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너 좋아해. 나랑 사귀지 않을래?"
"……아,"
도저히 못 보겠다. 우현이 여자 친구 생기는 꼴을 두 눈으로 똑똑히 보고 보내줘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도저히 못 하겠다. 두 눈을 질끈 감고 그대로 애들 속을 파헤치고 뛰쳐나왔다. 우현이가 뭐라고 했는지 웅성웅성 거리는 소리가 점점 더 커지는 게 들렸지만, 그 순간부터 귀도 두 손으로 막고 달렸다. 됐어. 나도 이제 남우현 빠돌이 그만둘 거야!
"……우…."
이 기분에 차마 교실로 들어가서 수업을 들을 수 없어서 화장실 맨 끝칸으로 들어왔다. 다행히 화장실엔 아무도 없었다. 참으려고 했는데 계속해서 울컥해서 결국엔 울음이 터져 나왔다. 소리 내서 울 것 같아서 입을 막고 우는데 조인성이 생각나서 웃음도 터져 나왔다. 남우현 때문에 이게 무슨 짓인가 싶은 성규였지만 곧바로 눈앞에 그려지는 우현의 뻑가는 미소에 가슴설렘을 느꼈다.
"미친. 진짜 미친 게 틀림없어"
김성규는 남우현에 미친 게 틀림없었다.
아이돌(idol)
w. 무한달
그리고, 성규는 결심했다. 남우현을 잊어버리기로. 스캔들 사건이 있고 난 뒤 1교시 수업도 빼먹고 그다음 쉬는 시간에야 들어온 성규는 옆에서 깐족거리는 두준을 깨끗이 무시해버리고 눈과 귀를 닫았다. 매점에서 귀마개까지 사왔다. 솔직히 결과가 어떻게 됐는지 아주 쪼끔 개미 똥구멍만큼 궁금하긴 했지만 사귀게 됐겠지 뭐. 멀쩡한 남자 호모 만들어놓고 지는 나중에 행복한 가정까지 꾸리고 잘 살겠지 뭐. 성규는 인지하지 못하겠지만, 객관적으로 봤을 때 남우현은 김성규에게 아무 짓도 안 했다. 그리고 벌써부터 먼 미래를 생각하고 있었다.
"진짜 안 궁금해?"
"어."
"그럼 진짜 말 안 해준다."
"어!! 하지 말라고!"
정말 짜증이 난 성규는 제 앞에 얼굴을 들이민 두준의 얼굴을 두 손으로 밀어버렸다. 이상한 괴성을 지르며 나가떨어진 두준은 고개를 저으며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이따 집 가면 블로그도 폐쇄해버릴 거야. 핸드폰에 남우현 사진 폴더도 지워버릴 거야. 오늘부터 7시 10분에 분식집도 안 갈 거야. 이왕 이렇게 된 거 야자도 다시 신청해야겠다. 공부나 해야지 고3인데. 따위의 말로 혼자 결심과 자기 합리화를 하던 성규는 당장 담임을 찾아가서 야간자율학습 신청서를 냈다.
"성규 다시 야자 하게?"
"네."
"왜?"
"왜요?? 전 공부하면 안 되나요? 저도 고3이에요!"
"아니. 너 어머님 편찮으시다고…."
"……."
마침 극도로 예민해 있던 성규는 담임이 마치 '남우현빠돌이인 니가?ㅋ' 라고 묻는 것 같아 되받아쳤으나 곧장 입을 다물었다. 내가 남우현 때문에 엄마도 팔아먹었구나…. 지금쯤 분식집에서 껄껄 웃으며 떡볶이를 국자로 젓고 있을 건강한 엄마를 생각하니 큰 불효를 저지른 것 같아서 네…. 이제 좀 괜찮아지셨어요…. 하고 우물거렸다. 그런 성규를 보고 웃던 담임선생님은 알겠다며 그럼 내일부터 하는 걸로 알겠다고 출석부에 성규의 이름을 기록했다.
