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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혁 샤이니 온앤오프
김빙수 전체글ll조회 1089l 10

먼저 학교 소개부터 해야할 거 같다. 학생이나 학부모가 아니래도 수신고라는 이름을 들어봤을 것이다. 전국 상위 0.1%의 우수 학생들이 모인 자립형 사립고등학교 전국 학생능력평가 3년 연속 1위. 서울대진학률 5년 연속 1위. 공부 이외의 모든 가능성을 차단한 채 마치 눈 양쪽에 차단막을 단 경주마처럼 달리기를 강요당한 우리들의 성과에 전인교육 대한교육은 소리를 낮췄다. 고립된 지형 전학년 전직원 기숙사 제도. 반납된 휴일. 부모면회 제한. 체벌에 가까운 제재가 묵인되는 곳. 해외의 유명건축가가 프랑스의 루브르박물관을 모델로 설계했다는 이곳의 애칭은 ‘산속의 유리피라미드’ 그 안에 살고있는 우리들이 부르는 이름은 ‘3년만기 Alcatraz’ 이 안의 우리들은 선택되었다는 자부심과 낙오되어서는 안된다는 불안감을 끌어안고 3년을 견뎌야한다.

 

 

 

 

 

 

 

 

 

 

지금부터 내가하는 이야기는 괴물과 싸우기 위해 스스로 괴물이 되어야했던 8일동안의 기록이다.

 

 

 

 

 

 

 

 

 

 

 

 

White Christmas <01 악마는 스스로 문을 열지 못한다>

W.단

 

 

 

 

 

 

 

 

 

 

 

“교장입니다. 12월 24일 현재시간 오후 3시 정각. 수신고 유일의 공식적인 휴일이 시작됬음을 알려드립니다.”

 

 

 

 

 

 

 

 

 

 

교장의 안내방송과 함께 수신고에 갇혀있던 아이들이 빠져나가기 시작하였다. 학교 곳곳에 설치된 CCTV에 소리를 지르며 난리치는 모습이 여간 우스운 꼴이 아니었다. 그러나 그런 모습을 다 이해한다는 듯 CCTV를 관리하는 사람들은 아무 말이 없었고, 8일간의 추운 겨울을 보내기 위한 준비들은 끝을 보였다. 나도 친구들과 나가고 싶었다. 엄마아빠도 보고싶은 마음이었는데 편지 한 장이 날 가로막았다. 이 편지의 의미를 모른다고 하고싶지만 그러기엔 나는 철면피가 아니다. 아니. 아니여야만 한다.

 

 

 

 

 

 

 

 

 

 

 

*

 

 

 

 

 

 

 

 

 

 

금새 조용해진 학교 복도에 종인의 발걸음 소리가 미세하게 울렸다. 학교에서 빠져나가지 않고 남은 종인이 본관과 특관을 이어주는 다리에 앉아 조용해진 학교 밖을 바라보았다. 내리기 시작한 눈들과 거세게 부는 바람에 이내 종인이 안으로 들어왔다. 수신의 얼굴이라는 제목을 시작한 채 일정한 간격을 두고 복도에 배열된 사진들이 눈에 띄었다. 사진밑에는 몇기 졸업생이라는 말과 직책이 쓰여져있었다. 이사장이 그러더라. 학생이 공부가 아니면 무엇을 하냐고. 노래? 춤? 달리기? 그 말에 숨겨진 모순따위는 신경쓰지 않은 채 사람들은 이사장을 옹호했다고 한다. 긴 액자들 끝에 눈에 띄는 거울. 그 곳에 비추어진 나를 바라보았다. 오른쪽 구석에 붙은 껌이 또 눈에 띄었다. NEXT IS...

종인이 그대로 주머니에서 휴지를 꺼냈다. 항상 이런일에 대비해 들고다닌 작은 휴대용 휴지를 하나 꺼내 껌을 떼어냈다. 종인이 방으로 들어왔다. 방한쪽 구석에서 빨간 빛을 내보이는 검은 CCTV가 눈에 띄었다. 애써 무시한 종인이 책상 서랍을 열어 검은 편지봉투를 꺼내었다. 자신을 뒤숭숭하게 만든 편지였다. 검은 편지지에 타자기로 친 하얀글자들.

 

 

 

 

 

 

 

 

 

계속해서 생각해봤어

어디서부터 잘못된걸까?

너는 나를 비참하게 물들였고

너는 나를 구석괴물로 만들었고

너는 네가 아는 것을 침묵했어

너는 내 가망없는 희망을 비웃었고

너는 내가 가진 단 하나를 빼앗아 목에 걸었고

너는 내가 내민 손을 잡았다 놓아버렸고

그리고 너는 눈앞의 나를 지워버렸고

마지막으로 너는 나를 가로챘어

8일간의 휴일이 지나고

느티나무 언덕길을 올라와 시계탑 아래에 서면

죽어있는 누군가가 보일거야

Merry Christmas

Happy New Year

아기 예수가 태어난 밤에 나는 너를 저주한다.

 

 

 

 

 

 

 

 

 

 

 

 

빈 복도계단. 빈 교실. 빈 정문. 빈 강당. 굳게 닫힌 교문. 눈이 쌓이기 시작하는 시계탑. 조각상들. 종인이 한숨을 쉬었다. 이 편지가 뜻하는 게 도대체 무엇인지 어림짐작도 힘들었다. 여기서의 너는 누구고, 나는 누굴까. 구석괴물은 또 뭐고 마지막 구절은 뭘까. 눈이 심하게 내리는 창문 밖을 바라보던 것도 잠시. 교내방송이 울려퍼졌다. 1년 중 단 한번. 8일뿐인 유일한 휴일을 반납한 학생을 위해 8일을 반납해야만 했던 선생이겠지.

 

 

 

 

 

 

 

 

 

 

“교내에 남은 불행한 영혼은 지금 즉시 식당으로 집합한다.”

 

 

 

 

 

 

 

 

 

 

중국에서 온 선생이었다. 종인이 급하게 편지지를 같이 받은 검은 편지봉투안에 넣었다.

 

 

 

 

 

 

 

 

 

 

“반복한다. 교내에 남은 불쌍하고 가련하고 바보같은 7명은 지금 식당으로 모이길 바란다.”

