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주야
여주야
자나 왜 대답이 없지...
여주야
김여주?
나 연락 안되는거 제일 싫어하는 거 알면서
계속 안읽지 지금
아
나 혹시 해서 어머님한테 연락까지 했는데
너 잔다고 하시네
아.... 민망해..ㅋㅋㅋ
잘자 여주야 내일 봐 오후 10:20
보니까 카톡도 많이 와있고, 부재중 전화도 좀 찍혀있는데 심지어 재현이 여주 어머님한테도 연락했음... 다시 한 번 떠올리자... 재현이랑 여주는 9년 째 친구라는 걸. 여주 어머님이 여주가 잔다고 말씀하신 건 여주가 워낙 어제 아픈 티를 안냈기에 그렇게 알고 계신게 어떻게 보면 또 당연했음. 시간을 확인해보니 여전히 이른 8시 20분 정도... 여주는 그대로 핸드폰을 두들김.
← 우재
2017년 7월 13일 목요일
미안해
어제 연락 안돼서....
나 오늘 학교 못 가
그것도 미안..
손가락 움직이는 것 조차 버거운 탓에 난 오타들을 몇 번이나 거듭해 고쳐가며 한마디 한마디 전송한 여주는 곧 다시 무거운 눈을 감아버림. 아, 머리야... 어릴 적부터 이미 부모님이 맞벌이를 하셨기 때문에 가끔 집에 계실 때 빼고는 거의 혼자 뿐인 집에 여주는 적응된지 오래였지만 또 가끔 이렇게 너무 아픈 날에는 쓸쓸한 마음으로 항상 마음 속이 공허하곤 했음. 집에 종합감기약이 남아있던가 찾으러가야 하는데 아무것도 하기 싫고 아무 생각도 하기 싫어서 그냥 이불속에 더 파고들었음. 그 때 카톡- 하고 또 울리는 소리.
← 우재
들었어
너 아프다며?
앗
어떻게...ㅠㅠ
담임쌤
아하..
어젯밤에 갑자기 열이 나는 바람에
ㅎㅎ..
웃네?ㅎㅎ
ㅠㅠ왜 뭐...
장난이야ㅋㅋ
학교 끝나면 바로 갈게
뭐 필요한 거 있으면 사가고
처음엔 재현이 화가 났나 싶어 당황한 감도 있었지만 곧바로 장난이라며 분위기를 풀어주는 재현 덕에 한시름 놓은 여주는 재현이든 누구든, 아픈 자신의 곁에 있어줄 누군가가 오기를 기다리며 다시 잠을 청함.
옆에서 들리는 전화벨소리에 힘겹게 눈을 뜬 여주는 누구에서 걸려온 전화인지 확인할 새도 없이 핸드폰을 바로 귀에 갖다대버림.
"여보세요...."
ㅡ나야, 학교 지금 끝나서 전화했어
"응.."
ㅡ목소리 심각하네... 나 때문에 깼어? 아직도 많이 아파? 약은 먹었고?
"하나씩 물어봐 바보야.. 머리 아파... 지금 깼는데 약은 안먹었고 아직 좀 아파.. 한숨 자고 나니까 조금 나아지긴 했는데."
ㅡ그렇게 많이 아팠어?
"응.... 어디야.."
ㅡ지금 교문 나왔어. 약하고 죽 사갈게. 아 초콜릿도 사갈까? 좋아하잖아
"응 고마워....."
ㅡ목 아프면 전화 끊어도 돼
"아니야 괜찮아 나 혼자있으려니까 너무 외로워"
ㅡ집에 혼자라고? 부모님한테 말씀 안 드렸어?
".....힝..."
ㅡ아이구 우리 여주 속상하겠네.. 전화 끊지 말고 계속 받아 나 빨리 갈게
"......재현아......."
ㅡ응
"..나 너무 서러워ㅠㅠㅠㅠ 으허어엉어어ㅓ어ㅓ엄마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ㅡ아잇..ㅋㅋㅋ 울지말구우......
