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는 월수금 학교 마치고 수학학원에 감. 위치는 이 집 근처. 이 근처에 공학인 학교가 하나 있는데 그 학교 애들이 많이 살고 이는 여중 여고 출신.... 한 반에 10명쯤이 같이 수업을 들음. 책상은 하나씩 다 떨어져있음. 거기에 강다니엘이라는 짧게 유학 갔다온 애가 있음. 안그래도 이는 여중여고 출신이라 남자를 무서워하고 남자랑 눈도 못 마주치는 편인데 강다니엘이라는 학생은 키도 크고 덩치도 커서 이는 눈을 마주치기는 커녕 흘겨서 보지도 못한 애임. 괜히 무서워서. 강다니엘은 앞에 말한 공학인 학교에 다님. 아, 이의 학원 반에 이를 제외하고는 다 그 학교 학생들. 공학학교라서 그런지 여자애들이 남자애들과 자연스럽게 말하는데 이는 그걸 신기해함. 또 화장 진하게 한 다른 여자애들을 보면 그동안 여중여고라는 틀에 살면서 꾸미는거에 소질도 없고 그렇게 관심도 없는 자신이 부끄럽게도 느껴짐. 아무래도 학교 갔다가 야자까지하고 오는 시간이기도 하고 여고이기도 해서 학원간다고 딱히 꾸미고 가지도 않기 때문에 자기가 더더욱 부끄럽게 느껴짐. 그렇게 아는 친구 하나 없는 학원에 다닌지 6개월쯤 되는 해였음. 학기 중에는 야자를 하고 9시에 학원에 갔는데 여름방학때는 보충수업만 듣고 5시쯤 오라는 선생님의 말씀이 있었음. 아직 방학은 일주일이 남은 상태였고 9시수업이 계속 되고 있을 시점. 그리고 무더위가 시작된 것만 같은 그런 시점에 이의 일생일대 가장 큰 일이 일어남. (이건 오로지 이가 기준에서 가장 큰 일임.) 그 일이 뭐냐면 강다니엘이 이한테 지우개를 빌려달라고 한 거. 2.
"저기... 나 지우개 좀 빌려줄 수 있어?" 폭.풍.당.황. 동.공.지.진 이는 자신에게 남자가 말을 건것도 너무 오랜만이고 눈을 마주친것. 그것도 이렇게 키 큰 누군가가 자신에게 말을 건 자체가 오랜만 아니 거의 처음이라 너무 당황했고 자신의 당황함에 강다니엘이 더 당황스러워 보였음. "아니 아냐 싫으면 안빌려줘도 돼." 아니...싫을리가! 고작 지우개 빌려주는걸 싫어하는 사람이 어딨겠는가! 나 그렇게 쪼잔한 사람 아니다. 그냥 당황했을 뿐. 이는 마음을 가다듬고 최대한 안떨리는 목소리로 아주아주 아무렇지 않은 척 하며 필통에서 지우개를 꺼내 빌려주었음. "자."
"고마워, 이야" 자신의 이름을 아는 강다니엘에게 당황한 이. 자신이 강다니엘의 이름을 아는건 쉬는시간 친구들과의 대화를 통해서였음. 다니엘이라는 이름이 어디 쉽게 잊혀지는 이름도 아니니까 알고 있는데... 내 이름은 도대체 어떻게 아는걸까 ,, 수업시간 내내 그생각에만 잠긴 ##성이 3. 그런데 또 문제가 생겼다. 아니 강다니엘 쟤는 지우개 빌려가놓고 왜 안돌려준담? 너무 당황한 ##성이. 그렇다고 먼저 말을 걸 수도 없고.... 그 다음 학원 가는 날. 오늘은 달라고 해야지 라고 결심하지만 결국 오늘도 말 못걸고 그냥 새지우개 사버림. -강다니엘... 키 커서 무섭지만 착해보였는데 지우개 도둑이네 라고 생각하며 지우개는 잊어버리기로 마음 먹음. 그렇게 무더운 여름방학이 시작됐고 원래는 9시부터 2시간 수업후 11시에 집에갔지만 5시부터 시작이.........지만 대체 왜 4시간이나 수학을 하냐. 9시에 끝이라니... 4시간 수학에 절망한 이가. 오늘도 4시간 수업을 듣고 지쳐서 가방을 싸는데 나가려는 찰나에 강다니엘이 내 앞에 섬.
"늦어서 미안." 이라는 말과 함께 새지우개 5개를 손에 쥐어주는 강다니엘 -'....이거 내거 아닌데?' 진짜 아니었다. 내 지우개는 쓰다가 반토막 난 지우개였는데 이 포장도 안 뜯긴 새 지우개들은 뭐냐는 말이다. 내 당황한 물음에 내거 맞다며 손에 꼭 쥐어주는 강다니엘. 손에 쥐어주는 강다니엘의 행동에 당황해서 나는 얼른 지우개를 가방에 넣고 빨리 자리를 벗어나고 싶었음. 근데 얘는 왜 따라 오는걸까. 4. 3층인 학원에서 계단으로 1층까지 내려오는 내내 뒤에서 같이 내려온 강다니엘. 너무너무 어색했지만 얘도 집에 가는 길이겠거니 했다. 그렇게 이는 집으로 향하는 길로 발을 돌렸는데 이가 앞으로 라임맛 츄파츕스를 들이미는 강다니엘.
"좋아해." 라고 말하며 자기 손에 들려있던 다른 라임맛 츄파츕스 껍질을 까고 입에 넣는다. 그리고 내 눈앞에 내거라며 사탕을 흔드는 강다니엘. 좋아한다니. 뭐를.
"좋아한다고. 이거." 라고 말하며 츄파츕스를 흔드는 강다니엘. -아.......뭐야.. 츄파츕스 좋아한다고. 아, 괜히 놀랐네. 놀란 마음을 숨기며 츄파츕스를 건네받고 입으로 넣음. 달달하면서도 상큼한 라임 맛, 그리고 여름밤 바람에 4시간이라는 수학의 스트레스가 풀려갈 즈음.
"라임맛 말고, 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