 

 

 

 

 

 

 

 

 

 

 

 

선생의 말에 종인이 멈칫하며 귀를 기울였다. 불쌍하고. 가련하고. 바보같은. 7명...? 종인이 식당으로 향했다. 자기 말고도 6명이 더있다는 사실은 솔직히 그닥 중요하지 않았다. 식당으로 모이라는 말이 더 중요했다. 어째서일까. 라는 말을 붙여선 안되었다. 선생의 말은 들어야했다.

 

 

 

 

 

 

 

 

 

 

 

 

*

 

 

 

 

 

 

 

 

 

 

 

“와인잔은 왜?”

 

 

 

 

 

 

 

 

 

백현이 경수를 바라보며 물었다. 경수는 식사준비를 하는 것인지 와인잔 두 개를 양손에 잡은 채로 백현을 바라보았다. 살가운 백현의 말에 경수가 웃으며 대답하였다. 선생님이 필요하다 그래서. 경수의 대답에 백현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윽고 다른 발소리가 들려왔다. 종인이 걸어오자 백현이 멈칫 식탁으로 가던 걸음을 멈추었다. 종인이 그런 백현을 보지 않은 채 경수가 식탁준비를 하는 것을 도왔다. 종인의 이유없는 친절, 아니 매너에 경수는 별다른 표정변화 없이 식탁준비를 마저하였다. 백현은 그대로 식탁 의자에 앉았다. 귀엽게 웃는 모습이 이뻐 경수는 아무말 하지 않았다. 3명이 모였다. 그 뒤로 카메라를 든 종대가 등장하였다.

 

 

 

 

 

 

 

 

 

“때는 12월 24일. 크리스마스 이브. 오후 6시 12분. 장소 학교식당.”

 

 

 

 

 

 

 

 

 

 

 

 

기록하는 것인지 동영상을 찍는 채로 카메라를 들이밀며 등장하였다. 익숙한 모습인지 다들 별 동요하지 않았다. 백현이 웃으며 카메라에 손을 흔들었다. 종대의 왼쪽 귀에는 흰 보청기가 꽂혀져 있었다.

 

 

 

 

 

 

 

 

 

 

 

 

 

“등장인물. 학부형이 뽑은 사위삼고싶은 남학생 1위 김종인 군과 수신의 얼굴 수신의 얼짱 변백현. 그리고 또... 도경수? 2학년 1반?”

 

 

 

 

 

 

 

 

 

 

 

종대가 카메라를 클로즈업하며 경수의 명찰을 담았다. 술술나오던 소개멘트도 한동안 멈추었다. 카메라 렌즈에도 별 내색없는 종인과 익숙하게 웃으며 손을 흔드는 백현과는 다르게 경수는 얼떨떨한 표정을 하며 종대를 바라보았다. 등장인물이 직접 자기소개를 하겠습니다. 종대의 웃음기섞인 말에도 당황스러운 기색이 역력한 경수가 어찌할 바를 몰라했다. 이윽고 다른 사람의 발자국이 들리자 종대의 카메라가 경수에게서 복도쪽으로 방향을 바꾸었다.

 

 

 

 

 

 

 

 

 

 

 

 

 

 

“새로운 인물이 등장했습니다. 수신고의 엔젤. 가브리엘 대천사 루한군. 루한군 한말씀 부탁드립니다”

 

 

 

 

 

 

 

 

 

 

 

귀에 이어폰을 꽂은 채 천천히 걸어오던 루한이 카메라를 바라보더니 싫다는 듯 mp3를 쥐고 있던 손을 들어 말을 대신하였다. 네.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종대가 웃었다. 루한이 그대로 식당의자에 앉았다. 그리고 바로 다른 사람이 들어왔다.

 

 

 

 

 

 

 

 

 

 

 

 

 

“이게 누굽니까? 2학년 1반 타오군. 이거이거 등장인물의 면면(面面)이 너무 화려한데요?”

 

 

 

 

 

 

 

 

 

 

 

 

타오가 아무 표정없이 들어오며 가장 앞에 있는 의자에 앉았다. 아이들도 이미 다 의자에 앉아있었다.

 

 

 

 

 

 

 

 

 

 

 

“선생님은?”

“뭐 가지러 갈 게 있다고..”

 

 

 

 

 

 

 

 

 

 

 

 

경수에 대답에 타오가 심드렁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장면또한 놓치지 않고 카메라에 담은 종대가 멘트를 하였다.

 

 

 

 

 

 

 

 

 

 

 

 

“자 이제 1명 남았나요? 계속 해서 등장하는 크리스마스의 마지막 7인”

 

 

 

 

 

 

 

 

 

 

 

 

 

계단을 내려오는 소리에 종대가 카메라를 계단으로 돌렸다. 뚜벅뚜벅. 무겁지만은 않은 발소리와 함께 세훈이 씨익 웃어보였다. 그모습에 종대가 짜증나는 표정을 지으며 카메라를 내렸다. 아이들의 무시라던가 예의없는 태도에도 불구하고 그모습을 담아내던 종대에게서 본 특이한 행동이었다.

 

 

 

 

 

 

 

 

 

 

 

 

“아이씨.”

 

 

 

 

 

 

 

 

 

 

 

 

종대가 뒤돌아 남은 자리를 찾아 앉았다. 그런 모습에도 상관없다는 듯 장난기 가득한 표정을 지으며 세훈이 내려왔다. 종대가 인상을 찌푸리며 옆에 앉은 백현에게 조용히 말했다.

 

 

 

 

 

 

 

 

 

 

 

“저자식도 남는 줄 알았으면 그냥 집에 갈 걸”

 

 

 

 

 

 

 

 

 

 

 

 

 

종대의 말에 백현이 조용히 웃었다. 어이 친구들. 나 기다리고 있었냐? 세훈이 식탁쪽으로 걸어와 과일을 집어먹으며 아이들에게 물었다. 백현이 푸흐. 웃으며 아니이. 라고 대답하였고, 이내 세훈이 밀쳐졌다. 세훈을 밀쳐낸 주인공인 이씽이 아이들의 숫자를 세었다. 다왔네.

