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극단
-서로 매우 심하게 거리가 있거나 상반되는 것-
올티-lonley (mixta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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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남에게 피해주는 걸 싫어한다. 누군가 나때문에 슬퍼하는 게 싫었고 화내는 게 싫었으며 나를 싫어하는 게 싫었다. 그래서 나는 거절하는 쪽보단 수락하는 쪽을 택했고 우는 것 보단 웃는 것을 택했으며 화내는 쪽 보단 사과하는 쪽을, 솔직한 것 보단 숨기는 쪽을 택했다.
그 결과 주위 사람들은 나를 부탁을 잘 들어주는 친절한 친구다- 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런 그들을 보며 다행이라 생각하고 앞으로 더 주의해야겠다는 다짐을 하는 나였다.
너에게 매점에서 있었던 일을 듣고 내 친구라고 말했던 그 아이가 누군지에 대한 궁금증보단 그 아이에게 새치기 당해서 짜증이 났을 네 기분이 더 걱정이 되었다. 널 위한 말임에도 네가 혹시 내 말에 기분이 나쁠까싶어 공감의 표현 선지 여러 개 생각해 둔 것을 지워버렸다. 그대신 아까 받은 빵을 조금 떼어 네 입에 넣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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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을 먹고 반에 오니 같이 축구하지 않겠냐며 물어오는 같은 반 아이들이었다. 알겠다고하기엔 교실에 혼자 있을 네가 신경쓰여 잠시 너를 쳐다보았다.
"영민아 축구 할 거지?"
"어? 어..."
재촉하듯 다시 물어오는 아이들의 물음에 알겠다고 대답해버렸다. 아까 내가 널 쳐다보던 것처럼 날 물끄러미 쳐다보는 너였다.
"어...주야 구경하러 올래?"
어떻게 하면 좋을까 생각하다 구경하러 오지 않겠냐고 네게 물어보았다.
"해가 너무 높이 떴다. 여기서 구경할게 다녀와 영민아"
더운 걸 정말 싫어하는 너는 창가인 네 자리에서 구경하겠다고 하였다.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곤 반 아이들과 운동장으로 나섰다.
운동장으로 나가자마자 네가 있을 창문을 쳐다 보았다. 반에서 구경하겠다는 게 진심이었는지 나와 눈을 맞추곤 손을 흔들어 보이는 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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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 종이 울릴 때까지 축구를 하고 반으로 올라갔다. 올라오기 전까지 창문 밖으로 네 얼굴이 보였는데 반에 올라오니 네가 보이지 않는다.
내가 교실 문만 쳐다보길 몇 분이 지났을까 네가 양 손에 아이스크림 하나 씩 들고 들어왔다.
"너 주려고 샀어"
내가 올라오는 거 보고 이거 사러 갔던 거구나
네 손에 들려있는 아이스크림을 보며 사람이 많이 몰려 있는 곳을 싫어하는 네가 점심 시간이라 사람이 많을 매점에서 나에게 줄 아이스크림을 사겠다고 낑겨있을 모습을 상상하니 조금 웃음이 났다.
"먹기 싫어? 그럼 내가 둘 다 먹지뭐"
나도 모르게 오랫동안 네 생각을 했나보다.
"아니야, 미안 고마워 주야 잘 먹을게"
네가 화났나 살짝 눈치를 보다가 냉큼 아이스크림을 받아들었다.
"오늘 골 많이 넣더라 멋있었어"
"아...애들이 잘 해서...!"
칭찬하는 네 말에 쑥스러워 같은 팀이 잘해서 그런 거라고 말했다.
얼굴이 살짝 빨개지며 한 내 대답에 너는 살짝 웃고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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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은 본 수업이 끝나도 보충 학습과 야간 자율 학습을 하는 아이들과 달리 우리는 항상 집으로 향한다.
그 이유에는 별 거 없다. 조금이라도 사람이 적고 조용한 곳을 좋아해 아무 것도 신청하지 않은 너를따라 내린 결정이었다.
"주야 오늘은 저녁 뭐 먹을까? 먹고 싶은 거 있어?"
"치즈 케이크"
"밥 먹어야지 주야 오늘 금요일이잖아"
"응, 금요일이지"
너는 밥을 좋아하지 않는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쌀을 좋아하지 않는다. 급식을 먹을 때도 반찬만 골라 먹는 너였고, 그런 널 보고 걱정하는 나때문에 일주일에 딱 한 번, 금요일로 밥 먹는 날을 정했다. 그래도 맨 밥은 절대 싫다며 인상을 쓰는 너라서 볶음밥이나 덮밥을 만들어주곤했는데 아무래도 내가 만들어 주는 게 한정 되어있어서 그런지 요즘 먹기 싫은 티를 내는 너였다.
"여주~"
너에게 오늘은 금요일이니 치즈 케이크는 내일 먹자고 말하며 같이 집을 가고 있는데 한 남자가 너의 이름을 불러온다. 내가 모르는 얼굴이라 그 남자 얼굴 한 번 네 얼굴 한 번 쳐다보니
"네가 영민이구나! 안녕~"
"아...안녕하세요...?"
누군지 모르겠지만 내 이름을 부르며 인사하는 그에게 인사를 해주고 너의 얼굴을 보니 짜증이 섞여있다.
"친구라며"
딱 저 네 글자만 뱉고 그 남자를 보는 너였다.
그 남자는 너의 말에 멋쩍게 웃더니 사실 며칠 전에 전학왔는데 친구들 사이에서 너와 내가 자주 언급되었고 마침 매점에서 네가 보이길래 말 걸어볼 겸 그랬다고 말했다. 그리곤 미안하다고 사과하고 자신을 김동현이라고 소개하는 그였다. 아까 네가 말했던 남자가 저 아이였구나.
