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어어어번에 뭐 직장상사랑 15년 친구랑 연하남 나온다고 말했던
그 기억 저편으로 사라진 그거 그냥.. 썩히긴 아까우니까.. 구독료 무료인 날이기도 하고!^0^/
아무튼 시작!!!!!!!
1. 이석민의 이야기
집에서 나와 알바하러 가고 있었다.
저 멀리서 비틀비틀 걸어오는 여자가 아주아주 조금 무서워 거리를 두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나칠 때 소름끼치게 갈라지는 목소리가 내 귀에 들렸다.
"아가, 내 아가.."
의아함에 뒤를 돌아보는데 그 여자가 쓰러져 있었다.
이게 무슨 일이야! 어떡.. 어떡해야 되지..?! 119!
번뜩 든 생각에 119에 전화를 걸었다.
알바 늦은 게 무슨 소용이야 지금 내 앞에서 사람이 죽게 생겼는데..(극단적)
***
일단 병원까지 오긴 왔는데 이제 뭘 어찌해야할지..
지갑에 있던 민증 보니까 나보다 2살 많은 24. 이름은 김00.
가방엔 핸드폰도 없고, 생전 처음 보는 남이고..
뭐 어쩌겠어.. 깨어날 때까지 기다려야지.
알바는 이미 글렀어.. 걍 혼나지 뭐..
지루하고 지루하던 30분이 지나자 여자가 깨어났다.
깨자마자 찾는 이름은,
"한, 한솔아.."
그리고 눈물을 훔친다. 한솔? 남친인가.
아니 근데 이 여자 지금 자기가 어디에 있는지 아는 건가?
지나가던 의사를 부르니 돌아서 나를 본다.
"여자분 깨어나셨어요."
나의 말에 의사는 여자가 있던 쪽을 보았다.
곧 고개를 갸웃하며 말하는 거였다.
"없는데요?"
...이게 뭔 상황이람? 그 잠깐 사이에 방금 쓰러졌던 사람이 어디를 가?
주변을 훽훽 돌아보니 신발도 신지 않은 채 맨발로 비틀거리며 걸어가는 여자의 뒷모습이 보였다.
아니, 뭐 저딴 여자가 다 있어.. 정신 나간 여자 아니야..!?
부랴부랴 신발을 챙겨 뒤따라가다 문득 생각이 들었다.
응급실 비용 이거 누가 내나요..?
***
여자의 번호를 꼭 얻어야 하는 이유가 생겼다.
죽을 만큼 알바를 해서 얻은 나의 피 같은 15만원...! 내 등록금의 일부!
정처 없이 걷기만 하는 여자를 뒤따라 계속 걸었다.
신발을 앞에 놔줬더니 대충 구겨 신고는 계속 걷는 중이었다.
중간에 한 번 넘어졌지만 대수롭지 않은 듯 일어나 계속해서 걸었다. 미치겠네.
계속 걷던 여자가 드디어 멈춰 섰다.
곧 여자는 주변을 둘러보다 벤치에 앉았다.
나 또한 조금 떨어져서 앉았다. 여전히 좀 무서운 여자였으니까.. 벌써 시계의 짧은 바늘은 9를 가리키고 있었다.
으슬으슬 추워 몸이 떨리는데 나보다 얇게 입은 여자는 춥지도 않은지 손톱을 물어뜯으며 땅만 보고 있었다.
확실히, 제 정신은 아닌 거 같아.
이렇게 공원에 의미 없이 앉아있어 보는 것도 오랜만이었다.
학교는 등록금 때문에 휴학하고 맨날맨날 알바에...
내 인생도 참 박복하구나.. 더구나 저 여자 응급실 돈도 내주고..
아니 근데 내가 왜 여기서 이러고 있지? 그냥 빨리 번호 물어보고 집에나 가야겠다.
자리에서 일어나니 그 여자도 일어났다.
아이 깜짝이야. 잠깐 마음을 추스르고 있는데 천천히 발을 떼는 여자였다.
아 또 어디가.. 그만 가 좀..
엥? 여자의 발걸음은 공원 놀이터에서 놀고 있던 여자아이와 남자아이 쪽이었다.