 

 

 

 

 

 

 

 

 

 

 

 

“선생님이 숙직이에요? 영어선생님이라고 들었는데”

“중국에서 온데다가 애인도 없으니까 바꿔달란다. 에이 망할 놈”

 

 

 

 

 

 

 

 

 

 

 

 

 

이씽의 말에 백현이 풋 하고 웃었다. 내 말에 리액션 보이는 건 너밖에 없다. 이씽이 백현을 바라보자 백현이 이쁘게 웃었다.

 

 

 

 

 

 

 

 

 

 

 

 

 

“영동고속도로에서 13중 추돌사고가 일어났습니다···”

 

 

 

 

 

 

 

 

 

 

 

 

 

라디오에서 DJ의 말이 흘러나왔다.

 

 

 

 

 

 

 

 

 

 

 

 

*

 

 

 

 

 

 

 

 

 

 

 

 

 

이씽이 자리에서 일어나 와인을 땄다.

 

 

 

 

 

 

 

 

 

 

 

 

“우리 백현이 먼저”

 

 

 

 

 

 

 

 

 

 

 

 

이씽이 아까 리액션에 대한 보답이라는 핑계로 백현에게 먼저 와인을 따라주었다. 백현이 눈웃음을 지으며 고맙다며 까딱 고개를 숙여보았다.

 

 

 

 

 

 

 

 

 

 

 

 

“이 와인으로 말할 것 같으면 2002년산 Chateau.아무튼 인터넷에서 3만 2천원에 산 초고가 레드와인이란다. 내 피같은 와인이지. 네들한테 풀 줄은 꿈에도 몰랐지만. 설마 너네들 선생이 술 권했다고 꼰지르진 않겠지?”

 

 

 

 

 

 

 

 

 

 

 

 

이씽이 덤덤하듯 장난기있는 특유의 톤으로 말하며 아이들에게 한잔한잔 따라주었다. 그 사이 종인은 시끄러운 듯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노랫소리를 줄였다. 안그래도 시끄러운 감이 없지 않아 있던 노랫소리가 줄어들어 이씽의 목소리가 더 크고 선명하게 들렸다.

 

 

 

 

 

 

 

 

 

 

 

 

 

“저야 맹세할 수 있지만 모범의 아이콘께선 어떠실지는”

“크리스마스잖냐-”

 

 

 

 

 

 

 

 

 

 

 

 

 

이씽이 종인의 잔에 와인을 따르며 대꾸하자 세훈이 입을 다물었다. 아니꼬았던 세훈의 눈빛을 그대로 받은 종인은 익숙하다는 듯 보였다. 남들에게 일일이 시비거는 건 세훈의 특기였으니까. 감사합니다. 종인이 젠틀하게 인사를 하며 이씽에게 말했다. 이씽이 마지막으로 자신의 와인잔에 와인을 따랐다.

 

 

 

 

 

 

 

 

 

 

 

 

 

“됐다. 아마 전생에 내가 말도 못하게 엄청난 죄를 저질렀을꺼야, 20대의 마지막 크리스마스를 니들이랑 보내는 거 보면”

“어? 선생님 29살밖에 안 됐어요? 30대 중반은 훌쩍 넘은 거 같은데”

“닥쳐. 뭐 어쨌거나 이것도 인연이라 생각하고 8일동안 사고없이 재밌게 지내보자 건배”

 

 

 

 

 

 

 

 

 

 

 

 

 

루한의 말에 닥쳐라며 대답한 이씽이 잔을 들었다. 백현이 웃으며 짠 했고 나머지아이들도 건배하였다. 세훈이 일어나 경수에게 잔을 들이밀었다. 경수가 당황한 표정으로 잔을 부딪혔고 세훈은 뒤이어 종대에게도 잔을 들이밀었다. 종대는 건배하기 싫다는 걸 들이내며 잔을 피했고, 백현은 차려진 음식들을 보았다. 종인이 아이들을 바라보았다.

 

 

 

 

 

 

 

 

 

 

 

 

 

 

“나야 전생의 업보라 치고 너네는 왜 집에 안 갔냐?”

“집에 가면 새아버지가 내 엉덩이만 쳐다보거든요. 목욕하는데 불쑥불쑥 들어오고”

 

 

 

 

 

 

 

 

 

 

 

 

 

세훈의 말에 다들 고개를 숙이며 모른척하며 식사를 계속하였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세훈이 담담했던 표정을 뒤로하고 씨익 웃었다. 농담같고 긴장하기는. 세훈이 재밌어하며 웃었다. 그 모습에 샐러드를 뒤적거리던 백현이 쯧 혀를 차며 한마디 했다.

 

 

 

 

 

 

 

 

 

 

 

 

 

“농담이라는 건 하는 사람보다 듣는 사람이 즐거워야하는거 아니야?”

 

 

 

 

 

 

 

 

 

 

 

 

 

백현이 날카로운 말을 하며 웃었다. 쿡. 포크로 양상추를 찍은 백현이 세훈을 바라보며 웃었다. 얄밉게 웃으며 양상추를 먹은 백현이 고개를 돌려 다시 식사에 열중하였다. 허. 세훈이 기분나쁜 표정을 지으며 백현에게서 고개를 돌렸다. 얄미워죽겠네 정말. 그 모습을 보던 이씽이 가라앉은 분위기에 다시 입을 떼었다.

 

 

 

 

 

 

 

 

 

 

 

 

 

“공부할려고?”

“총 맞았어요? 겨울방학 때 공부하면 저주받는다는데”

“거 너네도 알고있냐?”

“당연하죠”

 

 

 

 

 

 

 

 

 

 

 

 

 

종대가 스테이크고기를 입에 넣었다. 그 모습에 이씽이 풋하며 웃었다. 경수의 옆에 앉은 루한이 경수의 빈 접시 위로 자신의 음식에 있던 콩들을 빼내어 놓았다. 포크로 열심히 콩들을 움직이며 꽃모양을 만든 루한이 경수의 옆구리를 쿡 찔렀다. 경수가 뭐냐는 얼굴로 루한을 바라보자 루한이 웃으며 말했다. 내 마음이야. 경수가 짜증나는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다.