교무실에서 나온 성규는 쇠뿔도 뺀김에 단김에 빼자며 주머니에 있던 핸드폰을 꺼내 사진 폴더에 들어갔다. 나무1 나무2 나무3.... 나무20까지 있었다. 성규의 핸드폰을 구경하던 친구놈들이 넌 왜 이렇게 애가 식물을 좋아하느냐며 성규를 식물박사로 몰아간 적도 있었다. 당연히 잠겨있기 때문에 그 속의 사진을 보지 못했기에 하는 말이긴 했지만. 나무는 우현의 별명이었다. 우현이에 딱 걸맞은 별명이라고 생각했다. 메뉴버튼을 누르고 삭제버튼에 손을 대려고 했다.
"…아이씨"
결국 삭제하지 못하고 다시 주머니에 핸드폰을 넣었다. 그동안의 저의 노력과 결실이 아까웠다. 내가 이거 몰래 찍으려고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는데. 정말 그게 아까워서 못 지웠다. 정말로.
*
성규는 지금 감정의 카오스를 겪고 있었다. 분명 아까까지는 예민하고 짜증이 폭발하기 직전이었는데 지금은 그냥 무조건 무기력해졌다. 우울하고 우울하고 우울하고, 우울의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두준이 옆에서 깐족거려도 그냥 한번 쳐다봐주고 한숨만 푹푹 쉬었다. 그런 성규를 보고 규기력 나왔네 또. 라고 두준이 놀렸지만 성규는 여전히 한숨만 쉬었다.
"식당 안가?"
정신 놓고 있었더니 어느새 점심시간인가 보다. 밥은 먹어야지…. 하고 일어나려다가 다시 자리에 앉았다. 오늘 처음으로 반응을 보이는 성규에 신이 난 두준은 같이 교실 문을 나서려다 다시 자리에 앉은 성규를 보고 다시 다가왔다. 왜 그러는데? 밥은 먹고 살아야지. 성규를 살살 꼬시려던 두준은 그제야 성규가 이러는 이유를 알아챘다.
"야!!! 그 새낀 니 얼굴도 모른다니깐?"
"……."
"니가 걔 바로 앞자리에 앉아서 밥을 쳐먹어도 걘 너 신경도 안써!"
"……."
"니가 이러고 앉아있어도 걘 지금 니 심정이 어떤지 죽었다 깨어도 모른다고"
두준이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도 죽상을 하고 앉아있는 성규를 보니 두준은 이러다 화병 나서 죽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으유 이 답답한 인간아!!! 하지만 일단 배가 고팠기 때문에 두준은 성규를 두고 식당으로 향했다. 두준이 나간 걸 확인한 성규는 또 한 번 한숨을 쉬었다. 성규도 두준일 이해 못 하는 건 아니었다. 두준이가 보기엔 내가 답답하겠지…. 하지만 성규는 나름대로 남우현을 잊어버리려는 노력을 하고 있었다. 몸이 떠나면 마음도 떠난단 말이 있지 않은가. 남우현을 보는 일을 줄이면 좋아하는 마음도 줄겠지. 식당 가면 무조건 내 몸뚱어리는 남우현을 찾는단 말이야.
근데 배는 고프니까 매점에서 빵이라도 사와야겠다.
성규는 매점을 향하는 도중에 눈물이 날 것 같아서 고개를 들었다. 아까 두준이 한 말이 가슴에 박혀서 잊히질 않았다. 윤두준 나쁜 놈아 나도 알아. 남우현이 나 신경도 안 쓰고 지금 내 심정이 어떤지 내가 누구 때문에 호모가 됐는지(아까부터 계속 강조한다) 죽었다 깨어도 모르겠지…. 그런데 내 얼굴은 몰라도 이름은 알..지 않을까? 엄마 친구 아들이잖아. 내 이름은 들어봤겠지. 우현인 착하니까(무슨 상관인진 모르겠다)
아…. 지금 또 빠돌이 돋는 생각을 했네.
*
이건 분명 하늘이 성규를 도우심이 틀림없다. 이번 주일부터 교회를 나가야 하나 진지하게 고민했다. 하나님이 원싸이드 호모 월드에서 성규를 구원해주시려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지 않고서야 이렇게 상황이 딱 맞아떨어질 리가 없다. 방금 이모와 엄마의 전화를 연달아 받은 성규는 차라리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일주일은 짧지만 긴 시간이다.
