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초를 서던 원식이 추위에 코를 훌쩍거렸다. 뒤늦게 휘적휘적 걸어온 선임이 덜덜 떨고 있는 원식의 손에 종이컵을 쥐어주고, 보온병에 담긴 코코아를 따라주었다. "이거 비상식량인데 주는거야, 임마." "잘 먹겠습니다!" "오냐." 길게 하품을 하던 선임이 저를 뚫어져라 쳐다보는게 느껴지자, 원식은 잔뜩 쫄은 약한 눈으로 선임을 마주보았다. "애인 있댔지?" "네? 네, 있습니다." "그럼 애인말고, 첫사랑 얘기나 해봐." "그.. 안 이루어졌습니다." "괜찮아." 뒷목을 문지르던 원식이 코코아를 한 모금 홀짝이곤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곧 입을 열었다. "제가 중학교 때였습니다. 입학식에 늦어서 뛰어가다가 그대로 어떤 분이랑 부딪혔습니다." "오오~" "그래서 제가 넘어지고 고개를 딱 들었는데, 되게 하얗고 예쁜 사람이 손을 내밀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잡고 일어난 다음에 부끄러워서 막 뛰어가는데, 원식아! 하고 되게 예쁜 목소리로 부르지 않겠습니까. 돌아봤는데 명찰 떨어트렸다고 저한테 명찰을 꼭 쥐어줬습니다." "그래서?" "이게 끝입니다. 더 이상 만나질 못 했습니다." "어휴, 병신. 이름이나 학교라도 알아두지!" "그럴 걸 그랬습니다. 아아, 근데 지금 애인이 더 예쁩니다!" 팔불출돋는 발언에 선임에게 장난스러운 정강이킥을 몇 번 맞은 원식이 멋쩍게 웃으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아, 택운이형 보고싶다. [랍택] 젤리유치원 택운쌤 12 (完) (부제 : 아됴스 젤리유치원..) "쌤!" 포르르 달려와서 안기는, 어느새 훌쩍 커버린 혁이의 등을 토닥거리던 택운이 혁이를 떼어놓고 환한 웃음을 지었다. "우리 혁이, 학교 끝났어요?" "응! 오늘 이것도 접었어요." 가방에 곱게 모셔서 가지고 온 종이접기를 택운에게 내미는 혁이에 택운이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혁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이거 선생님 주는거에요?" "네! 그러니까 꼭꼭 잘 가지구 있어염. 으악, 아빠온다." 효가!!!! 우이 효기!!!! 온갖 방정을 다 떨어가며 뛰어오는 학연을 바라보던 혁이가 안녕히 계세염, 하고 고개를 푹 숙여 인사한 후에 학연을 피해서 뛰기 시작했다. 왠지 많이 피해본 솜씨야.. 측은한 눈빛으로 혁이를 바라보던 택운이 으쌰, 소리를 내며 몸을 일으켰다. 아이들이 다 빠져나간 놀이터에는 적막만이 흐르고 있었다. '젤리유치원'이라고 쓰인 유리문을 걸어잠근 택운이 두어번 문을 흔들어보고, 손을 탈탈 털며 집으로 향했다. *** "라비, 이리와. 밥 먹어야지." 캣타워 위에서 도도한 자태로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고 있는 라비를 부르던 택운이 톡, 우아하게 맨 꼭대기에서 바로 뛰어내려와 그루밍을 하는 라비의 코를 톡 때렸다. "그렇게 한 번에 뛰어내리지 말라니까, 위험해." 코를 건드는 손길에 캬앙하며 성질을 내는 라비의 앞에 영양식을 놓아둔 택운이 정신없이 밥을 먹는 라비의 귀 뒤를 긁어주었다. "라비야, 너네 형아 제대일이 내일이야." 고개를 들어 저를 빤히 보는 라비에 웃음을 터트린 택운이 딩동, 하는 초인종소리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누구세요?" "택배입니다." 택배? 갸릉거리는 라비를 내버려두고 문을 연 택운이, 갑작스럽게 들이밀어지는 빨간 물체에 뒷걸음질을 쳤다. 그리고 그 빨간 장미꽃다발 뒤에서, 원식이 고개를 쏙 내밀었다. "제대일인데 마중도 안 와요?" "내.. 내일 아니였어?" "바보, 오늘이거든요?" 택운의 품에 꽃다발을 안겨주고 가방을 바닥에 내려놓은 원식이, 손을 머리 옆으로 대 거수경례를 했다. "충성! 병장 김원식은 전역을 명받았습니다! 이에 신고합니다!" 한참을 원식을 바라보던 택운이 꽃다발을 내려놓고 뛰어가 원식의 목을 끌어안았다. 등을 토닥이던 원식이 택운을 살짝 떼어놓고 짧게 두어번 입을 맞춘 후에, 다시 세게 끌어안으며 택운의 목덜미에 얼굴을 묻었다. "형 냄새나니까.." "..." "기분좋다." *** 여느 때와 같은 오후였다. 곡작업을 마친 원식이 택운의 집에 와 같이 밥을 먹고, 거실에 엎드려 투게더 하나를 같이 퍼먹던 늦은 저녁. 제 등에 올라타 있는 라비를 보다가 웃음을 터트린 원식이 택운의 손을 잡아 만지작댔다. 아이스크림 먹기에 바쁜 택운의 볼을 잡아 짧게 입을 맞춘 원식이 ㅇㅅㅇ? 하는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는 택운에 큼, 헛기침을 했다. "그.. 형." "응?" "나랑 형이랑 집이 멀잖아. 안 그래도 서로 바빠서 잘 못 만나는데." "응, 그렇지." "나는 거의 프리랜서고, 형은 매일 나가야하는 사람이니까.." "..." "우리 이 근처에 집 구해서 같이 살래?" 택운의 머리 근처에 수십개의 느낌표가 떠있는 것 같았다. 벙찐 택운이 스푼 위에 올려져 있던 아이스크림을 떨어트렸고, 원식이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싫어? 싫으면 뭐.. 그냥 계속 이렇게.." "아니야, 좋아." "뭐라고?" "좋다고!" 얼굴을 빨갛게 붉히며 휴지로 바닥에 흘린 아이스크림을 닦아낸 택운이 몸을 일으켜 앉아 아이스크림 통을 끌어안고 퍽퍽 퍼먹기 시작했다. 볼 안에 한가득 아이스크림이 들어있는지 토실토실해지는 먹이주머니를 보던 원식이 등에서 라비를 내려놓고 택운에게 무릎으로 기어갔다. 아이스크림 통과 스푼을 뺏어 바닥에 내려놓은 원식이 그대로 택운을 눕혀 짙게 입을 맞추었다. 혀로 입 안을 헤집어 입 안 가득하던 아이스크림을 녹여낸 원식이 쪽 소리를 내며 입술을 떼었다. "단내난다." "니가 아이스크림 있는데 키스하니까 그렇지.." "형, 저거 남은 거 다 녹여도 돼? 내일 사줄게." "응?" 난 급해. 제 후드티를 벗어낸 원식이 다시 혀로 집요하게 아랫입술을 핥아오자, 택운이 울상을 짓다가 곧 원식의 목에 팔을 감았다. 내일 나 출근인데.. 내 허리..ㅇㅅㅠ.. 이제 정말 끝이네요.. 아쉬워요..ㅠㅠㅠㅠ 댓글로 내용적인 질문이나, 극중 인물에 대한 질문, 저에 대한 질문 다 받아용! 혹시 궁금한거 있으실까봐.. 찌글찌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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