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으니까 너 먹어."
"헐, 왜? 나는 너 먹으러고 산 거야."
"...그냥 수업에 집중해. 너 맨날 수업 안 듣잖아."
먹으라고 계속 권유해도 그냥 나 먹으랜다. 아, 너 주려고 샀다니까 진짜 왜 그러지? 내가 맨날 수업 안 듣는 건 어떻게 알았는지 수업에 집중하라고 한다.
박지훈이 짝인데 어떻게 수업에 집중을 합니까... 수업에 집중을 못 하고 계속 책에 낙서만 하고 있었을까, 정신차려보니 수업이 끝남을 알리는 종이 들린다.
아, 나 계속 잔거야? 박지훈은 깨워주지도 않고... 다음부터는 꺠워달라고 해야겠다.
잠에서 깨보니 웬일로 쉬는시간에 문제집을 풀지 않고 친구들과 만나 복도에서 떠들고 있는 지훈이가 보인다. 손에는 초코우유를 들고있네.
어, 내가 준 거 먹는 건가? 지훈이 얼굴에 홀리듯이 계속 보고 있었을까, 연희가 멍 때리고 있는 내 옆으로 와서 나를 툭툭친다.
"야, 성이름!"
"어, 어. 왜?"
"왜긴, 너 멍 때리고 있길ㄹ... 뭐냐, 너 또 박지훈 보는 거야?"
"아니, 뭐 그냥..."
"박지훈은 아니라니까?"
"그래서 왜 아닌데?"
"그걸 몰라서 묻냐. 박지훈 원래 여자에 관심도 없고, 그냥 애가 싸가지를 밥 말아 먹었다니까?
너 전학 오기 전에도 원래 여자들이 많이 들이댔었는데, 하도 싸가지 없게 굴어서 이제는 잠잠하잖아."
뭐야, 고작 그런 거 가지고 박지훈은 아니라고 한 거야? 나 오늘 한 번 더 반했어. 지훈이 철벽 매력 대박이야 진짜.... 연희는 그런 나를 보며 혀를 찼다. 왜, 뭐.
지훈이 매력은 원래 철벽치는 거야. 사람들이 지훈이의 진가를 몰라주네. 박지훈은 철벽칠 때가 제일 귀엽지. 지훈이가 초코우유를 마시다가 나를 봤는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어, 지훈이랑 눈 마주쳤네. 내가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는데 자연스럽게 윙크를 했다.
"뭐야, 아니 왜. 왜 나 보고 윙크하냐."
"아니, 아. 윙크하려고 한 게 아ㄴ..."
초코우유를 마시던 박지훈은 깜짝놀라서 우유를 살짝 풉하고 뿜었다. 아, 그정돈가... 고개를 들어서 입을 손으로 닦더니 당황했는지 평소답지않게 말을 더듬는다.
미안하다... 내가 대역죄인이지. 근데 진짜 윙크를 일부러 한 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윙크가 나왔다니까? 아무도 안 믿어주네, 염병.
쉬는시간이 끝나는 종도 울리고 교실에 들어가 앉았다. 박지훈도 종이 울리는 소리를 듣고 앉아 가방에서 교과서를 꺼낸다. 가방에서 책 꺼내려고 숙일 때 나오는 턱선도
잘생겼다. 또 지훈이를 빤히 보자 시선을 느꼈는지 손바닥으로 내 눈을 가린다. 아, 너무해. 박지훈 얼굴 못 보게 하는 건 벌 아닙니까?
"지훈아."
"..."
"박지훈~"
또 대답 안 해주네 또. 하여간 꼭 대답 잘 해주다가 이렇게 철벽친다니까? 그냥 한 번 놀려보자는 마음으로 지훈이를 안 보고 공부에 집중하자
지훈이가 오히려 나를 힐끔힐끔 쳐다본다. 아, 얼굴 돌려서 눈 마주치고 싶다. 댕댕이 같아... 지훈이는 수업시간 내내 지훈이 쪽으로 고개도 안 돌리자
정말로 당황한 거 같았다. 박지훈 놀리는 거 제일 재밌어. 쉬는시간에 핸드폰을 살짝 꺼내서 보자 기분 좋은 알람이 몇 개가 와있다.