이모와 이모부가 일주일간 출장을 간다고 했다. 사촌 동생은 같은 울림고 1학년 여자애인데 야자까지 하는 애라서 밤마다 이모부가 집으로 데려다 줬다고 한다. 그러니까 앞으로 일주일 동안은 성규가 이모네 집에서 숙박하면서 사촌 동생과 등하굣길을 함께 해야 한다는 거였다. 이모네와 성규네는 학교를 기준으로 정반대이고, 이모네에 초딩이 한 명 더 있는데 초등학교가 이모네 근처여서 사촌 동생들이 성규네집으로 가는 것도 번거로운 일이었다. 모든 상황을 고려해봤을 때, 가장 적절한 결론은 성규가 이모네에서 생활하면서 사촌 동생들을 돌보는 방법밖에 없었다. 성규네 어머님은 분식집 일을 해야하기 때문에.
그래 두고 보자고. 내가 호모가 아닐지도 몰라. 벅찬 마음에 싱글벙글 웃으며 집으로 들어가던 성규는 문득 저쪽에서 걸어오는 익숙한 인영을 보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아무리 봐도 저건…. 우현인데. 지금까지 내 뒤에 우현이가 걸어오고 있었단 말이야? 두근거리는 마음에 대문을 열고 들어가서는 닫는 척하며 끝에 문을 살짝 열어놨다. 우현이가 지나가고 난 뒤 뒷모습을 보고 싶어서.
"……."
대문 사이로 살짝 보이는 우현이 지나가는 걸 확인하고 소리가 나지 않게 문을 살살 열고 나오자 우현이 터벅터벅 걸어가는 모습이 보였다. 오늘 온종일 피해 다녔는데, 아침에 그 일 이후로 처음 보는 뒷모습도 눈물 날 정도로 멋있다. 앞으로 일주일 동안 못 볼 테니 실컷 봐두잔 생각으로 우현이 안 보일 때까지 성규는 집에 들어가지 않고 대문 앞에만 서 있었다.
*
3일째다. 우현일 안 본 지 3일째 되는 날이다. 사실 이틀째 되는 날 성규는 오른손 모르게 왼손으로 핸드폰에서 우현이 사진을 봤다. 우현이 사진을 보자마자 무슨 금단현상에서 풀린 듯 전까지 없던 편안함과 행복을 느꼈다. 하지만 사진으로만 보고 실제로 우현의 웃는 모습을 못 본 지 3일이 지났다. 그래도 두준과 반 여자애들을 통해 우현이 소식은 계속해서 듣고 있었다. 배수지는 그날 이후로 학교를 나온 적이 없었다. 연습하느라 바쁜가.
"남우현 요새 계속 지각한대."
"……."
확실히 우현이한테 요즘 무슨 일이 있나 보다. 1년 내내 지각 한번 안 하던 앤데 왜그러지…. 저도 모르게 인상을 썼는지 두준이 인상 좀 풀라며 찌푸려진 미간을 손으로 펴주었다. 그나저나 요즘 빠돌이짓 안 하나 보다? 성규가 대견한지 흐뭇한 말투로 묻는 두준을 한번 흘기던 성규는 하던 공부에 집중했다.
"대견하니까 말해준다. 배수지랑 남우현,"
"……."
저도 모르게 쥐고 있던 샤프에 힘을 주었다.
"사귀는건지 안 사귀는 건지 모르겠다. 그때 남우현이 얼버무렸거든. 어…. 아. 막 이럼서"
사실 알고 있었다. 하도 말들이 많다 보니까 듣기 싫어도 들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정확히 거절을 안 했다는 건 우현이도 마음이 있었다는 거고 그 뒤에 둘이 따로 만나서 얘기했거나 그랬겠지. 근데 그게 그래서 뭐? 어쩌라고 식으로 대꾸하는 성규에 오히려 당황한 건 두준이었다. 요즘 들어 남우현 얘기도 안 하고 공부도 하고 달라진 성규를 느끼긴 했는데 진짜 빠돌이짓 그만뒀나?
"이제 안 좋아해? 사람은 이렇게 하루아침에 변할 리가 없는데"
"안 좋아하려고 노력 중이다 왜!"
"잘했어."
