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아빠 박지훈
" 너 오늘 누구 만났어. "
너무나도 단호하게 말해서 금방 머리를 굴렸다. 내가 오늘 누굴 만났더라. 아, 마지막 강의에서 박우진을 만났었다. 생각하고싶지 않은 그 만남. 괜히 박지훈이 걱정할까봐─아무래도 내가 고등학생때 좋아했던 애니까 불안할거같다고 생각이 들긴 들었다─ 박우진에 대해서는 말 안 하려고 오늘 너랑 수정이말고 만난 사람없다고 대답했다. 그랬더니, 들려오는 말. 너 지금 나랑 장난해? 장난하냐고…? 지금 박지훈이 나에게 장난하냐고 물었다. 너무 비수로 꽂히는 말에 인상이 팍 찌푸려졌다.
" 다시 한 번 물을게. 오늘 누구 만났어. "
" … "
" 마지막이야. 누구 만났어. "
" 박우진. "
붉게 물든 박지훈의 뺨이 화가 잔뜩 났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물론, 무겁게 가라앉은 목소리 또한 그랬다. 박지훈이 다시 물어볼때도 아무 말 하지 않았는데, 마지막이라고 하니까 나도 뭔가 무서워서 대답해버렸다. 박우진. 박지훈은 박우진이라는 이름을 듣자마자 너…! 라고 소리지를것처럼 말하더니 이내 한숨을 쉬며 마음을 가라앉히고 다시 입을 열었다. 근데 왜 거짓말해. 아무도 안 만났다고.
" 난 너가 괜히 걱정할까봐 그랬어. 그리고, 박우진이랑 별 얘기도 안 했고. "
" 지금 너가 걱정해야할건 내가 아니라 너야. 아직도 박우진을 몰라? "
아직도 박우진을 모르다니. 그게 무슨 소리인가 싶어 아무 말 하지 못했다. 고등학생 시절에는 그저 나에게 잘 대해주는 박우진, 또 내가 좋아한 박우진, 그리고 내가 아닌 다른 애와 사귄 박우진. 그리고… 방금 만났을때도 오묘한 분위기를 풍긴 박우진. 내게 전혀 캥길게 없었다. 오늘 박우진이 내게 했던 행동으로 내가 박우진에 대해 결론을 내리기엔, 너무 짧은 시간이었다. 나는 무슨 상황인지 모르니 박지훈에게 물어볼 수도 없는 노릇이고.
내가 더 답답한 것은 분명 내가 다니고 있었던 고등학교 1학년 때까지만해도, 박지훈과 박우진의 사이는 괜찮았는데 왜 박지훈이 전화를 받자마자 욕을 뱉었냐는 것이다. 내가 학교를 나가지 않았을때 그 둘 사이에 무슨 접점이 있었던 걸까? 혼자서만 생각하지, 절대 박지훈에게 물어보지는 않았다. 궁금하기도 했지만, 그 대답이 무섭기도 했다.
" 앞으로 그 강의 나랑 들어. "
" 뭐? 어떻게? "
" 어차피 그 교수님 출석 안 부르시잖아. 나랑 들어. 너 혼자 못 보내. "
박지훈이 나와 박우진이 강의실에서 만났다는 것을 알고있었나보다. 아니, 이제 안 건가? 하긴, 내가 다른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것은 강의실밖에 없었으니. 머리가 복잡했다.
" 박우진 쳐다도 보지마. "
" … 왜? "
" 나 미치는 꼴 보고싶어? "
" … … "
" 너 박우진 아직 좋아해? "
" … … 아니. "
" 그러니까, 제발. 내 말 들어. "
박지훈은 그 어느때보다도 애절했다. 슬픔과 아픔이 묻어나오는 그 목소리에 알겠다고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또, 박지훈은 그 어느때보다도 단호했다. 절대 내 것을 다른 사람에게 뺏길 수 없다는 불안한 눈빛이었다.
──
그 일이 있고 나서 거실 소파에 앉아서 쉬고 있는데 핸드폰 진동이 울렸다. 진동하면 내 핸드폰같아서 테이블 위에 있는 핸드폰을 가지려 갈려고 몸을 일으켜세웠는데, 나보다 박지훈이 먼저 와 내 핸드폰을 들어 발신자를 확인했다. 테이블 쪽으로 가자, 발신자가 보였고, 박지훈은 수정이라는 것을 알고 내게 핸드폰을 건넸다. 만약, 이번에도 박우진이었다면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핸드폰을 받아들고, 통화 버튼을 눌러 귀에 가져다대자마자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또, 과모임이구나?