「 새메세지 2개 - 이대휘 」
전학 오고나서도 연락은 했지만 학교에 있을 때 연락 온 적은 없었는데? 반가운 마음에 잠금을 풀고 문자를 보았다.
이대휘
[야 성이름~ 너 없으니까 심심해]
20분 전
이대휘
[와 이제 전학 갔다고 쌩 까는 거야? 보면 전화해]
5분 전
[ㅋㅋㅋㅋㅋㅋㅋ 전화 지금 건다]
박지훈은 쉬는시간에도 역시 앉아서 문제집을 푼다. 아, 독하다 독해. 연결음이 짧게 울리고 대휘의 목소리가 들린다.
어, 여보세요? 짧게 말을 건내자 누가 이대휘 아니랄까봐 벌써부터 시끄럽다. 그렇게 대휘랑 계속 통화를 하고 있는데 옆에서 시선이 느껴져 고개를 돌리자
박지훈이 공부하던 샤프를 내려놓고 통화 중인 나를 계속 쳐다본다. 왜, 뭐. 평소 이대휘랑은 워낙 친하게 지내서 사랑한다는 말도 자주하는데,
대휘 목소리가 워낙 커서 사랑해~ 소리가 전화기 너머로 다 들린다. 당황해서 지훈이를 슬쩍 쳐다보자 이제 신경을 안 쓰는 거 같다.
"...너 원래 남자친구 있었냐?"
"왜?"
"...그냥, 방금 전화하던 사람 남자친구인가 해서."
"아, 그냥 친구."
뭐야, 뭐지? 나한테 관심이라고는 일절 주지않던 박지훈이 웬일로 먼저 나에게 물어본다. 관심없는 척 물어보려는데 표정에서 궁금하다고 다 적혀있다.
살짝 놀리고 싶은 마음이 들어 왜?라고 묻자 고개를 절레절레 돌리더니 낮은 목소리로 변명 같은 말을 덧붙인다. 이제 그만 놀려야지. 그냥 친구, 라는 말을 들은
지훈이는 뭔가 표정이 풀린 거 같았다. 철벽치는 거 같아도 은근 표정에서 기분이 다 보이는데 박지훈은 죽어도 모를 거다. 그리고 아직은 내 마음을 숨겨야겠지만.
에필로그 1 - 수업시간 |
뭐야 성이름 ㅋㅋㅋㅋㅋ 수업에 집중하라니까 집중은 무슨 잠이나 자네. 그럼 그렇지. 그렇게 계속 수업에 집중하다가도 성이름을 슬쩍 봤는데, 졸면서 머리를 꾸벅 꾸벅 흔드는데 고개가 책상으로 떨어졌다. 지훈은 졸던 이름이의 머리가 책상에 부딪치기 직전 손바닥을 책상 위에 올려 이름이의 머리가 자신의 손 위로 떨어지게 만들었다. 아, 나 왜 잡아줬지. |
에필로그 2 - 전화 |
참나, 맨날 나 보더니 안 보네. 수업이 끝나자마자 핸드폰을 꺼내서 화면을 보더니 살짝 웃는다. 뭐지, 무슨 좋은 일 있나? 얼마 안 가서 누군가와 통화하는 소리가 들린다. 대휘? 대휘는 누구지. 아, 얘 전학 왔지. 친군가... 근데 어째 남자 목소리가 들린다. 문제 푸는 척 집중해서 듣자 뭐??? 사랑해??? 놀라서 샤프도 내려놓고 성이름을 쳐다보자 왜 보냐는 눈빛으로 나를 본다. 궁금하다. 남자친구인가? 아니지, 내가 왜 궁금해? 둘이 지지고 볶든 말든. ...정신차려보니까 이미 남자친구냐고 물어봤다. 아, 박지훈 진짜 미쳤지. 돌아오는 대답은 의외였다. 뭐냐는 표정으로 그냥 친구.라고 대답하는 성이름이 왜 이렇게 기특해 보이는지, 아, 다행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