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민은 임영민이에게 반했다.
대학에 입학했다. 그냥 성적 따라 온 대학이었다. 하지만 학과는 나쁘지 않았고, 나름 대학에 대한 기대도 있었다.
형은 대학에 가면 핑크빛인지 빨간빛인지 아무튼 연애 좀 하라고 했다. 하지만 그닥 관심 없었고 또 실제로 그럴 사람도 없었다.
아니, 없다고 생각했었다.
1학년 축제 때까지만 해도.
축제는 무신경하던 나까지도 들뜨게 만들 정도로 북적였다.
하성운이 나를 데리고 술집이며 간이 노래방이며 여기저기를 쏘다녔고, 생각보다 재밌어서 나 역시 열심히 먹고 놀았다.
그러다가 우리는 어둠 속에서 전광판을 빛내는 미니 바이킹을 발견했고, 다소 유치하지만 대학의 추억이라며 바이킹을 타기로 했다.
그깟 어린애들 타는게 뭐라고 또 줄이 길어서, 문어꼬치를 먹으며 순서를 꽤 기다리고서야 바이킹에 올라탈 수 있었다.
미니 바이킹에 올라가며 상남자로서의 자존심과 조금의 두려움으로 어느 자리에 탈지 고민하는데 하성운이 맨 뒷자리에 타자고 했다.
사실 좀 고민됐지만 쿨한 척 오케이했다.
뒷자리에 착석해서 나머지 사람들이 다 앉기를 기다리자니, 딱 봐도 엄청나게 신나보이는 여자애들 몇 명이 우리 앞줄에 탔다.
시끄러운 축제 속에서도 어찌나 신나게 떠드는지 하성운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귀를 막을 정도였다.
그리고 그 때, 너를 봤는데 너는 신나보이는 사람들 사이에서 혼자 긴장에 굳어있는 모습이었다.
저렇게 많이 무서운가?
꼭 떨고있는 토끼같다고 생각했다.
어쨌든, 니가 무서워하든 아니든 바이킹은 움직이기 시작했고 비명소리가 높아질수록 짖궂게도 더 높이 올라갔다.
너는 미동도 없이 가만히 웅크리고 있었다.
축제가 끝난 이후로도 너는 계속 내 눈에 보였다.
알고보니 너는 내 동기였고, 꽤 오랜시간동안 시선을 끌었다.
친구들과 함께 있을때는 뭐가 그리도 신나는지 깔깔거리며 잘도 웃던 너는 혼자 남게 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조용해졌다.
혼자 있는데 조용한 것이 어쩌면 당연한 얘기지만, 나는 그런 너를 자꾸 보게 됐다.
하지만 너는 나를 한 번도 쳐다보지 않았다. 약간은 야속할 정도였다.
그리고 그런 시간들이 반복되며, 나는 이상하게도 너의 관심을 끌고 싶어졌다.
왜 그러는지 이유도 생각할 필요 없이, 그저 니가 나를 봐줬으면 좋겠다고만 생각했다.
그래서 아슬아슬하게 강의실에 도착하는 것이 일상이던 내가, 종강을 앞두고 너의 주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한 번 학교에 일찍 간 적이 있다.
그 날 너의 뒷자리에서 너를 열심히 봤다.
너는 수업을 열심히 듣다가도 갑자기 종이에 뭔가를 끄적거려 친구에게 보여주기도 하고, 장난을 치기도 했다.
가끔은 소리내어 웃기도 했다.
그 모든 행동들이 내겐 특별했고, 나는 내일도 모레도 글피도 가까이서 너를 관찰하고 싶어졌다.
너를 알고싶어졌던 것 같다.
이런 행동은 스무살이 지나 스물 한 살이 될 때까지 이어졌다.
나는 2학년이 되고 나서도 여전히 강의 시간보다 15분 정도 일찍 도착했고,
어쩌다 늦잠을 자거나 하성운이 발목을 잡아 자리를 못 옮기는 날을 빼고는 대부분 너의 뒤쪽에 있는 자리에 앉았다.
바로 뒤는 아니어도, 적어도 3줄은 넘기지 않았다.
집착이었던 걸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그냥 너를 보고있는 그 시간이 좋았다.
가끔, 아주 가끔 학교를 거닐다 너를 만나면 눈이 마주치는 일들이 생겼다.
하지만 너는 나에게 관심이 없다는 걸 티내기라도 하듯 곧잘 시선을 돌리곤 했다.
하루는 답답한 마음에 형에게 전화를 걸었다.
"형, 어떻게 해야 날 신경쓰게 만들 수 있어?"
내 말에 형은 어린애가 다 컸다며 한참 날 비웃었다. 하지만 어떻든간에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형은 내게 너와 눈을 많이 마주치라고 말했다.
어떻게? 아무리 쳐다보고 주변에서 알짱거려도 걘 나를 신경도 안 쓸 걸.
내 말에 형은 튀는 색으로 염색을 하라고 했다. 그럼 자연스럽게 니 눈에 내가 보이게 되지 않겠느냐고.
솔직히 우스운 방법이라고 생각했지만 더 우습게도 나는 그 조언을 받아들였다.
하지만 그건 딱히 너의 눈에 보이기 위해서만은 아니었다. 그냥 취업하기 전에 튀는 머리로 염색해보고 싶기도 했으니까.
합리화같다면 뭐 할 말 없다.
어쨌든, 형의 조언에 따라 튀는 색으로 머리를 염색하게 되었고,
멍하니 거울 속의 나를 쳐다보며 니가 날 봐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기왕이면 보면서 잘생겼다고 생각해주면 더 좋겠고.
눈이 마주치는 상상도 계속 했다.
한편으론 약간 걱정되기도 했다. 니가 날 양아치라고 생각하고 무서워하면 어쩌지 하는 생각이 가끔 들었다.
또 이렇게까지 했는데 한번도 쳐다봐주지 않는다면 내 스스로가 가엾어질 것 같기도 했다.
하지만 내 걱정이 무색하게도 이 작전은 성공했다.
사람이 많이 없었던 한적한 식당에서 너와 눈이 마주친 것이다.
너는 내 머리를 쳐다보았다.
너는 머리를 위로 올려 하나로 묶고 있었고, 눈은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예뻤다.
너는 시선을 천천히 내 눈으로 옮겼다.
슬로우 모션처럼 그 시간이 느리게 지나갔다.
천천히, 천천히
마침내 임영민, 너와 눈이 마주친 순간
나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설렘을 느꼈다.
갸락갸갹 |
암호닉은 다음화에 정리해서 올리겠씀다!!!!! 헷헷 ㅋㅋㅋㅋㅋ ㅜ꾸뿌끄 영민이의 시선이 궁금하다는 분들도 계셔서 써봤어요 갸꺆꺄꺆 댓글 정말 모두 감사하고!!! 좋게 봐주셔서 감사하고 정말 설레게 해드리고 싶지만 이상하게도 제가 쓰고 읽어보면 하나도 안설레옄ㅋㅋㅋㅋ 설레는 일상이.....없어서...그렁가봉가...? 굿 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