 

 

 

 

 

 

 

 

 

 

 

 

 

“너네 그 얘기가 왜 나온 줄 아냐? 크리스마스 때 공부하면 대학 떨어진다는 거”

 

 

 

 

 

 

 

 

 

 

 

 

이씽이 경수의 어깨를 탁 짚으며 말하였다. 다시 식탁 중앙으로 온 이씽이 말을 하였다. 끼익끼이익. 기분나쁜 소리에 이씽이 소리가 난 곳을 바라보았다. 세훈이 장난스럽게 웃으며 접시에 끼익거리던 포크를 보였다. 음향효과의 오세훈이올시다. 세훈이 말하며 인사하는 제스쳐를 취하자 백현이 못말린다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씽이 말없이 세훈의 뒷통수를 탁 때렸다.

 

 

 

 

 

 

 

 

 

 

 

 

 

“학교 아저씨한테 들은 이야기거든. 관리장 대머리 아저씨. 1999년 11년 전 바로 오늘이었어. 크리스마스 이브. 새천년이 시작된다. new millennium이다 해서 그때 크리스마스는 엄청났거든”

 

 

 

 

 

 

 

 

 

 

 

 

 

종인이 아이들을 바라보았다. 백현은 경청하며 손에서 포크와 칼을 놓은 상태였고 종대또한 경청하는 듯 귀를 귀울이고 있었다. 날카로우면서 경계가 가득한 종인의 눈이 아이들을 훑고 지나갔다. 그러다 자신을 바라보고 있던 루한과 눈을 마주쳤다. 루한이 덤덤하게 우- 하며 장난을 치자 종인이 움찔하며 고개를 돌렸다.

 

 

 

 

 

 

 

 

 

 

 

 

 

“뭐 너넨 그때 핏덩이라 몰랐겠지만. 아무튼 그 때 모두다 집에 가고 여학생 혼자 남은 거야. 이 넓은 학교에 단 혼자.”

“숙직 선생은요?”

“선생?”

“헤. 님이요”

“방학기간에 학교에 남은 건 학생의 선택이니까 학생이 책임져야한다. 그런거였지. 뭐 어쨌거나 그 때 사건 때문에 방학 때 애들이 학교에 남으면 선생도 남는 걸로 규칙이 바뀌었지만 말이야. 얘기 들어봐”

 

 

 

 

 

 

 

 

 

 

 

 

 

종대의 물음에도 대답한 이야기에 아이들이 귀를 귀울였다. 백현은 배고픈지 조심히 스테이크를 썰었고, 종인 또한 이야기하는데에는 거슬리지 않게 식사를 하였다.

 

 

 

 

 

 

 

 

 

 

 

 

 

그 여학생은 크리스마스이브인데도 공부를 했어. 밤 늦게까지. 그러다가 중간에 졸려서 커피나 마실려고 2층 휴게실을 오게 됐지. 커피가 나오는 동안 흥얼흥얼 노래를 하고 있는데 기분이 이상한거야. 등 뒤가 쭈삣한 게. 그래서 목소리를 낮췄거든. 근데 노랫소리는 점점 커지는거지. 등 뒤에서.

 

 

 

 

 

 

 

 

 

 

 

 

 

세훈이 깜짝 놀라며 등 뒤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이야기와는 반대로 반기는 건 허공뿐. 세훈이 겁먹은 표정으로 다시 식탁 쪽을 바라보았다. 계속 시비걸거나 장난치던 개구진 성격과는 반대되는 행동이었다. 이씽은 계속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아무도 없는 복도 쪽에서부터 노랫소리는 점점 가까워지는거야.

 

 

 

 

 

 

 

 

 

 

 

 

 

이씽이 캐롤을 낮게 흥얼거렸다. 종인이 또다시 아이들을 둘러보았다. 그 순간 경보음이 울리고 세훈이 깜짝 놀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반사적으로 종인 또한 일어났고, 고개를 돌려보니 경수도 일어났다. 종인과 경수, 종대, 이씽이 손전등에 의지하며 교문쪽으로 뛰어나갔다. 교문 근처에서 원인이 뭔지 둘러보았다. 하아. 하아. 거친 숨소리가 들렸다. 피에 젖은 손이 철문을 잡고 있었다. 머리는 피가 흘렀다.

 

 

 

 

 

 

 

 

 

 

 

 

 

“무슨 일입니까?”

 

 

 

 

 

 

 

 

 

 

 

 

 

대답조차 제대로 못하는 사람이 힘겹게 숨을 내쉬자 종인이 발로 교문을 차 열었다.

 

 

 

 

 

 

 

 

 

 

 

 

 

“괜찮습니까? 걸을 수 있으시죠?”

 

 

 

 

 

 

 

 

 

 

 

 

 

이씽이 남자를 부축하며 학교 안으로 들어갔다. 경수가 다시 교문을 닫으며 마지막으로 들어왔다. 경수가 학교로 돌아가는 인영을 바라보다 이내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끼이익. 끼익. 불안하기 그지없는 시선이 학교 곳곳에 닿았다. 덩달아 학교 밖에도.

 

 

 

 

 

 

 

 

 

 

 

 

*

 

 

 

 

 

 

 

 

 

 

 

 

종인과 경수가 오범이 옷을 벗는 것을 도와주었다. 꽤나 많이 다쳐 움직임이 불편한 것을 의식한 배려였다. 자연스레 정리하는 종인과 달리 경수가 소란스럽게 움직이며 어설프지만 나쁘지 않은 도움을 주었다. 오범이 날카로운 눈으로 보건실 안을 둘러보았다. 갑갑하게 목을 조으던 넥타이또한 풀어재낀 오범이 119에 전화를 거는 종인을 바라보았다.

 

 

 

 

 

 

 

 

 

 

 

 

 

“저기..”

“아. 물 좀 얻어마실 수 있을까”

 

 

 

 

 

 

 

 

 

 

 

 

 

오범의 피뭇은 와이셔츠를 벗기려 했던 경수가 급하게 물을 가지러 갔다. 그 사이에도 오범은 종인을 바라보았다. 매서운 눈길을 의식하지 못한 종인이 수화기에 대고 말을 하였다.

 

 

 

 

 

 

 

 

 

 

 

 

 

“119죠? 여기 수신고등학교인데요. 네. 여기 교통사고 환자가 있어서요”

 

 

 

 

 

 

 

 

 

 

 

 

 

건너편의 사람이 블라블라 무엇을 말하던 중 오범이 경수가 가져온 물을 급하게 마셨다. 순식간에 한잔의 물을 다 마신 오범이 고맙다며 경수에게 눈인사를 하였다. 종인이 오범을 바라보며 물었다.