너는 누군가 말을 거는 것도 싫어했고 친한 척, 착한 척 다가오는 걸 싫어했다. 직설적으로 말을 해도 듣지 않는 사람을 싫어했고 네 생각과 다르게 흘러가는 상황을 싫어했다. 그리고 네가 싫어하는 모든 것을 갖춘 남자가 우리 앞에 서있다.
"너넨 보충 안 해? 어디 가?"
"어...그게..."
어디가냐고 물어보는 그에 너는 인상 쓴채로 그를 한 번 쳐다보곤 아직 말을 다 끝내지 않은 내 손을 잡고 걸어가는 너였다.
"아 나 말 하고 있잖아 왜 그냥 가!!"
보통 이정도 했으면 그냥 갈텐데 굳이 따라오는 그에 너는 더 짜증난다는 표정을 지었다.
"내가 왜 그걸 너한테 말해줘야 하는데"
"음, 내 궁금증을 풀어주려고?"
"그러니까 내가 왜 니 궁금증을 풀어줘야하냐고"
"그러니까 내가 왜 니 궁금증을 풀어줘야하냐고"
"우린 친구니까~?"
아, 화났다. 네 표정이 더 어두워진다. 너는 친구란 말을 싫어한다. 친구란 말을 싫어한다기 보단 너에게 친구란 단어는 특별하고 의미있는 것이었다. 그런데 오늘 처음 본 사람이 우리 친구잖아-라고 말하며 네가 싫어하는 짓만 골라서 하니 화가 날법도 했다.
"나는 니 친구가 아니야. 짜증나게 하지마."
"그래서 영민아 어디 가는 중이라고?"
짜증이 섞인 네 말을 무시하고 환하게 웃으며 나에게 말을 거는 남자였다.
"응? 아...집에"
"둘이 집 방향 같구나 어디 살아? 이 방향이면 우리 집이랑 가까울 것 같은데!"
너랑 나는 한 집에서 같이 산다. 사정이 있어서 그렇게 됐다. 내가 어디 사는지 말하면 네가 사는 곳을 말하는 셈인데 너는 너에 관한 걸 모르는 사람에게 말하는 걸 싫어한다. 그래서 그 남자의 질문에 쉽게 답하지 못 하고 어떻게 말해야할지 고민했다.
"영민아 오늘은 볶음밥 먹을래 빨리 가자"
열심히 머릿 속으로 어떻게 답해야 할지 선지를 만들고 있는데 계속 이 자리에 있는 게 싫었는지 오늘 밥 먹기 싫다고 투덜 거리던 아까와는 달리 볶음밥을 먹겠다며 빨리가자고 재촉하는 너였다.
"밥 먹으러 가? 나도 갈래 가도 되지 영민아? 나 맛있는 집 알아 가자!"
아, 어떡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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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그의 손에 이끌려 좀 이른 저녁을 먹으러 왔다. 너와 떨어져있는 걸 별로 안 좋아하는 걸 아는 너는 이 상황이 싫었음에도 날 위해 같이 와주었다.
아, 근데 하필 온 곳이 한식 집이라니... 네가 제일 안 먹는 게 한식인데 말이다.
역시나 밥이 나오고 젓가락 한 번 들지않는 너였다.
"억지로 데려온 거 미안하고 그래서 화난 건 알겠는데 좀 먹는 게 어때? 식으면 맛 없는데"
네가 안 먹는 이유가 저에게 화가 나서 그런 거라고 생각했는지 미안하다고 사과한 후 좀 먹으라고 말하는 그였다.
너는 그의 말에 대꾸도 않고 그저 음식을 쳐다보기만 했다.
"주가 원래 밥 잘 안 먹어"
둘의 눈치를 보다가 조심스럽게 너 대신 해명 아닌 해명을 했다.
그런 내가 못마땅했는지 불필요한 말은 안 하는 게 좋아, 영민아-라고 말하는 너였다.
"아, 그렇구나 그럼 나중에 밥 말고 주가 좋아하는 거 사줄게"
내 대답을 들은 그는 웃으며 다음에 네가 좋아하는 걸 사주겠다고 말했다.
네 얼굴이 구겨진다. 그의 말은 다음에도 이 상황을 만들겠다는 뜻이었으니까 말이다.
나쁜 의도는 아니나 네가 싫어하는 행동만 하는 그를 보며 네가 고생 좀 하겠구나-생각했다.
그래도 나쁜 아이는 아닌 것 같아 다행이야 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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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인트가 걸려있음에도 불구하고 1화를 읽어주신 86분, 신알신 눌러주신 5분, 댓글 남겨주신 9분 모두 감사합니다.
암호닉 문의를 주셨는데, 암호닉은 신청을 따로 받지 않고 그냥 [체리맛토마토] 이렇게 대괄호해서 댓글 앞에 달아만 주시면 제가 정리해서 매 화마다 올리겠습니다.
오늘, 2화에서 조금 초점을 맞추면 좋을 부분을 몇 가지 뽑자면
1. 주와 영민은 지금까지 등장한 모브와 동현을 친구라고 표현하지 않습니다.
오늘 영민의 관점에서도 그 아이, 남자, 그라고 표현되었고, 1화 주의 관점에서도 남자, 남학생, 그, 사람이라고 표현되어있습니다.
2. 동현은 일회용 캐가 아닙니다.
앞으로 계속 나올 것 같습니다.
3. 주와 영민은 같은 집에 살고 있습니다.
이 부분은 나중 과거 편에서 다룰 이야기입니다.
정도가 될 것 같네요.
다음 3화는 주의 관점에서 보는 둘의 과거가 될 것 같습니다.
오늘도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