고개를 내밀고 투덜대는 성규가 귀여운지 두준은 웃으며 성규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런 두준의 손을 가볍게 쳐낸 성규는 말은 그렇게 했지만 지금 우현이 보고 싶어 죽을 지경이었다. 고작 핸드폰에 있는 우현이 말고 살아 움직이는 우현이가 보고 싶었다. 한편으론 걱정도 됐다. 집에 무슨 일이 있나? 왜 안 하던 지각을 하지. 그리고 아까 반 여자애들이 하는 얘기를 들어보니 친구랑 싸웠단 얘기도 언뜻 들은 것 같다. 맘 같아선 당장 달려가서 그게 무슨 말이냐고 묻고 싶었지만 꾹 참았다.
순조롭게 잘 지나가고 있었다. 앞으로 4일 남았다. 4일 안에 어떻게든 우현이가 잊히겠지. 성규는 그게 될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집으로 돌아가고부터는 아침에 우현이 쫓아가지도 않을 거고, 분식집에 출석도장 찍지도 않을 거다.
*
"성규야…. 대박."
다음날 얼굴이 피폐해져서(우현일 며칠째 못 봐서) 교실로 들어오던 성규는 호들갑 떨며 다가오는 두준이를 무시하고 자리에 앉으려다가 두준의 말을 듣고 다시 벌떡 일어섰다. 남우현이랑 배수지가 사귀는 게 아니란다. 이유인즉슨 아까 남우현이 반 앞에서 어슬렁거리길래 배수지를 보러 온 줄 알고 반 애들이 깐족거리면서 수지 아직 안 왔는데~ 하면서 우현을 놀렸는데 우현이 아니라고 잡아뗐단다.
"뭐야 그게. 부끄러워서 그런 거겠지"
"아니라니까? 지금 저기 앉아있는 배수지 안보이냐?"
두준이 가리키는 쪽엔 정말로 수지가 앉아있었다. 우현이가 보러왔었으면 지금 우현이랑 얘기하고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 표정이 오묘해진 성규를 보고 두준이 말을 이어갔다. 남우현이 아니라고 막 그러는 사이에 배수지가 딱 온 거야. 진짜 타이밍 죽이지 않냐? 그래서 이래도 아니냐고 배수지를 남우현 앞에 대령했는데 글쎄.
"배수지가 딱 우리 사귀는 거 아니니까 장난 그만 치라고 그러는 거야."
"헐"
남우현도 배수지 신경도 안 쓰고 계속 어슬렁거리다가 방금 내려갔음. 근데 요즘 남우현 확실히 나사 하나 빠진 것 같더라. 두준의 마지막 말에 성규의 표정은 더욱더 심각해졌다. 그리고 점심시간이 될 때까지 성규의 표정은 풀어질 줄 몰랐다. 온종일 팔자 눈썹이 돌아올 생각을 하지 않자 두준이 기 좀 피라며 매점에서 김밥을 사다 줬다. 우현을 피하려고 며칠째 매점에서 사 먹는 성규가 불쌍해서였다. 언어문제를 풀면서 김밥을 먹고 있는데 언제 다 먹고 왔는지 성규의 옆에 앉아 배를 팡팡 두들기고 있는 두준이 있었다.
"밥도 겁나 빨리 먹네."
"자고로 남자란 주어진 밥을 5분 안에 다 먹어야 되는 거야. 알겠어?"
또 또 쓸데없는 소리한다. 실없는 두준의 말에 공부나 하라며 먹고 있던 김밥을 하나 집어서 입에 물어줬다. 그걸 또 맛있게 받아먹던 두준이 무언가 생각난 듯 성규의 등을 퍽 소리 나게 쳤다. 아 아프다고!
"야! 오늘 남우현도 밥 안 먹으러 옴."
"뭐???"
우현이도 윤두준과 똑같아서 점심시간 종 치자마자 달려가는 듯 식당에 가보면 항상 같은 자리에서 이미 밥을 먹고 있었다. 그런데 그런 우현이가 밥을 안 먹으러 왔다고? 아니 아니지…. 식당에 조금 늦게 갔을 수도 있잖아. 우현이라고 뭐 맨날 일등으로 먹는단 법도 없고. 합리화하고 있는 성규를 눈치챈 두준이 마침 이제야 밥 먹으러 가는 듯 보이는 여자애에게 말을 걸었다.
"야 김유진. 너 식당에 밥 먹으러 가냐?"
"어. 왜?"
"가서 남우현 있으면 문자 좀 보내줘."