위험한 거 같은데.. 여자든 아이든..
거리를 좁혀 따라갔다.
여자가 남자아이 앞에 쪼그려 앉으며 물었다.
"안녕? 몇 살이야?"
목소리가 생각보다 깔끔하게 나왔다. 아까 소름끼치게 갈라지던 목소리가 맞나 싶을 정도로.
"다섯 살이요!"
"다섯 살이야? 이름은?"
"어, 찬이요. 이찬입니다!"
"우와, 찬이구나. 이름 정말 멋지다."
여자는 자연스럽게 아이와 대화했다.
아까 전 정신 나갔던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였다.
의아해하고 있는데 아이의 엄마로 추정되는 분이 곁으로 다가왔다.
여자는 아이의 엄마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아이가 참 예쁘네요. 똘망똘망하고."
"어머, 감사합니다. 찬아 고맙다고 인사해야지!"
아이의 감사인사를 들으며 쪼그려 앉아있던 여자가 일어났다.
여자는 곧 아이에게 인사를 해 주더니 다시 걷기 시작했다.
나는 아무 생각 없이 그 여자를 따라갔다.
이상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야, 저 여자.. 근데 뭐가 이상한 지 모르겠어.
***
여자가 집인 듯 보이는 곳으로 들어갔다.
아 이런 번호..! 번호 안 물어봤어!!!!!
내 돈!!!!!!!
2. 권순영의 이야기
머리가 지끈거리며 아프다.
어제 술 먹고 계속 돌아다녔던 것 같은데.. 그래도 집은 제대로 찾아온 듯싶었다.
쓰린 속을 잡으며 침대에서 일어나 냉장고를 확인했다.
진짜 술 빼곤 아무것도 없냐..
장을 보러 나왔다. 우선 숙취음료부터 사야 될 것 같다.
편의점부터 들려 숙취음료를 사서 까고 마셨다.
고개를 젖혀 원샷하고 바로 앞을 보는데 유리문에 비친 나 자신과 눈이 마주쳤다.
와.. 저 초췌한 새끼 누구냐..? 이 몰골로 마트를 가도 되나..? 다른 사람에게 민폐 아니야..?
빨리 사고 나와야지.
할인마트에 들려 라면 6개입을 2봉지 사서 나왔다.
턱에 걸려 넘어질 뻔한 게 민망해져 괜히 아무렇지 않은 척 먼 곳을 보는데 익숙한 뒷통수가 보였다.
어? 이석민이다.
내가 낼 수 있는 한 정말 빠르게 달려가 이석민의 대가리를 후려쳤다.
새끼가 겁나 째리며 뒤를 돌아보았다.
"어쭈? 이제 선배한테 그렇게 대하기로.. 뭐야? 다크 왜 그따위?"
날 째려봤다는 거에 대해 매우 심기가 불편해 얼굴을 확인하지 못했는데
다크서클이 무슨 노답 수준이었다.
퀭한 석민이가 놀란 날 확인하고 고개를 꾸벅 숙이며 인사해왔다.
"안녕하세요, 선배."
목소리도 다 갈라진 게, 상태가 그냥 노답이 아니라 개노답이네.
"뭔 일 있었어?"
"아뇨."
손사래까지 치는 석민이. 봉지를 뒤적여 라면 6개입을 뜯어 하나를 꺼내 건네주었다.
멍하니 바라보는 석민이에 덜덜 떨리는 손으로 하나를 더 얹어 주었다.
"나 팔 아프다. 빨리 받아라."
그제야 빠르게 받는다.
그러나 퀭한 눈으로 지 손에 들린 라면만 바라보는 이석민이었다.
"형이 너 피곤해서 주는 선물. 아직 알바비가 안 나와서 그것밖에 못 해준다."
"아니에요, 선배. 괜찮아요."
"그냥 받아 쳐 먹어 새끼야. 나 간다."
이석민을 뒤로 하고 집으로 걸음을 빨리 했다.
와씨 개 민망하네. 그냥 챙겨주면 되지 왜 그걸 이렇게도 못하는 거?
