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5월 29일
세상에. 카톡을 읽고 처음 든 생각이었다. 답장을 할 틈도 없이 허겁지겁 몸을 일으키곤 달력을 보니 '지훈이 생일' 이라고 적어놓은 내 글씨가 보였다.
얘가 말 안 해줬으면 어쩔 뻔 했어 나....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답장하려고 다시 폰을 보니 지훈이가 답장이 없는 나를 이상하게 생각한듯 여러개를 보낸다.
...나 어떡하지.
ㅡ
일단은 지갑을 챙겨 밖으로 나오긴 했는데, 도통 뭘 준비해야 할 지 감이 안 잡혀 버스정류장으로 가는 길에 급하게 평소에 나름 친하게 지내던 진영이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어, 진영아."
"누나가 왠 일이에요?"
"그, 있잖아...지훈이 생일 때문에 연락했는데 혹시,"
"형이 갖고싶은거요?"
"어어, 응."
"누나가 해주면 뭐든 좋아할걸요."
"그래도, 막 평소에 갖고싶어하던 그런거 없을까...?"
"어.....저가 들은 것 중에는 시계?"
"시계?"
"네, 근데 형 진짜 아무거나 줘도 좋아할걸요?"
"아냐, 그래도 생일인데....일단 고마워 진영아!"
꽤나 괜찮은 대답을 얻고나니 그래도 한 시름 놓았다는 생각에, 버스를 타고 가는 길에 폰으로 시계만 검색했다.
이거 하나만 달랑 주면 너무 그렇겠지? 라는 생각이 들어 곧장 '케이크 만드는 법' 을 검색하기 시작했고, 블로그에 나오는 레시피들을 열심히 캡쳐했다.
그러다보니 금새 내릴 정류장에 도착했고, 정신없이 돌아다니며 지훈이에게 어울릴만한 시계를 사고나니, 이미 늦은 오후가 된 시간에 혼자 초조해진 마음으로 집 근처 베이킹재료를 판매하는 곳에 들려서 아까 캡쳐해둔 글을 보며 재료를 하나씩 샀다.
잘 만들 수 있을까..걱정이 앞섰지만 일단 해 보자! 라는 생각에 무작정 사들곤 집으로 와 반죽부터 데코까지 레시피대로 열심히 만들었다.
처음 하기에 쉬운 일이 하나도 없었지만 12시를 가리키는 시계와 자꾸 오는 지훈이의 톡에 마음이 급해진 나는 케이크 만드는 데에 더욱 집중하기 시작했고, 우여곡절 끝에 케이크처럼 보이긴 하는 케이크를 만들었다.
이제 주기만 하면 되는데, 어떻게 자연스럽게 줄지 혼자 머리를 꽁꽁 싸매고 고민했지만 도저히 답이 나오지 않아서 그냥 당당하게 주자! 라고 생각해서 지훈이에게 바로 톡을 하려 톡방에 들어갔다.
아, 이게 뭐라고 긴장되고 난리야.
생전 처음으로 남자친구 생일이라는걸 챙겨보는 내가 괜히 품 안에 있는 케이크와 선물을 만지작거리고 있는데 저 멀리서 날 찾는 듯 두리번거리며 뛰어오는 지훈이가 보였다.
양 손 가득 선물을 들고 있어 손은 들지 못하고 지훈아! 하고 부르자 날 발견한 지훈이가 성큼성큼 걸어와 내 앞에 서더니 갑자기 들고온 남색 후드집업을 내 어깨 위에 걸쳐준다.
괜찮은데...라고 하자 누나가 춥다면서요. 감기 걸려요 밤에 얇게 입으면. 이라고 대답하고 내 손에 들린 선물들을 땅에 내려놓고 어깨 위에 걸쳐둔 후드집업을 아예 내 팔을 가져가 단단히 입혀준다.
지퍼까지 올려준 지훈이가 갑자기 날 보고 웃더니 모자를 씌우고 끈을 쭉 당기는 바람에 놀란 내가 야,뭐해. 라고 하니까 장난스럽게 웃으며 귀엽다. 이러고 있어줘요,생일이잖아. 라며 어깨를 으쓱한다.