 

 

 

 

 

 

 

 

 

 

 

 

 

“얼마나 다쳤냐는데요?”

“여기까지 걸어온 걸보면 어디 부러진 덴 없는 거 같아. 아, 이마를 좀 다쳤고”

“부러진 덴 없고요. 이마를 좀 다쳤습니다. 의식은 뚜렷하고요. 네. 네?”

 

 

 

 

 

 

 

 

 

 

 

 

 

종인이 약간 의아한 듯 되물었다. 그러더니 이내 다시 오범을 바라보며 물었다.

 

 

 

 

 

 

 

 

 

 

 

 

 

“일행은..?”

“나 혼자였어”

“일행은 없었답니다. 예 알겠습니다”

 

 

 

 

 

 

 

 

 

 

 

 

 

종인의 질문에 웃으며 답한 오범이 피가 난 부분을 솜으로 닦는 이씽의 손길에 미간을 찌푸렸다.

 

 

 

 

 

 

 

 

 

 

 

 

 

“뭐래”

“지금 당장은 못 온답니다”

“고속도로에서 사고가 크게 나가지고. 상황이 나빠지면 다시 전화하래요.”

 

 

 

 

 

 

 

 

 

 

 

 

종인의 대답에 이씽이 알았다는 듯 대답하지 않았다. 오범은 살짝 웃다 상처난데가 꽤나 심하게 아픈 것인지 인상을 계속 찌푸렸다. 그런 오범을 보던 종인이 다시 한번 오범에게 물어왔다.

 

 

 

 

 

 

 

 

 

 

 

 

 

“따로 연락할 사람은 없으세요? 가족이나 친구나..”

 

 

 

 

 

 

 

 

 

 

 

 

 

종인의 말에 오범이 생각하는 듯 고민하였다. 이내 종인이 다시 전화기를 들었다. 명함 뒷면에 쓰인 오정혜 라는 이름과 그 밑에 쓰인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010-4728-6048. 다시 한번 통화음소리가 가고 오범은 생각에 잠긴 듯 잠시 딴 곳을 바라보다 다시 종인을 바라보며 알 수 없는 흐릿한 미소를 지었다.

 

 

 

 

 

 

 

 

 

 

 

 

 

*

 

 

 

 

 

 

 

 

 

 

 

 

 

“이야. 변백현 무섭겠다. 여자 기숙사에 귀신나온대잖아. 허밍 귀신. 으으으으음- 으으으으음-”

 

 

 

 

 

 

 

 

 

 

 

 

 

아까 이씽의 이야기를 가지고 세훈이 겁많은 백현을 놀렸다. 백현이 그 모습에 물을 마시던 잔을 내려놓고 아랫입술을 꾹 깨물며 세훈을 밉지 않게 노려보았다. 식사를 마친 타오가 다먹은 접시들을 들고 일어났다. 그러더니 입을 떼었다.

 

 

 

 

 

 

 

 

 

 

 

 

“여기가 남녀공학이 된 건 2001년부터야.”

“뭐?”

“1999년에 여학생같은 건 없었다고”

 

 

 

 

 

 

 

 

 

 

 

 

타오가 특유의 무뚝뚝한 얼굴로 세훈의 얼굴을 바라보며 말해주었다. 백현이 속 시원하다는 듯 세훈을 비웃으며 세훈의 어깨를 툭 치고 일어났다. 마주앉아있던 루한이 웃겨죽겠다는 듯이 푸하하하. 큰 소리를 내며 얄밉게 웃었다. 짜증이 난 세훈이 옆에 있던 물건을 집어던졌다. 허허허. 좋냐? 세훈이 그런 루한을 노려보았다. 루한은 계속해서 웃었다. 때마침 들어오던 경수를 마주한 타오가 경수에게 물었다.

 

 

 

 

 

 

 

 

 

 

 

 

 

“무슨 일이야”

“교통사고가 났나봐”

 

 

 

 

 

 

 

 

 

 

 

 

경수의 대답에 타오가 경수를 스쳐지나갔다. 경수가 그런 타오를 잠시 바라보았고, 이내 루한이 웃으며 식당에서 빠져나왔다.

종대가 시계탑 앞에 서서 시계탑을 올려다보았다. 한 손에는 카메라를 꼭 쥔 채로. 이내 뒤에서 눈덩이가 날라와 종대의 뒷통수를 강타했다. 종대가 뒤돌아보자 역시나 세훈이 있었다.

 

 

 

 

 

 

 

 

 

 

 

 

 

“하지마. 물 들어가면 고장나”

“알아. 물에도 약하고 자석에도 약하고. 전에 실험해 봤잖아. 니 그 가짜귀 떼서 막대자석에 철썩. 아. 난 그 호기심이 문제야”

“덕분에 난 고욕 속에 살았거든 일주일 씩이나”

“미안해-”

 

 

 

 

 

 

 

 

 

 

 

 

종대의 앞에 다가온 세훈이 다짜고짜 눈덩이를 종대의 머리에 비볐다. 종대가 반항해보지만 덩치도 힘도 종대가 훨씬 부족하였다. 능글맞게 웃으며 나긋나긋 세훈이 사과하였다. 종대에게 하는 행동과는 정 반대의 말투였다.

 

 

 

 

 

 

 

 

 

 

 

 

 

“이것도 저것도 다 미안해. 사과할테니까 용서해주라 응?”

 

 

 

 

 

 

 

 

 

 

 

 

종대가 이내 벗어나 운동장쪽으로 걸었다. 그 뒤를 세훈이 따라갔다.

 

 

 

 

 

 

 

 

 

 

 

 

 

“아 왜그러는데!”

“용서해줘어 응? 아 제발. 용서해주는 게 좋을껄?”

 

 

 

 

 

 

 

 

 

 

 

 

 

세훈의 말투가 미묘하게 변하자 종대가 뒤돌아 걸으며 세훈을 바라보았다. 아 뭐 어쩌라고! 종대가 짜증을 내자 세훈이 급하게 표정을 굳히며 종대를 따라갔다.

 

 

 

 

 

 

 

 

 

 

 

 

 

“사람이 살다보면 마음에 안 드는 일도 있겠지. 난 장난한건데 넌 상처가 될 수도 있을거야. 그럼 서로 미안하다 괜찮다! 말로 해결하면 되지 이딴 걸 보내!!”