갑자기 웬 남우현? 얼굴을 찌푸리던 유진은 알겠다며 교실을 나갔다. 됐지? 됐긴 뭐가 돼. 이거나 처먹어 라며 두준의 입에 남은 김밥 꼬투리 하나를 넣어준 성규는 아닌척하지만 어딘가 표정이 밝아 보였다.
그러나 밝은 표정이 오래가진 않았다. 점심시간 끝날 때까지 유진에게 문자는 오지 않았고, 수업이 시작하기 직전 교실로 들어온 유진은 자리로 돌아가려다가 무언가 생각난 듯 성규와 두준에게 와서 나 방금까지 식당에 있었는데 남우현 없던데? 라고 확인사살까지 하고 돌아갔다. 그런 유진의 말을 듣자마자 충격을 받은듯한 성규의 표정에 두준이 웃음이 터져 정신 차려 빠돌아 라며 성규의 어깨를 흔들었다.
"푸하학, 야 정신 좀 차려!"
"……."
"그나저나 요즘 남우현 진짜 왜 그런다냐? 죽을 때가 다 됐나"
"무슨 그런 말을 하냐!"
그렇지만 진짜로 걱정됐다. 급기야는 초조해진 성규가 아랫입술을 꽉 물었다. 사람 걱정되게 진짜 왜 그러지. 다음 쉬는 시간에 밑에 내려가서 얼굴이라도 잠깐 봐야겠다. 가 아니라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남우현 안 좋아하기로 결심한 지 며칠이나 지났다고. 안돼. 참을 거야. 실제로 성규는 학교가 끝날 때까지 교실을 박차고 우현에게로 가려는 발을 붙잡으려고 손으로 허벅지를 꾹 눌렀다. 김성규=호모 아님>>>>>>>>>>>>>>>>>>>>>>>>>>>>넘사>>>>>>>>>>>>>>>>>>>>>>>>남우현이니까!
*
야자가 끝나고 사촌 동생네 반 앞으로 갔는데 아무리 찾아봐도 사촌 동생은 없었다. 머릿속이 물음표로 가득 찬 성규가 핸드폰 전원을 켜고 사촌 동생에게 전화를 걸자 미안하다고 깜빡 연락을 못 했다고 오늘 야자 안 해서 집에 먼저 왔단다. 아니 깜빡 연락을 못한 게 말이 돼? 며칠째 집에 같이 갔는데!
허탈한 마음을 접고 운동장을 가로질러 가고 있는데 저기 앞에 보이는 뒷모습에 심장이 쿵쿵 뛰었다. 아무리 봐도 익숙한 저 뒤태는 며칠 만에 보는 우현이었다. 왜 저렇게 힘이 없는지 보는 사람마저 안쓰러워 보일 지경이었다. 진짜 펄떡펄떡 뛰는 심장에 미친 것 같아서 차라리 우현일 지나쳐서 가려고 걸음을 빨리했다가 우현이 점점 가까워지자 도저히 안되겠어서 그만뒀다. 되려 아까보다 더 가까워진 거리에 성규는 행여 발걸음 소리도 들릴까 살살 걸었다. 그리고 교문을 나오고 나서는 성규는 우현이와 반대방향으로 가야 했다.
그런데 갑자기 엄마가 보고 싶어 오늘만 집에 가서 자고 와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절대 우현이가 하도 걱정돼서 또 집으로 가는 중에 일이라도 생기지 않을까 싶어서 그런 게 아니다. 절대 아니다!
"……."
"……."
우현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땅만 보면서 걸었다. 횡단보도에서 신호를 기다릴 때는 하늘을 보면서 한숨을 쉬었다. 하늘을 쳐다볼 때는 뒤를 돌아보는 줄 알고 성규 혼자 당황해 하면서 나무 뒤에 숨고 난리도 아니었다. 당장에라도 우현에게 달려가서 어깨를 쳐주며 무슨 일 있느냐고 물어보고 싶었지만 꾹 참았다. 미친놈 취급할지도 모르니까. 안절부절못하며 눈에 우현을 한가득 담고 걷던 성규는 익숙한 저의 집이 보이자 씁쓸한 마음이 겹쳐 들었다. 계속…. 보고싶은데….
"으악!"
"……?"