그에 휴대폰을 꺼내 'pm11:59' 라고 적힌 화면을 보여주며 아직 네 생일 아니거든? 이라고 하니 내 폰을 반대로 돌려주며 됐죠? 라고 하기에 폰으로 시선을 옮기니 열두시 정각을 가리키는 시간이 떠 있었다.
괜히 박지훈 하나 이겨보겠다고... 민망한 기분에 헛기침을 하며 땅에 있는 선물을 들어 건네주니 환하게 웃으며 받아든다.
"보이는대로, 네 생일선물."
"나 사실 기대 안 했는데,"
"다시 뺏어도 돼?"
"아아-아직 말 안 끝났잖아요."
"...."
"지금 좀 감동받았어요 나."
"...."
"이런 거 처음 받아보는데, 누나가 챙겨주는 거라 좋고."
"....나도 처음이야."
"좀 그냥 들으면 안돼요?"
"미안."
"쫄지는 말고. 아무튼 진짜 고마워요."
"...나도 고마워."
"좋아해요."
와, 대답 안 하는거 봐. 부끄러우면 안아주기나 해요.
갑작스런 지훈이의 말에 당황한 내가 눈만 이리저리 굴리자 얼른,응? 이라 얘기하며 선물을 내려놓더니 팔을 벌리는 지훈이의 품 속으로 파고들자 날 꼭 안아주는 지훈이다.
...생일 축하해. 들릴 듯 말 듯 작게 얘기하자 못 들었는지 뭐라구요? 라며 내 쪽으로 고개를 숙이길래 생일 축하한다구. 라고 한번 더 얘기하자 날 꼭 안고 있던 손을 올려 내 양 볼을 잡고 꾸욱 눌러 붕어입술을 만든다.
"모해."
"지금 사진 찍어도 되요? 애기같아요 완전."
"시끄더워, 나."
"뭐라구요?"
"나라구, 나."
"놔줘요?"
"웅."
쪽. 내 대답이 떨어지기 무섭게 내 입술에 가볍게 뽀뽀를 해오는 지훈이에 놀란 내가 눈만 커다랗게 뜨고 있자 연달아 쪽,쪽. 몇 번 더 입맞추는 지훈이다. 야,지후나.. 아직 잡힌 양 볼에 어눌한 발음으로 지훈이를 부르자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한다.
"왜요. 우리 더 한 것도 했는데, 뭐."
그 말에 터질듯이 빨개진 내 얼굴을 보던 지훈이는 소리내어 웃더니 내 얼굴을 끌어당겨 그 날 처럼, 입을 맞췄다.
ㅡ
여러분 저 초록글 올랐어요!!!!!!!
진짜 저 이거 이렇게 반응 좋을줄 몰랐는데ㅠㅠㅠㅠㅠㅠㅠ 다들 넘 좋게 봐주신 것 같아서 혼자 신나가지고 지훈이 생일기념 글 써서 왔어요.... 지훈아 미리 생일 축하해 데뷔하자...ㅠㅜㅠㅜㅜㅠㅠ오늘 글의 포인트는 음 마지막 톡 캡쳐 보시면 지후니 톡 이후로 7분동안 고민하다가 나두 두글자 보낸 여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직 지훈이와의 거리감이 확 좁혀지지는 않았어요! 제가 곧 풀어낼 에피소드에서 점점 지훈이를 편해하는 여주를 보실 수 있을 거에요 헿 저거 카톡캡쳐 보시기에 어떤가욤 괜찮나여?!? 예쁘게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독자님들♡
오타 지적부분 환영해요!
+ 암호닉 여쭤보시는 분들 계셨는데 제가 기억력이 안 좋아서 많이는 못 받구... 제가 기억할 만큼만 받을게요 암호닉은 댓글에 [암호닉] 이렇게 신청해주시면 다음화부터 암호닉분들 기억해드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