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아."
"왜."
"(하트)"
"아 씨ㅂ...."
저기 나한테 하트를 날리고 있는 사람은 박지훈이다. 왜 저러냐고? 나도 모른다. 묻지마라. 솔직히 말해서 박지훈은 객관적으로 잘생겼다.
박지훈이 귀찮다고 친구들에게 하소연해봤자 돌아오는 건 부러워하는 말밖에 없다. 아, 진짜. 왜 아무도 날 이해해주지 않는거지? 등교하는 길에 박지훈을 만나서
벌써부터 고생길이 훤히 보인다. 박지훈은 내 가방이 무거워 보인다고 별로 든 거도 없는 가방을 굳이 들어준다. 왜 이러는 거야 도대체.
"이름아, 나 너 보려고 게속 기다렸는데 얼굴 조금만 보여주면 안돼?"
"뭐래, 그냥 갈 길이나 가."
"ㅋㅋㅋㅋㅋ 아 진짜 성이름, 어떡해..."
드디어 갈 길을 가려는 건가? 싶어서 박지훈을 쳐다보자 혼잣말로 계속 아 너무 귀여워... 만 반복하고 있다. 역시 박지훈은 미친놈이다.
애초에 내가 오냐오냐 받아주는 게 아니였는데... 내가 뭘했다고 그렇게 좋아하는지, 참.
학교에서 안 만나고 싶어도 같은 반, 짝꿍, 심지어 반장과 부반장이라서 만나고 싶지 않아도 주구장창 만난다. 도대체 내 신세 왜 이런거니...
운동에 소질이라고는 전혀 없는 나는 체육 시간을 극도로 싫어한다. 특히 피구. 왜 좋아하는 지 모르겠다. 공이 날라오는 걸 피한다는 거부터
저어어어엉말 무서운 종목이다. 그냥 평화롭게 원반 날리기라던가, 이런 좋은 종목도 있는데 왜.... 반장에다가 체육부장까지 맡은 박지훈은
준비 운동 구령을 하며 자꾸 나를 본다. 입 모양으로 그만 보라고 해도 말을 개똥으로 알아 듣는 건지 윙크까지 한다.
조용히 구석에 앉아있었을까, 박지훈이 호루라기를 불더니 짝피구하게 얘들아 모여~ 라는 소리와 함께 주변에 있던 아이들도 쉬려고 했다가
박지훈이 불러내자 다들 일어난다. 아... 꼼짝없이 나도 하게 되었다. 도대체 체육은 왜 하는걸까라는 생각과 함께 줄을 맞춰섰다.
"어, 짝은 남녀로 해서 각자 짝 지키면 되는거야. 규칙은 다들 알지?"
"..."
"각자 짝 찾아서 코트에 들어가~"
뭔가 불안하다. 박지훈이 눈꼬리를 휘면서 나한테 다가온다. 이건 직감인데, 100%야.
-
"아!!! 야!! 박지훈, 지훈아? 지훈아."
"어, 어. 꽉 잡아."
"야야ㅑ야야야 나 무서워... 공 좀 잡아봐."
정신 차려보니까 이러고 있다. 박지훈이랑 하는 거 죽어도 싫은데 어째 짠듯이 박지훈과 나를 빼고 슬슬 다 짝과 함께 코트에 들어간다.
어쩔 수 없이 경기를 시작했는데 반 애들이 단체로 미쳤나 공을 진심으로 던진다. 그것도 박지훈이랑 나만 노려서. 그리고 내가 박지훈을 잡으면
워허우~~ 오늘 커플 생기나요~~ 라는 터무니 없는 소리만 뱉... 아!! 정신 못 차리다가 공에 맞을 뻔했다.
박지훈과 나만 노리는 공에 빨리 빨리 움직이다가 박지훈의 옷자락을 놓치고 그대로 넘어졌다. 아, 쪽팔려.
박지훈은 놀랐는지 바로 내 옆으로 와서 괜찮냐고 계속 묻는다. 아픈 거보다 지금 너무 쪽팔려서 그대로 사라지고 싶다... 그렇게 고개만 숙이고 있었다.
"안되겠다, 업혀."
"..?"
"...안 업혀?"
지금 이 상황이 뭐죠, 싶을 정도로 당황스럽다. 박지훈은 내 발목을 몇 번 돌려보고 상태를 확인하더니 갑자기 등을 내준다.
당황스러워서 눈만 끔벅이고 있는데 안 업혀?라는 말과 함께 박지훈은 쪼그려 앉아있다가 다시 일어난다.
"업히라고 말했는데 안 업힌건 너야."
"야, 야?"
"..."
다시 한 번 말한다. 박지훈은 미친놈이 맞다. 내가 끝까지 고집을 부리자 그냥 공주님 안기로 들고 간다. 아, 진짜 미쳐도 단단히 미친놈...
보건실에 다 올 때쯤 이러고 들어가는 건 너무 쪽팔리다고 생각이 들어 내려달라고 하자 들은 척도 안 한다. 박지훈은 보건실 문을 열고 들어와 나를 보건실 침대에 앉힌다.
선생님이 치료를 해주시는 동안 박지훈은 옆에서 끝까지 지켜보았다. 누가 보면 심각하게 다친 줄 알겠네, 그냥 발목 삔건데.
-
박지훈
[오늘 발목 다친 거 괜찮아?]
[내가 더 잘했으면 안 다쳤을텐데, 미안.]
[아니 뭐... 크게 다친 거도 아니고 괜찮아.]
[그리고]
박지훈
[그리고?]
[?? 이름아?]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