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해요."
경수는 울면서 손님의 목덜미에 팔을 감싸고 입을 맞추었다. 이것이 종인이라고 생각하자. 종인아, 사랑해. 나는 너를 사랑해. 눈 앞이 캄캄해진다. 가슴이 터질 것 같다. 나는 이런 사랑을 실 날만큼도 원하지 않는다. 하필 이런 운명에 찾아온 너를 나는 원하지 않았다. 정말 미친 사랑이었던 모양이었다. 아니, 정정한다. 미친 사랑인 모양이다.
과거 완료형으로 회상되는 것이 아니라 현재형으로 진행되는 것으로 이야기해야 하는 자신의 사랑에 그저 비웃음만 나오고 있다. 놓지 못해서, 차마 놓지 못해서, 놓으려고 아무렇지도 않게 첸을 대신해서 손님을 맞이했던 경수였다. 그런데 막상 놓을 수 있겠느냐고 물으면 대답할 수가 없다. 그저 고개를 푹 숙이고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는 눈을 감출 수밖에. 아릿하게 아파왔다. 입술이, 그리고 마음이, 너무 아프다.
종인에게 맞아서 생채기로 범벅이 된 몸보다 종인의 외면으로 인해 받은 상처가 더 아픈 것과 마찬가지다. 아파서 힘들고 아파서 눈물이 난다. 그러니까 이건 슬퍼서 아파하는 것도 아니고 슬퍼서 우는 것도 아니다. 경수는 그렇게 작게 중얼거리면서 눈에 고인 눈물을 훔쳤다. 손바닥이 눈물로 점점이 젖어들었다.
녹이 슬어버린 것도 나쁘지 않다. 무디어 버리게 된 것도 나쁘지 않다. 그래서 보다 덜 아프게 된다면 그게 가장 낫다 생각한다. 어차피 버러지 인생이니 버러지답게 사는 궁리만 잘 하면 경수는 쓰게 웃었다. 아주 오랜 기간 살았던 늙은 사람처럼 자신도 결국 체념에 익숙해졌다. 어쩔 수 없다 하나 답답한 것은 사라지지 않는다.
행복함이라는 것, 가질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원한다. 경수는 종인이 습관처럼 보고 싶어졌다. 체념을 했다 하지만 미련스럽게 남아 있는 사랑의 잔재가 종인을 자꾸만 찾았다. 곧 고개를 저어서 외면해 버렸지만, 그래도.
사랑을 안 하는 것이 아니라 못하는 것이다. 스스로의 의지로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강제적인 힘이 개입됨으로서 못한다는 말을 모를 리가 없다.
운명이라는 가시굴레가 경수를 향해 떨어지고 있었다.
*
세 번째로 문 담배의 맛은, 첫 번째 그리고 두 번째 담배와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썼다. 무지 써서 빠르게 움직이던 발걸음이 늦어지고 종국에 아직 열려 있는 방, 그 안에 있는 경수를 돌아보게끔 했다. 돌아보는 순간 경수와 시선이 마주친 종인은 가슴이 탁하고 막혔다. 결국 그래서 세 번째 담배는 필터 가까이 피우지도 못하고 바닥에 버렸다.
진짜, 지독히도, 쓰다, 담배가. 종인을 불렀다. 귓전에 닿는 쓸쓸한 목소리. 종인은 경수를 뒤돌아 보지 못했다. 경수는 종인의 앞에 섰다. 애잔한 표정에, 고인 눈물에, 굳어있던 목부터 귀밑, 나아가 이마까지 뜨거워지더니 싸한 기류가 코끝을 지나간다. 경수가 종인에게 눈으로 묻는다. 도망가자고. 경수가 조심스레 간격을 좁히고 다가와 종인을 안는다. 어깨에 코가 닿자마자 훅- 끼쳐오는 경수의 여린 냄새에, 결국 눈물이 맴돈다.
"어젯밤에 어떤 손님이랑 잤어. 그런데 몸을 섞는 내내 네가 생각 났어."
시간이 부족할 만큼의 보고픔, 그리움. 우리에게 놓였고 놓인, 현실과 운명도 감히 막아낼 수 없었을. 경수의 품은 지나온 주먹질만 해댄 시간에 대한 보상 같고, 또한 더없는 위로처럼 느껴진다. 네가 생각났다는 그 한마디가, 사랑한다는 말보다 더욱 가슴 시린 고백으로 다가온다는 것을, 새삼 깨달아간다.
"있잖아."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한다. 순간 다가온 먹먹함에 경수도 모르게 입술이 붙어서. 어정 띤 곳에서 끊어져버린 말을 뒤로하고 경수는 고개를 수그린다. 참으로 다소곳이 붙어있는 두발만 내려다본다. 그러다 어느 순간, 목덜미가 빳빳하게 굳는다. 손끝으로 자신의 뺨을 쓸어보는 종인의 행동 때문에.
"도망가자."
종인의 눈동자를 흔들고 지나가는 파동이 시선 끝에 어렴풋이 걸려든다.
모든 시리즈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최신 글
위/아래글
공지사항
없음

인스티즈앱
헐 유지태 못알아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