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마을 ; 첫 번째 날
좁은 차 안에서 자꾸만 자신의 몸을 더듬는 수현의 손길에 중기는 애꿎은 손톱만 물어뜯었다. 하지 말라고 뿌리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수현이 무섭기도 했고, 항상 자신을 도와주는 아인은 조수석에서 잠을 청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지 말라고 말해봤자, 수현이 느끼하게 웃으며 내가 무엇을 했냐고 되물으며 더 노골적이게 만질 것이 뻔하기에 중기는 울상을 지었다.
그럼에도 이들의 여행에 중기가 낀 것은 아인, 그 하나 때문이었다. 평소 우빈, 수현, 종석과 친하던 아인은 이들과 여행을 가기로 계획했다. 수현은 99%의 흑심과 1%의 순수함으로, 아인에게 중기에게도 데려가자고 제안했고 모두가 제안을 받아들였다. 아인은 꺼림직 했지만 좋은 추억을 가질 수도 있다는 생각에, 중기에게 함께 가자고 했고 중기는 좋다고 받아들였다. 물론 결과가 이렇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지만.
출발한지 6시간이 조금 지났을 때쯤, 운전을 하고 있는 종석과 수현 때문에 긴장했던 중기를 제외한 모두가 피곤에 지쳐 잠들었다. 수현도 어김없이 잠들었고 덕분에 중기를 더듬던 뱀 같은 손도 떨어졌다. 그제야 마음이 편해진 중기는, 피곤할 종석이 걱정되어 가방에서 피로회복제 한 병을 꺼내 건네었다. 종석은 고맙다고 한 후, 피로회복제를 꿀꺽 마셨다. 그리고 다 마신 병을 바닥에 떨어뜨리고 다시 운전에 집중했다. 떨어진 병이 거슬렸지만 괜찮겠지라고 생각하고 중기는 잠을 청했다. 허나 화재도 아주 작은 불씨로부터 비롯될 수 있다는 사실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차는 점점 산속으로 진입했고, 커브길이 많은 꼬불꼬불한 길에 종석을 어리둥절했다. 분명 네비게이션 상 이 길이 맞는데 길이 좀 이상하네,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종석이 중얼거렸다. 속도를 줄이라는 표시판이 보이고 커브길이 심해졌다. 포장이 되지 않은 도로에, 지금 속도로 달리면 위험하다고 느낀 종석이 속도를 줄이기 위해 브레이크를 밟았다. 아니, 밟으려고 했다. 하지만 브레이크가 무언가에 막혀 밟히지 않았고 차는 더 심하게 덜컹거렸다.
"뭐야, 왜 그래?"
지나친 커브길과 포장 되지 않은 도로를 빠른 속도로 달리는 차가 이상했는지 우빈이 잠에서 깨 종석에게 물었다.
"브레이크가 안 밟혀."
"뭐?"
"뭐가 낀 것 같아. 잠깐 앞 좀 봐줘. 금방 뺄게."
"참나, 이러다가 사고 나서 개죽음 당하는 건 아닌지."
종석이 비아냥거리는 우빈에게 앞을 봐달라고 부탁하고 허리를 숙이려는 순간,
"이종석!!!! 야!!! 앞에, 앞!!!!!!!!!"
우빈의 고함소리와 함께 빠르게 달리던 차는 가드레일을 힘껏 박아버렸고, 그로 인해 낡고 부실한 가드레일이 산산조각 나면서 차는 낭떠러지를 향해 곤두박질쳤다. 눈을 꽉 감고 종석은 핸들을 꽉 쥐었다. 손에 땀이 꽉 차 금방이라도 놓칠 것만 같았다. 하지만 놓치면 끝이라는 생각에 필사적으로 핸들을 절대 놓지 않았다. 뒤에서 우빈의 울부짖음이 들려왔다.
끔찍한 공포였다. 언제 멈춰 폭발 할지도 모르는 엉망진창이 된 차, 창문을 머리로 깨고 저 멀리 튕겨나갈 수도 있다는 불안함, 동료의 괴수와 같은 울부짖음, 모든 게 다 자신의 잘못이라는 죄책감, 고립된 이곳에서 어딘가가 다쳐 버려질 수도 있다는 불신까지, 모두. 차라리 이 상태에서 죽어버리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라는 미친 생각도 해버린 종석이 눈을 떴을 때, 더 이상 차는 굴러 떨어지지 않았다. 죽지 않았다는 안도감에 눈물이 나왔다. 모순이게도.
"아, 시발. 죽다 살아났네. 나머진 다 약골이라 뒈졌나?"
"미친 놈... 이상하게 다친 곳은 하나도 없네."
"보이냐? 철인이라 그래! 어? 저 약골들이랑 달리."
