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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읭? 이게 끝? 주의※
※중간 없음 주의※
※...걍 재미없는 글 주의
평소같은 하루였다.
잠에서 깨면 그는 느긋하게 움직여 내 아침을 준비하고 나는 씻고 나온다. 밥을 다 먹은뒤 내가 일을 시작하면 그는 집안일을 시작한다.
조용한 가운데 끊임없는 소음은 그의 움직임에서부터 시작된다.
느긋하지만 꾸준히 들려오는 발소리와 그와 함께 들리는 옷들이 가볍게 마찰하는 소리. 그의 손이 닿는 물건들이 내는 소음.
그의 움직임을 통해 나는 소리 하나하나가 귀에 들려오면, 나는 의자에 편하게 앉아 눈을 감고 내 뒤에서 움직이는 그가 무엇을 하고있을지, 그가 무슨표정을 짓고있는가를 그려낸다.
새하얀 손은 물에 닿아 반짝거리고, 그의 붉은 입술은 앙 다물려 곱게 호선을 그리며 살짝 내려앉은 그의 속눈썹은 간간히 파르르 떨릴것이다.
문득 나는 눈을 뜨고, 내 앞에 놓여있는 종이를 내려본다. 그리고 손에 쥐어진 펜을 가볍게 놀린다. 그가 움직이는 소리를 배경음악삼아 일을 하다보면 어느새 바깥에 걸려있는 해는 점점 아래로 떨어진다.
점점 하늘 아래로 떨어지는 해를 바라보며 쓸데없는 감상에 젖어들때쯤, 문득 그의 이름을 부른다.
"재효야."
"네."
"...아니야."
평소와 다를것 없는 그의 대답. 달라진 것은 없었다.
그를 부르는 목소리에 다른 감정이 섞여있는 나 말고는. 그도, 바깥의 풍경도, 우리의 하루도.
서서히 고개를 드는 그 감정을, 나와 그의 관계에 균열을 일으키려는 그 무언가를 나는 조용히 감춘다.
그는 알지도 못할, 알아채지도 못할.
그 감정을 알려줄 엄두조차 내지 않고 평소와 같은 하루를 보낸다. 아니, 보내려 한다.
+ + +
햇빛이 창문을 넘어 책상으로 내려와 따뜻한 온기를 나눠주는 오후. 그는 내 옆, 의자에 앉아 나에게 온 편지들을 읽어주고 있었고 난 그런 그를 향해 의자를 돌리고 눈을 감은채 그의 목소리를 감상하고 있었다.
그러는 와중, 그가 읽는 익숙한 이름에 목소리를 감상하던 내 눈이 띄여진다.
"잠깐만, 잠깐만 재효야."
"네?"
"방금.. 편지보낸 사람 이름이 뭐라고?"
내 말에 그는 자신이 읽던 편지를 훑어보더니 다시한번 이름을 말하고, 나의 입꼬리는 오랜만에 기분좋게 호선을 그린다.
"...김유권이요"
김유권. 유일한 나의 친구.
지독히도 사람과의 교류가 없는 나에게 유일하게 친구라고 말할수 있는 권이는 학교를 벗어나 일을 하다가 만난 사이였다. 사무적인 관계에서 사소한 일을 나누는 사이가 되기까지, 오랜시간이 걸렸지만 권이는 꾸준히 나에게 다가와 주었고, 이따금씩 이렇게 잊을만할 때면 한번씩 나에게 안부를 전해오곤 했다.
오랜만에 온 권이의 편지에 그에게서 편지를 받아내고는 직접 편지를 읽어내려가기 시작했다.
역시나 편지에는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소식과 현재 한국에 이슈가 되는 이야기들, 알필요없는 주변지인들의 소식까지. 외부와의 접촉을 일체끊은 나를 위해 권이는 이것저것 많은 이야기들을 적어서 보냈다.
흥미롭지는 않지만 녀석이 살아가는 얘기에 피식피식 웃으면서 읽어내려가는데, 끝에는 나를 걱정하는 녀석의 말이 적혀있다.
「 ... 난 이제 니가 사람 좀 만났으면 좋겠다 지호야. 너 언제까지 혼자 살려고. 니가 말하는 안재효. 그 사람, 아니지. 그것도 결국은 사람인척 하는 로봇이잖아. 너 그러다가 그 로봇이랑 잘못 정들면.. 큰일난다. 사람은 사람이고, 로봇은 로봇이야 지호야. 사람과 로봇은 주종관계는 될수 있어도, 공존은 못해. 진심으로 걱정해서 하는말이다 우지호. 헛된 정, 그거 잘못주면 진짜 힘들어 진다. ... 」
그 뒤로도 녀석의 얘기는 더 있었지만 더 이상 편지를 읽을수가 없었다. 그 한문장만이 내 머리속을 끊임없이 맴돌았다.
