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온다. 진짜 안와. 우리집 앞에서 그렇게 가버리고 3주가 지나는 동안, 오세훈은 정말, 코빼기도 비치지 않았다. "야, ○○○, 야!! " "ㅇ.어? 왜?" "이게 매상 올려주려고 왔더니.. 정신이 없구만 아주?" "맞다, 너 그 연하남은 어떻게 됬어? 헐, 그러고 보니까 너 출근하는날엔 맨날 온다며? 헐.. 그럼 있다 오는거야?" "헐 그러네? 언제와? 방학이니까 일찍오나?" "고딩들 방학에 보충수업 장난 아니지 않아? 내 동생놈도 아침부터 나가서 11시에 들어오던데" "그 동생이 보충수업에 갔을까 피방에 갔을까?" ".....난 그래도 내 동생놈을 믿을래. " 시끌시끌. 여자 5명이 모이니 수다가 끝도 없다. 내 얘기 물어봐 놓고 지들끼리 요즘 교육제도가 어쩌네 저쩌네 입씨름 하는걸 멍하니 쳐다보자, 곧 내 등에 매서운 손이 날라왔다. "이게이게, 자꾸 정줄 놓을래?" "아!!! 아파!!!!!!" "근데, 그래서 결국 그 연하남은?" "그러게. 표정보니까 사귀는건 아니고. 쫑?" "사귄적도 없었는데 쫑은 무슨.." "이 기지배 혼자 아련한척 하는것봐. 왜, 싸웠어?" "싸운,건 아니고오.... " ** "헐......대박. 아 왜 내가 막 가슴이 떨리냐" "니가 떨릴 가슴이 어딨어 " "...그지 발싸개같은년.... " "야 근데 진짜 그렇게 말했어? 대박. 나 같으면 망태기 가져가서 납치할듯. " "쇼타콤........... " "고2인데 무슨 쇼타야 이년아. 근데 그 나이 때도 그렇게 진지할 수 있나? 6년 지나니까 기억이 가물가물하네 " "니 그때 좋아하던 학원 오빠 여친있는거 알고 우리집 와서 쳐울었었잖아" "맞아 그때 얘 라면 먹으면서 울지 않았냐? 드럽게 라면에다 콧물 질질 흘려가면서. " ........얘들아 제발 그냥 가줘... *** 결국, 일 쳤다. 생각해보니까 내가 세훈이에 대해 아는건 얼굴, 이름, 나이, 번호가 전부라서 연락을 할까 했지만.. 그럼 날 안 보려고 할까봐- 찾아왔다. 학교. 개학을 해서 그런지 4시가 되니 학생들이 물밀듯이 쏟아져 나왔다. 세훈이가 야자를 할 수도 있고, 후문으로 나갔을 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이 정도는 해야 할 것 같았다. 원래 학교도 몰랐지만.. 가끔 입고 오던 교복을 간신히 인터넷을 뒤져서 찾아냈다. 당연히 이 근처겠지 싶었던 학교는 내 차를 운전해서 왔어도 20분이나 걸렸다. 집이 학교 근처였다고 한 거 같은데, 오세훈은.. 몇달 간, 일주일에 이 길을, 4번씩이나 왕복한걸까. 그러고서도, 날 우리집까지 데려다준걸까. 원래 출근하는 날이었지만, 뭐, 카페 내꺼니까. 알바생한테 오늘 시급에다 보너스 5만원 더 주겠다고 핬더니 자기가 마감까지 다 하고 가겠다고 했다. 사장이 좋은게 이런거지 뭐. 세훈이를 기다리는 동안 벌써 몇백, 최소 천명은 될 법한 아이들이 날 스쳐지나갔고, 벌써 7시가 지났다. 역시 내가 놓친걸까 싶을때, 세훈이가 나왔다. "오세훈! 세훈아!!!" 안.. 들리나? "세훈아!!!! " 세훈이가, 정말 천천히 멈춰섰다. ".....누,나. " "멋대로, 찾아온거 미안해. 근데.. 전화로 할 얘기는 아닌 것 같아서. 나 그래도 너 이상한 소문 날까봐 차도 저기 멀리다 대고 어려보일려고 후드티도 입고왔어!" 어색함에 일부러 활기차게 말했는데도, 세훈이의 표정은 점점 굳어만 갔다.