오랜만에 보는 저기 앞의 자신의 집을 멍청하게 쳐다보며 걷다가 길바닥에 패인 홈에 걸려 넘어질 뻔했다. 그리고 또 멍청하게 소리를 지르는 바람에 앞서 걷던 우현이 걸음을 멈춘 것이 보였다. 헐 어떡해? 어떡해?? 제발 뒤돌아보지 마! 우왕좌왕하던 성규는 이대로 저기 앞에 집으로 달려가서 들어가버릴까, 아니면 뒤돌아서 다시 학교로 뛰어갈까 그 짧은 순간에 수만 번을 고민했다. 어찌할 줄 몰라 몸을 좌우로 움직이던 성규는 앞의 우현이 천천히 몸을 돌리는 것을 보고 모든 행동을 멈췄다.
"뭐야…."
혼잣말로 뭐라 하고 실소를 내뱉더니 한참을 성규를 쳐다보는 우현이었다. 우현과 제대로 마주 보는 건 처음이라서(꿈 제외하고) 성규는 정말 당황했다. 우현의 시선을 마주하던 성규는 정말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우현이가, 성규를 보고 있었다. 그것도 똑바로. 사진 속이 아니라, 꿈속이 아니라, 실제로!
그리고 그 우현이가 발걸음을 떼고 성규에게 걸어오고 있었다. 단지 몇 초의 시간일 뿐인데 그 순간이 성규에겐 마치 슬로우모션처럼 보였다. 우현이가 나한테 오고 있어. 어떻게 해야 돼? 우현이 걸어오는 것에 맞춰 성규는 뒷걸음질쳤다. 성규와 우현의 거리는 꽤 멀었으나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왜, 왜?"
"……."
"……."
"왜냐고?"
점점 겁이 난 성규는 자신에게 걸어오는 우현에게 급하게 왜냐고 물었다. 왜 오느냐는 물음이었다. 대답이 없던 우현은 그런 성규에게 뒤늦게 답했다. 왜냐고? 지금, 왜냐고 물었어?
"너, 나… 알아?"
그런 우현의 대답에 놀란 건 성규였다. 지금 내가 누군 줄 알고 저렇게 반말을 하지? 목소리에 어쩐지 화가 묻어있는 것 같아 자신이 무슨 잘못을 저질렀나 싶었다. 난 그냥…. 집으로 가다가 넘어질 뻔한 것밖에 없는데? 내 비명이 사색에 잠긴 우현일 건드렸나. 안 그래도 요즘 무슨 일이 생긴 것 같은데 괜히 내가 건드렸나 보다.
"모를 리가 있어?"
"……."
우현의 대답을 듣고 성규는 그럼 날 알고 있었다고? 라며 이걸 좋아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했다. 내가 그동안 빠돌이짓을 티 나게 했나? 아니면 그냥 엄마 친구 아들이니까 이름만 아는 건가? 혼자 속으로 수십 가지의 상황을 떠올렸다. 그래서 우현이 어느새 바로 앞까지 온 것을 깨닫지 못했다. 그런 성규의 눈에 뭐라 말을 하려 떼어진 우현의 입술이 보였다.
"왜 요즘…."
"……?"
"아침에 나 안 기다려?"
심장이 멎는 것 같았다.
"왜 요즘 내 사진 안 찍어?"
"……."
"왜 점심에 밥도 안 먹어?"
"……."
"왜, 나 떡볶이 먹는것도 안 봐줘?"
성규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앞에 선 우현을 보니 모든 사고회로가 정지한 것 같았다.
"이제 나 안 좋아해?"
"……."
"그래?"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을 뻔했다. 순간적으로 그런 성규의 양팔을 붙잡고 지탱한 우현은 성규의 시선을 집요하게 좇았다.
"누구 맘대로?"
"……아,"
"소용없어."
"……."
"넌 나 없으면 죽을 정도로 날 좋아해야 돼."
어쩐지 울 것 같았다. 눈앞에 보이는 우현이도, 밤에 집 앞 길목에서 이러고 있는 자신도. 뭐라 말을 하고 싶은데 입이 떨어지질 않았다. 말도 못하고 어버버거리고 있는 성규를 보고 우현이 비릿하게 웃었다.
"이런 내가 무서워?"
