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극단
-서로 매우 심하게 거리가 있거나 상반되는 것-
올티-봐,다가와(feat.앤덥, 팔드로) mixta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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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집에 왔다 간 후로 우리는 나름 가까워졌다. 너에게 한 살 많은 형이 있다는 것과 대학때문에 서울로 올라간 형을 보고 저도 서울에서 살고 싶다며 몇 달 동안 조른 탓에 너의 부모님은 두 손을 들었고 결국 너는 우리 학교로 전학을 와 형과 둘이 자취를 하고 있다는 것도 알게되었다. 대학교는 이미 여름 방학임에도 불구하고 바쁜 형때문에 집에 혼자있는 시간이 많은 너는 외롭다며 자주 우리 집을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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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영민과 영화를 다운 받아 보다가 자꾸 고개를 떨구는 영민을 보고 들어가서 편하게 자라는 말과 함께 방으로 들여보낸 후 보던 영화를 끄고 거실을 정리하였다. 얼추 다 정리했을 때 벨소리가 들려 핸드폰을 확인하니 네 이름 석자가 보였다.
"응 동현아"
"뭐 하고 있어?"
"그냥 있어"
"저녁은?"
"아직, 오려고?"
"응 치킨 먹을래 피자 먹을래? 사갈게"
"피자"
"알겠어 금방 갈게 조금만 기다려"
"응 조심히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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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전화를 받은지 한 시간이 조금 안 됐을 때 초인종 소리가 들려 문을 여니 피자를 든 손을 흔들어보이며 서있는 네가 보였다. 보이지 않는 영민을 찾는 네게 영민은 영화 보다가 잠들었다고 말해주곤 콜라를 따를 컵 두 개를 가지고 나왔다.
"무슨 영화 봤어?"
"컨저링 근데 보다 말았어"
무슨 영화를 보고 있었냐는 네 물음에 컨저링을 보고 있었다고 말하니 남은 부분을 저랑 보자고 말해오는 너였다. 네 말에 나는 들고 있던 피자를 잠시 내려놓고 영화를 다시 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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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좀 떨어지지?"
"이제 지나갔어?"
"응"
"아아아아악!"
"아 조용히 좀 해 영민이 깨 이럴거면 그냥 보지마"
보고있던 영화를 마저 보자는 네 말에 영화를 틀었건만 무서운 걸 못 보는지 옆에 있는 내 목에 팔을 두르고 얼굴을 묻는 너였다. 무서운 장면이 지나갔냐는 네 말에 지나갔다 답해줬는데 다시 나오는 무서운 장면에 너는 기어코 소리를 질렀고 결국 나에게 한 소리 들은 너는 끝나기까지 아직 많이 남은 영화를 껐다.
"무서운 거 보지도 못 하면서 왜 보자고 한 거야"
"내가 못 보는 게 아니라 네가 잘 보는 거거든? 어떻게 눈 하나 깜짝 않고 봐?!"
이럴 거면 왜 보자고 한 거냐는 내 말에 너는 눈을 크게 뜨고 제가 못 보는 게 아니라 내가 잘 보는 거라며 어떻게 하나도 안 무서워 할 수있냐고 쫑알 쫑알 떠들어댔다. 영민이는 하나도 안 무서워 하던데 쫄보네 김동현-라는 내 말에 너는 입을 떡 벌리고 나를 몇 초 쳐다보더니 질 수 없다며 영화를 다시 키려했고 또 소리지르면 내쫓는다는 내 말에 쥐고있던 리모컨을 살며시 내려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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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민이 자는지 모르고 피자를 두 판이나 사온 네 탓에 아직 손도 안댄 피자 한 판과 먹다 남은 몇 조각을 비닐에 담아 냉동실에 넣어두고 콜라를 따라 마셨던 컵을 씻었다. 컵 두 개 씻는데도 도와줄 거 없냐며 주위를 왔다 갔다 하는 너를 보고 정신 없으니 가만히 좀 있으라고 하니 삐친 건지 입을 내밀고 소파에 앉는 너였다.
"왜 삐친 건데"
"안 삐쳤 거든!"
"그럼 말고"
왜 삐쳤냐는 내 물음에 안 삐쳤다고 말하는 너를 보고 그럼 됐다고하니 두 번은 물어봐줘야 하는 거 아니냐며 툴툴 거리는 너였다.
"삐쳤어?"