우빈이 다 부서진 차 안에서 가까스로 기어 나와 태연하게 입가에 비웃음을 달았다. 방금까지 울고 있었던 것은 연기인 것처럼. 종석도 차에서 나와 몸을 살펴보았지만 상처 하나 난 곳이 없었다. 우빈도 마찬가지였다. 이상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일단 수현, 아인, 중기가 죽었을지 걱정되어 조수석에 앉은 아인부터 차례대로 구출해냈다. 미동조차 하지 않는 아인에 불안해졌다. 산발이 된 아인의 머리를 정리해주는데 우빈의 호탕한 웃음소리가 들렸다. 종석이 무슨 일인가 하여 달려가 보았더니, 안전벨트를 두 손으로 꽉 잡은 채 덜덜 떨며 울고 있는 중기를 손가락질하며 웃고 있었다. 정신 못 차리게 웃는 우빈을 밀친 종석이, 중기를 조심스럽게 구출해 아인 옆에 데려다 놓았다. 죽은 듯 누워있는 아인의 모습에 중기는 소리를 지르며 덜덜 떨리는 손으로 핸드폰을 들었지만 먹통이었다. 그 모습이 웃긴지 우빈은 또 다시 호탕하게 웃어재꼈다.
"에라이, 미친 놈아."
"아, 왜 때려!! 저거 봐. 안 웃겨? 하나는 귀신 머리에, 하나는 오줌까지 지리고! 둘이 붙어있으니 얼마나 웃겨!"
지랄, 욕을 중얼거린 종석이 다시 차로 가서 수현까지 구출해냈다. 그러자 깨어나지 않는 수현과 아인에, 죄책감을 느꼈다. 내가 운전만 잘했어도. 아인과 수현 옆에 무릎을 굽히고 앉아 둘의 몸을 흔들고 이름을 불렀지만 소용없었다. 종석의 심장이 터질 듯 뛰었다. 갈수록 불안해지는 상황에 우빈이 다가와 아인의 몸뚱이를 성의 없이 발로 툭툭 쳤다. 작은 흔들림 뿐. 그러자 우빈이 사악하게 웃으며 아인의 뺨을 짝 소리 나게 세게 때렸다. 소리에 놀라 다가온 중기가, 우빈을 밀치고 아인을 자신의 몸 쪽으로 끌어당겼다.
"이 미친 놈이!!!...아니지... 중기야, 아인이 살리고 싶지?"
"....응."
"그럼 저-기로 가서 마을 있나 확인 좀 하고 와봐. 뭔가 있는 것 같은데 종석이 형은 나랑 할 얘기가 좀 있어서. 아, 아인이 형은 잘 보고 있을게."
"....."
"망설이면 아인이 형 어떻게 될지 몰라."
우빈이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저기, 아무 것도 없는 평지를 가리켰다. 그리곤 미소 지었다. 중기는 아인을 힐끔 쳐다보곤 망설이다 이내 그 곳으로 냅다 뛰었다. 중기의 뒷모습이 사라질 때까지 우빈은 미소를 잃지 않았다.
"저기 뭐가 있다는 거야?"
"몰라."
"미친 놈아! 중기, 읍!!"
"혹시 모르잖아. 정말 뭔가 발견해올지. "
우빈의 말도 안 되는 장난에, 종석은 중기를 부르려고 했지만 입을 막는 우빈의 큰 손에 목소리를 묻혔다. 게다가 움직이지 못하게 꽉 잡는 강한 힘에 종석은 꼼짝을 못 했고, 우빈이 능글맞게 말했다. 넌 나랑 몸의 대화를 나눠보자.
*
뛰고 또 뛰었다. 바람에 머리카락이 휘날리고 숨이 헐떡거려도 멈추지 않았다. 눈을 뜨지 않는 아인을 생각 하며 달렸다. 이곳이 어디인지도 모를 만큼 뛰었을 때, 작은 표시판이 보였다. 표시판을 발견하자 발걸음이 더 가벼워졌다. 하지만 확인하는 시간이 아까워 확인하지 않고 뛰었다. 중기가 확인하지 않는 표지판에는 [출입 금지]란 말이 적혀 있었다.
너무 힘들어 목부터 폐가 찢어질 것 같은 통증이 밀려왔을 때, 중기는 멈췄고, 동시에 종현을 발견하였다. 농사를 짓고 있을 만한 차림새를 하고 강아지를 안고 있는 종현. 종현은 놀란 듯 중기를 뚫어져라 쳐다보며 벌어진 입을 다물 줄 몰랐었다. 중기는 영문도 모르는 채 자신을 이상하게 쳐다보는 종현에게 말을 걸려다가 남자의 말에 입을 꾹 다물었다.
"어떻게... 여기에 들어온 겁니까?"
중기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여기가 어떤 곳이기에?
+
안녕하세요, 피사체입니다!
드디어 수상한 마을 1화가 올라왔습니다. 관심을 가져주신 모든 분들 감사합니다!
우빈과 종석은 사귀는 사이, 아인과 중기는 서로 좋아하는 사이입니다. 수현은 중기를 짝사랑하고 있고요.
질문, 암호닉, 신알신, 다 받습니다! 가장 좋아하는 건 사랑과 응원//..
글과 관련 없는 댓글엔 대답 안 해드려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