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5 |
두 개의 같은 마음은 여전히 맞닿지 못 한채로, 진전 없는 시간만 흘러갔다. 어제와 변함 없는 일상이 오늘도 반복 되었고, 내일도 반복될 것이며 내일 모레도 예외는 없을 것이다. 무엇을 가르치는지도 모르는 학교는 여전히 지루했고, 어제가 가고 오늘이 왔고 오늘이 가면 내일이 왔다. 한 가지 달라진 점이 있다면 세훈은 학교에서 자는 시간이 줄었고, 종인은 자는 시간이 늘었다는 것. 종인은 꼭 겨울잠을 시작하는 동물 마냥 걸핏하면 책상에 엎드려 잠을 청했고, 세훈은 그런 종인의 옆 얼굴을 몰래 쳐다보는 시간이 늘었다.
종인의 얼굴을 볼 때 마다 세훈은 생각했다. 연애란 무엇이며 좋아한다는 것이 무엇일까. 내가 김종인을 좋아한다는 것은 확실하다. 부정할 수 없다. 그렇다면 도대체 좋아한다는 것이 무엇일까. 보고싶은 것? 그건 서울에 있는 변백현에게도 해당한다. 개새끼마냥 빨빨 거리는 꼴은 보고만 있어도 웃겨서 보고싶기도 한 것 같다. 특별한 것? 그것도 서울에 있는 김준면도 해당하는데. 준면이는 내 한 쪽 불알이지….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면! 그럼 도대체 뭐냔 말이다. 그리고 연애란 또 무엇일까. 그냥 손 잡고 싶고 뽀뽀하고 싶고 그런걸까? 난 그럼 김종인 손 잡고 싶고 김종인한테 뽀뽀도 하고 싶고 그런걸까? 미친….
“말도 안돼….”
이 놈의 상상력은 얼마나 창대하신지 이런 것은 기가 막히게 이미지 메이킹을 하신다. 김종인 볼에 쪽 소리나게 뽀뽀하는 생각을 하고 혼자 부끄러워서 죽어버릴 것 같다. 까치발 들고 하고 싶다. 근데 우린 키가 비슷해서…. 아니면 김종인이 나한테 뽀뽀하는 것도 참 괜찮을 것 같, 아무튼 ‘존나’ 하고 싶긴 하지만 그건 아니야! 연애는 그런게 아니야. 단순히 손 잡고 볼에 뽀뽀하고 싶은게 연애면 허구한 날 아무한테나 뽀뽀해대는 변백현은 연애 못해서 죽은 귀신이 달라 붙어 있는 것일거다. 이렇게 어려운걸 사람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하고 있다니. 새삼 저가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고 살았음을 깨달았다. 애들만 패고 다녔지 정말 난 학교 다니면서 한 게 아무것도 한 게 없구나…. (여자랑) 교복 데이트도 못해보다니…. 아니 딱히 하고 싶다는 건 아니지만 아무튼 누굴 좋아해본 기억이 없으니, 이렇게 진짜 좋아하는 사람이 나타나버리니까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 도대체 연애란 건 또 무엇일까. 연애감정이 뭘까….
그러다가 이런 생각까지 닿아버리는 내가 참 야속해진다.
김종인은…연애 해봤을까.
“안돼 절 때 안돼….”
안된다고… 죽어도 안돼…. 김종인이 연애를 해봤다니. 그런 말도 안되는! 아니 말이 될 수도 있지만 상상하기도 싫은 그런! 김종인. 너 나를 두고(?) 정말 그런 짓을 했단 말이야? 너가 그럴 수 있어? 김종인하고 나와 만난 건 고작 2개월도 안됐지만 이럴 때마다 나 없이 살아온 김종인의 18년이 궁금해서 돌아버릴 것 같다. 잠자는 종인의 얼굴을 아무리 쳐다보아도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어짜피 진짜 물어보지도 못했겠지만 말이다. 세훈은 아예 대놓고 종인이 엎드린 자세 그대로 몸을 틀어 종인을 바라보았다. 잘도 잔다. 누군 지금 이 지랄…아니 이 난리인데. 간만에 짱돌 좀 굴렸더니 안 쓰던 욕까지 나오려고한다. 세훈은 자는 종인의 얼굴을 찬찬히 뜯어보았다. 그래. 이 정도면 솔직히 잘 생긴 것 같다. 아니 솔직히도 아니지. 그냥 딱 봐도 잘생겼다. 피부가 좀 까맣긴한데 그건 또 그거대로 멋있다. 입술이 두껍긴한데 그건 또 그거대로 멋있다. 엎드려 자느라 흩어진 앞머리를 곱게 정리해주었다. 살짝 보이는 이마도 잘 생겼다. 군데군데 다 뜯어보면 미남은 아닌데 잘 생겼다. 아…암튼 내 눈에는 엄청 잘생겼다는 것이다. 이 놈의 콩깍지.