"나 밥먹으러 가야돼요. 50분밖에 시간 없어. 빨리 말해요. " "......어,어?" "야자하다가 밥먹으러 나온거라고요. 바쁘니까 할말 있으면 빨리 해요. " "...추우,니까.. 차 들어가서 얘기할..래?" 내 눈을 마주치지도 않고, 시간 없으니 빨리 말하라는 오세훈은, 싸늘한 척을 하는 주제에-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무슨 말 하려고 왔어요. " "ㅇ.어,있잖아,그.. 날, 미안... 했어. " "......설마, 끝이에요? 고작 그말,하려고,여기까지,왔어?" "........" "진짜 미안했으면.. 그때 잡았어야지. 못 잡았어도 바로 연락 했어야지. 왜,왜, 이제 와서 사람을 후벼파는데. " "난 너가,진짜,가버릴 줄 몰ㄹ- " "그래서, 한달만에 찾아왔어요? 내가 이러면 다시 병신같이 웃으면서 쫓아다닐 것 같아서? 왜, 귀찮고 별로였는데 막상 가니까 아쉬워?" "내가 언제 그랬-" "난, 누나가 나 갖고 노는 기분이야. 고작 미안했다고 할거면 찾아오지 말라고!!!" 오세훈이 차 문을 쾅 닫았다. 아니,아니 그게 아닌ㄷ- "세훈아!!!!!! 잠깐만, 잠깐,만, 응?" "....그렇게..그렇게,내 이름,부르지,말라고요. " ".......부를,거야. " ".....누나는,내가 만만ㅎ-" "사과하려고 온거 맞아. 미안하다고 하고 싶었어. 나,나 잘못한거 많으니까. 응? 그래, 솔직히 처음엔 별 생각 없었어. 난 너 처음 봤을땐 대학교 졸업 직전이었고. 너 나한테 번호 가져가기 몇달 전까지는 남자친구도 있었어. 내가 그때 번호 준거, 호기심 맞아. 고작 반년 전이지만,난,그때, 너무 멍청했단말야.. 근데, 근데, 너가, 그렇게, 맨날 찾아와서, 내 이름 부르면서 웃고, 그렇게, 말하는데- 내가, 내가 어떻게 아무 생각이 없겠어. " "...........누,ㄴ-" "클럽 간거 미안해. 나.. 내가 다 잘못했어. 그래도 나, 변명이지만.. 남자들이랑 안놀았어. 그냥.. 너무 복잡해서, 기분 풀려고 그랬어. 그러니까, 제발, 내 말 좀 듣고가줘.. 응?" "........." "있잖아, 세훈아, 나는, 나는 24살이잖아. 나는 사람들 눈이 많이 신경쓰이고, 생각하는게, 생각해야하는게 너무 많은걸 어떡해. 너는, 공부도 해야하고, 많이, 시도해봐야 할 나이잖아. 나는,나는,내가, 널 방해하는거 같단 말야. 나,나는- 나도 좋아하는데, 어떻게 내가 너한테 사귀자 그래. 난 성인이니까, 너를 도와줘야 하는건데. 어떻게,어떻게 내가-" "......왜, 누나가 울려고 해요... 왜 누나가 울어요, 응? " "세훈,세훈아아.." "화,안낼게. 내가,내가 무리해서 누나 몰아붙인거야. 그러니까 울지마.. 울지마요. 누나가 울면 내가.. 내가 어떻게 할수가 없잖아. 누나.. 응?" 굳은 얼굴도, 소리를 지르던 거친 목소리는 어디로 갔는지. 헝크러진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겨주는 부드러운 손가락이, 날 안고 등을 쓰다듬어주는 큰 손이, 내 귀에 속삭이는 목소리가, 너무, 너무 다정해서- "내가... 잘못 했어요. 누나 입장 생각 안하고 내 감정만 생각한거 미안해. 초조해서 그랬어요. 누나가, 나 밀어낼까봐. 두번 생각 못하고 달려들기만 해서 미안해요. 그러니까 울지마.. 응?" "나,나도 잘못했- " "말하지 마요. 울때 억지로 말하면 목 상해.. 나중에 이쁜 목소리 들려줘요. 알았죠?" "응,응응- " "...나, 야자 빼고 올게요. 혼자 못두겠다. 잠깐만 기다려요. 응?" **
"다 울었어요?" "ㄴ.너 왜 웃어?"
"아~ 누나는 왜 우는것도 이쁘고 그래요. 사람 설레게. " "너,진짜, 아 오세훈- " "아, 왜 다시 오세훈이에요? 아까 이쁘게 잘 불러놓고. " "....세훈아 " "아, 이쁘다. " 날 제 가슴팍에 안고 등을 토닥토닥 하던 세훈이가 입을 열었다. "내가 잘 할게요. 누나 또 안 울게 내가 열심히 할게요. 성적도 계속 유지하고, 내 진로도 열심히 고민해볼게요. 완벽하진 않아도 부족하지 않은 사람이 되도록 노력할게. " "응응.. " "이거 고백하는거 아니야. 고백 따로 할거야. 누나 이쁘게 입은 날에 짠- 하고 할게. 그때도 이렇게 이쁘게 대답해줘요. " 알았죠? 으응. 아, 착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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