'사람은 사람이고, 로봇은 로봇이야'
넋을 놓고 있는 나를 아까부터 쳐다보고 있던 그는, 내가 편지를 테이블에 내려놓자 기다렸다는 듯 그제서야 말을 걸었다.
...답장 할까요? 그의 물음에 나는 한참을 침묵을 지키다가 아니 라고 간신히 대답하고는 다시 입을 꾹 다물었다. 나의 대답에 그는 평소처럼 네 라고 대답한뒤 편지, 마저 읽어드릴까요? 라고 물어왔고, 나는 그의 물음에 고개를 한번 끄덕였다.
그는 자신이 들고있던 다른 편지 한장을 읽기 시작했다. 그의 목소리가 귀에 흘러들어왔지만 그의 목소리도, 그가 읽어주는 편지의 내용에도 집중할수 없었다.
그는 로봇이다. 그리고 나는 그를 창조해낸 사람이다.
나 혼자만의 세계에 갇혀 살던 나는 그것을 잊고있었던 걸지도 모른다. 아니, 잊을려고 노력한거겠지.
부정당한 나의 세계와, 그의 존재는 나에게 충격 이상으로 다가왔고,
나는 그가 편지를 다 읽고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음에도 아무말 못하고 그 자리에서 한참을 가만히 앉아있기만 했다.
+ + +
그가 앉아있는 의자 아래에 무릎을 꿇고앉아 그를 올려보았다. 변함없는 그의 눈은 올곧게 나를 바라보았고, 그의 동공은 나만을 향했다.하지만 그의 눈안에 담긴 나는 어쩔줄 모르고 혼자 덜덜 떨고있었다.
"재효, 재효야. ...안재효.."
"...네."
"사랑한다고 해봐. 나에게 고백해봐."
내 간절한 말 에도 그는 무표정으로 일관한다. 그럴수밖에 없었다. 그에게 나는 사랑이라는 감정을 입력하지도, 고백이라는 단어를 가르쳐주지도 않았다.
그에게 사랑이란 처음듣는 단어였고, 나 또한 그에게 처음으로 말한 내 감정이였다.
그래, 아마도 내가 그에게 느꼈던 감정은 사랑, 사랑이였을 것이다.
나는 그의 머리가 아니, 정확히는 그의 머리부근에 있는 소프트웨어가 빠르게 돌아가고 있을것이라는 것을 짐작할수 있었다. 그리고 종내에는 자신의 데이터 속에 '사랑'이라는 단어가 없다는 것을 결론낼 것이고 나에게, 그 특유의 차분한 목소리로 대답해 올것이다.
"...입력되지 않은 단어입니다."
절망스럽다는 기분을 표현해야 된다면 과연 어떻게 해야할까. 지금 내 기분을, 어떻게 말해야 어떻게 표현해야 이 찢어발겨지는 내 마음을 온전히 보여줄수 있을까.
나의 흔들리는 눈은 집요하게 그의 얼굴을 뜯어보고 있었고, 그는 자신이 해야할 말을 다한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
그의 입술은 오늘도 여전히 붉고, 탐스러웠다.
"...미소지어봐."
"..."
"...사랑한다고... 말해봐."
"..사랑한다."
"......사랑해요 라고 얘기해봐."
"사랑해요."
"다시."
"사랑해요."
"...다시."
"사랑해요."
그의 눈꼬리는 옅게 휘어져 나를 내려보았고, 그의 입술은 나에게 사랑스럽게 다가와 내 귀에 사랑을 속삭였다.
그를 올려보던 나의 얼굴에도 미소가 맺혔다. 그리고 눈꼬리를 따라 눈물이 흘러내렸다.
"나도. 나도 사랑해, 재효야."
이거면 됬을지도.
그와 나 사이에 관계는, 우리의 관계는.
진짜 마지막편은 아무리 손을 대도 영 멍멍이판이예요...
제 못난 새끼, 예뻐라 해주시는 독자님들께 감사합니다T_T
블독방에 내려놓은 좋은 내 새끼, 제가 이렇게 못나게 만들고 갑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_*
♥♥♥ |
암호닉 신청해준 그대들과 지금까지 글을 읽어준 모든이들 알러뷰 뿅뿅ㅇ,ㅇ
...애교 싫어도 그냥 받아요. 그대들은 내 사랑을 거부할수 엄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