나도 노답이네.
***
라면도 먹었고 하니 잠이나 다시 잘까..
고민을 하다가 일찍이 알바 갈 준비를 했다.
한 번 더 지각하면 자르겠다고 엄포를 놓던 사장 생각이 났기 때문이다.
그거만 아니면 한 숨 더 자는 건데.
화장실로 들어가 씻었다.
그러고 보니 아까 나갈 때 세수도 안하고 나갔었네.
후배 놈한테 최고 찌질한 모습을 보이다니 개 노답.
준비를 대충 끝내니 아직 30분이나 남았다.
잘까? 아니야. 준비 다 끝내고 자면 스타일 망가져.
오랜만에 tv를 틀어 뉴스를 봤다. 맨날 똑같은 이야기.
월월월.
***
오전 알바를 하러 왔다. 카페 알바인데 할 만 했다.
할 만한 이유는 점심시간마다 오는 내 삶의 엔도르핀. 김00 때문이겠지.
"야 뭘 멍하니 그러고 있냐? 뭔 일 있음?"
"아니이. 아무 일도 없어."
말꼬리 늘이는 거 보니까 뭔 일 있구만, 있어.
3. 최승철의 이야기
애 울음소리에 잠에서 깼다.
진짜 쉼 없이 우네.
"어어, 아빠 여기 있어.'
"...흐흑, 흡, 끕,.."
도무지 뭘 해야 울음을 그치는 거야.
애를 키워본 적이 없으니 뭘 해야 될지 모르겠다.
이럴 땐 어떻게 달래야 되는지, 뭘 좋아하는지,
뭘 어떻게 먹여야 되는지, 화장실은 자기 혼자 가려서 괜찮은데..
혹시 배고픈가 싶어 안아올려 식탁의자에 앉혔다.
"한솔아, 밥 먹을까? 밥."
"....끕,"
묵묵부답으로 날 빤히 보던 아이가 식탁을 보더니 고개를 저었다.
밥맛이 별로 없나? 되게 가리네.
***
유치원을 데려다 주었다. 이제 좀 쉴 수 있겠구나 싶었다.
그러나 그 곳에서 너를 만났다.
"한솔이는요?"
"막, 유치원 데려다주던 참이었어."
"밥은.. 먹였어요?"
"응? 안 먹던데."
"...계란프라이 해주셔야 돼요. 제가 다 적어드렸잖아요. 그러게 제가 그냥 키운다고 했죠."
"......"
아무 말도 해 줄 수 없었다.
눈물을 그렁그렁 달고 있는 너를 보니 또 머릿속이 하얘졌다.
"아직도 내가 미워..?"
"...안 밉다고 말하면 거짓말이겠죠."
눈물을 단 눈으로 날 똑바로 보며 말한다. 눈에 힘도 줘가며.
하.. 진짜 힘드네.
"미안해."
"괜찮.. 괜.."
말을 잇지 못하는 그녀. 그래.
나 때문에 네가 이렇게 네 행복 즐기지도 못하는 것 같아서 미안함뿐이 없어 내가.
널 보며 아픈 가슴 쥐고 있는 내가 밉기도 하고.
날 빤히 보던 네가 한마디 했다.
"다시 한솔이 저에게 보내주세요. 부탁할게요. 제발요.."
눈물이 너의 볼을 타고 흐른다. 널 위해 아이를 데려왔다.
그래. 뺏듯이 데려왔다. 난 다 널 위해서였어. 네가 행복하기를 바랐으니까.
근데, 그게 널 위한 게 아닌 게 되는 건가 보다. 또 미안해지게도.
"그래. 데려가. 일찍 퇴근해. 한솔이 짐은 오늘 가져다줄게."
짧게 목례하며 미련 없이 뒤돌아 가버리는 너를 보았다.
욕심내면 안 되는 거 안다. 그럼에도 네가 욕심이 나는 난, 미친놈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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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게 쓰려고 했는데, 꽤 기네요..?
아무튼 대충 이런 식입니다만.. 뭐.. 그렇습니다^0^/
곧 욕쟁이 들고 올게요~^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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