" 이름아, 어디야? "
" 집이지. "
" 박지훈이랑 지금 나오면 안 돼? 완전 재밌는데. "
" 경영학과 모임 아니야? "
" 노노. 우리 학교 모임! "
우리 학교 모임을 오늘 한다고 했었나. 애초에 학교 모임이 말이 안 되는게 몇 천 명 되는 사람을 한 곳에 … 경영학과만해도 이백명이 넘을텐데. 사람이 너무 많다는 생각에 가기 싫었지만, 그래도 박지훈한테 물어봤다. 지금 학교 모임한다는데, 너 갈거야? 내 말을 듣자마자 박지훈은 내게서 핸드폰을 가져가 나 대신 전화를 받았다. 거기 누구있는데. 애초에 몇 천 명 되는 모임에 누구 있냐고 물어본 박지훈이 이상했다. 수정이가 무슨 말을 하는지 들리지 않아서 소파에 풀썩 앉았다.
" 박우진은. "
계속 말이 없다가 박지훈 입에서 나온 말은, 박우진은. 이었다. 수정이도 박우진을 아려나? 라는 마음에 통화 내용이 너무 궁금해서 귀를 쫑긋 세웠지만, 역시나 들리지 않았다. 박지훈은 그 말을 끝으로 전화를 끊고, 핸드폰을 내게 건넸다. 학교 모임 절대 가지마. 오늘은 물론이고, 앞으로도. 왜냐고 묻고싶었지만, 그 말투가 너무 강압적이라서 이번에도 고개만 끄덕였다.
──
교수님이 20분 동안 들어오시지 않아서 다들 휴강이네 어쩌네 가방을 싸들고 나가려고 할 때, 조교수님이 들어오셔서 오늘 휴강입니다. 라고 말하시고 나갔다. 그러자 아, 뭐야. 시간 아까워. 라고 말하는 학생들도 있었고, 어차피 나중에 보강할텐데, 지금 당장 휴강이라는 소리에 올레를 외치며 뛰어 나가는 학생들도 있었다. 이게 마지막 강의라 박지훈한테 오늘 휴강이라고 연락을 해야할텐데, 싶어 핸드폰을 꺼내 들자마자, 옆에서 누군가가 내 핸드폰을 뺏어갔다.
" 오늘 뭐 해? "
" … … "
" 보아하니 박지훈도 안 온 거 같은데 올 때 까지만 같이 있자. "
" 싫어. "
" 박지훈도 수업 안 끝났을텐데. 그럼 내가 네 아들 데리러 가고. "
박우진이었다. 이번 강의는 겹치는 강의가 없을거라고 생각했는데. 혹시나해서 강의실에 들어와서 주변을 아무리 살펴봤는데, 박우진은 없었다. 그런데, 왜 네가 여기에. 절로 찌푸려지는 얼굴에 빨리 핸드폰 주라며 손을 내밀었지만, 내 손은 무시하고 오늘 뭐하냐고 묻는 박우진이다. 정상대로 강의를 들었다면, 박지훈이 날 기다렸을텐데. 그게 아니라서 거짓말을 해야하는데, 마땅히 거짓말할게 떠오르지 않았다. 박우진은 내 생각을 읽었는지, 박지훈이 올 때 까지만 같이 있자고 했다. 순간, 소름이 돋았다. 같이 있자니. 뻔히 나와 박지훈 사이가 무슨 사이인줄 알면서 왜 이런 말을 내게 하는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싫다고 말했더니, 그 뒤에 나오는 대답이 더 가관이었다. 박우진이 정훈이를 알고 있을 줄은 몰랐다. 잘못들었나 싶어 뭐? 라고 되물었더니, 정훈이. 박지훈 아들. 이라고 말했다. 그 두마디가 내게 아프게 박혔다. 왜, 그 말이 박우진 입에서 나와야하는지. 도대체 박지훈과 박우진은 무슨 사이인지. 내가 없었을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시간이 가면 갈수록 알고싶었다.
거의 강제적으로 끌려왔다고 말하는게 맞겠다. 박우진이 내 핸드폰을 가져가 내게 돌려주지 않자, 어쩔 수 없이 카페까지 따라 올 수 밖에 없었다. 가는 내내 핸드폰 돌려주라고 몇 번이나 말했지만 전혀 듣지 않고 제 말만 했다. 거의 박지훈에 관한 말이었지만. 카페에 들어서자, 나를 보며 자기들끼리 수군대는 사람들이 많았다.─아무래도 학교 안에 있는 카페니까 대학생들이 많았다 박지훈은 어디다 두고 다른 남자랑 왔냐고 말을 하겠지─ 박우진은 그런 것을 신경쓰지 않는 듯, 먼저 자리를 잡아 앉았다.