 

 

 

 

 

 

 

 

 

 

 

 

 

세훈이 주머니에서 편지봉투를 꺼내 종대에게 던졌다. 종대가 주우려 몸을 숙였다. 그 찰나를 놓치지 않은 세훈이 종대를 발로 깠다. 흰 눈 위에 검은 편지봉투가 눈에 띄었다. 흰 눈밭 위 오점처럼 떨어진 검은 편지 봉투를 없앨려는 듯 흰 눈은 계속해서 내렸다.

 

 

 

 

 

 

 

 

 

 

 

 

 

“아 나 아니라고!! 내 말 들어! 나 아니라고! 아 진짜!!”

 

 

 

 

 

 

 

 

 

 

 

 

 

세훈이 종대의 멱살을 잡고 일으켰다. 종대가 핏발 선 눈으로 세훈을 노려보았다. 운동장을 지나가던 종인이 그 장면을 바라보고 가던 길을 멈추었다.

 

 

 

 

 

 

 

 

 

 

 

 

 

“저주해? 죽는다. 그렇지 않아도 벌점 꽉 차서 징계방 예약하게 생겼는데!”

 

 

 

 

 

 

 

 

 

 

 

 

 

세훈이 손을 들자 종대가 반사적으로 보청기가 꽂혀있는 귀를 가렸다. 그 모습에 세훈이 피식 웃었다. 아. 머리? 세훈이 종대를 내려다 보았다. 세훈이 이내 종대의 뺨을 때렸다. 종대는 아무 말 없이, 반항 없이 맞았다.

 

 

 

 

 

 

 

 

 

 

 

 

“난 널 이렇게 배려하는데. 넌 이런 섬뜩한 편지를 보내!!”

 

 

 

 

 

 

 

 

 

 

 

 

 

미끄러운 눈밭위 흥분한 세훈이 넘어지자 그 틈에 종대가 유유히 갈 길을 갔다. 계속 내리는 흰 눈이 묻은 카메라를 툭툭 털며 세훈에게 소리질렀다. 내가 안보냈다고 이 새끼야! 세훈이 일어나 다시 종대의 뒤를 따라갔다.

 

 

 

 

 

 

 

 

 

 

 

 

 

“뻥치고 있네. 너 아니면 누군데? 5명 중에 누구! 김종인? 타오? 너밖에 없거든 이 새끼야!!!”

 

 

 

 

 

 

 

 

 

 

 

 

 

세훈이 종대를 덮쳐 깔아뭉갰다. 세훈이 주먹을 높게 치켜들었다. 탁. 종인이 힘이 잔뜩 들어간 세훈의 팔을 잡았다. 세훈이 종인의 손에서 팔을 빼내어 다시 자세를 잡았다. 종대가 안쪽 주머니에서 검은 편지봉투를 꺼내 세훈에게 내보였다. 나도 받았다고 똑같은 거! 세훈의 주먹이 허공에 머물렀다. 종인이 놀라하며 세훈을 바라보았다. 경수가 운동장 바닥에 세훈이 던졌던 검은 편지봉투를 열었다. 종인이 종대의 손에 들려있는 검은 편지봉투를 빼앗아 열었다. 이내 편지내용을 읽었다. 세훈이 일어났다.

 

 

 

 

 

 

 

 

 

 

 

 

 

“뭐야 이게 어떻게 된거야”

 

 

 

 

 

 

 

 

 

 

 

 

 

종대가 뒤이어 억누르고 있던 세훈이 일어나자 일어났다. 옷을 툭툭 털며 종대가 다시 투덜대며 입을 열었다.

 

 

 

 

 

 

 

 

 

 

 

 

 

“사람이 말을 하면 들어처먹어야될 거 아냐 이씨.”

“아우. 그럼 누구냐!”

“저기.. 이거 나도 받았거든”

 

 

 

 

 

 

 

 

 

 

 

 

 

경수가 교복 자켓 안주머니에서 검은 편지봉투를 꺼내보였다. 제3자처럼 아이들의 반응을 바라보던 종인에게 종대가 물었다. 너도 받았냐? 종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세훈이 어이없다는 듯이 웃었다.

 

 

 

 

 

 

 

 

 

 

 

 

 

“뭐야. 대량 스팸메일이었어? 어떤 새끼가 이런 거지같은 장난을!!”

 

 

 

 

 

 

 

 

 

 

 

 

 

세훈이 애꿏은 눈을 발로 찼다. 학교 건물 안으로 들어갈려던 세훈이 문을열리지 않자 짜증난다는 듯 문을 발로 찼다. 그 모습을 보던 경수가 학생증을 보안기계에 갔다대었다. 띠디딕. 문이 열렸다.

 

 

 

 

 

 

 

 

 

 

 

 

 

“보안 레벨 바뀌었다고 선생님이..”

“하.”

 

 

 

 

 

 

 

 

 

 

 

 

 

세훈이 짜증을 내며 건물 안으로 들어섰다. 쾅쾅쾅! 발터는 소리가 건물 안에 울렸다. 쿵쾅쿵쾅. 짜증난 초딩도 아니고 화를 푹푹 내며 가는 세훈에 뒤따라 들어온 종인과 경수, 종대는 그냥 조용히 들어왔다.

 

 

 

 

 

 

 

 

 

 

 

 

 

“이럴 줄 알았으면 집에 가서 귤이나 까먹는건데”

 

 

 

 

 

 

 

 

 

 

 

 

 

종대가 카메라를 툭툭 털었다. 얼마나 카메라를 소중히 생각하는 건지 카메라 터는 것만 몇 번째인지. 앞에 있던 종인이 뒤돌아 경수를 바라보았다.

 

 

 

 

 

 

 

 

 

 

 

 

 

“장난이라고 생각해?”

“당연하지. 하긴. 뭐 처음부터 짐작은 했었지만”

“그럼..왜 남았어?”

"그게 저널리스트의 숙명이거든"

 

 

 

 

 

 

 

 

 

 

 

 

 

종대가 웃으며 기숙사방쪽으로 걸어갔다. 종인과 경수가 남았다. 종인이 주머니에 있던 검은 봉투를 꺼내어 보았다.