“…야.” “…….” “손 차갑다. 치아라.” “…안 잤어?” “잤긴 잤지.” “…….” “니가 자꼬 안돼 안돼 거리면서 헛소리하는건 들었다.”
아. 진짜 또 놀랬다. 늘 느끼지만 김종인은 진짜 자는 척은 끝내주게 잘한다. 자는 것 같아서 혼자 헛소리하면 갑자기 눈 떠 버린다. 지난 번에 새벽에 미친척하고 뽀뽀…하려했을 때도 그렇고. 이로써 오늘 하나 얻은 교훈이 있다면 김종인이 자고 있을 때도 말조심해야한다는 것이다. 또 뽀뽀하고 싶니 그딴 소리 입 밖으로 꺼냈으면 진짜 좆 될뻔…아니 큰 일 날뻔했다. 쥐구멍이라도 파서 숨고 싶을만큼 민망해진 세훈은 잠시 허리를 피고 일어나는 듯 했다가 다시 엎드려 종인을 바라보았다. 마주친 네 개의 눈동자들은 한 없이 떨렸다. 종인 또한 그런 세훈을 쳐다보는 듯 하다가 다시 눈을 감아 잠을 청했다. 에라이 이 미운놈아. 세훈은 잠만 자는 종인이 야속하기 그지 없었다.
“너 요새 잠 너무 잔다.” “…니만 하겠나.” “참 나.” “아 맞다.” “뭐.” “…이거 보이나.”
무언가 생각 난 듯 눈을 번쩍 뜬 종인은 엎드린 채로 필통에서 펜을 꺼냈고, 노트 뒷 면을 피고 아무렇게나 종이를 찢어 세훈에게 건냈다. 세훈은 납작 엎드린 자세에서 살짝 일어나 턱을 괴어 종이를 내려다보았다. 검은 줄만 죽죽 그어진 깨끗한 노트의 한 쪽 변에는 볼 품 없이 뜯겨나간 자국이 보였다.
“보여.” “그럼 잘 봐라.”
씨익. 하고 소리가 날 것 같다. 멋드러지게 웃은 종인이 펜 뚜껑을 입으로 물었다. 뽁, 하는 소리와 함께 펜 뚜껑이 열리고 종인은 삐뚤빼뚤 글자를 쓰기 시작했다.
「너하고 갈 곳이 생겼어」
어디? 라고 물어볼 새도 없이 종이에 적혀진 다음 글자들에 세훈은 그저 가슴이 터지지 않게 부여잡을 수 밖에 없었다.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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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의 말 |
※사과의 말이라고해서 연중합니다....잠시 ㄱㅈ을 떠날게요...독자분들덕에 정말 행복했습니다...이런거 아님ㅋ ※그냥 변명이니까 마지막 한 줄만 읽으셔도 됩니다.(정말로)
일단 저는..저는 쓰레깁니다..엉엉....몇일ㅈ만이야 이게.....어떡하지....독자들이 내가 추운 겨울날 굶어 죽은 줄 알았을거야... 루레 편에서 아프단 말로 동정 얻으려해서 죄송합니다 죽을죄를 졌습니다....근데 아픈건 사실이었어요 앞이 안보였어요ㅕ..... 지금은 완.치. 솔직히 한 이틀은 아팠고요 나머지 날들은 글이 안써졌어요ㅠㅠ다행히 삘이 와서 오늘 폭풍 ㅈ타자질을 해서 글을 딱! 써왔는데 분량이...^^ㅣ발....도저히 한 편이라고 쳐 줄 수도 없을만큼 벼룩 앞다리 반만한 양....그래서 joke팔리지만 8.5로 돌렸습니다
정리: 엑독방 이런데다가 아ㅡㅡ 카세 쓰는 체단지 치즈인지 뭔지 글도 더럽게 재미없으면서 연재텀 조나잌 길어ㅋㅋㅋ라고 하셔도 됩니다.
금방 9편으로 찾아뵐게요...기다리게해서 정말 죄송합니다ㅠㅠ 아 맞다 그리고 엑독방에서 저 추천해주시는 독자분들 노무노무 감사합니다^.^ 이런 거 추천하고 다니시면..저 참 부끄..근데 (미칠것같이)좋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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