"완전"
"왜"
"도와준다는데 짜증냈잖아"
다시 한 번 물으니 완전 삐쳤다고 답하는 너를 보고 어이 없다는 표정을 지으니 이내 웃으며 다음부터 컵 씻는 거라도 시키라고-라고 말하는 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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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너 어디 아파?"
"그냥 속이 좀"
답지 않게 눈치를 보는 너에게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어디 아프냐길래 속이 좀 안 좋다니까 너는 체한 거냐고 그거 먹고 체하냐고 잔소리를 했다. 소화제를 먹었음에도 나아지지 않고 토를 하는 나를 보고 안 되겠다며 병원을 데리고 가는 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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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체해서 간 병원인데 요즘같은 시대에 영양실조가 말이 되냐며 아무리 수험생이지만 밥은 먹고 공부해야한다니 비타민은 챙겨 먹고있냐니 어디 갈 생각 말고 영양제 맞고 가라니 거의 랩하는 수준으로 혼내는 의사 선생님에 앞으로 잘 챙겨먹겠다고 말한 후 병원 침대에 누워 링겔을 맞았다.
"영민이가 영양제 챙겨준다며"
"응"
"근데 그러냐 밥도 좀 잘 챙겨 먹어"
"요즘 잘 먹었는데"
"한 번을 안지지 그냥 알겠다고 하면 끝날 것을"
"알겠어"
제가 아픈 마냥 인상을 쓰고 걱정하는 네 모습에 고개를 끄덕이고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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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십 분이 조금 넘었을까 누군가 깨우는 손길에 눈을 뜨니 걱정어린 눈으로 날 보고 있는 영민이 보였다. 분명 너와 둘이 온 병원인데 어떻게 영민이 여기있나 싶어 가만히 쳐다보고 있으니 일어났는데 네가 없어서 전화했더니 동현이가 지금 병원이라길래...-라고 답을 해주는 영민이었다.
"많이 걱정했어?"
"응..."
"이제 밥 잘 먹을게"
"..."
"너무 걱정하지마"
내 손을 꼭 잡고 많이 걱정했다는 영민을 보고 이제 밥 잘 먹겠다고 너무 걱정하지 말라 말하니 그래도 걱정되는지 쳐진 눈을 더 늘어뜨리고 날 보는 영민이었다.
"영민이 걱정 좀 그만 시켜라"
"너는 아닌 척 하네"
"꼭 말로 해야 아냐"
"응"
영민이 그만 걱정 시키라는 네 말에 너는 왜 걱정 안 하는 척 하냐니까 꼭 말로 해야하냐고 답해왔고 웃으며 말로 해야 안다고 하니 헛웃음을 치다가 이내 그냥 웃어버리는 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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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까지 잔소리하니까 아빠 두 명 생긴 것 같다"
"야 내 얼굴에 아빠라니 오빠지 오빠 해 봐 오빠"
"너 같은 오빠 둔 적 없어"
"다은 동생 오빠가 소원 다 들어줄게 말 해봐"
"영민아 빨리 가자"
"응"
셋이 나란히 걸어가는 중에도 양 옆에서 걱정을 하니 아빠가 둘 생긴 것 같다고 말하자 자기는 아빠가 아니라 오빠라고 자신을 오빠라고 부르라는 네 말에 너 같은 오빠는 둔 적이 없다고 말하니 내 어깨에 손을 올리며 소원을 말해보라는 너였고 나는 그런 너를 보고 한 숨을 쉰 뒤 영민의 손을 잡고 조금 빨리 걸었다. 그에 너는 장난도 안 받아주냐고 완전 치사하다며 긴 다리로 우리를 따라 잡았다.
아빠 한 명에 오빠 한 명도 나쁘진 않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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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너 속의 코너 현실 고딩 패치]
1)
"무서운 거 졸라 못 보면서 왜 보자고 지랄이야"
"내가 못 보는 게 아니라 니가 존나 잘 보는 거거든? 어떻게 눈 하나 깜짝 않고 보냐?!"
2)
"영민이 걱정 좀 그만 시켜라"
"닌 아닌 척 쩌네"
"걱정 해줘도 지랄이냐"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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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인트가 걸려있음에도 읽어주신 36분, 신알신 신청해주신 1분, 댓글 달아주신 6분 모두 감사합니다.
주는 농담할 때도 항상 무표정에 음의 높낮이가 없이 얘기합니다.
안 궁금하셨겠지만 조금이나마 몰입에 도움이 되고자,,,
오늘도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