 

 

 

 

 

 

 

 

 

 

 

 

 

"정말 장난인 걸까? 아니면 진짜를 숨기기위해 가짜를 만든걸까."

 

 

 

 

 

 

 

 

 

 

 

 

 

알 수 없을 법한 깊은 생각이 만든 종인의 말만이 빈 공간을 천천히 채웠다.

 

 

 

 

 

 

 

 

 

 

 

 

 

-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루한이 귀에 헤드셋을 낀 채로 기타를 쳤다. 수준급의 솜씨였다. 루한의 방 한쪽 구석에 있는 다트판 한가운데에는 아이들이 받았던 검은 편지가 다트에 꽃혀있었다.

 

 

 

 

 

 

 

 

 

 

 

'너는 나를 비참하게 물들였고.

너는 나를 구석괴물로 만들었고.

너는 내가 아는 것을 침묵했어'

 

 

 

 

 

 

 

 

 

 

 

타오의 방은 썰렁하기 그지없었다. 흰 한쪽 벽에는 큰 화이트보드가 자리잡고 있었고, 그 화이트보드 위에는 검은 보드마카로 써내려간 문제 풀이가 반 이상 채우고 있었다. 타오가 받은 검은편지는 분리수거통에 곱게 버려져있었다.

 

 

 

 

 

 

 

 

 

 

 

'너는 내 가망 없는 희망을 비웃었고

너는 내가 가진 단 하나를 빼앗아 목에고걸었고

너는 내가 내민 손을 잡았다가 놓아버렸고

그리고 너는 눈 앞의 나를 지워버렸고'

 

 

 

 

 

 

 

 

 

 

 

 

"집에 안 올거면 미리 얘기라도 했어야지. 엄마랑 아빠는..."

 

 

 

 

 

 

 

 

 

 

 

 

백현이 전화기의 수화기를 끊지 않은고채 놓았다. 데롱데롱. 꼬불꼬불한 선에 의지한 채 매달려있는 수화기가 꽤나 웃겼다. 뚜벅뚜벅. 계단을 걸어가는 백현의 책 사이에는 검은 편지가 곱게 끼어져 있었다.

 

 

 

 

 

 

 

 

 

 

 

'마지막으로 너는 나를 가로챘어.

8일간의 휴일이 지나고

느티나무 언덕길을 올라와 시계탑 아래에 서면

죽어있는 누군가가 보일거야

Merry Christmas

Happy New Year.

아기 예수가 태어난 밤에 나는 너를 저주한다.'

 

 

 

 

 

 

 

 

 

 

 

 

 

"굉장하죠?"

 

 

 

 

 

 

 

 

 

 

 

 

 

이씽이 교사기숙사의 문을 가르키며 오범에게 물었다. 계단 위의 위치한 문밖에는 검은 철창이 있어 열쇠로 열어야만 했다. 오범이 고개를 끄덕이며 네. 라며 대답했다. 정말 감옥같았다.

 

 

 

 

 

 

 

 

 

 

 

 

 

"원래 이정도는 아니었는데. 5년 전인가 사고가 있었데요. 졸업생 중 하나가 학교에 들어와서 교사 기숙사에 불을 질렀답니다. 그때부터 보안이 이렇게 된거죠."

 

 

 

 

 

 

 

 

 

 

 

 

 

이씽이 안에 있는 문의 도어락을 풀었다.

 

 

 

 

 

 

 

 

 

 

 

 

 

"그 사람은 어떻게 됬답니까?"

"누구.."

"불지른 사람"

"옥상에서 투신했답니다. 이곳의 3년은 나의 악몽이었다. 라는 유서를 남기고"

"악몽이라..그럼 여기있는 아이들은 누군가의 악몽 속에 있는 거네요"

 

 

 

 

 

 

 

 

 

 

 

 

 

오범의 중얼거림을 듣지 못한 이씽이 들어오라며 고갯짓을 하였다. 그 모습에 오범이 웃으며 따라 들어갔다.

 

 

 

 

 

 

 

 

 

 

 

 

 

툭-. 백현이 웃으며 검은 편지봉투를 테이블 위로 던지고선 다리를 꼬으며 가운데 의자에 앉았다. 이로써 모인 6개의 검은 편지 봉투. 그 모습을 바라보던 타오가 나지막히 말했다.

 

 

 

 

 

 

 

 

 

 

 

 

"난 버렸는데."

"버렸어?"

"어. 무슨 얘길 하는 건지 모르겠어서"

 

 

 

 

 

 

 

 

 

 

 

 

 

타오의 무관심한 반응에 경수가 사실상 질린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렇게 남한테 관심없는 타오의 모습도 익숙하기 그지없었다.

 

 

 

 

 

 

 

 

 

 

 

 

 

"그렇다고..버렸어?"

"그럼 왜 남았어?"

"Riemann 방정식 때문에.."

 

 

 

 

 

 

 

 

 

 

 

 

 

타오의 말에 카메라를 만지던 종대가 휘바람을 불었다. 서있던 세훈이 답답하다는 듯 쇼파 등받이를 툭 잡았다.

 

 

 

 

 

 

 

 

 

 

 

 

 

"아..고민할 거 없다니까? 그냥 어떤 찌질한 놈이 찌질한 장난을 친거야"

"정말? 좋아. 찌질한 놈이 찌질한 짓을 한거니까 선생님한테 얘기할까?"

 

 

 

 

 

 

 

 

 

 

 

 

 

백현이 웃으며 세훈에게 말하더니 밖 유리를 턱으로 가르켰다. 종인이 놀란 눈으로 백현을 바라보았다. 장난치듯 가벼운 말투였지만 아이들의 정곡을 정확히 찌르는 말임이 분명하였다. 세훈이 배현이 가르킨 곳을 바라보았다. 학교를 소개하던 것인지 이씽이 오범과 대화를 하며 들어오고 있었다. 경수도 뒤이어 바라보았다.

 

 

 

 

 

 

 

 

 

 

 

 

 

"선생님한테 얘기하면 범인을 어떻게든 찾아줄거야. CCTV 카메라를 뒤져서라도. 어때? 찌질한 장난을 한 찌질한 놈을 찾아내서 우리가 순결한 피해자라는 걸 증명해 볼까?"

