니까!
-지잉
" 와 진짜 끈질기네. 이것만 보고 진짜 자야지. "
내 마지막 인내심이다 이건..
[이름 뭐냐고.]
어쭈 이젠 아주 반말이네. 그래..나도 자야되니까 불쌍한 어린양 한명 구제해준다치고 한번만 답장해줘야지.
[이태일. 이제 문자하지 마라.]
그리고 배터리를 빼버렸다.
" ,,,,,,,,으.. "
얼마나 잔거지? 찌뿌둥한 몸을 풀며 꺼져있는 핸드폰을 켰다.
그와 동시에 홍수처럼 밀려오는 엄청난 문자와 부재중들. 뭐야 누구 죽었나.
일단 시간은...응? 9시 28분...한 여섯시간 잔건가. 밖은 이미 어둑어둑하다. 아이씨. 레포트 하나도 못썼는데.
" 아아- 목소리 갈라졌네. "
이렇게 낮잠을 자다가 늦게 일어나면 기분이 안좋다.
뭔가 어두워진 느낌이기도하고 좀 우울해진다. 일어나서 뻐근한 허리를 두들기며 밀린 문자와 부재중을 확인했다.
[태일이? 몇년생인데?]
[태일아 씹지말고. 나보다 동생같은데.]
[애기야]
[난 92. 너는?]
[애기야 너 자? 뭐해.]
[ㅋㅋㅋ근데태일아너쫌웃겼어..]
[태일아 왜 연락이안돼ㅜ 걱정되게 자냐]
[니가 동생이라서 당황했구나ㅋ귀엽긴]
[탤아 8시까지 저번에 그 주점으로 나올래?]
[애기야 나 심심해 ㅠㅠ]
어우 미친것들. 둘 다 나를 아주 애기 돌보듯한다. 애기야는 무슨. 소름끼친다.
그나저나 8시까지 나오라고 했는데 안나와서 그런지 부재중은 온통 재효다.
Rrrr-
깜짝이야, 왠 전환가 했더니 재효다. 약속을 말도 없이 깬게 미안하기도 해서 그냥 받기로 했다.
" 여보세요? "
[어, 태일아. 왜 이제야 받냐. 너 왜 안나와?]
" 아-. 나 좀 잤어. 나 오늘 안나갈래. 졸리단말야. "
[그러지말고 빨리 나와라. 지금 막...너 며칠전에 상대했던 그..우지호? 걔가 자꾸 너 불러오라고 행패부린단 말야. 야 나 진짜 난감하다고]
" ..뭐? 나 안나가. 절대 안나가. 미안한데 니가 좀 해결해줘. "
[뭐?! 아, 태일아! 태ㅇ..]
뚝-
쏘리 안재효.. 난 정말 걔가 귀찮아. 걔랑 지금 상대하다간 나 정말 키 줄어들 것 같아, 나도 좀 살자!
죄송해요 더 쓰기귀찮은것도있었고 ㅋㅋㅋㅋㅋㅋㅋ 중요한건 제가 글을 못쓴다는거니까!
반응보고 2편쓸라구용 ㅠ 협박 절대 아닙니다 이딴거에 움찔할 분도 없음ㅇㅇ
그냥 반응이 별로면 굳이 2편쓸필요없으니까!
ㅎㅎ아는언니랑 같이 썼습니당......그러니까 욕은 반만 주세요ㅎㅎㅎ
근데 뭔가 다쓰고 다니까 엔터를 너무 많이한 느낌이네요....아...아...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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