" 용건이 뭐야. "
" 용건이라니, 섭섭하게. 일단 시키고. 넌 뭐 마실래? "
" 안 마셔. "
지금 이 상황을 박지훈에게 들킨다면 어떻게될까. 그 생각만하면 무서워 얼른 이 상황을 벗어나고 싶어 용건만 말하라고 했더니, 음료를 시킨다며 데스크로 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양 손에 음료를 들고 오는 박우진이었다. 너 뭐 좋아하는지 몰라서. 나랑 같은거. 박우진이 내게 건넸는데, 받을 마음이 이만큼도 없어 계속 버티고 있자, 내 앞에 두었다.
" 박지훈이랑은. 결혼까지 했더라? "
" 무슨 상관이야. "
" 많지. 날 좋아하던 애가 갑자기 다른 애랑 결혼한다니까. "
박우진은 도대체 이런 정보를 어디서 알아오는지, 나와 박지훈이 혼인 신고서까지 쓴 것을 알고있었다. 당황했지만, 최대한 티내지 않으려고 바로 답했다. 그랬더니, 들려오는 대답은, 날 좋아하던 애가 갑자기 다른 애랑 결혼한다니까. 참, 어이가 없었다. 내가 이런 애를 좋아했다니. 아니, 적어도 고등학교 1학년때까지만해도 박우진은 이러지 않았다. 아님, 그때 가식을 부렸거나. 그 순간, 박우진이 올려놓은 내 핸드폰에 '박지훈'이라는 이름이 떴다. 핸드폰 줘. 박우진은 내 말을 들은 척도 하지 않고, 박지훈의 전화를 제가 받았다.
" 여보세요. "
" … … "
" 나, 박우진. "
" … … "
" 학교 카페. "
순간 드는 욕설. 좆됐다. 이 말을 이럴 때 쓰는 구나 싶었다. 상단바를 흘깃보니까 부재중 전화가 많이 떠있는데, 나를 얼마나 찾았을까. 미안한 마음에 박우진을 노려봤다. 이 상황 원인 제공자는 내 앞에서 웃고있는 박우진이니까. 지금 온데, 네 남편. 그리고는, 내게 핸드폰을 돌려주었다.
" 씨발. "
통화가 끝난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박지훈은 얼마나 뛰어서 온건지, 땀으로 머리가 다 젖어있었다. 오자마자 박우진을 향해 욕을 하는데 저번에 내 앞에서 처음 했던 욕과는 차원이 다른 욕설이었다.─분위기가 그랬다─ 박지훈은 내 손을 잡고 제 뒤로 날 감췄다.
" 성이름. "
" …어? "
" 이새끼가 너한테 무슨 짓 했어. "
" … … "
" 왜 말을 못해. "
" … … 그게… "
" 이새끼야, 나야. "
단 한 번도 내 이름을 성까지 붙여가면서 단호하게 부른 적 없었는데. 이새끼가 너한테 무슨 짓 했어. 정말 박우진이 나한테 무엇을 하진 않았기에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단지, 여길 데려온 것 뿐이니까. 게다가, 박우진이 보고있어서 그런지 입이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왜 말을 못해. …그게… 내 대답이 시원치 않았는지, 박지훈은 나를 돌아보며, 이새끼야, 나야. 라고 물었다. 소리는 지르지 않았다. 그냥, 무겁게 물었다. 그게 더, 무서웠다. 그리고, 한껏 상기돼있는 박지훈과는 다르게 박우진은 여유롭다는 듯 웃고있었다. 당연히 이 상황에서 너야. 라고 말 할 수도 없어서 대답을 하지 않자, 박지훈은 나를 데리고 카페를 나왔다.
" 왜 그래. "
" 어? "
" 설마 저새끼를 아직도 좋아한다거나, 진짜 그런건 아니지? "
" 어… "
" 미안해… 화내서. 근데, 박우진은."
" … … "
" 눈도 마주치지마. 쓰레기니까. "
언제쯤이면 알 수 있을까. 박지훈과, 박우진의 관계.
+ 본격_박우진_나쁜놈_-만들기_.txt
헤헤..... 기말고사 전에 빨리 끝내야쥐.....
댓글 사라ㅏㅇ해요! 여러분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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