아니, 아니…. 멍하니 우현의 말을 듣고 있다가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빠르게 젓는 성규를 보며 웃던 우현이 성규의 뒷목을 붙잡고 그대로 입술에 돌진했다. 지금 이 순간을, 얼마나 상상하고 또 상상하고 열망하고 있었던지.
성규의 윗입술과 아랫입술을 번갈아가며 살살 빨던 우현이 어느새 벌려진 성규의 입속으로 혀를 집어넣어 집어삼킬 듯 입안을 헤저었다. 여전히 다리에 힘이 풀린 성규를 더 쉽게 지탱하기 위해 성규의 뒷목을 잡지 않은 다른 손으로 허리를 감싸 안았다. 성규는 또다시 이게 꿈이 아닌가 고민했다. 정말 집어삼킬 것처럼 달려드는 우현의 혀와 힘을 감당하지 못하고 저절로 뒷걸음질치던 성규는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우현을 밀어냈다. 처음엔 씨도 안 먹히다가 성규의 저항이 점점 커지자 귀찮은 듯 입술을 뗀 우현은 성규를 흘겨봤다.
"야, 야…. 잠깐만!"
"……뭐야?"
감격의 순간에 뭐하는 짓이냔 듯한 우현의 말투에 성규는 또다시 어버버하다가 상황정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 그래서 뭐야 내가 너 좋아한 거 알고 있었다고? 우현은 인상 쓰며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나한테 왜 키스해? 너도 나 좋아해? 어이없는 성규의 질문에 우현이 기가 찬 듯 헛웃음을 내뱉었다.
"하."
"어? 왜 대답 안 해?"
"내가 여자 안 사귀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는데?"
"그거야…."
설마….
"내가 하루도 안 빠지고 맨날 분식집 가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냐고."
"……아."
"그거 알아?"
"……."
"사실 나 떡볶이 존나 싫어해."
처음 안 사실이다. 갑자기 벅차오르는 마음에 관자놀이에 손을 갖다 댔다. 그런 성규를 보고 우현은 웃음이 터졌다. 너 이러는 습관 내가 미치는 거 알고 일부러 그러는 거야? 얘가 내 습관은 또 어떻게 알지? 싶다가 아차 싶어서 우현에게 다시 물었다.
"근데 왜 말 안 했어? 그동안"
"기다렸어."
"……."
"니가,"
"……."
"내가 좋아서 죽어버릴 것 같을 때까지…."
"……."
"나한테 집착할 때까지."
그 정도까지라면 난 언제까지건 기다릴 수 있어.
우현의 말에 벙찐 성규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우현은 무서워도 소용없어. 이렇게 된 이상 형은 나한테 못 벗어나. 하고 다시 성규의 뒷목을 잡아당겨 키스했다. 성규는 지금 당장에라도 우현에게 너한테 벗어나고 싶어도 콩깍지가 씌어서 못 벗어난다고 말하고 싶었다. 말 대신 우현의 목에 손을 둘렀다. 그런 성규에 우현은 더욱더 성규의 뒷목을 잡아당겨 입술을 삼키듯 거칠게 움직였다.
성규는 뒤늦게 깨달았다. 근데 얘 왜 나한테 반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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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ㅏ..................... 눈테러....오글........ 죄송.. 예전에 써둔거라 오그라들수밖에 없어요........네 사실 변명이에요;;;;ㅋㅋㅋㅋㅋ
봐주신 것만으로도 감사해요!!!!!!!!!
암호닉
♥독자1님 지퍼님 꿀꿀이님 아이비님 제이님 새싹님 요캉님 사이다님 댕열님 환님 밤야님 또모님 울림일찐님 귱님 소금님 케헹님 감성님 냐용님 리니님!!!♥
♥헐 꽁이님!!!!!!!!!!!!!!!!!!!!! 죄송해요 꽁이님 꽁이님 꽁이님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꽁이님 사랑해요!!!!!!!!♥
♥헿헿님도 사랑해요!!!!!!!!!!!!♥
그리고 오그라드는 손 펴면서 끝까지 봐주신 모든분들!!!!!!!!!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다음에 또 좀더 발전된 글 들고 찾아올게요! 봐주셔서 고마워요 모두들~~~~~~~~~~~~~~~~~~~~~~현성 행쇼S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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