 

 

 

 

 

 

 

 

 

 

 

 

 

문이 열리는 삑- 카드소리에 아이들이 고민에 빠진 표정을 지었다. 재밌다는 듯 백현이 이쁘게 웃었다. 아이들이 백현을 바라보았다. 빙 주위를 맴돌던 루한과 타오까지도. 그 모습에 백현이 날카로운 눈매로 아이들을 바라보다 이내 웃었다.

 

 

 

 

 

 

 

 

 

 

 

 

 

"못 하겠지? 조사했는데 뭔가 진짜 있으면 큰일이잖아. 벌점은 쌓일테고 평가점수는 깎일테고 추천은 물건너갔고"

 

 

 

 

 

 

 

 

 

 

 

 

 

아이들을 꿰뚫어 보는 듯한 백현의 말이 끊김과 동시 삑삑- 번호 누르던 소리가 멈추고 이씽이 문을 열었다.

 

 

 

 

 

 

 

 

 

 

 

 

 

"왜 다들 여깄어?"

 

 

 

 

 

 

 

 

 

 

 

 

 

루한이 자리에서 일어나 편지봉투가 있는 테이블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종인이 급하게 이씽의 눈치를 보며 봉투를 집어들었고, 밥 안먹냐? 라는 이씽의 장난스런 물음에도 아이들이 급급하게 편지봉투를 챙겼다.

 

 

 

 

 

 

 

 

 

 

 

 

 

"왜 대답들이 없어?"

 

 

 

 

 

 

 

 

 

 

 

 

 

마지막으로 편지봉투를 가져간 백현이 장난스럽게 웃으며 말했다.

 

 

 

 

 

 

 

 

 

 

 

 

 

"죄 없는 자가 선생에게 꼰지를 지어다"

 

 

 

 

 

 

 

 

 

 

 

 

 

 

 

 

 

-

 

 

 

 

 

 

 

 

 

 

 

 

 

 

아직 드라마상으로는 1화 중간 부분이지만, 어쩔 수가 없네요..ㅠㅠㅠ

괜찮은 지 모르겠네요. 구도는 백총과 됴총이 묘하게 섞인 걸로 갈 예정이에요. 아니면 백총,카디

그리고, 해석들을 뒷이야기에 조금씩 넣을까 싶어요. 팬픽 속과 드라마 속 다른 부분과 함께요.

괜찮으신가요??


암호닉

구리스 백여사 치즈

 

 

 

없으신 분은 말씀해주세요~ 암호닉은 꾸준히 받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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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구리스입니다!
11년 전
독자2
ㅈ..재미쪙... 뭐라고 말해야되는지 모르겠지만 햄볶아요...♥♥ ⊙.⊙ 담화 기대할게요
11년 전
독자3
아ㅠㅠㅠㅠㅠ좋ㄴ네요ㅠㅠㅠㅠㅠ막 예전생각나고....담화기대할께요!_!
11년 전
독자4
드라마가 보고싶어졌어요ㅎㅎ 암호닉 달콤신청이욧
11년 전
독자5
헐...헐...화크..헐....윤ㅅㄱ...ㅅ윤ㅇ수,....하아학휴ㅠㅠㅠㅠㅠㅠㅠ글로읽어보고싶었는데ㅠㅠㅠㅠㅠㅠㅠ엑소로통해서보다니ㅠㅠㅠㅠ아ㅠㅠㅠ좋아요ㅠㅠㅠ재밌어요ㅠㅠㅠㅠㅠ암호닉해도대요?ㅠㅠㅠㅠㅠㅠ바르민으로여ㅠㅠㅠㅠㅠㅠㅠ아ㅠㅠㅠㅠㅠㅠㅠ허류ㅠㅠㅠㅠ
11년 전
독자6
헐 저 삼바하겠습니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다음화 기대할게요 화이트크리스마스 친구들에게 추천은많이 받았는데 한번도 보지는 못했는데 이런내용이였군요.ㅠㅠ 화크 드라마도 보고 이 팬픽도 봐야겠어요ㅠㅠㅠㅠㅠㅠ
11년 전
독자7
저 패릿으로 암호닉청했었는 제가 없네요ㅠㅠㅠㅠㅠㅠㅠㅠ엉엉엉엉 그래도 글이 너무 재미있어서 괜찮아요.....흡 암호닉 다시 신청할게요 패릿으로요!!!다음편도 기대하겠습니다~~~
11년 전
독자8
우와 짱이에요!! 지금은 스토리가 드라마와 똑겉네요... 시간이 가면서 달라지고 애들 구도하고 나오겟죠?... 기대할게요!!! 암호낙 달백 신청이요!!!! 그리구... 됴총 백총으로 가여... 됴총러라서.... 아
..아님 말구요.... 소금소금..

11년 전
독자9
우오 ㄷㄷ 이런분위기 좋아요 암호닉 새벽으로 할께요
11년 전
독자11
백여사예요~ 암호닉에 제암호닉있으니까 뿌듯하네요 ㅎㅎㅎㅎ 좋아요좋아요 ㅎㅎㅎ 화크아까 정주행하고왔는데 애들얼굴로 대입하니까 분위기도 새로워지는거 같기도 하고 좋네요 ㅠㅠㅠㅠㅠㅠ 으헝헝 ㅠㅠㅠㅠㅠㅠㅠㅠㅠ
11년 전
독자12
암호닉 도토리로 해두되져?
화크를 다 보고난뒤에 이걸 보니 새로워요ㅎㅎㅎㅎ
장면이 떠오르고 좋네여♥♥♥

11년 전
독자12
백현이 러브라인은 없나용??드라마상으로는 카이랑 백현이던데...
쨋든 완전 재밋어요 화이트 크리스마스 진짜 좋아햇는데 이렇게 팬픽으로 보니 더 새롭고 좋네욯ㅎㅎ빠른연재 기다립니다!!@@

11년 전
독자13
치즈에요!제가 늦었죠?ㅜㅜ이번화도 역시너무재밋어요!!엑소화크버전 사랑해유ㅜㅜㅜ이제곧 흥미진진해지겠네요! 완전기대하고있어용ㄱㅋㅋ그럼 다음화기다리겧습니다 작가님 추운데 따땃하게!!
11년 전
독자14
와우 재밌어요 ㅋㅋ 됴총 조으다요 하하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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