재현이와 통화 중에 결국 서러움이 대폭발해서 울어버리는 여주... 울음이 한 번 터지니까 그냥 울어재끼는 여주와, 그런 여주 달래랴 약국 가서 종합감기약 쓸어오랴 죽 가게에서 죽 사랴 편의점에서 초콜릿 한움큼씩 집어서 계산하랴 바쁜 재현... 근데 또 전화기 너머로 들리는 여주 우는 코맹맹이 목소리가 귀여워서 웃음 참느라 혼남. 어느정도 여주가 울음을 그칠 때 쯤에 마침 여주네 집에 도착한 재현은 익숙하게 집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옴. 현관에 신발을 벗어놓으면서 동시에 여주 이름부터 부르는 재현이 전화를 끊고는 여주의 방 앞으로 향함. 들어가도 돼? 문 앞에서 물어보는 목소리에 여주가 웅... 하고 잠긴 목소리로 대답을 하니 방문을 열고 재현이 안으로 들어옴.
"늦었지... 최대한 빨리 온다고 하긴 한건데.."
"...뭘 이렇게 바리바리 싸들고 와....??"
"너 그 소리 할까봐 안그래도 많이 뺀 건데 이거? 일단 약부터."
침대에서 몸을 살짝 일으킨 여주가 양손 가득 봉지를 들고 온 재현을 보며 한 소리를 하자 재현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약봉지부터 손에 쥐여주며 화제를 돌림. 부엌으로 가 한 컵 가득 물을 채워 온 재현이 여주에게 물컵을 건네자 금세 감기약을 집어삼킨 여주가 다시 침대 위로 늘어짐. 죽 먹어야지, 죽. 그리고 약 삼키자마자 바로 누우면 안 돼. 타이르듯 말하는 재현의 말에 안들린다는 듯 눈을 꼭 감은 여주의 곁에 재현이 다가와 침대맡에 걸터앉음.
"음, 그래서... 아까는 뭐가 서러워서 그렇게 울었나~?"
"아 시끄러..!!"
"응? 혼자 있는 게 서러웠어 그렇게?"
"시끄럽다고 했다 진짜...."
"우리 초등학교 때도 이런 적 많았는데 기억나? 너 집에 아무도 없고 혼자 있는데 아파 죽겠다고 나한테 전화하고 그랬었잖아."
"......"
"또 언제는 집에 혼자 있기 싫다고 대성통곡을 하면서 전화를 하지를 않나. 열살 때하고 지금하고 변한게 하나도 없어, 우리 여주."
"..아 뭘 또 그런 거 가지고 차암내~... 치사하다 치사해 애기 때 좀 그럴 수도 있지."
"그래~ 여주는 아직도 아가야 아가~"
"와, 너 진짜.. 아픈 사람 놀리기 있냐..."
"조용히 하고 우리 아가는 이제 죽 먹어야죠~ 오늘 첫 끼라 배고프겠네."
"나 다 나으면 두고 보자 너"
한창 여주 놀리기에 재미가 들려 나름 여주의 흑역사(?)까지 들추며 깔짝대던 재현이 이내 봉지에서 죽을 꺼내 뚜껑을 열고 일회용 숟가락의 봉지를 깠음. 그러곤 숟가락을 여주에게 건네주려다가, 아, 아가니까 먹여줘야되나? 라는 회심의 일격을 날리자 저를 흘깃 째려보는 여주의 눈빛을 읽곤 곧바로 아아 알았어, 안할게. 라며 꼬리를 내림.
"아. 생각해보니까 너 죽 먼저 먹이고 약을 먹였어야 되는데... 깜빡했다."
"괜찮아, 그게 그거겠지 뭐...(쿨워터향)"
"아니, 진짜 너 아프니까 내가 정신이 없어 죽겠다...ㅋㅋㅋㅋ"
"그러니까 그만 좀 아파라 응? 울어서 사람 걱정시키지도 말고. 나 있으니까 바보야."